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석유시장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 방안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입력일 2016-12-26 13:26 수정일 2016-12-26 13:26 발행일 2016-12-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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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올해 석유시장을 결산해 보면 △정유사는 ‘맑음’ △주유소는 ‘흐림’ △석유대리점은 ‘비’로 표현할 수 있다. 석유대리점은 정유사로부터 석유제품을 대량으로 매입해 일반주유소나 판매소에 제품을 공급하고, 일부는 자기 주유소를 통해 판매하는 등 유통 단계의 건실한 허리역할을 해왔다. 또한 인건비, 수송비 등 저렴한 비용을 경쟁력으로 주유소 등 소매업자에게 저가로 석유제품을 공급해 소비자 가격의 인상을 억제하는 순기능 역할도 수행해 왔다. 전국 600여개 석유대리점을 통해 2015년 판매된 물량은 전체 물량의 50.1%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그 비중은 크다.

이러한 석유대리점이 2011년 12월 정부가 도입한 알뜰주유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알뜰주유소의 핵심은 정부가 공기업인 석유공사를 통해 개별 정유사로부터 석유제품을 대량 구매해 단가를 인하하고, 이를 통해 알뜰주유소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이러한 알뜰주유소의 성공을 위해 알뜰 전환용 시설개선자금과 석유전자상거래(KRX) 거래활성화를 위한 석유수입부과금, 그 외에 알뜰주유소의 법인세/소득세 혜택 등 현재까지 1000억이 넘는 지원을 해왔다. 이에 따라 기존 석유대리점이 수행했던 석유유통 구조상 순기능 역할의 상당부분이 석유공사와 KRX로 이동해 석유대리점들의 경영여건은 매년 악화돼 왔다.

석유공사 오피넷의 자료를 분석해 보면, 알뜰정책 이후 대리점의 휘발유 매출이익률은 2011년 2.51%에서 2013년 -0.89%로 낮아졌고, 경유는 같은 기간 2.72%에서 -24.28%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알뜰 시행 이후 전체 석유대리점의 25%(130여개) 정도가 등록 1년 내에 폐업을 하거나 신규 또는 재등록하는 등 부실·영세대리점들이 대거 양산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본력이 약한 영세대리점들은 알뜰정책 시행으로 마진이 악화되자, 생존차원에서 무자료 거래 등 불법·탈법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들과 거래한 상당수의 주유소가 국세청으로부터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에 이르는 세금추징을 당하기도 했다.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운영자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도로공사가 무리하게 최저가 정책을 걸면서 고속도로 주유소 운영자의 상당수는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공사는 기름을 팔아 적자 본 것을, 휴게소 수익으로 메우라고 강요하는데 이는 공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석유시장의 파괴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렇게 왜곡되고 피폐화된 석유시장의 건전한 생태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첫 번째로 정부의 석유공사를 통한 알뜰주유소 개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 사업의 수익률을 ‘0이거나 0에 가까운 수익’만 발생시킨다고 해도 이로 인해 석유시장의 교란이 발생하고, 석유시장의 질서와 공정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산업부는 망가진 고속도로 주유소의 가격 정상화를 위해 국토해양부와의 업무 협의를 통해 고속도로 주유소의 최저가 판매정책이 개선되도록 해야 한다. 국도변 주유소와 고속도로 주유소 운영자도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고속도로 알뜰의 개선책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석유시장의 암적 존재인 영세·부실석유대리점에 대한 근본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석유관리원과 지자체를 통한 평상시 관리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석유대리점의 등록요건 개선을 위한 법제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연간 5600억 원에 달하는 탈세석유를 차단할 수 있다. 아울러 석유대리점 업계의 경영실태조사를 연례화해 석유시장의 허리역할을 맡고 있는 석유대리점이 건실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