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몸통론: 중국에 대한 사드 해법

현경병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입력일 2017-03-24 13:00 수정일 2017-03-28 13:52 발행일 2017-03-1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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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병
현경병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지난 2016년 7월 한국과 미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를 발표한 이후 국내외의 뜨거운 쟁점이 되어 있다. 특히 지난 2017년 3월 사드 포대의 장비가 반입되어 빠르면 4월까지 배치가 완료될 듯 하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던 국면을 넘어선 보복조치와 한한령을 넘어선 금한령까지 성행하면서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다.

그러나 우리의 안보적인 선택이기에 주변국에 대한 단호한 원칙과 대응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단기적이고 부분적인 관광산업, 한류, 중국 진출 기업들의 어려움 등을 걱정하기보다 우리 중심의 장기적인 접근에 주목하고 충실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우리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지리전략적인 사고와 운신이 확고해야 한다. 조선 때의 해동(海東)이나 동방(東方·東邦)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중국이 우리의 서쪽에 있는 나라로서 풀어나가야 맞다. 한국경제의 안정성과 확장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생각하고 기존의 동쪽에 있는 일본은 물론이고 남쪽의 동남아시아와 북쪽의 러시아로 진출을 강화해야 한다. 세상은 넓다. 인도, 중남미, 아프리카 등지로도 더 치열하게 나가 중국을 대체해야 한다.

이 참에 중국에게도 한국에 대한 새로운 가치와 필요성을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 중국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전략적 이웃국가로 대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2016년 기준으로 중국의 교역에서 수입 1위 국은 한국이다.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1위국도 한국이다. 중국으로 유학 오는 학생 수 1위 국도 한국이다. 중국인을 가장 많이 고용하고 있는 외국기업들의 본국이 한국이다.

세계의 공장이라 자처하는 중국 제조업에 필요한 부품 중 무려 45%를 수입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중국인 사이에서 가장 사랑받는 영화나 드라마 제작국이 한국이기도 하다. 중국의 수출 대상국으로 미국, 일본에 이은 3위 국이기도 하다. 사실 대중국 투자에서 1992년 수교 이후 지금까지 최대 투자국 1위 또는 2,3위를 하며 중국의 개혁·개방과 산업화의 성공에 엄청난 이바지를 한 나라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몸통론이 중요하다. 고래인 중국과 일본 사이의 새우라거나 가운데 끼인 샌드위치 신세라는 자기비하는 반시대적이고 비현실적이다. 중국의 변방이 되어 허둥거리거나 휘둘려서도 안 된다. 세계 11위이자 아시아 4위의 경제국가, 전 세계에서 30개국 정도 되는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루어낸 선진국, 대학진학율이 세계 1위인 교육국가, 특허 5대 강국(G5)으로 연구개발비(R&D)에서 세계 6위이자 GDP 대비 1위로 최선두권을 달리는 과학기술국가, 세계인의 사랑을 두루 받는 한류, 세계 5~7위권의 스포츠강국,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를 목전에 둔 관광국가, 군사력에서 독자전력 세계 7~10위 수준에다 한미 연합전력은 2~3위권인 나라가 한국이다.

이런 마당에 우리가 몸통이라는 인식 아래 힘을 더 키워 오른쪽 날개인 일본과 더불어 왼쪽 날개인 중국을 활용하여 양 날개 삼아 힘차게 날아올라야 한다. 덤으로는 이번에 대국적으로 의연하게 대처함으로써 미국과 일본에게조차 지구촌의 중요국으로서 몸통론을 인정받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현경병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