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인간관계와 상호성의 법칙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입력일 2017-03-16 14:54 수정일 2017-03-16 15:54 발행일 2017-03-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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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지난해 개봉한 영화 ‘밀정’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송강호)과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의 리더인 김우진(공유)간 암투와 회유를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의 대반전은 이정출의 변심이다. 정채산 역을 했던 이병헌의 다음과 같은 제안이 악질 일본경찰이었던 이정출의 마음을 변하게 만들었다. “이정출은 조선인이면서도 조선 독립군들을 밀고하여 높은 자리에 올라간 것인데 그래서 조선이라는 나라에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그 빚을 갚아야 되지 않을까요?”

1971년 심리학자인 리건(Regan)은 다음과 같은 실험했다. 실험은 두 가지 조건의 상황에서 실시됐다. 먼저 연구에 참여한 두 명은 같은 그림을 감상하고 평가하도록 요청했다. 처음 그림을 감상하러 온 피실험자에게는 따뜻한 원두커피를 주면서 그림을 감상하게 했고 두 번째 피실험자에게는 아무런 호의를 베풀지 않은 채 그림을 감상하게 했다. 실험이 끝나기 전 원두커피를 준 사람이 두 명의 사람에게 각각 다음과 같이 부탁했다. “학교에서 자선 모금을 위해 자선티켓을 팔고 있는데 가장 많이 판 사람에게 100만원의 상금을 줍니다. 자선티켓 가격이 5000원인데, 몇 장 사주지 않겠습니까?” 실험결과는 어땠을까? 실험결과 원두커피를 주며 작은 호의를 베풀었던 피실험자가 그렇지 않은 피실험자보다 2배나 많은 5장의 티켓을 구입했다. 상대를 빚지게 하면 더 많은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결과다.

이러한 현상은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 가면 상품진열대 앞에 무료 샘플을 시식해보거나 사용해 본 경험이 많을 것이다. 음식을 시식하고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이런 경우 무료 샘플은 공짜로 제공되기 때문에 구매자를 빚지게 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판매자에게 심리적 빚을 지게 돼 이쑤시개만 남겨두고 유유히 자리를 떠나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감춰진 설득자들’의 저자인 패커드(Packard)에 의하면 한 슈퍼마켓 주인이 그의 가게 앞마당에 다양한 치즈를 진열해 놓고 손님들로 하여금 원하는 만큼 무료로 시식을 하게 했다. 그 결과 하루 동안 1000파운드의 치즈를 팔았다. 연구를 위해 설문지를 받고 싶은데 그냥 부탁하기 보다 설문지를 보낼 때 1000원의 지폐를 함께 넣어 보낼 때가 두 배나 높은 회수율을 보이는 것도 같은 논리다. 상대를 빚지게 해서 얻는 위력은 가히 대단하다 할 수 있다. 이를 ‘상호성의 법칙’이라고 한다. 상호성 법칙은 상대방을 일종의 빚진 상태로 만들어 놓아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도저히 거절할 수 없게 만들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갚지 않는 당신의 마음의 빚은 무엇인가? 순수한 사랑을 먼저 주고 선행도 먼저 실천하면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그것도 두세 배를 넘어 몇 배 이상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방법은 나와 상대를 모두 만족시키면서 지속적인 신뢰관계를 형성하게 만든다. 이제 당신은 심리적 부채를 안은 일본경찰로 살겠는가, 아니면 심리적 빚을 청산한 독립투사로 살겠는가?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