오피니언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주택정책, 국민 주거안정에 초점 맞춰야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금융자산학과 교수역대 대선에서 부동산정책은 표심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과거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건설이나, 이명박 후보의 뉴타운 건설, 박근혜 후보의 행복주택 건설은 큰 관심을 끌었다.그러나 탄핵정국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치러지는 이번 19대 대선은 시간부족 때문에 각 당 후보들이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까지 각 당 대선후보들의 부동산 정책은 대부분 주거복지 또는 서민주택정책에 모아져 있다. 이번 대선에 관심 받을 부동산 정책들은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임대주택 공급확대, 보유세 강화 등이다.전월세상한제는 임대차계약 갱신시 전월세 상승폭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야당은 지난 2011년부터 전월세 상승폭을 5% 이내로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집주인들이 전월세 상승분을 미리 올려 받아 임대료가 폭등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1989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갱신을 통해 임대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을 때도 임대료가 급등하는 등 초기에 혼란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임대기간 2년 연장도 초기 혼란을 잘 극복하면서 안정적으로 정착됐다.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둘러싸고 우려가 있긴 하지만 초기 혼란을 잘 극복하면 좋은 제도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다음으로 전월세대란에 지친 서민들의 주거안정책으로 관심 받고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제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임대기간 2년을 거주한 세입자에게 1회에 한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주는 제도다. 2년 거주 후 1회에 한해 갱신청구권을 부여해 총 4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2년 주기로 전월세가격이 급등하는데 따른 세입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잦은 이사에 따른 사회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1회 갱신청구권에서 한발 더 나아가 2~3회의 갱신청구권을 주는 방안을 획기적으로 검토해 봐야 한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1회만 갱신청구권을 부여해 4년간 주거권을 보장해 주는 것보다 2~3번을 주고 최대 6~8년간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그리고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임대주택 공급 확대이다. 다음 정권에서도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 등 사회초년생과 독거노인, 장애인,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정책은 확대될 것이다. 중산층을 위한 민간임대주택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공공임대주택인 행복주택과 기업형임대주택인 뉴스테이는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행복주택과 뉴스테이는 명칭을 바꿔서라도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이 밖에 보유세 강화도 검토되고 있다. 보유세는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사람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대표적인 것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이다. 보유세가 강화되더라도 1가구 1주택자들보다는 다주택자 또는 많은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에게 적용되야 할 것이다.주택정책의 기본방향은 국민들의 주거생활 안정에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주거불안 없이 저렴하고 안정된 임대료를 내면서 장기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거복지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금융자산학과 교수

2017-04-06 15:49 최현일 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대통령 `경제 비선실세`의 자격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작년 총선에서 대학친구 하나가 국회의원이 됐다. 기쁘기도 하고 신기한 마음에 여기저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최근 그 친구가 인기를 얻자 나를 만나는 사람의 대부분이 그 친구 이야기를 한다. 내가 듣기로는 이건 나만의 경험이 아니라 그 국회의원의 대학친구들이 모두 겪고 있는 일이다. 요즈음 국회의원 주변에 사람들이 모인다. 국회의원을 통해 원하는 정책을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 추측된다.초선 의원이 이 정도인데 대선후보의 주변은 말해서 무엇 하나 싶다. 어느 언론의 언급처럼 ‘권력을 잡기 전에 사귄 친구와 집권 이후에 맺은 관계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말이 정치권의 법칙이란다. 전자는 동지(同志)적 관계지만 후자는 군신(君臣)관계란다. 동지적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대부분은 대선후보와 정치를 같이 해온 분들일 것이다. 이들의 정치적 능력과 정무 감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국가의 운영은 그것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대통령과 그 동지적 관계인 비선실세들이 국정의 모든 것을 다 알 수도 없고 다 알 필요도 없다. 그러나 적절한 인사를 할 수 있는 기준은 필요하다. 기준이 애매모호해지면 선거이후에 캠프 내 참모들끼리 권력투쟁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경제정책은 경제를 잘 아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 경제비선실세는 ‘진영논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색깔론은 정치에만 있는 게 아니라 경제에도 있다. 상대방을 찍어 누르기 위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이미지를 덧칠하는 게 ‘진영논리’다.보수적 대통령은 양극화, 불평등 이야기만 하면 빨갱이로 낙인찍는 경제참모, 기본소득 등 복지만 나오면 굶어봐야 정신 차린다고 주장하는 경제참모, 경제민주화만 나오면 친기업과 친재벌총수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제참모 등을 멀리해야 한다. 더 중요한 건 진보진영이다. 많은 사람들이 진보가 경제운영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진보적 대통령은 시장, 민영화, 구조조정 이야기만 나오면 알레르기반응부터 보이는 경제참모, 모든 일에 공공성부터 언급하는 경제참모,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등을 외국계 흡혈귀로 매도하며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경제참모 등을 경계해야 한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 경제는 독특한 경제논리가 존재한다. 그것이 자원의 희소성이든,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든 말이다. 그 뒤에 자료에 의한 실증을 중요시한다. 상상력의 빈곤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복잡한 국가경제를 운영하는 데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생각한다.대선의 계절이다. 대선의 계절에는 선명한 것이 최고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선명함 뒤에 부정확함, 공허함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대선후보는 본인의 시대정신을 밝혀야 한다. 시대정신을 경제 분야에서 어떻게 구현할지도 밝혀야 한다. ‘진영논리’에서 자유로운 경제비선실세에게 그 내용을 준비시켜야 한다. 어설픈 경제정책을 들고 나오면 대선은 어찌어찌해서 지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집권이후에는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을 것이다. 집권 초반 정책 한두 개 좌초되면 결국 준비된 역량을 가진 경제 관료나 경제 단체에 의해 포획되기 마련이다. 대통령의 시대정신과 경제정책의 방향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널 것이다. 역사의 교훈이기도 하다.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2017-04-05 15:46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브릿지 칼럼] 아이 낳고 싶은 나라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춘 생물은 몇 가지나 될까. 우리가 아는 바로 따져보기만 해도 호랑이, 표범, 늑대, 장수하늘소 등 남한에서 이미 멸종된 지 오래된 야생 생물이 부지기수다. 반달가슴곰, 사향노루, 산양, 늑대 등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도 수없이 많다. 그 멸종위기종에는 우리 한민족도 포함된다.정부가 발표한 2016년도 출산율 통계에 의하면 우리의 합계출산율은 1년새 1.24명에서 1.17명으로 떨어졌다. 출생아수는 40만6300명에 불과하다. 이런 감소세는 2017년에도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의 ‘1월 인구동향’에 의하면 올해 1월 출생아 수는 3만5100명으로 1년 전보다 11.1%(4,400명) 감소했다. 출생아 수가 감소하는 이유는 출산율 하락도 있지만 결혼하지 않으려는, 또는 혼인이 늦어지는(만혼) 추세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1월 혼인 건수는 2만3900건으로 1월 기준 역대 최저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합계출산율 1.17명. 이 숫자에 의하면 우리 인구의 반감기(半減期)는 채 40년이 되지 않는다. 이대로 5번의 반감기 200년이 지나고 나면 남한 인구는 150만 명만 남게 된다. 불과 200년이면 한민족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 운명이다. 반달가슴곰이나 사향노루의 운명을 걱정해줄 처지가 아니다.지금까지 인구문제에 대한 해결 정책은 다 허사인 것으로 판명났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출산율을 높이는 데 사용한 예산 총 80조 원이 무력하게도 출산 관련 통계는 OECD 최악의 수준에서 오히려 더 나빠지는 모양새다.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꿈의 합계출산율 2.0명을 회복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옆 나라 일본의 1.3~1.4명 수준이라도 따라붙었어야 할 것 아닌가.인구 부족과 합계출산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다.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은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인구를 수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인종 사회가 아닌 우리로서는 적극적으로 구사하기 쉽지 않다. 그 다음은 출산 관련 복지제도를 갖추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복지 제도라는 것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그렇다면 문제의 핵심을 짚어서 복지제도를 처음부터 재설계해야할 필요가 있다. 지금 출산율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미혼 및 만혼이다. 결혼을 안 하니 아이가 생길 일이 없고, 하더라도 늦은 나이에 하다 보니 아이를 하나 이상 갖기 힘들다. 따라서 젊은이들의 결혼을 저해하는 요인, 또 결혼을 늦추게 만드는 요인을 찾아내 제거해야 한다.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취업과 주거 불안정성일 것이다.취업은 다음 기회에 차차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먼저 주거 문제에 집중해보자. 연간 출생아수 40만 명이면 신혼부부는 20만 쌍이다. 이들 중 20대에 결혼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5년 기본의 공공임대주택을 배정해주면 어떨까? 그 기간 동안 출산한 자녀의 수에 따라 거주기간이나 주택규모를 늘릴 수 있도록 하자. 공급 대상을 전체의 20%, 평균 거주기간 10년으로 가정할 경우 연간 4만 채씩 10년간 공급하면 충분하다.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출산율 제고, 주거 부담 감축, 재산 형성 지원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더욱이 젊은이들의 새출발을 축하해주는 의미만으로도 충분히 추진해볼 가치가 있다.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2017-04-03 15:40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브릿지 칼럼] 도로공사의 '갑질' 두고만 볼 건가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석유시장의 양대 축인 석유유통협회와 주유소협회는 지난 16일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앞에서 ‘고속도로 주유소에 대한 갑질 횡포’를 비난하는 항의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양 협회 회원 50여 명이 참석해 “도로공사는 본업을 도외시하고 민간 석유유통사업에 개입해 정상적인 석유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영세 주유소를 다 죽이는 고속도로 주유소 판매가격 부당개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도로공사는 2014년부터 공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 고속도로 주유소 경영에 부당하게 개입하며 공정한 시장경쟁을 저해해 왔다. 고속도로 주유소 운영자들은 통상 5년 단위로 도로공사와 운영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그런데 공사가 이를 볼모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영업 수익마저 포기하고 기름을 판매하도록 강요하며, 주유소 운영자들을 사실상 사지로 내몰아 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로 인해 고속도로 주유소 인근 지역에 위치한 영세 자영주유소들이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연쇄적으로 도태돼 왔다는 점이다.대기업의 ‘갑질 횡포’, ‘골목상권 침해’ 등이 우리 사회의 문제로 지적된 상황에서, 정부 출자 기관인 공사마저 갑질 횡포에 나선다면 힘없는 자영업자들이 설 땅이 어디있겠는가? 공권력에 버금가는 지위를 남용해 판매가격에 개입하고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는 것은 공기업의 전형적인 갑질 횡포이자, 불공정 거래행위이며 시장경쟁 중립성을 위반하는 행위이다.공사가 고속도로 이용 고객들의 후생을 위해 기름 값을 낮추도록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이다. 그러나 그 방법이 시장경제의 원리에 맞지 않게 부당해서가 문제인 것이다. 공사는 위탁운영 재계약 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유소 평가지표에 ‘유류 저가판매 부분’의 비중을 40%로 두어 경쟁을 시켜왔다. 도로공사는 주유소 평가지표에서 이 부분을 없애거나 대폭 낮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속도로 주유소 운영자들은 물론 국도변 주유소, 심지어는 전체 석유시장의 왜곡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현재 한국의 석유시장은 완전히 개방돼 있으며 100% 완전경쟁 시장이다. 만약 국내 석유시장이 수익성이 있는 시장이라면 메이저인 엑슨모빌이나 로열더치쉘 등이 한국에 진출하지 않을 리 없다. 메이저들도 들어오길 꺼려하는 완전경쟁 시장에서 공권력을 동원해 자영업자들을 다 죽이는 정책은 공기업이 결코 할 일도, 자랑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럼에도 도로공사는 기름을 싸게 판다며 고속도로 이용고객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또 이 부분의 성과를 내세워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옛 말에 죽어나는 것은 조조 군사라는 말이 있다. 도로공사의 갑질 횡포로 죽어나는 것은 공사와 소비자 사이에 끼인 주유소 운영자들뿐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출혈경쟁에서 밀려난 영세 주유소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짜석유를 유통시킬 우려가 높다고 염려한다. 이러한 부작용의 피해는 결국 국민경제와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될 수밖에 없다.고삐 풀린 도로공사의 고속도로 주유소에 대한 갑질 황포와 경영간섭을 중단시키기 위해서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즉각 나서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2017-04-02 15:35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브릿지 칼럼] 우병우와 맹사성

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대통령의 탄핵사건과 관련하여 많은 사람이 구속또는 기소되거나 수사를 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세간의 관심을 끄는 사람이 하나 있다. 바로 대통령의 최측근인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다.사회부패척결을 평생의 꿈으로 삼았다는 그는 고교 3년간 전교 1등을 놓치지않고 서울법대에 진학, 재학중 최연소 사법시험합격이라는 영예를 안고 검사생활을 시작, 서울중앙지검, 대검중수부를 거쳐 민정수석이 된 그야말로 최고 엘리트의 수재였다.그런 그가 어찌하여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에 관여하는 등 최고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온 국민들의 비난대상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는 조선초기 명재상이며 후세들에게 추앙을 받는 맹사성(孟思誠)을 떠올려 본다.맹사성은 뛰어난 학식으로 열아홉에 문과에 장원급제, 스무살에 군수에 오른 전형적인 당시의 엘리트 수재였다. 그러하기에 그는 젊은 시절 온통 오만심으로 가득차 온 세상이 자기 손바닥아래 놓여있는 것처럼 생각했다.그런 맹사성이 어떻게 평생을 청렴결백하게 살며 하인이나 노비에게는 관대하고 고위관료에게는 엄하게 대하여 오로지 국가의 기강질서와 문화창달에 크게 기여해 명재상으로 이름을 떨칠 수 있었을까.맹사성은 아무리 신분이 낮은 사람이 찾아와도 정중히 대하고 아무리 왕이라도 아부하지 않았다. 태종의 부마를 왕의 허락도 받지않고 심문하기도하고, 태종실록을 미리 보자는 세종의 요청도 일언지하에 거절하기도했다.어릴 때부터 수재이며 자만심이 가득 찬 맹사성이 이렇게 만인의 칭송을 받고 명재상으로 변신한 배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일화가 눈에 띈다.맹사성은 젊은 나이에 파주군수에 오른 후 그 고을에서 유명한 선사를 찾아 물었다. “스님, 제가 이 고을을 다스리는데 필요한 지혜를 하나 주십시오.”그러자 스님은 “나쁜 일을 버리고 착한 일을 취하시면 됩니다”라고 답했다.맹사성이 코웃음치며 “ 그런 말은 삼척동자도 아는 얘기입니다”라고 답하고는 거만하게 일어나려하자 스님이 차 한잔 하라며 붙잡았다.스님은 맹사성의 찻잔에 찻물이 넘쳐 흐르는데도 계속 차를 따랐다. 당황한 맹사성에 스님은 말했다.“찻물이 넘치면 방바닥을 적셔 더럽히게 됩니다. 지식과 학식, 똑똑함도 넘치면 인품을 더럽히게 됩니다.”창피했던 맹사성은 황급히 방문을 열고 나가려다 문틀에 머리를 세게 부딪쳤다.스님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자고로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젊은 나이에 이 깨달음을 얻은 맹사성은 이후 공직에서 교만을 버리고 겸손과 청빈으로 살며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해 후세에 귀감이 됐다.650여년전의 엘리트 관료인 맹사성과 2017년의 엘리트 관료인 우병우의 말로는 비견해볼 만 한 가치가 있다.한 사람은 평생을 청렴결백하며 초가집에 빗물이 새는 상황에도 다른 백성들은 이 초가집도 없지 않으냐는 자세로 멸사봉공해 만인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반면, 또 다른 한사람은 부와 권력을 축적하며 최고권력층에 아부하여 출세를 지향하다 결국 온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나락으로 떨어진 이유는 바로 한가지라고 할 수 있다. 바로 ‘겸손’이다.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2017-03-30 17:00 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브릿지 칼럼] 할머니의 털양말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할머니가 뜨개질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손자가 문득 물었다. “할머니 뭘 뜨시는 거예요? 혹시 제 것 만드시는 건가요?” 할머니는 뜨개질 하시던 손길을 멈추고 손자에게 대답했다.“그래, 우리 손자 발을 따뜻하게 해줄 양말을 뜨는 중이란다. 네가 훗날 훌륭한 일을 많이 하는 어른이 됐을 때 이 할미가 떠 주었던 털양말을 기억했으면 좋겠구나. 할머니가 해줄 수 있는 건 이것뿐이란다.”손자는 털양말을 주시했다. 파란 색깔의 털양말은 중간에 다른 색깔을 곁들인 스프라이트 모양이었고, 털실을 자주 바꾸면서 번거로운 작업을 거친 작품이었다. 할머니는 털양말에 손 다림질을 하더니 손자의 발을 끌어 당겨 크기를 대 보았다. “잘 맞네. 우리 손주 발에 얼음은 얼씬도 못하겠지!” 며칠 낮 밤을 한 땀씩 떠내려갔던 할머니의 시공 속에는 며느리의 핀잔도 적잖이 들어 있었다.“어머니, 요즘 손뜨개 양말은 안 신어요. 값싸고 질 좋은 양말이 지천인데….” 며느리가 한마디 하려다가 시어머니의 속 깊은 내막을 알아채고 말끝을 흐렸다. 할머니의 손뜨개질은 유일한 낙이다. 대 여섯 코의 뜨개질을 하다가 먼 산을 바라보고, 또 너 댓 바늘 이어가다가 불현듯 옛날 빛바랜 사진첩을 들추기도 하는, 노모의 사색을 안내하는 길잡이였다.“싼 것 많지. 편한 것 많고, 근데, 부모의 정성이 담긴 양말이 있더냐?” 시어머니의 일침에 며느리 목소리는 응석 담긴 콧소리로 변한다.“엄니, 눈도 침침하시고, 손가락 마디마다 자꾸 쑤신다고 하시면서 뜨개질에 종일 정신 쏟고 계시니까 그렇지요.” 할머니의 장롱 속에는 7남매와 손주 몫까지 20여 족의 털양말이 만들어져 있다. “저것 봐라. 연산홍이 만개했잖느냐. 추운 겨울도 정성 앞에서는 설설 기는 법이다.”아주 오래전 일본 일간신문에는 꼬부랑 할머니의 사진이 1면에 크게 실렸었다. 척 보아도 변방 시골에서 막 올라온 할머니였다. 동경 한복판에 서 있는 이 할머니의 한 손에는 보따리가 들려있고, 다른 한 손에는 나무 지팡이가 힘없이 걸쳐있었다. 기사 내용은 감동을 자아냈다.어렵게 공부한 아들이 정치에 입문하고 기어코 수상에 오르게 되자, 이 노모는 아들이 좋아하는 찹쌀떡(모찌)을 만들어 그것을 먹이겠다고 상경한 것이었다. 이 한 장의 사진은 일본 열도에 눈물 바람을 일으켰다.사임당이란 드라마를 보면 서당을 좌지우지하는 어머니회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아마 요즘의 세태를 당시의 배경에 접목시켜 잘못된 사회 일각에 경종을 일깨우려는 의미였겠지만 일부 엄마들의 극성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모정은 없고 내 자식 먼저만 보인다.“아이에게는 욕망과 흥미를 환기시키는 것이 제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책을 짊어지고 다니는 나귀를 기르는데 그치고 말게 된다”는 몽테뉴의 말에 공감한다. 언론인 선우휘 선생도 인간의 어리석음을 ‘불꽃’에서 지적하고 있다.“남을 억압하려는 포악성, 착취하려는 비정, 남보다 뛰어났다는 교만, 스스로 나서려는 값싼 참견, 남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는 무엄함. 이것들이 인간이 지닌 어리석은 조건이다.”수백, 수천 번을 한 땀씩 떠야 완성 되는 할머니의 털양말처럼, 사회곳곳에서 소리 없이 정성을 다하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으면 좋겠다.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2017-03-29 14:37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브릿지 칼럼] '인생 2막' 대비 5대 우선순위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HSBC보험그룹에서 세계 17개국을 대상으로 은퇴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조사했는데, 해외 주요 국가에선 주로 자유·행복·만족 등 긍정적인 단어를 선택한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대부분 한숨을 크게 쉬면서 경제적 어려움, 두려움, 외로움, 지루함 등을 꼽았다고 한다.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다수가 은퇴 준비(특히 재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부모세대에선 경험해 보지 못하고, 처음 겪는 고령화와 노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100세 시대 인생 2막을 준비하기 위한 우선 순위를 정리해 보았다.첫째,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려면 평생현역의 자세로, 퇴직 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사전에 준비를 해 둬야 한다. 특히 퇴직 후 재취업을 위한 경력관리와 제2, 제3의 직업 준비와 함께 허드렛일도 감수하는 마음의 자세도 반드시 가져야 한다.둘째,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최소한 40대 중반 이후에는 인생에 대한 방향과 생애설계 전반에 대한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내가 가고 있는 인생의 여정이 내가 지향하는 방향과 일치하고 있는지, 현재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내게 적합한지, 그리고 현재 어디쯤 와 있는지 등 반드시 인생의 좌표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나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RICE WORK’가 아닌 ‘LIFE WORK’로 리모델링을 서둘러야 한다.셋째, 롤모델(비전)과 멘토는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의 롤모델(비전)을 선정해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로드맵을 단계별로 세워, 지속적으로 멘토로부터 조언을 받아야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으며, 쉽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인생 2막을 잘 실행하고 있는 평소 존경하는 상사나 선배 등을 멘토로 활용해야 한다.넷째, 서두르지 말고 중장기(3~5년) 로드맵을 작성하라. 롤모델과 멘토가 선정되었다면 이제 인생 2막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하는 로드맵을 짜는 일이 중요하다. 로드맵을 수립해야 비로소 실행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로드맵에 맞춰 하나씩 실행하다 보면 자신감도 생긴다. 퇴직 이후 조급함에 따른 실수도 로드맵을 수립함으로써 보완이 가능하다.마지막으로 자기계발(역량 개발)과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마라. 성공적인 인생 2막이 그냥 이루어지진 않는다. 자식들에겐 무모할 정도의 과감한 투자를 하면서도 자기 자신에게 너무 인색하다. 지금 투자해도 결코 늦지 않다. 이제 자식으로부터 은퇴하고 자신에 대한 투자를 다시 해야 할 시점이다.인생 2막은 새로운 도전이다. 하던 일을 그만두는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도전의 기회이다. 그러나 그것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주어진다는 것을 명심하고 사전에 철저히 우선순위에 의거 준비해야 한다.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2017-03-27 14:31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브릿지칼럼] 신한금융 한동우의 멋진 퇴장

이해익 경영컨설턴트“기업이 열냥이라면 CEO는 아홉냥이다.” 그만큼 CEO는 기업에서 중요한 인자(因子)다. CEO는 기업과 영욕(榮辱)을 함께한다. 기업이 영광스러우면 CEO도 영광스럽고 CEO가 욕되면 기업도 욕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만큼 CEO의 책임은 막중하다. 더구나 CEO의 퇴장은 예사 일이 아니다.며칠 전 2017년 3월 23일 신한금융 주주총회가 있었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2011년 2월14일 취임 후 6년간 CEO의 여정을 마치고 물러났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다. ‘여유롭고 멋진’ 퇴장이다. 1948년생인 한 회장은 2년 더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일찌감치 올해가 마지막이라며 연임포기의사를 밝혀왔다.그래서 여유롭기도 하거니와 멋지기도 하다. 정당한 욕심조차 멋지게 절제했기 때문이다.“2년 더 할 수 있지만 직접 만든 경영승계제도를 작동해 보고 싶었다. 신한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퇴임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게 바로 CEO 한동우의 웅변이다.한 회장은 6년전 이른바 ‘신한 사태’를 통해 CEO로 등장했다. 흩어진 조직을 수습하고 시스템을 갖추어야 했다. 그래서 회장정년을 70세로 제한하고 내부에서 회장후보를 양성하는 경영승계제도를 만들어 실제로 시행했다. 한 회장의 6년은 탄탄한 재무기반을 구축했다. “후임자가 새로 MA(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도록 재무적인 기반을 다졌다.”그의 등장시기인 2011년만 해도 김승유 하나금융그룹회장, 강만수 KDB금융그룹회장, 이팔성 우리금융그룹회장, 어윤대 KB금융그룹회장 등 이른바 ‘4대천왕’시대였다. 한 회장은 정통금융인으로서 그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복합점포PWM(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과 CIB(기업투자금융)를 먼저 시작했다. 지금은 모두 도입했다.”그러면서도 ‘따뜻한 금융’이라는 가치경영을 추구했다. 말하자면 동반성장이다. “해외에서 ‘지속가능경영기업’으로 선정돼 상을 받을 정도로 가치 이념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도 중요할 것이다.”한 회장은 ‘후배’ 조용병 회장과 위성호 행장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고 조언한다. “깔끔하게 물러나 후배에게 조언하면서 고문의 모범을 만드는 것도 나의 책무”라고 그는 말한다. 이렇게 CEO의 승계가 아름다우니 밖에 있는 뭇 사람들도 박수를 쳐주고 싶을 게다.“신나게 한마음으로! 미래로 세계로! 신한, 미세!”한편 삼성전자 주가가 200만원을 뛰어넘어 연일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보통주 시가총액이 300조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글로벌 IB(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이나 TSMC, IBM등 세계적 IT(정보기술)기업과 비교할 때 삼성전자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됐다고 안타까워들 한다. 메모리반도체사업 호조를 감안할 때 올해 삼성전자 주당순이익 성장률은 65%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4월 중순 출시되는 ‘갤럭시S8’도 깜짝 성적이 기대돼 자랑스럽다.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동종기업 대비 저평가상태라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없다면, 말하자면 CEO리스크가 없다면 저평가소리도 없을 것이다. CEO가 욕되니 기업도 욕되는 것이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이해익 경영컨설턴트

2017-03-26 14:53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브릿지칼럼] 몸통론: 중국에 대한 사드 해법

현경병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지난 2016년 7월 한국과 미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를 발표한 이후 국내외의 뜨거운 쟁점이 되어 있다. 특히 지난 2017년 3월 사드 포대의 장비가 반입되어 빠르면 4월까지 배치가 완료될 듯 하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던 국면을 넘어선 보복조치와 한한령을 넘어선 금한령까지 성행하면서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다. 그러나 우리의 안보적인 선택이기에 주변국에 대한 단호한 원칙과 대응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단기적이고 부분적인 관광산업, 한류, 중국 진출 기업들의 어려움 등을 걱정하기보다 우리 중심의 장기적인 접근에 주목하고 충실해야 할 것이다.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우리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지리전략적인 사고와 운신이 확고해야 한다. 조선 때의 해동(海東)이나 동방(東方·東邦)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중국이 우리의 서쪽에 있는 나라로서 풀어나가야 맞다. 한국경제의 안정성과 확장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생각하고 기존의 동쪽에 있는 일본은 물론이고 남쪽의 동남아시아와 북쪽의 러시아로 진출을 강화해야 한다. 세상은 넓다. 인도, 중남미, 아프리카 등지로도 더 치열하게 나가 중국을 대체해야 한다.이 참에 중국에게도 한국에 대한 새로운 가치와 필요성을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 중국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전략적 이웃국가로 대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2016년 기준으로 중국의 교역에서 수입 1위 국은 한국이다.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1위국도 한국이다. 중국으로 유학 오는 학생 수 1위 국도 한국이다. 중국인을 가장 많이 고용하고 있는 외국기업들의 본국이 한국이다.세계의 공장이라 자처하는 중국 제조업에 필요한 부품 중 무려 45%를 수입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중국인 사이에서 가장 사랑받는 영화나 드라마 제작국이 한국이기도 하다. 중국의 수출 대상국으로 미국, 일본에 이은 3위 국이기도 하다. 사실 대중국 투자에서 1992년 수교 이후 지금까지 최대 투자국 1위 또는 2,3위를 하며 중국의 개혁·개방과 산업화의 성공에 엄청난 이바지를 한 나라이기도 하다.여기에서 몸통론이 중요하다. 고래인 중국과 일본 사이의 새우라거나 가운데 끼인 샌드위치 신세라는 자기비하는 반시대적이고 비현실적이다. 중국의 변방이 되어 허둥거리거나 휘둘려서도 안 된다. 세계 11위이자 아시아 4위의 경제국가, 전 세계에서 30개국 정도 되는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루어낸 선진국, 대학진학율이 세계 1위인 교육국가, 특허 5대 강국(G5)으로 연구개발비(RD)에서 세계 6위이자 GDP 대비 1위로 최선두권을 달리는 과학기술국가, 세계인의 사랑을 두루 받는 한류, 세계 5~7위권의 스포츠강국,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를 목전에 둔 관광국가, 군사력에서 독자전력 세계 7~10위 수준에다 한미 연합전력은 2~3위권인 나라가 한국이다.이런 마당에 우리가 몸통이라는 인식 아래 힘을 더 키워 오른쪽 날개인 일본과 더불어 왼쪽 날개인 중국을 활용하여 양 날개 삼아 힘차게 날아올라야 한다. 덤으로는 이번에 대국적으로 의연하게 대처함으로써 미국과 일본에게조차 지구촌의 중요국으로서 몸통론을 인정받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현경병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2017-03-24 13:00 현경병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백세시대 '추억놀음'을 경계하라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사람은 기억을 먹고 산다. 살아온 날이 길어진 고령사회에선 그래서 기억을 반추할 여지가 잦고 많다. ‘어디 만만찮은 삶이 없을까’만은 기억은 날선 아픔보다 뿌연 행복으로 채색되기 마련이다. 괴로웠을지언정 훌훌 털어낼 수 있는 까닭이다. 기억은 현실이 힘들 때 자주 소환된다. 아련함 속에 그리워진다. 퇴행반응이라 폄하할 일은 아니다. 현실의 만만찮은 파고에 허우적댈수록 왕년의 좋았던 날들(?)이 조건반사처럼 무심하게 떠오르는 건 자연스럽다. 이런 기억은 현실을 버텨내는 또 다른 에너지다. 단 조심할 게 있으니, 결코 그 때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기억은 무섭다. 뇌리에 한번 정착된 기억은 두고두고 사람을 옭맨다. 때론 현실과 접목돼 기억 속의 생존원리를 그대로 채택한다. 시대가 변했는데 여전히 과거의 논리로 눈앞의 삶을 살아가려는 경우다. 안 된다. 패러다임은 변했다. 압축성장의 경제논리와 생존전략은 결코 재현되기 힘든 기억일 따름이다. 바꿔야 살아남는다. 나이가 들어 몸은 줄어들었는데 현역시절 옷을 껴입어 본들 맞지 않는다.하물며 자녀세대에게 자기 기억 속의 인생경로를 강권해도 곤란하다. 저성장의 상황논리는 후속세대에게 다른 형태의 행복모델이 옳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주지하듯 우리는 불행시대에 산다. 한숨과 짜증이 반복된다. 일부 금수저를 제외하면 예외는 없다. 오늘은 버텨내도 내일은 어찌 될지 모른다. 괴롭고 힘들며 아프다. 절망을 끊고 희망을 찾자고 외치지만 답 없는 메아리일 따름이다. 원인이 뭘까. 잔가지는 많지만 뿌리는 하나다. 고단한 호구지책 탓이다. 고용불안, 요컨대 일이 문제다. 삶은 밥, 생존은 소득인데 일이 흔들리니 모두가 절망한다. 결국 ‘절망을 희망’으로 치환하려면 답은 간단하다. 안정적인 밥벌이의 확보다. 탄탄한 일자리가 희망의 불씨다.불행은 점증된다. 뒤집으면 예전엔 불행이 덜했다. 하루하루 고된 건 맞지만 지금처럼 집단절망에 빠지진 않았다. 열심히 일하면 나아질 것이란 희망과 경험이 살아갈 맛을 줬다. 배고팠지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믿고 땀방울을 흘렸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시절이다. 그때가 지금보다 행복했다고 느끼는 것은 ‘고용안정’ 덕이다. 임금은 낮아도 매년 늘어났고, 웬만하면 정년까지 한곳에서 일했다. 고용안정은 경제성장 덕이다. 성장환경에 맞춰진 고용모델은 톱니바퀴처럼 정합성을 지닌 임금모델과 가족모델을 완성할 수 있었다.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노후비 등은 고용안정으로 해결됐다.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고용불안은 대한민국의 만성질환이다. ‘정규직→비정규직’의 하향평준화로 양질의 고용이 줄었다. 청년들은 사회에 진입하면서부터 일회성 소모품으로 전락한다. 일자리 부족은 ‘고용불안→결혼포기→출산감소→인구감소→시장축소→매출감소→실업증대→재정악화’의 악순환을 만들어 낸다. 해결책은 없을까. 결국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인데 살아남아야 할 기업으로선 필요하지 않은 인력을 더 뽑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방안은 하나뿐이다. 절약전략, 핍박전략이다. 줄어든 몸에 맞춰 옷도 줄이는 게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다. 아련한 추억 대신 냉엄한 현실을 받아들일 때 백세시대 생존가능성은 높아지는 법이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7-03-23 15:04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자율차 전쟁 두고만 볼 건가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겸 자동차연구소 소장최근 미래의 자동차를 대변하는 용어는 바로 자율주행차이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가 운전자를 대신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시켜주는 교통수단을 일컫는다. 지난 120여 년의 자동차를 대신하는 신개념 자동차가 등장하는 것이다. 물론 최근의 화두는 자동차의 융합이다.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스마트카를 버무린 융합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자율주행차는 인간을 대신해 자동차의 컴퓨터가 모든 일은 대신한다는 측면에서 혁명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자율주행차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주변 정보를 파악하는 센서와 카메라 등이 필요하고 이를 분석하는 컴퓨터는 기본이다. 특히 지능형 교통인프라 시스템과 필요에 따라 본부의 서버와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초고속 통신망, 즉 5G 등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여러 가지 시스템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알고리즘은 핵심이라 할 것이다.자율주행차의 개발속도가 빨라지면서 최근에는 시범주행에 대한 뉴스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실제 도로에서의 운행요건을 갖추고 운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서 머지않아 상용 운영사례도 등장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실제 운영까지는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단순히 차량만 만들어서 되는 게 아니라 법적으로, 또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자율주행차는 아직 완벽하지 못하다. 주변을 인지하는 센서의 경우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오프로드이거나 폭우나 폭설의 경우 에러가 발생하거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더욱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인공지능이 자동차에 탑재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이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시속 100㎞로 운전하는 일반 차량의 경우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들이 있을 경우 운전자는 핸들을 꺾어 아이들이 다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기본적인 행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들어간 자율주행차의 경우 탑승자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경우에는 그냥 밀고 갈 수 있는 끔찍한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자율주행차의 핑크빛 미래를 예상하지만 생각 이상의 부작용도 고민된다. 따라서 점차 기술 개발된 자율주행기술은 우선 타사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활용될 것이다. 이미 일부 고급 차량은 자율주행 기술이 포함되어 운전석에서 스위치를 누르면 한산한 고속도로 등에서 핸들을 놓고 두 손으로 병따개를 딴다든지 눈을 돌려 물건을 집는 등 기능이 확대되고 있는 형국이다.국내는 아직 선진국 대비 자율주행차 기술이 많이 떨어져 있다. 시간적으로 약 3년 정도 뒤진 상태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율주행차는 단순히 한 가지 기술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모든 기술이 조합된 융합적인 부분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즉 산학연관의 통합적인 시너지 효과가 필요하고 이를 정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무엇보다 필요하다.현재 정부는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없는 상태이다. 대선정국으로 각 부처의 복지부동이 겹치면서 가장 중요한 기회를 놓치고 있다. 하루속히 중앙정부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해 미래의 먹거리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겸 자동차연구소 소장

2017-03-22 15:39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겸 자동차연구소 소장

[브릿지 칼럼] 부동산 투기는 막되 시장은 살리자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금융자산학과 교수지난해 11·3대책 이후 부동산시장이 식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해 8·25대책에 따른 집단대출규제와 원리금균등상환, 미국의 금리인상, 공급과잉 뿐만 아니라 탄핵정국과 정치적 불안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여러 요인 중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집단대출규제와 원리금균등상환 같은 금융정책이다.우리나라 주택산업은 경기에 큰 영향을 주고, 타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반드시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1000조에 이르는 부동자금이 떠도는 현실을 감안할 때 투기를 잡으면서도 주택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많지 않다. 그 방안의 하나는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 확대 정책이다. 즉 무주택자, 생애최초주택구입자, 갈아타기 1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이 주택시장에서 내집마련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책을 확대하는 것이다.먼저 무주택자가 내집마련을 할 경우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집단대출규제와 원리금균등상환을 유예시켜줘야 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총체적 상환능력심사(DSR)를 도입해 대출심사를 강화하면서 대출규제에 나서고 있다. 또한 원리금균등상환을 통해 가계부채를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다중채무자들의 문제인데도 무주택자들이 소형주택으로 내집마련 하는 경우까지도 획일적으로 규제를 가하고 있는 점은 보완돼야 한다.또한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게 청약우선권 부여, 금리혜택, 세제혜택을 줘야 한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는 살아오면서 한 번도 주택을 구입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과거 집을 소유했다가 현재는 집이 없는 무주택자와는 구별해야 한다.갈아타기 1주택자들도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주택순환론에 따르면 중형주택 거주자들이 대형주택으로 이동하게 되면 소형주택 거주자들이 중형주택으로 옮겨 가면서 자연스럽게 주택순환이 된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연쇄적 주거이동은 경기활성화와 더불어 주거환경도 개선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갈아타기 수요자들에게 청약기회 확대와 세제혜택 같은 지원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우리나라 자가율은 56%로 여전히 임대비율이 40%를 넘어서고 있다. 40%가 넘는 임대주택 거주세대는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수급불안에 따른 전월세대란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올해처럼 많은 악재로 실수요자들이 내집마련을 하지 못하게 되면 전월세 수요가 급증하고, 몇 년 후에는 전월세대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전월세대란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측면에서도 실수요자들이 내집마련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주택산업이 국내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부는 어떻게든 주택시장을 살려야 할 것이다. 투기를 막으면서 주택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은 실수요자들이 내집마련에 나설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실수요자들을 위한 내집마련 지원책이 침체된 경기도 살리고, 전월세대란을 사전에 예방하는 일석이조의 묘안이 될 수 있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금융자산학과 교수

2017-03-20 15:35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금융자산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헬조선' 탈출을 위한 제언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우리 사회는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법적 절차와 사회적 질서를 중시하는 안정된 상태로 나아갔다. 하지만 경제성장세가 위축되면서 사회적 정의와 공정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한 사회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것은 경제적,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방치하면 정치혼란으로 이어져 더 큰 정치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헬 조선’이라는 말은 공정성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는 말이다. 사회적 역동성이 떨어진 사회가 겪는 불안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근본적 해법은 시스템의 유연성과 개방성을 높여 경제성장을 이루고 사회적 활력을 높이는 일이다. 사회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사람들이 일하면서 자신의 소득을 높이는 것이 가능할 때 사회 불안은 줄어들게 마련이다.시스템의 경직성과 폐쇄성은 기득권 세력이 특권을 추구하면서 만들어진다. 주로 정치실패와 제도실패에 원인이 있다. 자유를 확대하기보다 보호와 간섭을 늘리는 정치의 폐해이며, 경쟁을 보호하기보다 기득권을 보호하는 제도의 폐해이기도 하다. 특권을 추구하고 기득권의 장벽이 높아진 사회의 경제적 역동성은 떨어진다.경제 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획득하기 위해 비생산적인 활동에 자원을 투입하면 사회적 낭비가 발생한다. 이를 지대추구비용이라고 한다. 그렇게 특권을 얻기 위해 사람들이 시간과 돈, 기술과 노력을 쓰게 되면 사회 전반에 가치있는 것이 생산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정치적 다툼이라는 제로섬 게임에 빠지게 된다.특권을 만들어 큰 편익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얻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인센티브를 갖게 된다. 단체를 이루고 집단활동을 통해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정치인들에게 표를 몰아주면서 대가를 바라기도 한다.특정 집단이 정치인과 정부를 설득하여 자기들만이 법적인 특권을 누릴 수 있도록 독점적 상태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특권추구 행위가 성공하게 되어 제도에 반영되게 되면 많은 편익이 일반 대중으로부터 특권 집단에게 상당부분 이전된다. 그 결과로 누군가는 경쟁할 자유를 빼앗기게 되며, 누군가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다. 소비자가 선택할 권한이 사라지고 좋은 것을 싸게 구입할 기회가 원천 봉쇄된다. 세금 부담자는 특권 계층을 위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소수의 특권 계층이 정치권력을 통해 법과 제도로 보호되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이득을 얻은 결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다는 뜻이다.사람들이 자발적 의사에 따라 거래할 때 서로 비용을 아끼고 만족이 커진다. 법과 제도로 강요된 거래는 기득권층에게는 유리하겠지만 기득권층이 얻는 이익에 비해 사회 전반에는 더 큰 비용이 발생한다.정치적 온정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복지를 넘어 경제적 약자를 위한다는 보호주의,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간섭주의, 정부의 권한 만을 키우는 관료주의, 자신의 기득권만을 우선시하는 노조와 상공인의 집단이기주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특권추구형 정치 방식은 위험하다. 자발성과 개방성을 바탕으로 하는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쌓이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이제 특권을 추구하고 기득권을 보호하는 정치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해답은 분명하다. 작은 정부와 자유로운 시장경제가 올바른 길이다.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2017-03-19 15:02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브릿지 칼럼] 인간관계와 상호성의 법칙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지난해 개봉한 영화 ‘밀정’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송강호)과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의 리더인 김우진(공유)간 암투와 회유를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의 대반전은 이정출의 변심이다. 정채산 역을 했던 이병헌의 다음과 같은 제안이 악질 일본경찰이었던 이정출의 마음을 변하게 만들었다. “이정출은 조선인이면서도 조선 독립군들을 밀고하여 높은 자리에 올라간 것인데 그래서 조선이라는 나라에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그 빚을 갚아야 되지 않을까요?” 1971년 심리학자인 리건(Regan)은 다음과 같은 실험했다. 실험은 두 가지 조건의 상황에서 실시됐다. 먼저 연구에 참여한 두 명은 같은 그림을 감상하고 평가하도록 요청했다. 처음 그림을 감상하러 온 피실험자에게는 따뜻한 원두커피를 주면서 그림을 감상하게 했고 두 번째 피실험자에게는 아무런 호의를 베풀지 않은 채 그림을 감상하게 했다. 실험이 끝나기 전 원두커피를 준 사람이 두 명의 사람에게 각각 다음과 같이 부탁했다. “학교에서 자선 모금을 위해 자선티켓을 팔고 있는데 가장 많이 판 사람에게 100만원의 상금을 줍니다. 자선티켓 가격이 5000원인데, 몇 장 사주지 않겠습니까?” 실험결과는 어땠을까? 실험결과 원두커피를 주며 작은 호의를 베풀었던 피실험자가 그렇지 않은 피실험자보다 2배나 많은 5장의 티켓을 구입했다. 상대를 빚지게 하면 더 많은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결과다.이러한 현상은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 가면 상품진열대 앞에 무료 샘플을 시식해보거나 사용해 본 경험이 많을 것이다. 음식을 시식하고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이런 경우 무료 샘플은 공짜로 제공되기 때문에 구매자를 빚지게 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판매자에게 심리적 빚을 지게 돼 이쑤시개만 남겨두고 유유히 자리를 떠나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감춰진 설득자들’의 저자인 패커드(Packard)에 의하면 한 슈퍼마켓 주인이 그의 가게 앞마당에 다양한 치즈를 진열해 놓고 손님들로 하여금 원하는 만큼 무료로 시식을 하게 했다. 그 결과 하루 동안 1000파운드의 치즈를 팔았다. 연구를 위해 설문지를 받고 싶은데 그냥 부탁하기 보다 설문지를 보낼 때 1000원의 지폐를 함께 넣어 보낼 때가 두 배나 높은 회수율을 보이는 것도 같은 논리다. 상대를 빚지게 해서 얻는 위력은 가히 대단하다 할 수 있다. 이를 ‘상호성의 법칙’이라고 한다. 상호성 법칙은 상대방을 일종의 빚진 상태로 만들어 놓아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도저히 거절할 수 없게 만들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갚지 않는 당신의 마음의 빚은 무엇인가? 순수한 사랑을 먼저 주고 선행도 먼저 실천하면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그것도 두세 배를 넘어 몇 배 이상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방법은 나와 상대를 모두 만족시키면서 지속적인 신뢰관계를 형성하게 만든다. 이제 당신은 심리적 부채를 안은 일본경찰로 살겠는가, 아니면 심리적 빚을 청산한 독립투사로 살겠는가?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17-03-16 14:54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칼럼] `인구 쓰나미`가 몰려온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한국 경제에 ‘인구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올해부터 줄기 시작한다. 저출산으로 인해 신생아 수가 40만명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내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는 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고령화 충격이 3년째 3%대 저성장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 경제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생산인구는 지난해 3763만 명을 피크로 감소 추세에 진입했다. 2020년부터는 연 30만 명씩 줄어 2065년에는 2062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5~49세 핵심생산인구가 생산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990년 37.6%에서 2013년 53.9%로 떨어졌고 2040년에는 36.9%까지 하락이 예상된다. 총인구 대비 생산인구 비율도 2015년 73.4%에서 2065년 47.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으로 떨어진다고 한다.생산현장의 노쇠화도 심각해 생산직 평균 연령이 48세를 넘어섰다. 신생아 수는 지난해 40만 6300만명으로 전년 대비 3만 2000명이 줄었다. 이르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30만명대로 하락한다. 합계출산율도 1.17명으로 OECD 평균 1.68명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정이다. 고령화도 가파르게 진행돼 내년에는 고령 사회,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2005년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법’ 제정 이후 80조원의 재원을 투입했지만 저출산·고령화의 충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생산인구 감소 문제는 보다 전향적인 이민정책과 여성의 경제활동 제고로 풀어야 한다. 2015년 기준 국내 외국인은 190만명으로 인구의 3.7%를 차지한다. OECD의 평균 이민자 비율이 13%에 달한다. 실리콘밸리 종사자의 37%가 이민자 출신이다. 2600만명 이민자가 미국 경제에 2조 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민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소중한 자산이라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혼 페널티’를 줄이고 가정친화적 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여성이 결혼 페널티를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일·가정 양립을 통해 여성의 경력 단절을 줄이고 출산 후 직장 복귀가 용이해야 출산율이 제고될 수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육아휴직을 확대하고 탄력적 근무시간제를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인식 때문이다. 북유럽 국가들이 70%대의 고용률을 보이는 것은 가정친화적 정책의 산물이다.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15년 49.6%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공적연금 등 노후 소득보장 체계를 갖춘 비율도 14%에 불과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고령화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2025년 성장률이 2%대로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중장년층을 성장 동력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 체계적 직업교육 기회를 제공해 베이비부머의 인생 이모작이 활성화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임금피크제 등을 통해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 기초연금 활성화, 노인일자리 제공 등 노인 소득지원 정책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밀려오는 인구 쓰나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7-03-15 16:28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알파고 충격 1년, 우리는 달라진 것이 없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알파고가 보이지 않는 흔적을 우리들 뇌리에 남기고 간 것이 벌써 1년 전이다. 영국에서 탄생한 알파고는 케임브리지대학 전산학과 출신 서너 명이 만들어냈을 정도로, 소프트웨어(SW)치고는 소규모 급이었다. 알파고를 스포츠카에 비유하자면 마치 현란한 네 바퀴와도 같고, 우리는 “저 바퀴 한번 멋지네!”하고 탄성을 질렀다. 네 바퀴를 그토록 멋지게 굴러가도록 만든 힘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그 원천은 미국, 구글의 소프트웨어(SW)였다. 그러면 알파고를 뭐라고 부르면 적절할까. 바로 응용SW, 쉽게는 ‘앱’이라는 이름으로 약칭된다. 구글의 SW는 앱 수준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즈(Windows) 급이다. 여기에 구글은 독자 개발한 강력한 데이터베이스(DB) 엔진 핵심SW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구글이 보유한 엔진SW를 놀이마당으로 삼고, 그 위에서 알파고라는 작은 앱이 신나게 돌아가 이세돌 9단을 제압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알파고 같은 수준의 응용SW를 만드는 데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알파고는 엄밀히 말하면 알고리즘이고, 이런 것을 개발해내는 데는 3~4개월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이 SW알고리즘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보여줄 수 없다. 딥마인드는 구글 엔진을 자유자재로 썼기에 알파고의 위력이 드러난 것이다. 돌이켜보면 영국은 훌륭한 응용SW 하나 애써 개발해 놓고 놀이마당, 즉 플랫폼이 없어 미국에 그 용용SW를 넘겨준 꼴이 됐다.그렇다면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한국형 알파고’ 같은 가시적 응용SW를 만들어 내는 일에 계속 혈안이 되게 할 것인가, 아니면 응용SW가 아닌 불가시적 플랫폼SW, 즉 엔진SW 수준에 도전할 것인가에 대해 이제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엔진SW를 자체개발하고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응용SW를 백날 개발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현대자동차가 자체 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한발 한발 발걸음을 떼며 멈추지 않았기에 오늘날의 현대 엔진이 나오지 않았는가. SW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자동차 껍데기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SW에서는 한국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정부는 철저히 방관자며, 알파고가 나온 지 1년 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 SW가 중요한 시대, ‘기업이 안 하겠다는데 난들 어쩌냐’는 식으로 지난 30년 간 혼자만 읊고 있는 까닭이다. 어느 시대건 기업 몫과 역할이 있고, 정부의 몫과 역할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엔진SW 개발은 정부의 몫이다. 기업으로 하여금 개발할 의지를 갖도록 제도와 법령을 제정하는데 머리를 짜낼 필요가 있다. 현 상황에선 설령 한국형 알파고를 만들어낸다 할지라도 반갑지 않다. 남 좋은 일만 하다 말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기차역이 복잡할 때, ‘어느 플랫폼으로 도착하느냐’고 묻곤 한다. ‘1번 플랫폼에서 만나자’고 대답한다. 그런데 서울역 1번 플랫폼이 미국 뉴욕에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기차가 무슨 수로 서울로 입장할 수 있겠는가. 플랫폼은 돈을 거둬들이는 수금 현장이다. 플랫폼은 임대용이 아니다. 한국형 하층부 플랫폼을 먼저 갖추기 전에는, 인공지능같은 상층부에 국가예산 수 천억 쏟아 부어봤자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SW경쟁력은 국산형 플랫폼 구비 전제조건 없이는 절대 갖출 수 없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2017-03-13 15:52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브릿지칼럼] 보험가입도 `커닝`하는 나라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자학과 교수. “남들은 보통 어떻게 해요?” 금융사 직원들이 소비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라고 한다. 사회초년생이든 오랫동안 금융거래를 한 사람이든 다른 사람들의 금융생활을 궁금해 한다. 최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보험소비자 설문조사’를 보면 이런 궁금증이 보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유추할 수 있다. 지난해 보험산업 전체 가구당 보험가입률은 96.3%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에서 1건 이상의 보험을 가입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남성과 여성, 새대별, 연령별로 보험 가입 방법이 다르다는 것이다.생명보험은 여성이 76.9%로 남성의 69.9%에 비해 보험가입률이 높은 반면 손해보험은 남성이 95.0%로 여성 66.5% 보다 훨씬 높다.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98.9%), 블루칼라(96.3%), 농·임·어업(96.2%), 은퇴자(91.7%), 주부(89.9%), 자영업(77.8%)순으로 자영업자의 보험가입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외 학력뿐만 아니라 결혼여부, 가구소득 등도 보험가입률에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음을 보여줬다.이제 보험은 위험에 대비해 가입한다는 교과서적 이유에서 재테크 수단으로 바뀌고 있는 점도 살펴볼 수 있다.생명보험은 위험보장을 위해 보험에 가입한다는 응답이 95.8%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노후자금 마련, 저축수단, 유산상속의 목적 순이다. 손해보험은 위험보장을 위해 보험에 가입한다는 응답이 95.6%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저축수단, 노후자금 마련, 투자수단 등의 이유로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다만 연금가입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연금가입률은 국민연금이 79.9%로 가장 높고 개인연금 21.5%, 퇴직연금 16.2%, 기타 공적연금 2.3% 순이다. 개인연금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는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아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61.8%로 제일 높았다.이 외 주택에 대한 상속개념이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택연금에 대한 가입 의향은 절반을 밑돌아 주택연금 가입 및 이용의향에 대해서는 향후 가입할 의향이 없다는 의견이 58.8%로 가장 높았다.이번 조사는 금융소비자들이 합리적인 보험생활을 하고 있는지 방향성도 볼 수 있는 지표다. 합리적인 보험 소비를 위해서는 남들이 아닌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과 생활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을 잘 드러낸 조사다.보험연구원에서 보는 보통사람들의 월 평균소득은 월 468만원이다. 이중 절반이 넘는 245만원을 소비에 쓰고 111만원을 저축이나 투자를 한다. 금융상품 중에는 적금이 35만원, 보장성보험이 21만원으로 비중이 큰 편이다.우리나라 은퇴전후세대 10명 중 7명은 은퇴 후 필요한 자금이 얼마인지 계산해본적이 없다고 한다. 은퇴는 단기간에 준비하기 어려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은퇴 전에 반드시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오래 사는 것이 위험이 아닌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장수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다. 합리적인 보험 소비를 점검해 보통사람들이 가입하는 보험이 아닌 나에게 맞는 보험을 갖춰야 한다.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자학과 교수

2017-03-12 14:50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자학과 교수

[브릿지칼럼] `불 같은 중국` 냉정히 대응하자

작년부터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골칫거리는 최순실 사태보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2016년 7월 이후 중국의 교묘한 경제 제재는 한류에도 악영향을 미쳐 그 동맥을 잃기 시작했다. 중국 대륙에서 K-팝 열풍은 차갑게 식어버렸고 드라마도 중국 안방에서 사라지더니 한류 스타들의 합작 프로젝트, 광고, 공연 등 각종 행사들이 급격히 줄었다. 중국 정부는 공식 제재 조치가 없었다고 발뺌하지만 당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중국 연예산업 관계자들은 민간 차원에서 공연취소, 출연정지, 광고모델계약 해지 등을 서슴없이 감행했다. 연예기획사에는 초비상이 걸렸으나 막상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의해 사드 배치 속도가 빨라지고 롯데가 제공한 사드 부지가 확정되면서 중국은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한류 보복은 더 악화됐다. 이제 한류 문화콘텐츠는 물론 관광, 스포츠분야까지 중국 정부 차원에서 한한령, 금한령이 내려진 것이다. 중국의 졸렬한 보복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과의 센카쿠 영토분쟁을 비롯해 필리핀, 베트남 등과 시비가 불거졌을 때에도 국제사회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제재를 가한 전례들이 있다. 그러나 일본은 결코 굴하지 않고 수년간 슬기롭게 대처했기 때문에 지금 중국에는 각종 일본산 제품이 휩쓸고 있고 일본에는 중국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일본의 냉정한 대응조치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결국 모든 위험관리의 핵심은 ‘포트폴리오’ 구축이다. 중국에 치중돼 있는 한류 수출 역량을 분산시켜 시장을 다각화하고 중국 의존도를 완화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국시장이 아무리 크다 한들 사드보복 같은 불측의 위험 변수가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다행히 한류는 7억 규모의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으니 한류 수출의 다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울러 결국 콘텐츠의 힘은 플랫폼 싸움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내수시장을 뒤돌아보면서 고품격 콘텐츠를 갖춘다면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에서 중국 소비자들에게 얼마든지 어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외교적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아직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민간에 대한 공산당의 지배력은 절대적이다. 민간차원에서 사드보복 사태의 실마리를 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 정부가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으로 정치적 변수와 관계없이 문화산업을 포함한 경제적 교류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보다 외교적으로 중국과 더 험악했던 일본이 위기를 극복했다면 우리도 해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 차원에서 정경분리를 위한 외교적 노력과 함께 문화산업의 내수시장을 다지고 한류 수출 루트를 다양화하면 언제든지 치사하게 나올 수 있는 중국에 대한 리스크를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인구 10억 대국답지 않게 그들은 너무도 치졸하게 이웃나라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럴수록 흥분하지 말고 더 위대하게 치밀하게 대처해야 한다. 대륙의 기질보다 더 위대하게 그리고 뜨거운 가슴보다 차가운 머리로 더 치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을지문덕과 대조영이 못 다 이룬 꿈, 이제는 우리 세대에서 위대하게 치밀하게 이루어야 한다.이재경 건국대교수/변호사

2017-03-09 16:23 이재경 건국대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높아진 주담대 문턱에 걸린 주택시장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대출은 그 크기도 위협이 되고 있지만,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미 한국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뇌관이 되었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지목되면서 대출 가이드라인 시행되고 있다.가계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90%, 처분가능소득 대비 16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보다 높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이러한 경계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특히, 분양시장 과열, 갭(GAP)투자 증가로 도마 위에 오른 집단대출은 뜨거운 감자였다. 집단대출의 제동은 금융시장 입장에서 필요한 수단이지만, 주택시장 입장에서는 아파트 분양이 쌓이면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가계대출대비 40%초반, GDP 대비 35%내외로 OECD 평균보다 낮고 연체율이 1% 이내인 상황으로 가계신용대출이나 기업대출에 비해 위험한 수준이 아니다.그럼에도 집단대출 가이드라인이 적용됐다. 다행히 대출가이드라인 시행에 따라 6개 은행의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증가세가 둔화되고 잔액이 줄어들면서 정책목표를 충족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모든 정책에는 ‘부메랑 효과’가 있다.우선, 6개 은행 주택담보대출, 특히 집단대출은 감소한데 반해 신용대출은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가계는 가이드라인의 풍선효과로 제2금융 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게 되면서 오히려 더 비싸게 은행돈을 이용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즉, 대출가이드라인에 의해 대출을 받을 수 없거나 대출한도액이 줄면서 총량적 가계대출은 감소시킨다. 하지만, 가계의 대출 질은 오히려 떨어질 우려가 있다.주택시장의 부메랑 효과는 금융시장보다 더 크다. 올해 들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특히 집단대출이 약 5000억원 감소한 것은 대출 대상 감소의 영향이 크다. 대출가이드라인의 영향으로 수요자는 청약하기보다 관망하고, 공급자는 분양시기를 연기함으로 대출수요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이다.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로 인해 대출총량은 감소했지만, 분양물량 쏠림, 미분양 등의 주택시장 리스크는 확대되고 있다. 미분양물량이 쌓이면서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오히려 주택담보대출 가계는 더 힘들게 된다. 이미 미분양 가구는 점점 증가해 어느덧 5만9000가구에 달한다.즉, 가계부채 증가보다 대출제약에 따른 리스크가 더 크며, 소득 대비 대출 부담이 큰 한계가구는 더 빠르게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대출심사 강화의 부작용으로 공급과 수요시장 전반이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도심과 재개발 등 특정 상품의 거래와 가격 상승을 제외하고는 매매시장이 멈춰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으로 가계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과 비주택담보대출의 구분 관리, 향후 2~3년간 입주물량 증가에 따른 수분양자 입주지원 상품 출시, 대출 한계가구에 대한 대체 상품출시 등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금융 상품 및 관리가 필요하다.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17-03-08 15:12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브릿지 칼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세금

송수영 한국금융공학회장(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교수)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을 보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쓰여 있다. 먼저 공화국의 어원은 라틴어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에서 나온 것인데 커먼 웰스(Common Wealth)와 같은 의미다. 공적인 존재 혹은 공공재라는 뜻이며 국가라는 체제의 소유권이 그 구성원들에게 동등하게 귀속되어 있음을 의미한다.민주주의는 국가가 권력을 행사하는 체계와 제도를 말한다. 동등한 투표권을 가진 시민들이 권리행사를 독립적이고 자발적으로 행사하고 과반 이상의 다수의견으로 형성된 제도의 지배적인 지위를 허용한다.권력 행사의 운영 주체가 되는 정부 기관을 구성함에 있어서 시민들은 동등한 권력을 갖거나 혹은 제한적인 시민들에게 동등한 투표권을 부여하는 제도다.민주주의 운영 방법에서 직접민주주의와 간접민주주의는 차이를 보인다. 공동선을 추구하는 목적은 같다. 다만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허용하는 것이 공동선을 추구하는 목표 지향의 유리한 정도에 따라서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가 차이를 보인다.요즘 여러 경제 사건들을 보면 시장경제를 잘못 이해하거나 고의적인 왜곡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시대적인 맥락을 무시한다. 무조건적인 개인의 자유 허용이 최적의 자원배분과 사회복리 증진에 최선의 결과를 가져 온다는 이론에 대한 맹신이다. 경제 원칙이 아니라 왜곡된 이데올로기를 주창하고 경제정책과 국가 운영에 반영한 것이다.법인은 시민이 아니며 민주주의를 행사할 권한을 갖지 못한다. 그런데도 법인을 하나의 시민인격체처럼 자유민주주의의 권리 행사자로 둔갑시킨다. 투표권이 없는 대신 개인 소득세보다 세금도 덜 내고 병역 의무도 없으며 부도가 나도 법적 회생 절차의 보호를 받는다.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를 결성해 돈을 주고 시민을 매수해 민주주의를 훼손한다. 구제 금융을 받아서 회생되더라도 손실은 사회와 공유하고 이익은 사유하는 혜택을 누린다.또 상속을 통해 물려받은 자산을 바탕으로 법인을 좌지우지하는 개인이 법인의 이런 혜택을 누리고 의무는 면탈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과거 중세 유럽의 왕실 귀족들은 유태인들을 궁정관리인(Court Jew)으로 이용하면서 그들의 재산 상속을 금지했다.중세 가톨릭은 이자금지법을 피하기 위해 이교도인 유태인들을 재산관리인으로 이용했다. 그들이 자신의 재산을 가질 경우 발생할 유혹을 차단한 것이다. 그래서 유태인들이 후손에게 물려 줄 수 있는 것은 재산관리기법(금융)으로 제대로 아는 전문가로 키워야만 했다. 그런 능력이 안 되는 자녀는 금은세공기법을 연마하게 했다.현재 한국정부는 소비위축과 인구성장 정체로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이런 환경이 지속되면서 총수요 부족이 심각한 위협요인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등 노동 대체로 인한 실업이 증가하고 있다. 모든 시민이 부담하는 부가세의 증가는 총수요 위축을 가져온다. 그러나 상속세(Estate Tax)는 총수요를 줄이지 않으면서 세수를 확보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사회 안전망을 유지 확장하기 위한 예산의 원천으로 적합하다.송수영 한국금융공학회장(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교수)

2017-03-06 16:14 송수영 한국금융공학회장(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