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도로공사의 '갑질' 두고만 볼 건가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입력일 2017-04-02 15:35 수정일 2017-04-02 15:36 발행일 2017-04-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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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석유시장의 양대 축인 석유유통협회와 주유소협회는 지난 16일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앞에서 ‘고속도로 주유소에 대한 갑질 횡포’를 비난하는 항의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양 협회 회원 50여 명이 참석해 “도로공사는 본업을 도외시하고 민간 석유유통사업에 개입해 정상적인 석유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영세 주유소를 다 죽이는 고속도로 주유소 판매가격 부당개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도로공사는 2014년부터 공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 고속도로 주유소 경영에 부당하게 개입하며 공정한 시장경쟁을 저해해 왔다. 고속도로 주유소 운영자들은 통상 5년 단위로 도로공사와 운영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그런데 공사가 이를 볼모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영업 수익마저 포기하고 기름을 판매하도록 강요하며, 주유소 운영자들을 사실상 사지로 내몰아 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로 인해 고속도로 주유소 인근 지역에 위치한 영세 자영주유소들이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연쇄적으로 도태돼 왔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갑질 횡포’, ‘골목상권 침해’ 등이 우리 사회의 문제로 지적된 상황에서, 정부 출자 기관인 공사마저 갑질 횡포에 나선다면 힘없는 자영업자들이 설 땅이 어디있겠는가? 공권력에 버금가는 지위를 남용해 판매가격에 개입하고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는 것은 공기업의 전형적인 갑질 횡포이자, 불공정 거래행위이며 시장경쟁 중립성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공사가 고속도로 이용 고객들의 후생을 위해 기름 값을 낮추도록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이다. 그러나 그 방법이 시장경제의 원리에 맞지 않게 부당해서가 문제인 것이다. 공사는 위탁운영 재계약 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유소 평가지표에 ‘유류 저가판매 부분’의 비중을 40%로 두어 경쟁을 시켜왔다. 도로공사는 주유소 평가지표에서 이 부분을 없애거나 대폭 낮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속도로 주유소 운영자들은 물론 국도변 주유소, 심지어는 전체 석유시장의 왜곡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의 석유시장은 완전히 개방돼 있으며 100% 완전경쟁 시장이다. 만약 국내 석유시장이 수익성이 있는 시장이라면 메이저인 엑슨모빌이나 로열더치쉘 등이 한국에 진출하지 않을 리 없다. 메이저들도 들어오길 꺼려하는 완전경쟁 시장에서 공권력을 동원해 자영업자들을 다 죽이는 정책은 공기업이 결코 할 일도, 자랑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럼에도 도로공사는 기름을 싸게 판다며 고속도로 이용고객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또 이 부분의 성과를 내세워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옛 말에 죽어나는 것은 조조 군사라는 말이 있다. 도로공사의 갑질 횡포로 죽어나는 것은 공사와 소비자 사이에 끼인 주유소 운영자들뿐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출혈경쟁에서 밀려난 영세 주유소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짜석유를 유통시킬 우려가 높다고 염려한다. 이러한 부작용의 피해는 결국 국민경제와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될 수밖에 없다.

고삐 풀린 도로공사의 고속도로 주유소에 대한 갑질 황포와 경영간섭을 중단시키기 위해서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즉각 나서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