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역설적인 지도자의 십계명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입력일 2017-01-23 15:35 수정일 2017-01-23 15:37 발행일 2017-01-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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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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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 노래꼬리치레’(arabian babbler)는 무리를 지어 집단생활을 하는 야생 조류다. 식사를 즐기는 무리들을 위해 우수한 녀석들은 나무꼭대기에 앉아서 망을 본다. 그러다가 포식자가 출현하면 경고음을 낸다. 사실 이러한 희생적인 행동들은 그 개체의 생존면에서는 미친 짓이다. 그런데도 그 새들은 보초역할을 더 오래 하려 경쟁을 한다. 이스라엘 행동생태학자인 아모츠 자하비(Amotz Zahavi)는 이런 무모한 행위는 그만한 위험도 무릅쓸 수 있을 정도의 탁월한 능력과 의향이 있음을 과시하는 신호라는 것이다. 실제로 보초를 더 오래서고 위험을 무릅쓸수록 집단내에서 지위와 짝짓기 서열이 올라간다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이른바 ‘경쟁적 이타주의(competitive altruism)’다. 인간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최순실게이트에 대한 촛불민심의 DNA는 무엇인가? 이것도 희생과 헌신이란 이타성은 전혀 교육받지도 생각은 물론 경험조차 없는 이들의 ‘권력 탈선 누림’에 대한 저항의 함성이 아니겠는가. 말하자면 리더십의 붕괴사건인 것이다.

바야흐로 선출위임된 지도자가 없는 탄핵정국과 불안한 대행체제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이틈을 노려 노회한 기회주의자인 다선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판을 흔들어 기득권을 확장하기 위해 촛불민심을 개헌론으로 떡칠하고 있다. 개헌은 정상적인 정부에서 정상적인 절차와 시간을 거쳐 이뤄져야 한다. 혼란한 틈에 1987년처럼 후다닥 해치워서는 또 정치게임의 대상이 된다.

본질적으로 희생과 헌신은 말처럼 녹록지 않다. 군사독재나 재벌의 황제경영에 저항했던 사람들의 족적이 희생이지 힘에 빌붙어 승승장구한 기회주의자들의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1997년 선종한 테레사 수녀의 거칠고 주름진 얼굴과 손을 떠 올려보라. 작년에 드디어 공식적으로 ‘빈자의 성녀’에 추앙되었다. 테레사 수녀는 체험을 통해 밝힌 리더십 십계명을 유언처럼 남겼다. 한국인들은 성녀의 리더십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지도자를 뽑는 혜안을 지녔으면 좋겠다. 능력보다 마음보를 봐 달라는 것이다.

<역설적인 지도자의 십계명>

1.세상사람들은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을 사랑하라.

2.당신이 선행을 하면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행을 하라.

3.당신이 성공하면 그릇된 친구나 원수가 생길지 모른다. 그러나 성공하라.

4.오늘 좋은 일을 해도 내일이면 허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일을 하라.

5.정직하고 솔직하면 불이익을 당하거나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직하라.

6.대의를 품은 이가 졸장부에게 의해 넘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크게 생각하라.

7.사람들은 약자를 선호하면서도 실상 강자만을 따른다. 그러나 소수의 약자를 위해 싸워라.

8.오랫동안 공들여 쌓아 올린 탑이 무너질 수 있다. 그러나 탑을 쌓아라.

9.도움을 주고도 공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도움을 주라.

10.당신이 가진 가장 좋은 것을 세상에 주고도 발로 차일 수 있다. 그러나 최선의 것을 세상에 줘라.

이해익 경영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