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브릿지칼럼

[브릿지칼럼] 노선배의 가르침 ‘엇박자도 귀에 담아라’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설날을 앞두고 옛 직장 동료들과 모임을 가졌다. 50대부터 70대까지 여덟 명의 멤버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졌거나 각 분야에서 중량감 있게 일 해오다 은퇴했다. 고향도 다르고, 출신학교도 다르지만 석 달에 한번씩, 32년 동안 저녁 모임을 지속해 온 것은 직장이란 한 울타리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인연 때문이다. 만남의 연락은 쉰 살이 넘은 막내들 몫이다. 매 번 적극적으로 연락하지 않았다면 아마 칠순 선배는 남이 되었을 것이다. 만나면 즐거웠다. 가정사도 늘어놓고, 때로는 대선배에게 어기장도 부렸다. 다 받아주었다.그러나 매년 1, 2월에는 백수가 하나씩 는다. 이제 현역 월급쟁이는 달랑 둘만 남았다. 60~70대의 선배들은 현역들에게 경제 환경을 묻느라 신입사원의 눈빛이었지만, 최근 일손을 놓은 그 옛날의 과장님들은 맥 빠진 얼굴이었다.지난해만 해도 저녁 식사비용 일체를 서로 내겠다고 나섰는데 어쩐지 불안했다. 후배들은 혹시라도 마음이 상할까봐 말을 섞으면서도 조심하는 눈치였다. 이렇게 현역과 퇴역의 차이는 마음 씀씀이부터 달랐다.소주 몇 순배가 돌아가자 일행은 과거 속으로 몰입됐다.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건 잊지 못할 사건의 공회전 때문이었다. 정말, 안타깝고, 황당한 일이었다.1985년 2월 21일, ‘국제그룹 공중분해.’ 그것이 멤버들의 기억 속을 맴도는 것이다. 가슴에 응어리지고 오랜 세월이 흘러도 망각되지 않는 아픔. 전 국제그룹 임직원들은 그때 일을 상기하면 거품을 문다. 이구동성으로 “죽일 놈들”이란 말을 거칠게 내 뱉는다.직장을 천직으로 알고,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했었다. 열사의 땅 사우디의 사막 한 복판에서, 아프리카의 정글과 오지에서, 백호주의가 만연한 호주의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현장에서, 가족과 떨어져 온 몸을 불사르며 청춘을 바쳤었다. 그런 직장이 권력에 의해 한 순간에 공중분해되다니. 정말이지 일방통행식의 기업 해체는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최근 ‘최순실게이트’에 연루된 대기업들이 정치권과 검찰, 그리고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을 보노라면 혹시라도 ‘제2의 국제그룹’이 나오지 않을까 조마조마 하기만 하다.아무튼, 그때의 일은 세월의 흐름에 묻혀져 갔고, 각자도생으로 살길을 찾아야만 했다. 조금 잘 나가는 멤버들은 설날과 추석 명절 때면 멋쩍지만 조그마한 과일 상자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난, 아직도 여러분들과 같이 일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내 나이가 칠순 한복판인데 후배님들을 보면 미안해. 앞으론 자주 못 나올 것 같아….”일명 ‘보스’라는 닉네임을 붙일 정도로 저돌적이고, 물불 안 가리며, 해외 곳곳을 헤집고 다녔던 노년의 대선배의 한 마디가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었다.“이젠 나서서 말하기 보다는 주로 들어주고 마무리만 해주는 것이 우리 몫이야.”“후배님들도 그렇게 살아야 해.” 노선배의 말이 상사와 부하직원들간의 바람직한 처세의 알림으로 다가왔다. 내게도 분명 내 생각을 너무 앞세우다 소통의 맥을 놓쳤던 일들이 많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땐 남의 말이 분명히 엇박자로 들렸으리라. 누군가에게는 엇박자가 더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했었을 것이다.흉흉한 민심에 더욱 팍팍해진 ‘인생살이’지만 “선배님,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입니다. 새핸 더욱 힘내십시오”라는 덕담으로 설날 아침을 열고 싶다.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2017-01-26 09:06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브릿지 칼럼] 속도위반

최규연 순천향대학교 산부인과 교수얼마 전 여러 장의 속도위반 과태료 고지서를 받아보고 남편한테 한참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시내에서 100㎞로 달리다니 제정신이냐, 그러다가 사고 나겠다. 운전 좀 천천히 하지”. 걱정 반, 핀잔 반 설교가 이어졌다.“도대체 내가 언제 속도위반을 했지? 그럴 리가 없는데….” 교통법규를 철저히 지키며 운전한다고 자부하던 터에 세장의 속도위반 과태료에 적힌 과속 내용과 과태료를 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지서의 사진에 찍힌 차번호는 내 차번호가 틀림 없었다. 과속 시간과 장소를 확인해 보니 세장 모두 새벽 시간대였고, 장소는 병원과 집 출퇴근 경로였다. 새벽 1시, 2시, 5시 경이었다. 최근 거의 매일 병원에서 콜 받고 분만과 수술을 했던 기억이 나면서 자다가 깨서 급하게 나간 기억이 났다.어제도 새벽에 텅 빈 시내를 달리면서 잠깐 멍한 사이 과속을 하고 있기에 얼른 정신을 차린다. 만약 사고가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본다. 나를 기다리는 산모에게도 미안하지만 본능적으로 나 자신에게 가장 큰 해가 된다는 생각에 얼른 시속 60㎞에 맞춘다.문제는 집에 도착해서다. 예전에는 한밤중에 불려나갔다 와도 취침에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콜 받고 병원에 갔다 오면 다시 잠들기가 힘들다. 다음날 출근을 위해 자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은 더욱 또렷해지면서 뒤척이다가 먼동이 트는 것을 보고 출근 준비를 서두른다.산업안전보건법령에 따르면 야간 근로자는 특수건강검진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야간근로자의 대상은 6개월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의 계속되는 작업을 월 평균 4회 이상 수행하는 경우다. 여러 연구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야간근로는 사망률을 높이고, 종양 발생으로 인한 사망률도 2.8배 증가시킨다.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근무가 질병을 일으키는 기전은 다양하지만 생체리듬의 불일치와 사회적 시간적 패턴 파괴 및 행동변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나는 야간근로자는 아니지만 업무 특성 상 한번 병원에 나가면 최소 1시간, 길게 3~4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야간 근로자와 별 차이가 없다.야간 당직은 피할 수 없는 구조다. 이틀에 한번이든 사흘에 한번이든 당직은 말 그대로 24시간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상태다. 24시간 켜진 핸드폰은 언제든지 주변에 있어야 한다. 병원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놓치지 않으려면 말이다. 지방이나 외부 출장 중이어도 내가 외래에서 진찰한 산모의 분만을 당직과 상관없이 하게 되면 말 그대로 매일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가끔은 푸념섞인 불평을 하게 된다. 새벽 골든타임에는 분만을 받지 않아도 되는 법이라고 있으면 하고 말이다. 물론 당직 전공의 선생님이 받을 수도 있지만 오랜 습관처럼 되어버린 원칙에 따라 내가 외래에서 보던 산모의 분만은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라면 내가 꼭 받아야 한다는 신념이 피곤함보다 우선이 되어 버린다.오늘도 퇴근하면서 전공의들에게 부탁을 한다. 오늘밤은 부르지 말고 모두 잘 자자고! 혹시라도 산모가 있더라도 분만 시간 급하지 않게, 속도위반하지 않게 여유 있게 전화하라고 신신당부하고 퇴근한다.최규연 순천향대학교 산부인과 교수

2017-01-25 16:07 최규연 순천향대학교 산부인과 교수

[브릿지 칼럼] 역설적인 지도자의 십계명

이해익 경영컨설턴트‘아라비안 노래꼬리치레’(arabian babbler)는 무리를 지어 집단생활을 하는 야생 조류다. 식사를 즐기는 무리들을 위해 우수한 녀석들은 나무꼭대기에 앉아서 망을 본다. 그러다가 포식자가 출현하면 경고음을 낸다. 사실 이러한 희생적인 행동들은 그 개체의 생존면에서는 미친 짓이다. 그런데도 그 새들은 보초역할을 더 오래 하려 경쟁을 한다. 이스라엘 행동생태학자인 아모츠 자하비(Amotz Zahavi)는 이런 무모한 행위는 그만한 위험도 무릅쓸 수 있을 정도의 탁월한 능력과 의향이 있음을 과시하는 신호라는 것이다. 실제로 보초를 더 오래서고 위험을 무릅쓸수록 집단내에서 지위와 짝짓기 서열이 올라간다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이다.이른바 ‘경쟁적 이타주의(competitive altruism)’다. 인간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최순실게이트에 대한 촛불민심의 DNA는 무엇인가? 이것도 희생과 헌신이란 이타성은 전혀 교육받지도 생각은 물론 경험조차 없는 이들의 ‘권력 탈선 누림’에 대한 저항의 함성이 아니겠는가. 말하자면 리더십의 붕괴사건인 것이다.바야흐로 선출위임된 지도자가 없는 탄핵정국과 불안한 대행체제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이틈을 노려 노회한 기회주의자인 다선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판을 흔들어 기득권을 확장하기 위해 촛불민심을 개헌론으로 떡칠하고 있다. 개헌은 정상적인 정부에서 정상적인 절차와 시간을 거쳐 이뤄져야 한다. 혼란한 틈에 1987년처럼 후다닥 해치워서는 또 정치게임의 대상이 된다.본질적으로 희생과 헌신은 말처럼 녹록지 않다. 군사독재나 재벌의 황제경영에 저항했던 사람들의 족적이 희생이지 힘에 빌붙어 승승장구한 기회주의자들의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1997년 선종한 테레사 수녀의 거칠고 주름진 얼굴과 손을 떠 올려보라. 작년에 드디어 공식적으로 ‘빈자의 성녀’에 추앙되었다. 테레사 수녀는 체험을 통해 밝힌 리더십 십계명을 유언처럼 남겼다. 한국인들은 성녀의 리더십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지도자를 뽑는 혜안을 지녔으면 좋겠다. 능력보다 마음보를 봐 달라는 것이다.역설적인 지도자의 십계명1.세상사람들은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을 사랑하라.2.당신이 선행을 하면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행을 하라.3.당신이 성공하면 그릇된 친구나 원수가 생길지 모른다. 그러나 성공하라.4.오늘 좋은 일을 해도 내일이면 허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일을 하라.5.정직하고 솔직하면 불이익을 당하거나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직하라.6.대의를 품은 이가 졸장부에게 의해 넘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크게 생각하라.7.사람들은 약자를 선호하면서도 실상 강자만을 따른다. 그러나 소수의 약자를 위해 싸워라.8.오랫동안 공들여 쌓아 올린 탑이 무너질 수 있다. 그러나 탑을 쌓아라.9.도움을 주고도 공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도움을 주라.10.당신이 가진 가장 좋은 것을 세상에 주고도 발로 차일 수 있다. 그러나 최선의 것을 세상에 줘라.이해익 경영컨설턴트

2017-01-23 15:35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불효사회'에서 살아남는 법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제1차 베이비부머(1955~63년생, 700만명)의 대량은퇴가 2020년 이후 본격화된다. 정년연장(65세)의 수혜도 2020년이면 끝난다. 그 다음은 고령근로·황혼갈등·빈곤노인·간병공포 등 팍팍하고 암울한 문제가 기다린다. 아쉽게도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불로장생을 즐길 여유가 없다. 장수는 고단한 삶의 연장일 뿐이다.고령불행은 현대사회의 제도적 병폐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일할 체력과 의지만 있다면 은퇴란 없었다. 은퇴해도 노후생활은 가족이 해결해줬다. 은퇴이후의 역할도 있었다. 대가족체제의 어른답게 상당한 권리·역할을 행사했다. 그러나 현대화와 산업화, 도시화가 이 시스템을 무너뜨렸다. ‘고령=잉여’로 전락하며 연령차별이 본격화됐다. 은퇴집단을 살펴줬던 상호의존적인 보호망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이제 고령불행을 저지할 유일한 안전지대는 국가의 복지시스템 외에는 남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의 복지시스템은 빈틈이 꽤 크다. 형식적으로는 공적보험, 사회서비스, 공적부조 등 3대 복지제도를 다 갖췄지만 수급조건과 대상, 금액 등 여러 면에서 상당히 성글어 노구를 의탁하긴 힘들다.통계를 봐도 노후소득원의 유력 루트는 근로소득(월급)과 사적이전(용돈)으로 귀결된다. 결국 월급과 용돈을 빼면 한국노인의 은퇴생활은 불가능해진다. 노후 소득의 40~70%를 담당하는 공적연금에 10~30%를 보충해주는 기업연금까지 있어 ‘노후생활=연금소득’인 서구선진국에 비해 굉장히 초라하다. 서구사회의 용돈비중은 1% 이하인 반면 한국은 93%가 용돈 의존적(2005년 노인실태조사)이다. 결국 ‘효도의지’가 강력한 믿음직한 자녀가 없다면 노후빈곤은 피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다. 하지만 자녀들의 미래도 이미 충분히 날카로운 가시밭길이다. ‘인플레→디플레’의 시대변화는 자녀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도와주고 싶지만 도와주기 힘든 복합불황 앞에 좌절은 일상적이다.그래서 장수시대는 불효사회다. 불효를 강권한다. 맥락에 대한 분석 없는 일방적 효행 강조는 부모·자녀 모두를 힘들게 한다. 제 살 길도 막막한데 부모노후마저 챙겨달라고 요구하긴 힘들다. 자녀세대는 출발선부터 지쳐 나가떨어진다. 연애·결혼·출산을 연기·포기하는 청년세대의 등장은 자녀세대 스스로 선택한 최후의 생존카드일지 모른다. 삶이 팍팍하니 꿈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본능조차 거스르며 축소·고립적인 삶을 걷는다. 이들에게 부모봉양을 강요할 수는 없다.부모마음도 그렇다. 내리사랑의 본능을 보건대 노후봉양을 요구할 부모는 많지않다. 거꾸로 빈곤핍박의 고통을 알기에 있는 돈 없는 돈 다 긁어모아 자녀에게 물려주고픈 게 인지상정이다. 지난 대선 때 50대가 집단적 보수경향을 보인 것도 실은 최후의 자산인 부동산을 지키려는 의지였을 터다. 이것마저 놓치면 본인은 물론 자녀미래도 힘들다는 점을 동물적으로 체감한 결과다. 용돈의존은 지금까지는 몰라도 앞으로는 안 통한다. 노후안전망으로서 자녀보험은 사라졌다. 힘들지만 하산비용은 스스로 마련하는 게 좋다. 이제라도 스스로 노후소득원을 다양화하는 데 나서거나, 그도 아니면 복지시스템 구축에 적극적인 정당과 정치인에게 투표라도 하자.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7-01-22 14:55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모터쇼의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겸 자동차연구소 소장올 초부터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된 전시회는 바로 미국 라스베가스 세계 가전전시회인 CES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가전제품 전시회에 자동차가 전시되기 시작하여 작년에는 약 30%가 자동차일 만큼 자동차의 전시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주인공인 가전제품을 밀어내고 세계 이슈가 된 부분도 바로 자율주행차이다.내연기관차의 경우도 전기전자부품이 약 30%에 이르고 향후 수년 내에 40% 이상으로 확대된다. 여기에 자율주행에 대한 개발과 적용이 보편화되면서 향후에는 센서, 카메라, 디스플레이는 물론 각종 반도체와 이를 움직이는 알고리즘까지 고부가가치가 모두 자동차로 몰린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모두 자동차로 몰린다고 할 수 있다. 국내 굴지의 전자업체인 LG전자가 차량사업부를 출범함지 6년째에 이르고 이미 2조원이상의 자동차 전자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작년에도 삼성전자의 전장사업부 출범이나 미국 하만 인수 등 삼성전자도 점차 자동차 분야로의 가속도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최근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선보이는 전시회의 개념도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자동차가 이제는 완전한 융합개념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정체성이 모호하고 새로운 개념이 추가되면서 주도권도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메이커가 주인공이 아니라 구굴이나 애플, 우버 등의 기업이나 완전히 다른 영역에서 역할을 하던 기업이 주인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은 향후 더욱 가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이번 CES 전시회의 경우도 주인공이 자율주행차로 몰리면서 세계적인 CEO가 CES 전시회로 몰렸고 1주일 뒤에 개최된 북미오토쇼인 디트로이트 모터쇼의 색깔이 애매모호해지는 수난도 겪기 시작했다. 세계 5대 모터쇼는 디트로이트 모터쇼, 도쿄모터쇼, 파리모터쇼, 제네바 모터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이다. 이미 도쿄모터쇼는 규모나 색깔이 엷어지면서 중국 북경모터쇼나 상해모터쇼로 바톤을 넘겨주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고, 다른 모터쇼의 경우도 위상이 예전과 남다르다는 언급도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인 모터쇼의 경우 완성차 위주로 전시되다 보니 단순히 차량만을 보는 시각만 있고 일반인들도 향후 구입할 가능성이 큰 차량을 보러간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어서 점차 인식도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도리어 각종 전기전자제품을 응용한 전시회나 차량과 휴대폰의 연동성 등 다양한 신기술을 보고 확인하는 자리가 도리어 얻는 것이 많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기존 자동차의 응용도가 획기적으로 빠르게 변하다 보니 기존 메이커의 역할도 이제는 한계가 왔다는 평가도 나타나고 있다. 패러다임 전환이 메이커, 글로벌 기업은 물론 전시회까지 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단순한 협업작업만이 아닌 적과의 동침이나 공동 투자와 합종연횡 등 다양한 스와핑도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이러한 흐름의 전초기지가 바로 전시회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전통적인 모터쇼를 참조하기보다는 응용기술을 전시하는 전시회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100년의 자동차 변화보다 앞으로의 10년이 더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판단된다. 그 변화를 함께 할 것인지 아니면 도태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겸 자동차연구소 소장

2017-01-19 09:58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겸 자동차연구소 소장

[브릿지칼럼] 디딤돌대출 금리인상, '서민용 정책모기지' 다각화 절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서민들의 주택구입자금을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모기지 상품인 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의 금리가 최근 올랐다. 올해부터 대출요건도 강화된 터라 정책모기지를 이용해 내 집을 마련코자 하는 서민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디딤돌대출 금리는 최대 연 0.25%포인트 인상됐다. 디딤돌대출은 연소득 6000만원 이하 무주택가구에 저리로 주택마련자금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소득구간과 상환만기에 따라서 종전 연 2.1~2.9%에서 연 2.25~3.15%로 금리가 변경됐다. 예를 들어 연소득 6000만원인 가구가 30년 만기 디딤돌대출을 받으면 금리가 연 2.9%에서 연 3.15%로 올라간다.보금자리론 금리도 1월 1일부터 0.3%포인트 인상됐다. 보금자리론은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장기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상품이다.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는 u-보금자리론과 은행에서 신청하는 t-보금자리론 금리는 연 2.80~3.05%로 이용할 수 있다.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와 국민주택채권 발행금리가 올랐기 때문인데, 문제는 이후 시중금리가 더 오르거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진행되면 정책모기지 상품의 금리가 더 오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소득수준에 따라 인상범위를 최소화한다고 해도 서민들의 부담은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대출요건은 지난 해 말 강화됐다. 디딤돌대출은 신청 가능한 주택가격이 5억원 이하로 낮춰졌고 일시적 2주택자는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소득요건이 없었던 보금자리론은 연소득 7000만원 이하 요건이 신설됐고 주택가격은 6억원 이하, 대출한도는 3억원 이하로 축소됐다. 서민 지원을 강화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지역에 따라 주택가격 제한이나 연소득 요건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불만도 나온다. 자산요건 등이 누락된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대출요건이 강화되고 금리가 오르면서 상환부담이 늘어나고 서민들의 활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재정적 한계와 잦은 변경에서 벗어나 제도적 활용성을 높이는 한편 서민들의 주택구입자금을 지원하는 상품을 다각화하고 기준과 요건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물론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정책모기지 상품에 관심을 가지는 실수요자들은 여전히 적지 않다. 금리가 올랐지만 여전히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에 비해 낮고 시중은행에서 편리하게 상담을 받고 대출신청을 할 수 있다.다행히도 기존 대출분엔 금리인상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우대금리 혜택을 받아 부담을 다소나마 낮출 수도 있다. 디딤돌대출에는 다자녀가구 0.5%포인트 우대금리를 비롯해 다문화, 장애인, 생애최초, 신혼가구 등에 각각 0.2%포인트 금리할인 혜택을 선택적으로 제공한다. 청약저축 가입자에게도 최대 0.2%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한다.보금자리론은 한부모가구나 장애인, 다문화, 다자녀가구 등 취약계층에 항목별로 0.4%포인트 금리할인 혜택을 준다. 2개 항목에 대해 최대 0.8%포인트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가족사랑우대금리가 0.1%포인트, 안심주머니 앱에서 금리할인쿠폰을 발급받으면 0.02%포인트 할인된다. 반대로 일시적 2주택 처분조건으로 보금자리론을 받은 경우에는 약정한 기존주택 처분기한에 따라 최대 0.4%포인트까지 부가금리가 추가로 부과된다.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2017-01-18 10:36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브릿지 칼럼] 또 '기승전 기업때리기'인가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우리 사회에 다시 ‘기업때리기’ 열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유력한 대선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경제공약은 그야말로 ‘재벌해체’의 다름 아니다. 4대그룹을 정조준하면서 재벌 규제 강화를 외치고 있다. 다른 국회의원들도 기업경영을 발목 잡을 규제강화 법안을 쏟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아무래도 정치권은 이번 정치 스캔들의 희생양으로 ‘기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분위기다. 대선 후보이기도 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일이 있다”며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모든 잘못을 기업에 전가시키는 것은 이 땅의 오랜 전통인 듯하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정치인들은 늘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기 보다는, 경제를 희생시키는 우를 범하곤 했다. 또 다시 ‘기승전 기업때리기’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기업에게 돌리면서 정치 실패의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은 정치권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정치 무능을 감추는 일이다. 정치인들이 기업 탓을 하며 권력 만을 추구하려는 것은 결코 미래를 위한 길이 아니다.이번 스캔들은 경제논리에서 벗어난 정치논리, 권력자들의 임의적인 판단에 의해 경제가 휘둘린 것이 그 본질이다. 권력 지상주의에 빠진 정치권이 기업 돈을 마치 자기 돈 인양 가져다 쓴 사건이다. 언제나 기업은 정치권력 앞에서 무력한 존재일 뿐이다. 기업인들은 정치권의 그 요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고, 특정 스포츠 종목을 지원하기도 했다.그럼에도 권력의 힘 만을 추구하는 우리 정치권은 시장논리를 무시하는 권력구조를 고치려 하고 있다. 기업에게 자유로운 경영환경을 제공하려 하기 보다는 기업을 더 옥죄어 기업경영까지 자신들의 입맛대로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치권력만 있으면 기업을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권력 만능주의’에 불과하다. 기업의 돈을 권력 의지에 따라 가져다 쓰겠다는 것과 기업 경영을 권력의 입맛대로 통제하겠다는 것이나, 권력의 오만과 횡포라는 점에서 별 차이가 없다.권력 지상주의에 빠진 사회에서 기업은 늘 권력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을 당하기 마련이다. 이는 후진국 정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런 정치 실패는 그 부담이 모두 국민에게 귀결되기 마련이다.그 통로는 ‘반(反)기업정서’다. 반기업정서는 반시장적 법률과 기업규제를 양산하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는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등 지난 30년 동안 기업규제를 계속 늘려왔다. 재벌 해체를 지향하는 기업때리기가 성공한 만큼 우리경제의 성장동력은 그만큼 크게 줄어들었다.반기업정서를 앞세운 정치적 해법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는 없다. 세계 선진국가들의 정치는 지금 경제 살리기와 기업부담 줄이기, 일자리 늘리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우리 정치만 이를 외면하고 있다. 우리 정치만 계속 후진하고 있어 안타깝다.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2017-01-16 15:54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브릿지 칼럼] 쉰들러 리스트, 버킷 리스트 그리고 블랙리스트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자, 여기 3개의 리스트가 있다. 우선 ‘쉰들러 리스트’.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전쟁 휴먼 드라마 영화의 제목이다. 리암 니슨이 주인공으로 열연한 독일인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가 2차 세계대전 중에 유태인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기 위하여 작성한 9개의 명단을 의미한다. 나치의 폭정 치하에서 홀로코스트 만행 앞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던 유태인들이 독일인의 은밀하고 위대한 용기 덕분에 드라마틱하게 구원될 수 있었던 감동적 실화 ‘쉰들러 리스트’는 이듬해 아카데미, 골든글로브상을 휩쓸었다. 평생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일, 혹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적은 목록을 뜻하는 ‘버킷리스트’는 어떤가. ‘죽다’라는 뜻의 영어 속어 ‘Kick the Bucket’에서 유래된 버킷리스트는 2007년 영화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The Bucket List)을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영화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두 명의 노인 잭 니콜슨, 모건 프리먼은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함께 떠난 세계여행에서 각자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가족과 주변 소소한 일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재발견한다.마지막으로 무시무시한 리스트가 있으니 이름하여 블랙리스트다. 현 정권에 대하여 비판적인 일부 예술인에 대한 국가 지원을 배제하는 명단이다.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문화예술의 지원은 편파적일 수밖에 없었다. 보수파가 득세한 정권이든 진보주의가 의기양양하던 시절이든 지원대상은 넘쳐나고 지원자금은 한정되었기 때문에 꼭 블랙리스트가 아니더라도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 의해 그 누군가는 음지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만 했다. 비단 이번 정부만의 폐해가 아니다. 문화예술이 답이라고 목소리를 높여가는 문화국가의 시대에 오히려 문화의 다양성이 부인되고 21세기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가 과거보다 더 억압받는 역행의 현실이 참담할 뿐이다. 결국 그 어느 정권이든 다양성의 존중과 다른 입장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흑역사는 반복된다.3개의 리스트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앞의 2개 리스트는 역경에서 자유를 지켜 주거나 삶의 의미를 되찾아주는 생명의 리스트라면 블랙리스트는 예술적 영혼을 흔들고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리스트다. 쉰들러·버킷 리스트가 존중, 평등, 자유, 그리고 환희를 상징한다면 문화체육관광부의 리스트는 독선, 불공정, 멍에, 그리고 분노로 점철돼 있다. 스필버그와 잭 니콜슨의 리스트는 단 한번만에 모든 청중을 감동시켰지만 주무부처 전·현직 장관들조차 모른다는 모종의 리스트는 청문회에서 국회의원의 18번에 걸친 추궁과 팩트폭력 끝에야 겨우 그 존재가 인정됐다. 스필버그의 리스트가 약자의 처지도 인정하고 배려하는 인류애와 평등을, 잭 니콜슨의 리스트가 소외된 황혼 인생들에게도 희망의 빛을 던져주고 있는 반면, 아직도 그 출처가 모호한 블랙리스트는 절대강자의 오만, 편견, 독선과 함께 국가의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예술인들에게 좌절의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우리 앞에는 위 3개의 리스트들이 항상 놓여있다. 우리는 어떠한 리스트를 피하며 살아야 할까? 또한 어떤 리스트를 위해 죽어야 할까?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17-01-15 15:26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2017 한국경제의 도전과 응전

박종구 초당대 총장2017년 한국경제에 거센 파고가 밀어닥치고 있다. 제조업 가동률, 가계부채 비율 등 주요 경제 지표가 작년보다 더 나빠진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3년 연속 2%대 저성장이 뉴노멀이 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실효성 있는 한국경제의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일차적으로 심화되는 고용대란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지난 해 11월의 청년 실업률은 8.2%로 외환위기 이후 월별 최고치를 경신했다. 청년 백수가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고 주요 기업의 고용창출 역량도 크게 약화되었다. 우리나라가 지난 10년간 고용창출력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 22위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작년에 무산된 노동개혁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금년 실업률이 3.9%까지 치솟을 것이라 한다. 노동개혁이 글로벌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직업교육 확대, 가정친화적 노동정책 실시 등 적극적 고용정책 추진이 요청된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완화 노력만으로는 고용대란의 충격파를 제대로 흡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다음으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제일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트럼프의 핵심 공약은 잃어버린 제조업 일자리 회복이다. 이를 위해 1조 달러 공공인프라 투자와 함께 강도 높은 보후무역주의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강경한 보호무역론자 윌버 로스와 피터 나바로가 무역정책의 최고사령탑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의존도가 80%를 상회하는 개방형 국가다. 한·미 FTA 재협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익에 바탕을 둔 능동적 통상교섭이 요청된다.금년은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원년이다. 2020년부터는 매년 30만명씩 줄어들 예정이다. 생산가능인구에서 차지하는 25-49세 핵심생산인구 비율은 2000년 59.2%에서 2013년 53.9%로 떨어졌다. 2040년에는 26.9%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조만간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그간 금기시되었던 개방적 이민정책을 본격적으로 고민할 때가 됐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생산인구 감소에 대응해 퇴직연령 상향조정과 함께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건의한 바 있다. 2013년 기준 53.9%에 그치고 있는 여성고용률도 OECD 평균 수준(57.4%)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체계적인 직업교육 제공, 가정친화적 직장문화 조성 등이 강화되어야 한다.새해에는 실종된 기업가 정신과 경제적 자유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최순실 게이트로 기업 총수들이 국회 청문회에 소환되는 등 주요 기업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었다. 최근 주가가 오르고 거래량이 늘어나는 등 미국 증시가 활성화되는 배경에는 감세와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있다. 지구촌이 감세와 규제완화로 글로벌 기업 유치에 목을 매고 있다. 우리나라는 법인세 인상론과 경제 포퓰리즘으로 투자의욕과 경제적 자유가 곤두박질치고 있다.트럼프 취임사의 키워드가 “미국인이여, 크게 꿈을 꾸자”라고 한다. 케네디와 레이건 전 대통령의 낙관주의와 경제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합리적 이성과 법치주의에 기반을 둔 경제적 자유가 극대화될 때 한국경제의 활력이 되살아날 수 있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7-01-12 15:03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선진경제로 도약 위한 첫째 조건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신경제로 표방됐던 창조경제라는 거대 담론이 우리 주위를 4년에 걸쳐 맴돌더니 이제는 허공 속으로 모습을 서서히 감추고 있다. 소기 성과가 없었다는 점뿐만 아니라 정치권부패 악취를 풍기는 폐기대상물 신세에 놓였다. 그 용어에 대해 정부는 이스라엘 식 혹은 아일랜드 식이라는 수식어를 상습적으로 붙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이나 아일랜드는 물론 유럽 전역을 훑어봐도 그런 경제모델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창조경제란용어 자체는 한국정부가 만든 신조어로서, 그의 정체는 지난 4년간의 정부의 창조경제 관련 정책을 통해 헤아려 볼 수밖에 없다. 정부 행보를 종합하면 창조경제란 융합형을 시도하는 경제실험을 의미한다. 그 증거는 정부 스스로 ‘강남 스타일’이라는 노래를 창조경제의 사례로 든 데서 찾을 수 있다. 한류음악에다 유투브 기술을 융합한 ‘창조적’ 실험이 국부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것처럼 소개했다. 문화 쪽에서도 한류문화를 융합 시도하는 사업이 벌어졌으며 그것이 문화융성이란 말로 둔갑됐다. 창조경제 관련 성과를 조기에 내야 한다는 조바심에 ‘창조경제추진단’이 설립됐고, 그를 통해 기획된 창조경제 관련 사업 대부분이 정치스캔들로 비화됐다는 사실 역시 청문회를 통해 밝혀졌다. 여러 방면에서 융합이 시도됐으나, 오늘 현재 실체도 없는 허구적 모형을 놓고 실제로 해외에는 존재하는 것인 양 포장한 것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이스라엘도 그렇지만 필자가 몸담고 있는 아일랜드에서 경기가 최근 들어 호황 국면으로 접어든 데에는 그럴 만한 배경이 있다. 아일랜드가 과거 목축업과 관광업을 기본으로 경제가 버텨왔으나 그간 지지부진했던 해외기업 투자유치 부문이 괄목할 만한 급증세를 보이면서 최근 GDP 6만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구글, 애플 등 세계 굴지 IT기업은 물론 바이오 공학 등 제 분야의 첨단기업들이 유럽 본사를 더블린 인근에 설립한 것이다.투자를 유인한 원동력은 세제, 기후, 정치수준 등 셋이다. 특히 정치 신뢰도는 선진 외국 기업의 결단을 이끌어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불안정한 주식 종목에 많은 투자가가 몰릴 리는 만무하듯이 정권이 불안정한 나라에 첨단분야의 세계적 기업들이 투자할 리도 만무한 것이다. 첨단분야 기업 유치는 의미가 크다. 현지인력 채용규모가 클뿐더러 그들로부터 선진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어 기술을 지국 내에 뿌리내리게 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부가세가 12% 선을 넘지 않는 점, 항온항습 장치를 별도로 요하지 않는 연중 일교차 적은 날씨, 인구 대비 국토 면적 풍족인 점도일조하기는 했다. 첨단 분야 장비들이 고전력을 소모하는 관계로 에너지 절감요인이 중요한 탓이다.그러나 이런 보조요인들이 정치수준 요인만큼 비중이 컸던 것은 아니었다. 아일랜드는 의회민주주의의 전형을 잘 보여주는 세계 몇 안 되는 나라다. 정치계 윤리성의 기준은 엄격하다. 윤리 일탈행위와 위증은 국민들에게 용납되지 않는다. 벌써 퇴출 당했어야 할 인물들이 청문회에 증인으로 대거 등장하는 한국과는 다르다. 한국도 이스라엘이나 아일랜드처럼 글로벌 기업의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일 없이는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한 나라다. 이런 정치 수준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중차대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문송천(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아일랜드국립대 교수)

2017-01-11 11:45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은퇴 대비 '군살빼기'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자학과 교수매년 새해 계획에 빠지지 않는 다이어트. 특히 나이가 들면서 건강하고 젊게 살기 위해서 군살빼기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 은퇴 전후 세대의 경우 가정경제에서도 역시 군살빼기가 필요하다. 건강한 가정경제를 위한 다운사이징이다. 다운사이징은 불필요한 지출은 물론 집 크기를 줄이는 것과 같은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절약을 말한다.은퇴전후세대는 저금리사회로 이행되는 금융환경의 급변을 겪으며 신용사회를 일구어낸 경제적 격변기의 주역들이다. 하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안하다. 그들은 금융투자의 위험을 잘 알기 때문에 가급적 예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려 한다. 그러나 안전자산의 수익률은 그리 좋지 못하다. 은퇴 이후를 대비해 얼마간의 자금을 마련해 놓았다 하더라도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게 되면 그 돈은 조기에 소진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그러기에 절약이 필요하다. 생활비를 줄일 수 있다면 은퇴대비 자금을 좀 더 오랜 기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절약은 은퇴 이후로 미룰 게 아니라 지금부터 줄여나가야 한다. 다만 이 시기의 절약은 젊은 시절의 절약과는 다르다. 매우 적극적인 절약이 필요한데 이럴 때는 절약보다는 다운사이징이 필요한 것이다.다운사이징은 생활규모를 전반적으로 줄이는 작업으로 생활비 뿐만 아니라 살고 있는 집도 포함된다. 자녀가 독립하면 넓은 집이 필요 없으니 작은 집으로 이사하게 되면 그 차액을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활비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가정경제의 군살빼기다.먼저 노후자금을 자녀 학자금과 바꾸어선 안된다. 은퇴전후세대 1순위 과제는 자녀 학자금 마련이다. 입시학원비도 문제지만 대학등록금을 마련하는 데는 목돈이 필요하다.만약 목돈을 미리 마련해 두지 못했다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자녀지원과 은퇴준비를 바꾸지 말아야 한다. 대학 등록금은 물론 생활비까지 빌려주는 든든학자금대출제도 등을 활용해 자녀들 스스로 학자금을 마련하게 하는 것이 좋다. 자녀의 결혼자금도 스스로 준비하게 해보자. 자녀들의 결혼을 위해 대부분의 부모가 개인연금이나 보험을 해약하거나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하는 등 은퇴해서 써야 할 돈을 돌려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모가 평생에 걸쳐 모은 은퇴 대비 자금의 절반 이상을 자녀 결혼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부모가 은퇴 이후에 돈 때문에 쪼들리며 살지 않으려면 결혼자금을 스스로 해결하도록 자녀와 미리 합의해 둘 필요가 있다.우리나라 은퇴전후세대 10명 중 7~8명은 은퇴 후 필요한 자금이 얼마인지 은퇴 전에 계산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은퇴 이후 건강한 삶을 희망하지만 은퇴할 시기가 되면 오히려 건강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노후 의료비도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은퇴준비는 단기간에 준비하기 어려운 만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은퇴 전부터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금융생활이 중요하며 은퇴 후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재무목표에 맞게 가정경제의 군살빼기를 해야 한다.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자학과 교수

2017-01-09 16:05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자학과 교수

[브릿지칼럼] 협상을 잘하는 만고의 진리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최근 국내 정치상황과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중국의 성장세 둔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은 우리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게다가 물가 이상, 유가 인상, 금리 인상까지 서민경제는 암울하기만 하다. 이런 중에 훈훈한 뉴스를 안겨주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배우 김보성이다. 10년 넘게 의리와 선행을 외치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 우리는 따뜻한 위안을 얻는다.협상 전문가로 활동하는 필자에게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협상을 잘 할 수 있나요?”라고 자주 묻는다. 그 정답은 김보성처럼 하면 된다. 다음의 이솝우화는 그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한다.어느 날 태양과 바람이 누가 더 센지 입씨름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논쟁 끝에 지나가는 양치기 소년의 코트를 먼저 벗기면 더 힘이 센 것으로 하자며 시합을 했다. 먼저 바람이 나섰다. 바람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바람을 불어서 소년의 코트를 벗기려 했다. 그러나 바람이 거세질수록 소년은 코트를 더욱 단단히 몸에 동여매고 놓치지 않으려 했다.그러자 이번에는 태양이 나섰다. 태양은 그냥 빛나고만 있었고 이 때문에 소년은 자연히 더위를 느껴야 했다. “화창한 날씨군! 이 무성한 초원에서 햇볕을 받으며 잠시 쉬어볼까.” 소년이 바닥에 누우려고 코트를 벗어 담요처럼 펼쳤다. 이렇게 태양은 바람보다 한 수 위인 존재임을 증명했다.어릴 때 누구나 전해들은 이 전래동화는 우리의 삶속 베풂의 가치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바람의 태도가 빼앗는 것이라면 태양의 태도는 주려는 것이다. 태양의 본질은 빛나는 것이다. 착한 사람이건 못된 사람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부자이건 차별없이 태양은 모두를 비춘다. 그래서 태양의 협상법은 김보성과 같다. 나도 이기고 너도 이기는 협상법이다.우리는 이솝우화의 진리를 알면서 바람과 같이 행동하고 협상한다. 가진 것을 지키려고 하고 남의 것조차 뺏으려 한다. 세상이 팍팍해지고 먹고 살기가 더 힘들어질수록 이 현상은 더욱 공고해진다.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것도, 영국이 유럽연합(EU)에 탈퇴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베푸는 협상법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베푸는 행위로 산술적으로 되돌려 받으려는 단순한 계산법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비즈니스 거래처럼 반드시 반대급부로 무엇인가를 요구한다. 준만큼 외형적, 경제적 가치를 요구하기 때문에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반면 베푸는 협상법은 자신의 영향력있는 변화를 가져온다. 베풂에서 생기는 진정한 기쁨과 즐거움을 느낀다. 또한 베푸는 협상법은 자신보다는 상대에 집중하기 때문에 일에 대한 한계를 느끼지 않는다.중국에는 모죽이라는 대나무가 있다. 이 대나무는 아무리 정성껏 돌봐도 싹이 나지 않다가 5년째 되는 해부터 자라기 시작해 매일 70~80cm씩 쑥쑥 커서 30m까지 자란다. 이처럼 베푸는 협상법은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삶에 기쁨과 즐거움이 드리워져 있음을 깨닫게 되는 모죽을 닮았다. 결국 태양과 김보성의 협상법이 모두가 이기는 만고의 협상법이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17-01-08 13:33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칼럼] 2017년, 부동산 시장 '위기관리'의 해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2017년은 모두에게 ‘걱정인형’(Worry Doll)이 필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여러 기관, 분야들의 전망보고서는 올해는 공급자, 수요자, 주택보유자, 세입자, 대출자, 금융권 모두에게 암울한 전망만을 내놓고 있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 경기부양의 큰 축을 담당하던 건설, 부동산 분야와 관련된 호재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2017년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미분양 걱정 △임대인의 보증금반환 걱정 △세입자의 깡통전세 걱정 △대출상환 또는 연장 걱정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 걱정 등으로 밤잠을 설칠 것으로 보인다.미분양에 대한 우려는 2015년 하반기부터 제기됐지만 공급시장의 자율적인 관리가 부족했다. 이것이 2017년부터 2~3년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거래촉진지구와 청약관리지구 지정을 통해 선택적으로 시장을 관리하면서 2017년 이후의 부동시장 경착륙 방지를 위한 정책대응 노력을 하고 있으나 미분양의 증가는 불가피하다. 미분양증가를 대비하여 미분양 매입, 리츠 등의 완화 대책도 발표되었으나 유동성 제약, 영업손실 등 공급자의 걱정을 100%로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또한 2017년 하반기 입주물량 증가 본격화로 인한 역전세난에 대한 우려도 가시화되고 있다. 홀수해로 상대적으로 임차계약만료 대상자가 적고, 지역별 시장상황의 차이로 시장전반으로 역전세가 확대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입주물량이 집중되어 있는 지역의 역전세는 불가피하다. 이러한 전세가격 하락 지역의 임대인과 임차인은 보증금 반환과 깡통전세 등의 걱정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짧은 공급기간으로 인해 아파트 전세난의 대체 주거지로 1~2년 사이 1.6배 증가한 연립·다세대, 다가구 주택임대인과 세입자는 역전세난에 더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수요측면에서 최근 가계의 신규 주택구입이 늘어나면서 2008년 이후 가계의 여유자금이 최저치로 감소했다. 즉 가계 자산이 주택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임차시장이 받치던 주택시장이 무너지면, 가계의 자산가치 하락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가계의 상당수가 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기반으로 하는 대출 심사 강화는 매매가격의 하락시 대출상환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의 경우,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대출상환 걱정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출금리 인상우려에 따라 만기상환시 외에도 월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저신용자(신용등급 7~10등급) 또는 저소득자(소득 하위 10%)의 경우, 다중 채무, 높은 변동금리 비중 등에 따라 2017년 한계상황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 전환 본격화와 금리인상이 겹치면서 2017년 이후 대출가구의 금융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이러한 부동산 상황과 더불어 2017년에는 2016년 3분기부터 산업계의 구조조정의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금융비용 증가, 자산가치 하락에 소득감소가 겹치면서 가계부도, 부동산 급매 물량 증가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의 근심 걱정이 부동산시장부터 국가경제 전반까지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며 정부는 이에 대응하여 2017년 경제정책 방향을 3대 리스크(부동산 경착륙, 가계부책 관리, 기업구조조정)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국의 혼란으로 정책적 공백이 생각보다 빠르고 길게 예상되면서 2017년의 정책 대응은 차기정부가 들어서기 전 임시 방어책으로써의 한계가 있다. 따라서 서민주거안정 대책의 확대를 위해 최근 수익이 확대된 공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2017-01-05 08:49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브릿지 칼럼] 일벌백계(一罰百戒)가 필요하다

송수영 한국금융공학회장(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교수)일벌 백계(一罰百戒)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에 대한 본보기로써 중한 처벌을 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이 때 본보기로서 중한 처벌을 하는 것이 이미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여럿 있는데도 불구하고 불운하게 처벌을 받는 것으로 해석돼 벌에 처해진 사람에 대해 동정이나 희생양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이 지난 20세기에 겪어온 역사적 사건, 일제식민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체제에서 활약한 법비들의 법 집행과 판결 사례를 보면 이해가 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민주화가 진행된 시대에 과거 폭압시대의 정서가 오히려 역이용되고 있다. 특히 법꾸라지들과 반동적인 민주화역행 세력과 지역색 권력 금전에 정신적 노예가 돼 자발적으로 협조해온 군상들이 재판을 통하여 법적 처벌을 완화하는데 이용하고 있다.그래서 일벌백계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꼭 필요하고 적용돼야 한다. 남들에게 금지된 영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 누구나 남들보다 앞선 성과를 얻게 된다. 정유라도 이화여대를 그렇게 유린했고 차은택도 광고업계에서 그런 지위를 누렸고, 박근혜와 최순실에 부역한 정부 공무원들, 정치인들이 그런 혜택을 누리려 자발적으로 협력했다.그 협력을 차마 하지 않은 사람들은 핍박을 받거나, 심지어 자살에 내몰리기도 했다. 그 위치에서 심리적 부담을 오롯이 진 결과다. 우리는 차마 협력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칭송을 하거나 보상을 해 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자발적 혹은 묵시적으로 협력을 한 부역자들에 대한 일벌이 차마 협력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주는 보상이 되며, 미래에 많은 사람들이 차마 삼가 하고 꺼리게 되는 백계가 돼 부패 수구 반동 세력이 활개를 못 치는 사회가 유지되는 것이다.과거에 공적인 영역에서 기존의 폭압적인 세력들을 엄호하고 지원하는 발언을 했던 사람들은 이래 저래 불이익을 당했는지 모르나 사적인 영역에서 여전히 부패 수구 반동세력을 지원하는 발언을 해왔던 사람들이 적어도 50%는 넘었던 듯 하다. 그러니 이명박 박근혜 같은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이 되었던 이유일 게다.호주머니 털어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없다는 물귀신 전략에서부터 여성에 대한 성희롱을 저지르고 남성의 집단 심리적 동조를 기대하며 자신의 성폭력 행위를 정당화 하거나, 피해자가 외국에 있거나 아니면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문제삼지 않는 경우를 자신의 무죄 입증에 대한 근거로 삼는 파렴치한도 있다. 철저하고 결정적인 일벌이 필요하다 그래야 미래에 공소시효가 지나더라도 차마 삼가 하고 꺼리게 되는 백계가 되어 부패 수구 반동 치한세력이 활개를 못 친다.최근의 청문회를 보면 철저히 모르쇠로 일관하는 증인들이 있다.재판에서 내려지는 처벌을 완화하거나, 법으로 처벌을 받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드러나지 않으면 사후에 본보기로 처벌된 경우로 치부하여 동정을 받고 회복할 여지가 있다고 믿기에 일단 부인을 하는 것 같다.근래 인터넷 에서 최고 인기를 끈 두 살배기 아기 동영상이 있다. 그 아기는 낙서로 엉망이 된 벽장 거울에 기대어 엄마의 질문을 받고 있다. 누가 낙서를 했냐는 엄마의 첫 질문에 아기는 거울에서 뒤 돌아 물러나며 ‘I don’t know’라고 강하게 부정한다. 엄마가 다시 질문을 하자 거울의 낙서를 보면서 두 손을 모우고 머뭇거리며 ‘Batman did it’ 라고 우물우물 대답한다. 엄마가 Did Batman do it? 라고 질문하자 아기는 손을 높이 들고 손가락으로 거울을 가리키며 ‘Yeah Batman did it’ 이라고 확신에 찬 높은 목소리로 대답한다.박근혜와 그 부역 집단은 지금 Batman을 찾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박근혜와 그 부역 집단이 저질러온 행위에 보다 철저한 조사와 증거를 바탕으로 분명한 일벌을 할 때다. 그래야 미래에 백계를 성취할 수 있다.송수영 한국금융공학회장(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교수)

2017-01-04 14:58 송수영 한국금융공학회장(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교수)

[브릿지 칼럼] 2017년의 대한민국, ‘그릿’에서 해답을 찾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다사다난했던 2016년도 이렇게 저물어 가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연초에 계획했으나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와 함께 다가오는 새해를 맞아 새로운 각오를 하게 되는 천사만감(千思萬感)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페르시아의 시인 오마르 하이얌(Omar Khayyam)은 ‘세월이란 것은 오지 않는 내일이며 가고 없는 어제’라고 정의하면서 지나간 시간, 다가올 미래를 놓고 번민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우리들에게 주었다.베스트셀러 ‘그릿(Grit)’에서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심리학과 엔젤라 더크워스 교수는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지속적인 꾸준함’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심리학적 용어로 이를 ‘그릿’이라고 명했다. 가장 적합한 우리말 단어로는 ‘끈기’라고 할 수 있다.심리학계에서도 생소한 ‘그릿’이란 개념을 측정하려 더크워스 교수는 입학과 졸업이 동시에 어렵다는 미국의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을 표본으로 해 무사히 졸업한 생도들의 심리적 특성을 장시간 측정했다. 그 결과, 그릿을 가진 개인은 크게 재능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뛰어난 이들이 아니었다. 현재 주어진 상황을 인정하고 지속적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꾸준함을 갖고 있었다. 이 때 무턱대고 목표를 향해 달려드는 무모함이 아닌, 목표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요구된다. 위기 상황에서 극복할 수 있는 능력, 역경을 낙관적으로 풀어낼 역량이 바로 그릿의 핵심적인 요소이다.재미있는 사실은 그릿이 한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한 국가가 갖는 보편적인 문화에서도 발견된다는 것이다. 더크워스 교수는 북유럽의 강소국가인 핀란드를 그릿이 잘 배양되어 있는 나라로 선정했다. 핀란드는 인구 500만의 작은 국가로 열악한 기후와 자원환경, 강대국에게 지속적으로 침략과 지배를 당한 역사 속에서도 그들만의 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왔다. 핀란드어 ‘시수(sisu)’라는 단어는 영어의 그릿과도 같은 뜻인데, 오랜 시간 핀란드인들의 정신세계에 내재되어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역경속에서도 국민소득 3만 7000달러에 가까운 경제성장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핀란드는 그릿 문화의 상징적인 국가로 선정될 자격조건이 충분하다.하지만 이런 핀란드도 국민기업인 노키아의 몰락으로 지난 5년간 경제위기를 겪었다. 성장률은 5년째 마이너스가 지속되고, 이어진 경제위기에 2015년 5월에 기업가 출신인 유하 시필레(Juha Sipila) 총리가 취임해 핀란드 경제의 회복을 위해 대대적인 경제 구조조정을 펼치고 있다.주목할 점은 핀란드와 우리나라의 유사성이다. 핀란드는 800여 년 동안 스웨덴, 러시아등 강대국의 지배를 받아왔다. 자원이 부족해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수출중심의 경제구조이며 한 때 노키아라는 글로벌 기업이 전체 수출 물량의 20%를 차지한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였다. 우리에겐 국민기업 삼성이 아직 건재하지만, 어쩌면 몰락한 핀란드의 현재는 대한민국이 원치 않는 미래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그럼에도 핀란드의 ‘그릿’은 현재진행형이다. 노키아를 대신해서 모바일게임의 효시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 인기 모바일게임 클래시오브클랜을 만든 수퍼셀과 같은 스타트업이 지난 5년 사이 400여 개 넘게 창업되었다. 정부는 떼케스(Tekes)라는 국립기술혁신투자청을 신설해 핀란드를 벤처기업육성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2016년 끝자락,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지금도 우리는 정치적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고 이런 혼란과 불확실성은 2017년에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새해에도 우리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는 결코 ‘포맷’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크워스 교수가 정의한 ‘그릿’, 핀란드인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시수’는 결코 우리에게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우리에겐 지난 5000년 동안 우리 민족을 이끌고 발전시킬 수 있었던 ‘끈기’라는 문화가 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단어이기에 ‘그릿’이란 생소한 단어를 주입시켜서라도 2016년 위축된 대한민국을 각성시킬 필요가 있다.다가오는 2017년 대한민국에게 묻는다. 과연 우리에겐 ‘그릿’이 있는가? 그리고 이런 대답을 원한다. 이전부터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고. 우리는 이 자리에서 그냥 멈춰 있지 않을 거라고.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2016-12-29 13:00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마리 앙트와네트와 박근혜의 닮은점

김우일 대우Mamp;A 대표‘비선실세’ 최순실과 그 일당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최순실은 구속되고 박근혜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이루어져 헌재에서 심판을 받고 있다.이 탄핵은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들의 성난 분노가 이루어낸 혁명이었다.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최근의 한국 상황이 1789년 프랑스혁명당시 시민군에 의해 체포돼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루이16세의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와의 사건과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든다.닮은 점을 몇 가지 꼽아보면 첫째, 앙트와네트는 오스트리아 여왕의 막내딸로 태어나 정략적으로 프랑스 루이16세와 결혼했다. 결혼 후 우유부단한 루이16세를 대신해 정권에 참여 했다.박근혜는 5.16군사구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의 장녀로 태어나 육영수영부인이 사망하자 퍼스트 레이디로 정권에 참여 했다.또 앙트와네트의 남편 루이16세의 할아버지격인 루이14세는 왕권신수설을 주장, 최고의 절대권력을 휘둘러 모든 국가기구를 왕에게 집중시켜 중앙집권체제를 완성하여 철권통치를 하였다. 박근혜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도 유신헌법을 제정,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인권을 억압하며 철권통치를 하였다.둘째, 앙트와네트는 매일 파티, 오락, 연회를 여는 등 민중의 생활엔 눈꼽만큼도 없는 비정한 왕비로 사치스런 생활로 낭비를 일삼아 민중을 분노케했다.박근혜는 비정상적인 미용시술 의혹이 난무하고 있으며 일반인인 최순실과 공모해 뇌물죄와 직권남용죄로 수사를 받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세째,앙트와네트는 당시 경제어려움을 겪고있는 프랑스 국민들이 제대로 빵도 먹지 못하게되어 불만이 극도로 커지자 국민을 향해,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될것아니냐”라는 말을 뱉을 정도로 일반국민들의 고충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이었다.박근혜는 전국민들이 손에 땀을 지고 지켜보는 가운데 이루어진 세월호 선박 침몰시에도 행방이 묘연하였다. 최고사령탑이 부재한 탓에 일사분란한 효율적인 지휘체계가 붕괴되어 결과적으로 살수있었던 많은 학생들이 생명을 잃었다. 온 국민들이 슬픔에 빠졌지만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숨기기에만 급급했다. 또 국민들의 퇴진촛불시위가 거세지자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등 전혀 국민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혼자만의 사고에 빠진 사람이었다.다섯째, 앙트와네트는 남편인 루이16세외에 여러 연인을 두고 혼외정사등 온갖 추문이 떠돌았다. 박근혜는 사이비 교주인 최태민과의 관계를 놓고 갖가지 추문이 떠돌고 있다.여섯째, 앙트와네트는 결국 국고를 낭비한죄, 반혁명죄로 민중에 의해 단두대에서 목이 잘렸다. 박근혜는 국정농단, 뇌물죄로 국민들에의해 탄핵소추되고 최종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만일 탄핵이 결정되면 그녀는 대통령의 모든 지위를 박탈당하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되는 대통령이 된다.최근의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는 앙트와네트가 사실은 사치와 향락을 일삼은 부덕한 왕비가 아니라 당시 프랑스혁명의 봉기를 위한 속죄양으로 왜곡되어온 불행한 여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200년 후 후세역사가들이 박근혜가 국민들의 촛불혁명의 속죄양이 됐다는 왜곡된 재평가를 받지 않도록 헌재와 특검은 엄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숨김없이 만천하에 밝혀야 할 것이다.김우일 대우MA 대표

2016-12-28 13:49 김우일 대우M&A 대표

[브릿지 칼럼] 석유시장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 방안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올해 석유시장을 결산해 보면 △정유사는 ‘맑음’ △주유소는 ‘흐림’ △석유대리점은 ‘비’로 표현할 수 있다. 석유대리점은 정유사로부터 석유제품을 대량으로 매입해 일반주유소나 판매소에 제품을 공급하고, 일부는 자기 주유소를 통해 판매하는 등 유통 단계의 건실한 허리역할을 해왔다. 또한 인건비, 수송비 등 저렴한 비용을 경쟁력으로 주유소 등 소매업자에게 저가로 석유제품을 공급해 소비자 가격의 인상을 억제하는 순기능 역할도 수행해 왔다. 전국 600여개 석유대리점을 통해 2015년 판매된 물량은 전체 물량의 50.1%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그 비중은 크다.이러한 석유대리점이 2011년 12월 정부가 도입한 알뜰주유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알뜰주유소의 핵심은 정부가 공기업인 석유공사를 통해 개별 정유사로부터 석유제품을 대량 구매해 단가를 인하하고, 이를 통해 알뜰주유소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는 정책이다.정부는 이러한 알뜰주유소의 성공을 위해 알뜰 전환용 시설개선자금과 석유전자상거래(KRX) 거래활성화를 위한 석유수입부과금, 그 외에 알뜰주유소의 법인세/소득세 혜택 등 현재까지 1000억이 넘는 지원을 해왔다. 이에 따라 기존 석유대리점이 수행했던 석유유통 구조상 순기능 역할의 상당부분이 석유공사와 KRX로 이동해 석유대리점들의 경영여건은 매년 악화돼 왔다.석유공사 오피넷의 자료를 분석해 보면, 알뜰정책 이후 대리점의 휘발유 매출이익률은 2011년 2.51%에서 2013년 -0.89%로 낮아졌고, 경유는 같은 기간 2.72%에서 -24.28%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알뜰 시행 이후 전체 석유대리점의 25%(130여개) 정도가 등록 1년 내에 폐업을 하거나 신규 또는 재등록하는 등 부실·영세대리점들이 대거 양산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본력이 약한 영세대리점들은 알뜰정책 시행으로 마진이 악화되자, 생존차원에서 무자료 거래 등 불법·탈법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들과 거래한 상당수의 주유소가 국세청으로부터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에 이르는 세금추징을 당하기도 했다.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운영자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도로공사가 무리하게 최저가 정책을 걸면서 고속도로 주유소 운영자의 상당수는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공사는 기름을 팔아 적자 본 것을, 휴게소 수익으로 메우라고 강요하는데 이는 공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석유시장의 파괴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이렇게 왜곡되고 피폐화된 석유시장의 건전한 생태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첫 번째로 정부의 석유공사를 통한 알뜰주유소 개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 사업의 수익률을 ‘0이거나 0에 가까운 수익’만 발생시킨다고 해도 이로 인해 석유시장의 교란이 발생하고, 석유시장의 질서와 공정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두 번째로 산업부는 망가진 고속도로 주유소의 가격 정상화를 위해 국토해양부와의 업무 협의를 통해 고속도로 주유소의 최저가 판매정책이 개선되도록 해야 한다. 국도변 주유소와 고속도로 주유소 운영자도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고속도로 알뜰의 개선책이 시급하다.마지막으로, 석유시장의 암적 존재인 영세·부실석유대리점에 대한 근본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석유관리원과 지자체를 통한 평상시 관리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석유대리점의 등록요건 개선을 위한 법제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연간 5600억 원에 달하는 탈세석유를 차단할 수 있다. 아울러 석유대리점 업계의 경영실태조사를 연례화해 석유시장의 허리역할을 맡고 있는 석유대리점이 건실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2016-12-26 13:26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브릿지 칼럼] 신해철법 도입의 맹점

윤상철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외과 교수응급실에서 호출이 왔다. 급작스러운 복부 통증으로 내원한 환자였고, 즉시 복부 컴퓨터 영상을 촬영해 보니 복부 대동맥류 후방이 파열돼 출혈이 시작된 상태였다. 일반적으로 복부 대동맥류가 파열되면 수술을 해도 사망률이 50%에 육박해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다.마침 수술실도 비어 있고 마취과 당직의와 외과 당직 전공의도 다른 수술이 없어 준비가 돼 있었다. 동의서만 받으면 수술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보호자측에서 환자가 다니던 병원으로 옮기겠다고 한 것이다. 환자는 심장혈관 질환과 복부 대동맥류가 있어 수술을 염두에 두고 타 병원에서 추적 관찰 중이었다.한시가 급한데 환자와 보호자들의 동의가 없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우선 그 병원에 수술이 가능한지 알아보기로 했다.그런데 해당 교수가 학회에 참석해 서울에 없고, 다른 교수들은 일정이 있어 수술이 곤란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사이 환자는 출혈이 계속돼 혈액 수치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보호자측에 그쪽 병원 사정과 환자 상태를 설명했다. 상황을 이해한 보호자는 수술에 동의했고, 즉시 수술을 이뤄졌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며, 환자는 별다른 합병증 없이 완쾌돼 퇴원했다.그러나 현실의 의료사항은 만만치 않고, 이 환자처럼 모든 환자가 사망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응급수술은 말 그대로 급한 정황에 대처하는 수술이기에 정규수술보다 합병 또는 사망 위험성이 높다. 내가 담당한 환자가 중대한 합병이 발생하면 환자 측에서도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의사는 모든 질병과 모든 합병증을 완벽하게 막을 수 없기에 “질병은 하늘이 고치고 의사는 그 과정을 도울 뿐이다”라는 명언도 있으나, 알파고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요즘 일반 국민들에게 이 말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신해철법이 지난 11월 30일 시행됐다. 법의 내용은 환자의 사망, 1급 장애, 한 달 이상 중환자실 입원 시 원인과 관계없이 보호자가 신청하면 의료강제조정이 시작되고, 의사는 이에 응하지 않으면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지불한다. 설사 무과실일지라도 배상액의 30%를 지불해야 한다.환자측에서는 의료과실의 입증이 어려워 취약한 환자측의 의료분쟁 해결을 돕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하지만 이 법으로 의료진은 의료조정을 피하고자 소극적인 진료를 조장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맹점도 있다. 병원에서 외과 계열 전공의 지원 기피,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규정으로 인력난을 겪는데다 의료분쟁으로 강제조정과정까지 들어가면 업무장애가 발생하기에 차라리 배상액의 일부를 보상하는 편을 택할 것이다.모든 수술과 시술은 병원 내에서 제일 잘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 환자입장에서 제일 잘하는 사람에게 수술 받는 게 당연하다.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고, 합병증이 전무한 수술도 없다. 이같이 합병증 발생에 대한 책임이 가중돼 가는 의료체계에서 젊은 의사들이 중환자를 피하기 위한 눈치를 먼저 배울까 우려된다. 앞으로 국민건강을 지켜나갈 젊은 의사들이 중환자를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신적, 물리적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윤상철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외과 교수

2016-12-25 15:35 윤상철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외과 교수

[브릿지 칼럼] CEO의 공인정신

이해익 경영컨설턴트요즘 ‘재벌총수 청문회’를 보면서 국민들은 분노와 실망을 느꼈을 게다. 나라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막중한 거대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그 분들이다. “모르겠다.”, “기억이 안난다.”, “송구하다.”, “앞으로 잘 하겠다.” 이런 식의 답변으로 장시간 청문회의 문답에 응한 재벌총수들에게 ‘공인정신’을 다시금 주문하고 싶다. 물론 사기업의 CEO가 공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규모가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그 사회의 많은 인력과 자원을 동원하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거대기업의 CEO는 의도했든 아니든 공인정신을 가져야 한다.피터 드러커에 의하면 경영이란 경제적 성과달성을 위한 관리적 기능과 그 성과에 대한 책임인 사회적 기능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Social Accountability)이 인식되어 왔다. 따라서 기업 경영의 핵심인사인 CEO는 공인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CEO는 그 기업만의 지도자가 아니다.말에는 시대적 철학이 담겨 있다. 장돌뱅이, 장사치, 장사꾼, 상인, 기업가, 사장, 최고경영자, CEO. 돌이켜보면 CEO란 단어 뒤에는 이런 무수한 역사적 흔적이 담겨있다.그런데 요즘 말을 사용하는 데 오염현상이 많은 것 같다. 생각을 전하는 귀중한 언어로써 아름답고 소중하게 간직하려 들지 않는다. ‘사랑’이란 말도 얼마나 숭고하고 아름다운 말인가! 영화 속에서처럼 ‘사랑’ 타령도 너무 하다 보니 싸구려가 됐다. 새파란 연예인들 사이에 쩍하면 ‘공인’ 운운해대는 것도 마찬가지다. 엄밀히 말하면 아무리 지명도가 높아 많은 사람들의 선망이 되고 또 영향을 주더라도 연예인은 인기인이지 공인이 아니다. 연예인을 가볍게 보아서 그러는 게 아니다. 연예인이 공인과 같은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사생활과 연예활동을 건전하게 하겠다는 의지에 대해 시비하는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인기인은 밤하늘의 반짝이는 스타 일뿐이다. 귀족작위까지 받은 로렌스 올리비에도 위대한 연극인이지 공인이라 하지 않았다. 따라서 잭 웰치와 마이클 잭슨은 다르다. 존 F 케네디와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다르다.바로 비윤리적인, 비도덕적인 또는 불법적인 방법이 아닌 건전한 기업경영을 통해 주주와 투자가 그리고 채권자를 섬기는 마음이 우선이다. 또 고객을 섬기고 종업원과 협력회사를 섬기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를 위하여 마땅히 세금을 내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기여할 바를 찾아 일익을 담당하여야 한다.CEO란 공인의 자격을 자식에게 무리하면서 세습하는 것도 넌센스다. 자선행위라 하더라도 자만심, 과시, 명성, 허영 또는 위장된 야망으로 ‘기부’하는 행위도 진정한 의미에서 기업의 사회적 활동이 아니다. 모름지기 현대 사회의 공인 CEO는 경제적 성과인 가치, 즉 부(富)를 창출하여 관계자들의 번영을 꾀하여야 한다. 동시에 기업은 사회 속에 존재하므로 건전하게 사회적 책임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그럴 때 그 기업도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 국민의 건강을 염려하면서 유한양행을 창업한 후 부(富)를 사회에 환원한 유일한 박사의 공인정신을 기리고 싶다.이해익 경영컨설턴트

2016-12-22 16:24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세대교류 통한 성장발판 만들자

성장이 시급해졌다. ‘고도성장→감축성장’의 충격을 최대한 완화하자면 경제성장을 위한 총동원령이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고도성장기에 수면 아래 잠들어 있던 갈등변수가 급부상한다. 정치리더십마저 방황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이라 더 급하다. 그래야 기업(매출증대)도, 정부(재정확충)도, 가계(소득향상)도 희망적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게 마뜩찮다는 점이다. 결코 쉽지 않다. 당장 인구변화가 악재에 가까운 상수로 떠올랐다. 이미 한국경제가 ‘인구감소→고용하락→생산하락→성장지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빠져 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떨어지는 생산성이야 여성·고령·외국인고용을 구원투수로 잠깐은 버텨낸다 해도 사회보장비의 증가만큼은 방법이 없다. 재정악화다. 사실상 대부분 연구기관의 시산자료에 수정이 필요할 정도로 각종 연금의 고갈 속도는 빠르다.그렇다면 방법은 뭘까.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어떻게 가능할까. 조심스런 제안은 안전판으로서의 내수확충이다. 90%를 웃도는 무역의존도를 봐도 대외변수에 휘둘리지 않는 자생적인 성장기반은 필수다. 해외시장 상황이 늘 좋을 수만은 없다. 문제는 해외시장이 나빠질 때 통제할 수 없다면 내부충격은 한층 커진다는 점이다. 한국이 경험한 2번의 대외위기(외환·금융위기)는 그 단적인 사례다. 즉 발상의 전환을 통해 악재를 호재로 재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산업을 키워내는 게 현재로선 최선책인 듯하다.인구변화(저출산·고령화)를 악재가 아닌 호재로 보자는 의미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고령화에 따른 복지수요 증가사례다. 복지공급을 정부가 독점할 게 아니라 민간에 맡기는 방식, 이른바 생산적 복지다. 아픈 노인의 수발을 노는 노인 혹은 청년실업자가 맡는 식이다. 복지가 갖는 생산주의 성격을 극대화해, 의료·간병 등 사회·인적자본을 키우는 형태다. 복지를 통한 성장모델의 대표사례는 ‘제3의 길(The Third Way)’과 ‘큰 사회론(Big Society)’의 영국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한국적 복지수급의 사업모델은 최근 부각 중인 협동조합·사회적기업·NPO 등 제3섹터가 유력하다.결국 포인트는 세대융합적인 성장모델이다. 노인과 청년이 지닌 장점·한계를 뒤섞어 새로운 가치창조의 가능성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시장창출이 가능하고 사회적으로는 세대갈등에 도움이 된다. 실제 활발한 세대교류·접촉강화는 서로에게 이롭다. 노인은 청년의 창의성을 배우고, 청년은 노인의 경험을 배우는 구조다. 세대연대는 충분히 많은 사례가 있다. 연대의 잠재성은 대단하다. 손자양육, 사회공헌, 경험전수 등 다양한 세대연대가 그렇다. 고령대국 일본에서는 숙련전수와 청년정신을 결합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려는 시도가 일상적이다.필요하다면 이를 총괄할 정책창구를 만드는 것도 좋다. 가령 ‘세대교류청’ 같은 기능조직을 만들어 일원화함으로써 기대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경제구조속에서 노인과 청년은 투명인간으로 취급당하기 좋다. 있지만 없는 존재로 무시·방치·소외되기 십상이다. 대한민국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들에 대한 재조명·재검토가 한국경제의 새로운 돌파구일 수 있다. 청년과 노인들을 잉여그룹이라는 오명 대신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생산인구로 적극 편입할 때 각종의 딜레마는 해결된다.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6-12-21 15:56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