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보험가입도 `커닝`하는 나라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자학과 교수
입력일 2017-03-12 14:50 수정일 2017-03-12 16:01 발행일 2017-03-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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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자학과 교수.

 “남들은 보통 어떻게 해요?” 금융사 직원들이 소비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라고 한다. 사회초년생이든 오랫동안 금융거래를 한 사람이든 다른 사람들의 금융생활을 궁금해 한다. 최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보험소비자 설문조사’를 보면 이런 궁금증이 보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유추할 수 있다. 

지난해 보험산업 전체 가구당 보험가입률은 96.3%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에서 1건 이상의 보험을 가입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남성과 여성, 새대별, 연령별로 보험 가입 방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생명보험은 여성이 76.9%로 남성의 69.9%에 비해 보험가입률이 높은 반면 손해보험은 남성이 95.0%로 여성 66.5% 보다 훨씬 높다.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98.9%), 블루칼라(96.3%), 농·임·어업(96.2%), 은퇴자(91.7%), 주부(89.9%), 자영업(77.8%)순으로 자영업자의 보험가입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외 학력뿐만 아니라 결혼여부, 가구소득 등도 보험가입률에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제 보험은 위험에 대비해 가입한다는 교과서적 이유에서 재테크 수단으로 바뀌고 있는 점도 살펴볼 수 있다.

생명보험은 위험보장을 위해 보험에 가입한다는 응답이 95.8%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노후자금 마련, 저축수단, 유산상속의 목적 순이다. 손해보험은 위험보장을 위해 보험에 가입한다는 응답이 95.6%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저축수단, 노후자금 마련, 투자수단 등의 이유로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만 연금가입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연금가입률은 국민연금이 79.9%로 가장 높고 개인연금 21.5%, 퇴직연금 16.2%, 기타 공적연금 2.3% 순이다. 개인연금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는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아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61.8%로 제일 높았다.

이 외 주택에 대한 상속개념이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택연금에 대한 가입 의향은 절반을 밑돌아 주택연금 가입 및 이용의향에 대해서는 향후 가입할 의향이 없다는 의견이 58.8%로 가장 높았다.

이번 조사는 금융소비자들이 합리적인 보험생활을 하고 있는지 방향성도 볼 수 있는 지표다. 합리적인 보험 소비를 위해서는 남들이 아닌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과 생활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을 잘 드러낸 조사다.

보험연구원에서 보는 보통사람들의 월 평균소득은 월 468만원이다. 이중 절반이 넘는 245만원을 소비에 쓰고 111만원을 저축이나 투자를 한다. 금융상품 중에는 적금이 35만원, 보장성보험이 21만원으로 비중이 큰 편이다.

우리나라 은퇴전후세대 10명 중 7명은 은퇴 후 필요한 자금이 얼마인지 계산해본적이 없다고 한다. 은퇴는 단기간에 준비하기 어려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은퇴 전에 반드시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오래 사는 것이 위험이 아닌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장수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다. 합리적인 보험 소비를 점검해 보통사람들이 가입하는 보험이 아닌 나에게 맞는 보험을 갖춰야 한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