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은퇴 대비 '군살빼기'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자학과 교수
입력일 2017-01-09 16:05 수정일 2017-01-09 16:09 발행일 2017-01-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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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자학과 교수

매년 새해 계획에 빠지지 않는 다이어트. 특히 나이가 들면서 건강하고 젊게 살기 위해서 군살빼기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 은퇴 전후 세대의 경우 가정경제에서도 역시 군살빼기가 필요하다. 건강한 가정경제를 위한 다운사이징이다. 다운사이징은 불필요한 지출은 물론 집 크기를 줄이는 것과 같은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절약을 말한다.

은퇴전후세대는 저금리사회로 이행되는 금융환경의 급변을 겪으며 신용사회를 일구어낸 경제적 격변기의 주역들이다. 하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안하다. 그들은 금융투자의 위험을 잘 알기 때문에 가급적 예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려 한다. 그러나 안전자산의 수익률은 그리 좋지 못하다. 은퇴 이후를 대비해 얼마간의 자금을 마련해 놓았다 하더라도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게 되면 그 돈은 조기에 소진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러기에 절약이 필요하다. 생활비를 줄일 수 있다면 은퇴대비 자금을 좀 더 오랜 기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절약은 은퇴 이후로 미룰 게 아니라 지금부터 줄여나가야 한다. 다만 이 시기의 절약은 젊은 시절의 절약과는 다르다. 매우 적극적인 절약이 필요한데 이럴 때는 절약보다는 다운사이징이 필요한 것이다.

다운사이징은 생활규모를 전반적으로 줄이는 작업으로 생활비 뿐만 아니라 살고 있는 집도 포함된다. 자녀가 독립하면 넓은 집이 필요 없으니 작은 집으로 이사하게 되면 그 차액을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활비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가정경제의 군살빼기다.

먼저 노후자금을 자녀 학자금과 바꾸어선 안된다. 은퇴전후세대 1순위 과제는 자녀 학자금 마련이다. 입시학원비도 문제지만 대학등록금을 마련하는 데는 목돈이 필요하다.

만약 목돈을 미리 마련해 두지 못했다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자녀지원과 은퇴준비를 바꾸지 말아야 한다. 대학 등록금은 물론 생활비까지 빌려주는 든든학자금대출제도 등을 활용해 자녀들 스스로 학자금을 마련하게 하는 것이 좋다. 자녀의 결혼자금도 스스로 준비하게 해보자. 자녀들의 결혼을 위해 대부분의 부모가 개인연금이나 보험을 해약하거나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하는 등 은퇴해서 써야 할 돈을 돌려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모가 평생에 걸쳐 모은 은퇴 대비 자금의 절반 이상을 자녀 결혼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가 은퇴 이후에 돈 때문에 쪼들리며 살지 않으려면 결혼자금을 스스로 해결하도록 자녀와 미리 합의해 둘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은퇴전후세대 10명 중 7~8명은 은퇴 후 필요한 자금이 얼마인지 은퇴 전에 계산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은퇴 이후 건강한 삶을 희망하지만 은퇴할 시기가 되면 오히려 건강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노후 의료비도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은퇴준비는 단기간에 준비하기 어려운 만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은퇴 전부터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금융생활이 중요하며 은퇴 후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재무목표에 맞게 가정경제의 군살빼기를 해야 한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