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장경제칼럼

[시장경제칼럼]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의 시장경제학적 개선방향 고찰

◇ 고유가 시기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우리 경제는 필요한 원유를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유가 변동성에 매우 취약하다. 특별히 고유가 시기 정치권의 ‘국민부담 경감책 마련’ 요구는 매번 반복되고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가장 간단하고 직접적인 수단은 단연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다. ‘개별소비세법’ 제1조 7항에 의거해 우리 정부는 국민경제의 효율적 운용을 위하여 경기 조절, 가격 안정, 수급 조정에 필요한 경우 석유류 제품에 대한 세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것이 정부의 수송용 유류세 한시적 인하조치의 법적 근거다.유가의 가파른 상승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고 기업의 생산비용을 높여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이에 정부는 이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취한다고 볼 수 있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만 이를 4차례 시행한 바 있다.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은 거의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주며, 정부 세수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측면에서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큰 정책이라 할 수 있다.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이미 가구당 1.16대로 사실상 평균적인 모든 가구는 유류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특히 제조업이 발달한 우리 산업구조에서 유류비 인하는 중요한 비용절감 요인이다. 나아가 교통에너지환경세는 국세의 약 5%를 차지하는 중요한 세수로서 단일세목으로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다음으로 많은 기여를 하고, 지방재정에서도 교육세와 주행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로 적지 않다.◇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의 경제학 이론적 검토조세귀착(tax incidence) 이론은 유류세 인하 분이 소비자 가격에 왜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지를 설명한다. 경쟁이 덜한 주유소 일수록 유류세 인하 분의 일부를 마진으로 챙기는 것은 시장경제체제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도리어 공급자가 유류세 인하 분을 소비자에게 선제적이며 온전히 돌려주는 것이야 말로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줄곧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 이후 휘발유 및 경유의 판매가격이 유류세 인하 분만큼 떨어지길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한편, 현행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 관점에서도 따져볼 부분이 있다. 예컨대 고유가로 인한 가처분 소득감소가 저소득층에게 더 크게 나타난다면, 이 정책의 혜택이 저소득층에게 우선적으로 더 배분되도록 하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 관점에서 바람직하다. 마찬가지로 고유가에 따른 가처분 소득 감소분이 영업용 차량 운전자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된다면, 이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선별 지원하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더 가깝다.요컨대, 경제학 이론의 관점에서 보아도 현재와 같은 방식의 수송용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는 개선의 여지가 보인다.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 목표가 “가격 안정”에 있다면, 정부는 조세귀착의 문제가 이를 달성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나 정책 수단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정책 목표를 “경기 조절”에 두었다면, 효율적인 자원배분(경제 주체의 가처분 소득 수준 등을 고려)을 통해 해당 목표를 더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의 개선방향 제언정부 정책은 그 정책의 합리성과 목표달성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2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시장의 가격기능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수단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후생경제학 제1법칙을 통해서도 입증된다. 특별히 국내 석유유통시장은 시장메커니즘(가격기능)이 충분히 작동한다는 점에서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다음으로, 정책 수혜자가 처한 상황을 적절히 반영하여 정부는 선별적인 지원책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정부 재원 배분의 효율성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이러한 원칙을 준수해 현행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에 대해 다음 네 가지 개선방향을 제언한다.첫째, 고유가 시기 현행 유가연동보조금의 대폭적인 확대를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에 우선하여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현행 유가연동보조금 조치는 고유가 시기 국민경제 부담완화라는 동일한 정책 목표를 두고 있다. 비록 보조금 지급은 경제주체의 실질 지불가격에 영향을 미치긴 하나, 명목가격이 주는 가격기능은 왜곡되지 않으므로 현행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보다 더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현행 유가연동보조금의 혜택은 유가에 따라 탄력적인 수요 조정이 제한된 경제주체에게 우선 배분되므로 자원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 기존의 정책보다 개선된 방안이라 할 수 있다.둘째, 고유가 시기 대중교통 이용의 대폭적인 촉진 정책을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에 우선하여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교통 이용의 촉진 정책 역시 고유가 시기 국민경제의 부담완화라는 동일한 정책 목표를 두고 있고, 석유제품 가격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석유소비의 왜곡을 덜 초래한다. 물론 대중교통에 지급되는 보조금은 대중교통 수요 왜곡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대중교통은 자가용보다 환경적 편익이 크다는 점에서 현행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보다는 더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또한 고유가 시기 자가용을 이동수단으로 선택하는 가계가 대중교통을 대체 수단으로 선택하면서 가처분 소득 증진을 도모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고유가 시기 가계가 대중교통 수단을 선택하도록 대중교통 이용의 기대편익을 대폭적으로 키우고, 그에 맞는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사회적 후생 증진에 더 부합한다.끝으로, 경제 참여자들의 정책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유류세 인하 조치 발동에 관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 앞선 4차례의 수송용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의 배경을 살펴볼 때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결정하는 배경에 특별한 규칙을 찾기 어려웠다. 이것이 유류세 인하가 정치적으로 결정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를 발동할 수 있는 조건(예: 직전 12개월 최저치 대비 단기간 30% 이상의 유가상승)을 마련하는 것은 정책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는 종료시점의 조건도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겠다.현행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시뮬레이션,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등 다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기획재정부, 산업자원통상부, 국토교통부 등의 주무부처와 지자체 간의 정책 협의도 필요하므로 충분한 논의와 인내심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할 것이다. 다소 험난할지라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이 보다 더 합리적이고 더 효율적으로 개선되길 소망한다.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연구위원/실장※ 본 컬럼은 에너지경제연구원 “수송용 유류세 한시적 인하에 따른 경제적 효과 및 정책 개선방안 연구(2023)” 내용의 일부를 요약·가공한 것임을 밝힙니다.

2024-09-02 08:12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연구위원/실장

[시장경제칼럼] 최저한세,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해야

황상현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최저한세제도는 조세특례제한법 제132조(최저한세액에 미달하는 세액에 대한 감면 등의 배제)에 따라 기업이 각 사업연도의 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계산할 때 세액공제 등 각종 조세감면을 적용받은 후의 세액이 ‘최저한세액’에 미달하는 경우 그 미달하는 세액에 상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세감면을 배제하여 최소한의 세금을 납부하게 만든 제도이다. 각 기업의 최저한세액은 과세표준에 최저한세율을 곱하여 계산되는데, 최저한세율은 다음과 같이 기업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현재 최저한세율은 일반기업(대·중견기업)의 경우 과세표준이 100억원 이하 부분은 10%, 과세표준이 100억원 초과 1천억원 이하 부분은 12%, 과세표준이 1천억원 초과 부분은 17%로 적용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일괄적으로 7%(최초로 중소기업에 해당하지 아니하게 된 연도부터 3년 이내에는 8%, 그 다음 2년 이내에는 9%)로 우대하여 적용되고 있다. 즉, 최저한세제도는 기업에게 조세감면을 해주더라도 세부담의 형평성과 재정확보 측면에서 최소한의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1991년부터 시행되어 왔다.한편, 기획재정부의 “2024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민간 투자의 조기 반등을 위하여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올해까지 연장하고 RD 투자 세액공제율을 한 해 동안 한시적으로 상향하는 등 세제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해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기업들은 반도체·백신·2차전지·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 관련 시설에 대하여 투자할 경우 15~25% 세액공제 혜택이 받게 되었고, 정부는 이를 연장하고 투자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대통령은 올해로 끝나는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를 법의 효력을 더 연장해 앞으로 계속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또한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할 경우에 투자 증가분에 대한 10%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재도입했다.그러나 기업투자 촉진을 위한 정부의 이와 같은 세제지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세특례제한법 제132조 상에서 기업들이 최소한 납부해야 하는 세금으로 규정된 최저한세액이 이미 높기 때문에 기업들의 투자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 A는 과세표준이 2조원,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가 2,000억원이라고 가정하자. 간략히 세액을 계산한다면, 이 기업에 대하여 법인세 최고세율 24%를 적용하여 산출세액은 4,800억원이고 시설투자 세액공제액 차감 후 세액은 2,800억원이 된다.하지만 이 기업에 대하여 최저한세율 17%을 적용하면 최저한세액은 3,400억원이 되어 이는 최종적으로 납부할 세액이 된다. 따라서 이 기업은 시설투자 세액공제액 2,000억원 중에서 600억원(= 3400억원 - 2800억원)의 감면 혜택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정부가 반도체·백신·2차전지·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 관련 시설투자 세액공제 적용 기간을 연장하여 투자하는 기업에 대하여 세금을 낮추어 주어도 이미 높은 최저한세로 인하여 투자효과가 감소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실제로 최저한세를 적용받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최근에는 최대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통계자료 분석결과, 최저한세 적용 기업 수는 일반기업(대·중견기업)의 경우 귀속분 기준 2019년, 886개 → 2020년, 952개 → 2021년, 1024개 → 2022년, 1188개로 증가하였고,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2019년, 27,277개 → 2020년, 38,070개 → 2021년, 50,539개 → 2022년, 66,084개로 더 크게 증가하였다(매일경제, 2024.01.22.).법인세 세율은 지난해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대하여 1%p 인하되었을지라도, 최저한세율은 2009년 이후 계속 증가하여 현재 가장 높은 수준으로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반도체 등에 대한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연장하더라도 투자효과가 적기에 나타나려면 최저한세율을 하향 조정하여 최저한세액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어 기업들이 공제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황상현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2024-08-26 11:15 황상현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시장경제칼럼] AI 규제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

지인엽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요즘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핫’하다. AI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주목받으며 국내외 AI 관련 기업 주가가 연일 오르고 있고, 국가인공지능(AI)위원회가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할 정도로 정책적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AI가 단순히 경제적 가치를 가진 과학기술에 그치지 않고 우리 정치, 경제, 사법, 문화 등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잠재성 때문이다.AI가 전문가와 분야에 따라 달리 정의되고 있음에도 AI의 잠재성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 것 같다. 문헌을 조사해보면 AI 기술의 기본 개념은 컴퓨터 시스템이 주어진 데이터에 기반하여 인간의 지능을 모방·응용함으로써 인간 활동에 기여하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그런데 경제학자들은 이 개념이 포괄하지 못한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들은 AI의 속성과 발전 방향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언뜻 보기에 이는 경제학자들이 으레 하는 일 같지만 사실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불, 바퀴, 항해기술, 증기기관, 항생제, 전기, 냉장기술 같이 과거에 발생한 대부분의 기술 혁신은 계층을 막론하고 사회 후생을 증진시켰기 때문에 경제적 효과를 사후적으로 연구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 (물론, 경제학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서 사후적으로 연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다) 특정 계층에 대한 편향성이 작으면 사회 통합을 위협할 가능성도 미미하다. 따라서, 사전에 제도적으로 개입할 필요도 없었다.AI가 과거 기술혁신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편향성이다. AI는 잠재적으로 무한 편향적이다. 제도경제학 권위자인 MIT의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는 데이터 우위를 점하는 사람이 정보와 후생을 독점할 수 있고, AI가 구현한 자동화는 노동자의 숙련도에 따라 비대칭적인 생산성 효과를 일으킬 수 있으며, 심지어 AI는 여론형성 과정에 개입하여 민주주의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애쓰모글루는 AI 기술 발전을 무조건 독려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며, AI 발전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명확한 사전규제가 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수십 년간 자동화 기술과 디지털화 때문에 (고숙련 노동자의 생산성은 증가한 반면) 저숙련 노동자의 생산성과 임금이 떨어졌고, 인기영합주의 정치인들이 이를 기회주의적으로 선동하여 제도권에 진입하고 있는 현상을 보면 그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AI 기술이 무분별하게 발전할 경우 자동화와 디지털화 이상의 사회적 폭발력을 발휘할 것이다.그럼 AI 규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효과적인 규범을 확립하기 위해서 AI를 집행하기 전에 면밀한 AI 영향 분석을 시행해야 한다. 노동자가 수행하는 업무는 범위의 경제를 띠는 경향이 있다. 한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학습효과 때문에 다른 업무의 생산성이 올라간다. 만약 AI로 인한 자동화로 노동자가 특정 업무에서 배제된다면 다른 업무의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AI 개발과 집행 비용까지 고려하면 총생산성은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또한 AI 발전 방향에 대한 세심한 정책적 유도가 필요하다. 단순 자동화에 과잉 투자가 생기지 않도록 감시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AI를 교육에 적용할 때 채점 자동화에 투자하기보다는 학생 단위 데이터를 이용하여 맞춤형 교육을 구현함으로써 대량교육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AI가 우리 기술의 미래라는 인식 자체를 부인하고 AI 발전을 막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AI 기술이 회복 불가능한 시장 실패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위험에 대해 정책적 숙려 과정을 거쳐야 하고, 기계적으로 경쟁 시장구조를 조성하는 정책이 AI 기술을 효율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발상은 경계해야 한다.지인엽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24-08-19 08:19 지인엽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시장경제칼럼] 정책당국의 메타인지 능력이 절실하다

이진영 강원대학교 경제정보통계학부 부교수최근 사교육 시장에서 유행하고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메타인지’이다. 메타인지가 높아야 공부를 잘한다는 사교육 전문가의 말에 메타인지 학습법을 다룬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메타인지 단어가 들어간 책과 학용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플라벨(Flavell)이 내린 정의에 따르면 메타인지란 인지과정에 대한 인지 능력이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메타인지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능력이다. 초·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사교육 시장이 워낙 크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메타인지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능력이라고 인식되어 왔다. 메타인지가 뛰어날수록 문제 해결 능력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때 ‘문제’를 ‘시험문제’로 좁게 해석하여 홍보한 결과이다. 그러나 사실 메타인지는 살면서 부딪히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이를 통해 성장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바탕으로 본인의 한계를 이해하고, 이 한계를 극복해야만 성장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메타인지 능력은 성장을 이루려는 국가에게도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국가의 성장 및 발전 여부는 시행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 평가하고 문제점을 보완하여 더 나은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능력, 한 마디로 정책당국의 메타인지 능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 정부가 제시했던 정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현 정부의 메타인지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올해 7월 초 정부가 ‘요일제 공휴일’ 제도의 도입을 검토한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왔다. 요일제 공휴일 제도는 법정 공휴일을 ‘몇 월 몇 번째 무슨 요일’로 지정하여 운영하는 제도이다. 법정 공휴일을 월요일이나 금요일로 지정하게 되면 주말과 공휴일이 연달아 있게 되어 연휴가 길어지는 효과가 있다.이로 인해 여행과 소비가 늘어나 내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도입을 검토하는 근거이다. 그러나 길어진 연휴가 내수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긴 연휴기간은 통상 국내여행보다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더 크게 증가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일본 등 거리상 가까운 주변국의 화폐 가치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요일제 공휴일 제도가 도입된다면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여 정부가 기대하는 내수 진작의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현 정부에서 추진하려는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 역시 정부의 메타인지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다. 정부는 현행 주 52시간 근무제를 최대 주 69시간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였는데, 현행 주 단위로 관리되는 연장근로의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 등으로 다양화하여 일이 많을 땐 근로시간을 늘리고 일이 적을 땐 근로시간을 줄여 휴식을 취하자는 의도였다.그러나 주 최대 69시간 근무제는 정부가 의도하지 않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저출산 현상의 심화가 그것이다. 근로자의 평균근로시간과 출산율은 부(-)의 관계, 즉 반대로 움직인다고 알려져 있다. 2023년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국가소멸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근로자의 평균근로시간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면 출산율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은 출산율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내수 진작을 위한 요일제 공휴일 제도, 효율적 노동시장을 위한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 등 정부가 시행하려는 정책의 의도는 분명하다. 그러나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정책 수단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수단을 사용할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정부는 지금보다 더 면밀히 따져보고 분석해야 한다. 요일제 공휴일 제도가 과연 내수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인지, 근로시간 최대 주 69시간 제도가 정부의 다른 정책 목표와 상충되지 않는지 등에 대해 정부는 다시 한 번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아무리 좋은 의도가 있는 제도라 할지라도 예상치 못 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에 정부는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960년대 말 운전자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미국에서 도입한 안전띠 착용 의무화 규제를 예로 들어보자. 이 규제의 시행 후 실제로 미국의 운전자 사망률은 줄었으나, 의외의 부작용이 발생하였다.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안전하다고 느낀 운전자들이 예전보다 부주의하게 운전하여 결과적으로 사고율과 보행자 사망률이 증가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어떤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때 제도의 시행이 유발할 수 있는 부작용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도록 보다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정부의 메타인지는 정책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행하려는 정책 수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정부 스스로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메타인지는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정부에게도 필요한 능력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이진영 강원대학교 경제정보통계학부 부교수

2024-08-12 08:22 이진영 강원대학교 경제정보통계학부 부교수

[시장경제칼럼] K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전략

최근 지난 몇 년 동안 온라인플랫폼 시장과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구체적으로 이에 대한 경쟁법적 논의의 초점은 ‘새로운 규제 틀(regulatory framework) 마련’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 변화를 준 계기는 미국의 ’온라인플랫폼 반독점 패키지법안’ 폐기에서 비롯되었다. 유럽의 DSA와 DMA 못지않게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위 규제 법안은 2023년 1월 3일 상원에서 폐기되었고 이로 인해 향후 빅테크 기업에 대한 경쟁법적 규제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지적들이 제기되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①유럽의 동 규제법에서 포함하지 못한 생성형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의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을 위하여 ②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제고 및 자국 플랫폼 기업의 패권 유지 및 강화를 위하여 법안을 폐기한 것으로 파악된다.더불어, 2023년 4월 25일 EU는 DSA의 대표적 규제 대상인 19개의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발표했고, 이로 인해 19개의 기업은 2023.09.01.까지 DSA가 요구하는 규정을 따라야 하며, 위반할 경우 글로벌 매출의 6%에 해당하는 막대한 벌금까지 부과 받을 수 있고 일시적으로 서비스가 금지될 수도 있다.이처럼 EU는 온라인플랫폼 규제에 있어 매우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특히 온라인플랫폼을 통한 혐오발언이나 허위정보의 확산 등 부작용 방지를 강조하고 있다 . 중요한 것은 위 규제대상에 국내기업은 단 한 개도 포함되지 못했다(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다시 말해서 거대 플랫폼기업에 해당하고, 위협적이며, 시장에 반경쟁적이어서 소비자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모니터링 대상으로서 국내 기업이 시행법의 범위에 해당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온라인 플랫폼과 관련된 규제 법안들을 제정 추진 이후 4-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그동안 ‘챗지피티(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등장하여 전 세계를 뒤흔들었으며 세계 초대 SNS기업인 ’페이스북’이 가상현실(VR)분야로 영역 확장을 위해 ‘메타’로 사명을 변경하기도 하였다.흥미로운 것은 유럽의 DSA와 DMA가 통과되어 시행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생성형 AI는 규제대상으로 포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를 포함하기 위해서는 향후 또 몇 년의 시간이 걸릴지 것이다. 물론 얼마 전 유럽의 인공지능법안이 통과되었지만 동법은 위에서 설명한 DSA.DMA와는 다른 성격과 내용이므로 추이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실제로 최근 국내의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규제의 판도도 변화하였다. 카카오톡 데이터센터 화재, 쿠팡의 알고리즘 조작의혹 혐의,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등을 계기로, 소비자피해 및 불공정거래행위 규제를 넘어 독과점 문제 및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 대한 경쟁법적 고려가 부각되면서 기존 플랫폼 기업의 ’자율규제’를 내세우던 분위기에서 ‘법적규제’로의 전환이 기정사실화 되었다.정부는 새로운 ’온라인플랫폼 법안(온플법)’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도 흐름에 맞추어 소위 대형 플랫폼이라 불리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독과점 규제법을 만들고자 추진 중이다.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온라인플랫폼진흥법(안)을 만들고자 발표하면서 이와 유사한 목적과 명칭의 일본의 상황을 살펴보니, 일본은 ‘특정플랫폼공정화법’ 또한 온라인플랫폼을 ‘디지털 플랫폼(デジタルプラットフォ?ム)’과 ’특정 디지털 플랫폼(特定デジタルプラットフォ?ム)’으로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다.물건 판매 종합 온라인 쇼핑몰 운영 사업자로는 ‘아마존 재팬’, ’라쿠텐 시장’, ‘Yahoo! 쇼핑’을, 앱스토어 사업자로는 애플의 ’App store’와 구글의 ‘Google Play 스토어’를 지정하였다. 일본 또한 아마존, 라쿠텐, 야후, 애플, 구글 등 초대형 플랫폼에 대해서만 핀셋규제를 하고 있다.또한 최근에는 소위 ’경쟁촉진법’6)이라는 법안을 제안하여 미국 및 유럽의 디지털플랫폼 사업자(cf.애플)에 대한 소송제기 등의 움직임에 대해 일본 시장에서도 대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법을 마련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결국 미국의 경우 기존에는 경쟁 및 소비자 보호의 측면에서 빅테크의 시장 실패를 중점으로 강경한 정부의 개입을 추진하였으나 , 기술의 급진적 발전과 그 패권이 단순 경제 뿐 아니라 사회ㆍ정치 영역에도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재인식하게 되었다 . 그로 인해 정책 기조를 자국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로 전환하였다.이는 EU가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입법 규제를 강경하게 추진 및 도입한 것과 유사하다. 이는 미국 내에서 과도하게 빅테크를 규제할 경우 자국의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해지고 그 빈자리를 중국의 플랫폼들이 대체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 미국은 자국 빅테크 기업의 반경쟁적 위협을 인지함과 동시에 그로부터 오는 이익도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그렇지만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 않았으며, 자국 내의 스타트업 시장 또한 성장을 추진하기 위하여 행정명령과 주법, 판례 등을 통해 다각적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한편 EU의 경우 빅테크 규제에 있어 미국과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존 규제를 강화하거나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등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컨대, 영국의 경우 빅테크 기업을 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규제기관을 설립하는 법안을 발표하였다.또한 유럽은 트래픽 사용량에 따라 많이 사용하는 콘텐츠사업자(CP)는 통신망 사용료를 더 많이 지급하도록 하는 ‘연결인프라법안’ 및 ’구글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디지털시장법을 추진 중이다.이 같은 상황을 참조하여 국내 플랫폼 시장을 위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즉 해외의 특정 규제입법 및 이에 따른 경쟁정책을 분석하여 각각의 시장효과를 비교분석하되, 시장의 차이를 고려하여 그들의 것을 참조하되 국내의 장점 및 특성에 맞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규제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때에는 어떻게 입법적 접근 방향을 설정하느냐가 중시된다.기본적으로 방향을 정할 때는, ① ‘Online Platform’에 대한 긍정적 기대와 ’Big’에 대한 우려, ② 개별 거래관계와 시장 구조적 관점에서의 동시적 접근, ③ 디지털 경제에서 기존 규범체계의 유효한 작동 여부 확인과 개선 방향, ④ 실체법 및 절차법적 차원의 병행적 대응 필요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또한 온라인 플랫폼 관련 규제방안을 새롭게 마련하고자 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두 가지의 전제를 지켜야 할 것이다 . 첫째, 균형적 시각에서 규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성장과 경쟁규제를 대결의 관점으로 치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둘째. 새로운 규제에 대한 모든 논의는 ‘기존 규범체계의 작동 범위’ 내에서 작동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새로운 규제가 기존의 규범체계에 어긋난다면 이는 결코 정합적이지 못한 것이다.결과적으로, 현재의 공정거래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한 부분과 그 이유를 명확히 인지해야 하며 상호간 조화를 이루는 규범체계를 마련하게 된다면 우리나라에 적합한 온라인플랫폼 규제 법안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정혜련 경찰대학 부교수(법학박사/SJD·방송통신법·경제법)

2024-08-06 09:01 정혜련 경찰대학 부교수(법학박사/SJD·방송통신법·경제법)

[시장경제칼럼] R&D 투자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투자는 세계적으로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우리나라의 총 RD 투자금액은 약 112조 64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0.3% 증가하였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금액 비중이 약 5.21%로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3). 2022년 우리나라 RD 투자규모를 간략히 살펴보면, 연구수행 주체별로는 기업이 79.4%, 공공 연구기관이 11.5%, 그리고 대학이 9.1%를 점유하고 있다. 연구개발 단계별로는 기초연구가 15.0%, 응용연구가 19.9%, 개발연구가 65.0%를 점유했다. 그리고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중 매출액 상위 10개 기업의 연구개발비 비중이 약 40.3%를 점유하고 있으며, 대기업의 비중은 약 61.7%를 점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러한 RD 투자는 우리나라 연구 및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 논문 점유율 및 우수논문 생산비율(상위 30% 논문 대비 상위 1% 논문 비율) 등도 연도별로 증가하였으며 산업에 직접 활용되는 기술 생산과 수출에 장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동아 사이언스, 2024년 4월 24일).그러나 이러한 절대적 성과 개선에도 불구하고 주요국과 비교하였을 때 RD 투자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있었다. RD 투자 100만 달러당 특허건수는 2019년 현재 0.030건으로 OECD 37개국 중 11위 수준이며 RD 투자금액 대비 지식재산용료 수입 비중도 2018년 현재 9.9%로 OCED 평균 27.7%에 크게 못 미치고 있었다(지식재산뉴스, 2022년 4월 22일). 주요국 대비 RD 투자 성과 미흡에 대해 일부는 “코리아 RD 패러독스”라고 지적을 하고 있다(최민철, 2024).단계별 투자형태를 보면 기초연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데 미국 및 일본 등도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는 기초연구의 비중이 2021년 현재 약 23.0%로서 매우 높은 편이다(이새롬·한웅용, 2024).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타나는 개발연구에 비해 기초연구는 성과가 장기에 걸쳐 나타나지만 지식확산(knowledge diffusion)의 파급효과가 큰 편이므로 양(+)의 외부효과(externalities)가 있다.그런데 2022년 현재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기초연구 비중은 약 23.6%로 높은 수준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공공기관의 기초연구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RD 정책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그리고 우리나라는 대기업 등 규모가 큰 기업의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은 편이다. 대기업이 연구개발 투자를 주도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대기업들의 연구개발투자가 시장집중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생산물 시장 왜곡(product market distortion)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슘페터(Schumpeter)는 연구개발 투자가 대기업들에 의해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지만 애로우(Arrow)는 오히려 시장에 신규로 참여하는 중소기업(small entrant)들이 기존 대기업들(big incumbent)을 대체하는 효과(replacement effect)가 높을 것이라고 했다.최근 연구에 따르면 혁신 및 경쟁의 정도 관계가 역 U 커브 형태(inverted U shaped)를 띠고 있다고 한다(Aghion et al., 2005). 초기에는 경쟁의 정도가 심화되면 혁신의 정도가 강화되고 경쟁의 정도가 어떠한 수준을 넘게 되면 혁신의 정도가 약화된다는 것이다.우리나라 산업의 경쟁 정도가 어떠한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학술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들의 신규 시장 참여를 통한 경쟁의 심화는 혁신 정도를 강화시킬 것이다. 2022년 현재 우리나라 중소 및 벤처기업들의 기업부문 연구개발비 비중이 각각 10.5% 및 13.8%로 전체의 24-25% 수준이다.혁신적인 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혁신의 정도가 약하고 생산성이 낮은 기존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며 혁신의 정도가 강한 새로운 기업들이 시장에 참여하여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신규 기업들의 시장참여를 독려하고 이들 기업들의 RD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다양한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또한 기업 연구개발비 중 서비스업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12.5%로 미국(36.9%), 독일(14.4%), 프랑스(48.2%), 영국(60.5%)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후반부터 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였지만 실제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주로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이 생계형 저부가가치 산업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인데 과거 여러 정권에서 의료, 교육 등의 지식기반형 서비스 산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었다.그러나 이들 산업의 생산성은 외국에 비해 높지 않은데 산업구조가 이권추구적인 형태이며 혁신노력도 미흡한 편이다. 좀 더 서비스 산업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이들 산업의 RD 투자를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 서비스 산업의 공급자 및 구성원풀이 매우 제한적이서 정부 및 공공기관 RD 투자재원들이 특정 그룹들에게 배분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따라서 정부는 이들 서비스 산업의 인력공급을 다변화하여 신규 인력들이 시장에 참여하고 하고 이들의 혁신을 유도하게 하는 방향으로 정책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이재민 경북대 교수

2024-07-29 09:00 이재민 경북대 교수

[시장경제칼럼] 자유에 대한 ‘정치적 옳음’을 깨뜨리자

이혁우 배재대학교 교수대부분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 O, X 퀴즈 줄서기. 맞는 답을 고르고도 혼자뿐이면 불안하다. “정말일까요? 한 번 더 생각해 보세요” 라는 사회자의 말에 맘이 바뀌고 줄을 바꾼다. 사람이란 역시 다수에 속해 있어야 편하다. 적어도 ‘정치적’으론 안전하다. 우리 안의 신화, 천동설이 그랬고, 광우병 사태가 그랬다. 우리 편끼리는 틀린 것, 잘못한 것도 그냥 넘어갈 수 있다. 그냥 같이 보듬고 아쉬워만 하면 된다. ‘고생 했어’ 동지끼리 하는 치유의 말만큼 무책임한 말은 없다.‘정치적’ 옳음은 배타성과 같은 말이다. 침묵을 강요하고 폭력을 부른다. 멀쩡한 사람을 삐딱이, 왼손잡이로 만들어 왕따 시킨다. 이렇게 우리사회, 금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번 보자. 언제부턴가 중대재해처벌법을 비판하는 것도, 차별금지법을 비판하는 것도, 균형발전을 비판하는 것도 점점 부담스러워진 듯하다. ‘가슴 아프다’는 한 마디 말로 사고의 잘잘못이나 발생확률을 제대로 따져보자는 목소리도 묻혀 버린다. ‘정치적’ 옳음의 메아리는 이렇게 크다. 하지 않기로 되어 있는 말은 하면 안 된다.경제사회 운영의 핵심원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유’가 그렇고 ‘시장’이 그렇다. 자유로워야 개성과 창의성이 발현한다. 시장이 있어야 부족한 걸 바꿔가며 살아갈 수 있다. 국가가 자유를, 시장을 보장해야 하는 이유는 이렇게 간단하다. 그런데 요즘, 우리를 번성케 해 준 이 당연한 생각이 고루해지더니 극우란 이름으로 치워지고 있는 것도 같다. 완벽한 자유인을 꿈꾸는 사람들조차 자유주의에는 멈칫하는 게 세태이다.하지만 자유주의 혐오가 ‘정치적 옳음’이 되는 건 정말 위험하다. 자유를 말하지 못하고, 시장을 말하지 못하는 사회란 우리를 지금의 우리로 만들어 준 마법의 책을 스스로 내팽겨 치는 일이다. 인민재판, 자아비판 시간, 자기의 자유를 부정하고, 하지도 않은 잘못을 입증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시장이 중요하다고 말하지 못하고, 자유주의자임을 말하지 못하는 사회, 그것이 삐딱이가 되는 사회는 그래서 폭력적이다.사실 자유주의에 대한 ‘정치적 옳음’에는 뻔뻔한 이기주의와 위선이 자리 잡고 있다. “나는 자유로워야 하지만, 너는 자유로우면 안 된다”는 게 그 논리이다. 사회적 경제기업이 자유로운 건 당연하지만, 조금이라도 큰 기업은 그러면 안 된다. 재래시장은 자유로워야 하지만, 대형마트도 그러면 안 된다. 지방은 자유로워야 하지만 수도권은 자유로우면 안 된다.종업원이 수만 명이어서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는 늘 있을 수밖에 없는 직장에서도 대표라면 언제나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자의 자유는 이렇게 제약되고, 근로자의 자유는 이렇게 보장된다. 이 모든 것, 사이비 자유주의, 비대칭형 자유주의지만 사회에 스며드는 건 금방이다.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너는 감정도 없어’ 라는 한 마디 말에 자유 삐딱이는 바로 ‘정치적 옳음’이 되어 버린다.이런 풍토에서 한줌 자유주의자에게는 금방 보이는 우리사회 모순, 사회적 경제기업, 대형 마트 영업규제, 수도권 규제, 중대재해처벌법의 무논리 비판은 사그라든다. 좋은규제시민포럼 발표에 의하면, 개원 6주째인 7월, 국회는 이 짧은 기간 동안 1,609건의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중 444건이 규제이다. 헌법에도 있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우리 스스로를 옳아 매는 규제를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나 만들자고 한다. 이 모두가 과연 사회를 더 낫게 해 주는 법들일까?이 법률안 속에는 대학 등록금을 더 강하게 규제하자는 것,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을 강행규정으로 하자는 것, 모든 어린이 공원에 CCTV를 설치하자는 것, 농수산물에 표준가격을 정하고 그 이하로 내려가면 국가가 보전해 주자는 것, 사회적 경제기업 적합업종을 만들자는 것, 천일염 보호는 우선구매로도 신통찮으니 아예 최저가격제를 도입하자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방송법, 검사탄핵, 정쟁 때문일까, 국회는 어째 이렇게 많은 경천동지 할 자유파괴법을 내 놓고도 토론도 제대로 안하는 것 같다. 언론과 사회 분위기는 더 하다. 이중 몇이라도 의결된다면 우리 모두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 뻔한 데도, 한 달 사이 반대 논리를 어디서도 잘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사회는 언젠가부터, 자신이 자유주의자임을 밝히며 세상 입씨름 하는 게 어려워졌다. 원래 삐딱한 애, 왼손잡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는 법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안에 스며든 ‘정치적 옳음’의 위력이다.자유란 원래 그냥 된 게 아니다. 부지기수의 사람들이 자유를 위해 몸을 던졌다. 원래 얻기는 어려워도 잃는 것은 금방이다. 지금처럼 ‘정치적 옳음’이란 유령이 자유를 온통 포위하고 있는 한 자유망각도 가속화 될 거다. 이제 한줌 자유주의자라도 두 배의 목소리를 내고, 네 배의 부지런함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 안에 물든 ‘정치적 옳음’을 깨치려면 오늘부터 이렇게 말해보자. “(너처럼) 그들도 자유가 있다고, 누구도 부당하게 그들의 자유를 쉽게 재단할 수 없는 거라고, 자유를 말할 자유를 용감하게 시도해 보자고”이혁우 배재대학교 교수

2024-07-22 08:30 이혁우 배재대학교 교수

[시장경제칼럼] 교육재정의 개혁이 필요한 이유 몇 가지

윤상호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특히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교육 과정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기 위한 기초교육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게 될 어린이와 청소년이 어는 국가보다도 우월한 양질의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은 남녀노소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 사회적 명제라 할 수 있다. 이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창의적인 교육 과정을 제공하기 위해 투입되는 교육재정이 국가재정을 운용하며 항시 가장 우선되는 예산 항목 중 하나로 등장하는 사유이기도 하다.세계화·정보화를 표방한 김영삼 정부의 대표적 개혁방안인 ‘5.31 교육개혁 방안’에 기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교육재정은 지난 30년간 절대적 규모의 확충이라는 한 가지 잣대에 치중해 운영되어 왔다. 또한 GNP 대비 5% 수준의 교육재정 확보라는 1995년의 재정적 목표를 실현하는데 30여년이란 세월이 필요했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재정이 양적 측면에서 많이 성장해온 것은 사실이다.반면 저출산·고령화, 학령인구의 감소 등 교육재정을 둘러싼 우리나라의 사회적 환경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GNP 대비 5% 수준의 교육재정이라는 1995년의 재정적 목표가 아직도 유효하며 계속 추진되어야 하는 목표인지 재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한 예로 GNP 대비 5% 수준의 교육재정이라는 목표가 수립된 1995년 당시의 우리나라 학령인구는 약 11백만 명에 육박하며 전체 인구 중 약 24%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2022년 현재 학령인구는 약 6.4백만 명으로 감소하여 전체 인구의 12%만을 차지하고 있다. 즉 교육재정의 직접적인 수혜대상이라 할 수 있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재학생은 지난 30여년 간 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였다.이러한 학령인구의 감소세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예측되는 상황에서 동일한 수준의 교육재정 목표를 유지하는 것이 과연 국가재정의 효율적 관리를 담보할 수 있는 조치일까? 교육재정의 개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첫 번째 사유라 할 수 있다.또한 절대적 규모의 확충이라는 교육재정 목표를 지난 30여년간 추진한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소득 수준 대비 교육의 지출이 가장 높은 국가로 이미 탈바꿈하였다. 1.5만불을 상회하는 우리나라의 학생 1인당 지출 규모는 OECD 가입국 중 유일하게 1인당 GDP 대비 30%를 초과하고 있다.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추이가 꾸준히 지속되는 상황에서 GNP 대비 5% 수준의 교육재정 목표가 유지된다면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우리나라의 소득 대비 교육 지출 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교육재정의 개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두 번째 사유라 할 수 있다.하지만 교육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우려해 교육재정의 개혁을 요구했던 목소리는 교육의 헌법적 가치와 당위성을 말하는 교육계의 주장에 밀려 지난 30여년 동안 한번도 제대로 된 사회적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다.또한 학령인구와 연동되어 있는 교육 수요의 변화와 무관하게 결정되는 세입 구조와 일반 재정과 분리되어 있는 칸막이식 운용 구조를 가진 교육재정은 정부의 지출 항목 중 유일하게 구조조정의 요구를 받았던 적도 없다. 교육재정의 개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세 번째 사유라 할 수 있다.교육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에 반대할 수 있는 국민은 어느 누구도 없을 것이다. 필자 또한 우리나라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전 세계에서 가장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떠한 사회적 명제라도 검증과 개혁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는 없다. 교육과 관련된 정책도 마찬가지이며 교육이 가지는 특수성이 재정의 성역화를 정당화시킬 수도 없다.30여년 전에 수립된 목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 바뀌어야 하며 학령인구의 감소와 소득 수준에 대비한 교육 지출 규모는 우리나라의 교육재정 체계를 개혁해야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윤상호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2024-07-16 07:40 윤상호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시장경제칼럼]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주의로의 통상환경변화에 대한 고찰

오경수 강원대 교수지난 50여 년 동안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 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와 세계무역기구(WTO : World Trade Organization) 체제하에서 자유무역주의를 통하여 세계 경제가 높은 성장을 달성해 왔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러나,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포스트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여파 등 불안정한 정세를 경험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경제통상환경의 상황들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다.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2010년대 후반 나타난 자국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신보호무역주의의 대두와 시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자유무역주의에 기반한 무역환경으로부터 세계경제 기조의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이러한 전환기의 주요 통상 이슈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국가마다 비관세장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지적재산권, 노동, 인권, 환경 분야 등에 대한 강화된 무역구제조치의 활용, 보조금을 통한 산업정책의 적극적 시행, 기후대응과 관련한 국가별 규제의 강화 등이 그 예로 이해할 수 있다.즉, 현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통상 이슈는 보호무역주의라는 큰 틀 안에서 대응 방향의 일관된 흐름을 도출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특히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고, 자국 시장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이러한 대외 무역환경의 전환에 대한 심도있는 정책적 대응과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올해 11월 예정된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미국은 더욱 강화된 무역구제조치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EU에서는 2023년부터 시행된 역외보조금과 함께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EU 배터리법이 시행되며, 다양한 수입규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2023년 8월 멕시코에서 철강을 비롯한 392개 품목의 관세 인상, 동남아의 배터리 원료 등의 소재가 되는 광물의 수출제한 등 자원 민족주의에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 등도 나타나고 있다.미국, EU 등 선진국들은 이러한 통상환경의 전환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무역주의 하에서 지양되었던 자국 산업보호 및 육성을 위한 보조금 지급 등 산업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육성법, 인프라법(IIJA), EU의 그린딜정책, 프랑스의 녹색산업법안 등에는 유럽 또는 자국내 생산을 촉진하고 노동환경 등을 보호하기 위한 산업정책적인 성격이 매우 두드러진다.중국 또한 2023년 1월부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기 전까지 약 38조6천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집행하였으며, 정부보조금을 통하여 태양광, 배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특히, 각국의 적극적인 산업정책은 대부분 탄소중립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 패키지와 연계되어 있으며, 이는 전지구적 주요 이슈인 환경문제를 등에 업고 WTO의 제재에서 벗어나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EU는 그린딜 정책의 일환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하고 있으며, ‘탄소중립산업법(NZIA)’까지 다양한 통상관련 법안들을 제정해 활용하고 있다. 또한, 2022년 발효된 미국의 IRA는 청정에너지 산업에 대한 전방위적 재정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포함하고 있지만, 역내 공급망 강화라는 측면에서 보호무역의 요소가 강하다.무역의존도 및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러한 통상환경의 변화에 대하여 어떠한 능동적인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는 통상환경의 전환기적 시각을 통한 근본적인 대응보다는 개별적 이슈에 대한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대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보여진다.산업구조의 혁신적 변화와 선제적인 정책적 대응, 연계성, 일관성을 확보한 효과적 정책패키지의 발굴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오경수 강원대 교수

2024-07-08 11:49 오경수 강원대 교수

[시장경제칼럼] ‘세계 최초의 성문헌법’은 어떻게 최장수 헌법이 되었나

김우택 한림대 명예교수요즈음 우리는 “법대로”라는 말을 야당 정치인들로부터 많이 듣는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탄핵이며 자신들 입맛대로의 개헌까지도 밀어 부치겠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는 ‘다수에 의한 폭정’일 뿐인 자신들의 행위를 ‘법치’라 한다. 이제 우리 민주공화정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한 정치학자는 신문칼럼에서 현 헌정질서의 위기를 우리 헌법에 내재된 원인과 민주주의의 성숙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첫 번째는 직선제 개헌으로 대통령과 국회를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이원적 정통성(dual legitimacy)’의 문제이다. 정통성의 우위를 둘러싼 대결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는 늘 패자였다. 대통령은 여전히 강하다. 하지만 국회 해산권이 없는 대통령은 제도적으로 약자다. 만약 정당 국회에 대한 대통령의 장악력이 약하고 국민의 지지가 낮으면, 대통령은 국회의 손쉬운 먹이감이 되기 때문이다.후자는 한국민이 지금 처음 목도하는 ‘다수의 폭정’은 민주주의가 우중(mob)의 원한(르상티망)과 결합할 때면 드러내는 민주주의의 속성에서 도출되는 일반론이다. 필자도 ‘민주주의는 자살한다’ (2015), ‘민주주의의 죽음: 우리의 민주주의는 무사한가’ (2018)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바 있다.이제 시선을 세계 최장수 헌법으로 돌려보자. 한국 뿐만아니라 모든 대통령 중심제 국가 헌법들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미국헌법은 무엇이 어떻게 다르기에 안정성과 내구성을 과시하며 장수하고 있을까. 먼저 위에서 언급한 ‘이원적 정통성 문제’는 없는 지부터 살펴보자. 미국 대통령 선거는 유권자가 선거인단을 뽑고,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선제이고 국회의원은 직선이다. 국회해산권이 없기는 미국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그렇다고 미국 대통령이 우리 대통령보다 국회에 대해 약하다고 할 수 있을까, 미국에는 아직 탄핵된 대통령이 없다. 이런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헌법제정 과정의 토론에서 엿볼 수 있는 입법의도를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외 없이 전제정치로 타락한 그리스-로마공화정의 실패가 민주주의의 실패라는 확신을 가졌던 미국헌법작성의 주역들인 ‘연방주의자’들은 정치 선동가들이 대중을 선동할 기회를 만들기 어려운 제도를 고안하려 노력했다.당연히 직접보다는 대의민주주의를 선호해서 간선의 대통령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국회도 양원제로 하여 직선제의 하원이 근시안적 대중의 열정에 휩쓸리는 것을 상쇄할 상원은 주의회에서 선출하도록 했다. 상원의원 직선제는 수정헌법17조가 비준된 1913년부터이다. 그간 230년이 넘는 미국헌법의 역사에서 5번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하원에 제출되어 4번 가결되었으나(닉슨대통령은 표결 전 사퇴), 상원 심판에서 모두 부결되어, 아직 탄핵된 대통령이 없는 것이다.그런데 이 역사를 1913년 이전 120년과 이후 110년으로 나누어 보면, 5번의 탄핵 소추안 중 한번 만이 직선제 수정이전이다. 1대 4라는 차이는 직선제 수정헌법이 이원적 정통성이 야기하는 경쟁을 부추긴 결과라는 해석도 가능케 한다. 그리고 상원의 심판 결과는 지금까지 미국의 민주주의를 떠받쳐준 불문률로서의 다른 규범인, 상호관용(tolerance)과 절제(forbearance)가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 된다.민주주의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을 헌법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연방주의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헌법도 ‘이원적 정통성’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다수의 폭정’이라는 민주주의에 내재된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지 않다면, 미국헌법의 장수는 어떻게 설명할까.필자는 미국헌법을 벤치마킹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따라하지 못한 두 가지를 미국헌법의 안정성과 내구성의 원천으로 판단한다. 그 첫째는 삼권분립의 목적에 부합하는 3부간 관계설정과 거의 완벽한 사법부의 독립성 확보이고, 둘째는 헌법 수정을 어렵게 한 장치와 헌법이 존중되도록 기울인 노력이다.1787년 헌법 비준에 반대하던 ‘반(反) 연방주의자’ 들이 제기한 중요한 반대논리 중 하나가 삼권분립의 원리가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정부의 세가지 기본 기능을 수행하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기관들은 상호간에 엄격한 배타성이 요구되는데, 헌법은 이들 상호간에 기능이 중복(overlapping)되고 권력을 공유(sharing)하도록 고안되었다는 것이다. ‘반연방주의자’ 들에게 삼권분립은 3부의 격리와 불간섭이었으나, ‘연방주의자’들의 삼권분립에 대한 이해는 달랐다.삼권분립은 연방정부의 전제화를 막기 위한 수단의 외형이고, 그 작동방식이 삼권 서로 간의 ‘견제와 균형’ 인데, 이 메커니즘이 작동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기능 중복과 권력 공유’가, 필수라는, 즉 서로 간에 연결되고 얽혀 있어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할 뿐 아니라 필요하면 간섭할 수 있는 헌법적 통제수단도 주어져야 견제도 하고 균형도 잡을 수 있다는 논리이다.이 같은 3부간의 관계설정에 더해, 제한된 기능으로 인해 자칫 약해지기 쉬운 사법부에 판사직을 종신제로 하고, 재임 중 보수가 감액되자 않도록 보장해 거의 완벽한 사법부의 독립성을 확보한 것이다.두번째인 헌법수정을 어렵게 한 장치는 다름 아닌 헌법 제5조의 헌법수정 절차이다. 상하 각원의 3분의 2의 찬성으로, 또는 각 주중 3분의 2의 주의 요청으로 발의되고, 4분의 3의 주 이상에서 비준되어야 한다. 이 발의 및 비준 요건이 얼마나 높은 문턱인지는 다음 숫자들이 보여준다. 지금까지 연방의회는 1만 2000여 개의 헌법 수정안을 심의했고, 33개의 수정안 만이 통과되어 각 주에 회부되었다.그 중 27개 수정안이 비준 발효되었다. 수정은 어렵더라도 시대변화로 헌법이 진부한 것이 되는 것을 막고, 법해석으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는 법조문 작성도 평가되어야 한다건전한 지배원리를 헌법에 담으려 애쓴 연방주의자들은 수정헌법 권리장전의 작성을 헌법에 대한 국민의 존중과 친근감을 높이는 기회로 삼았다. 권리장전으로 보장되는 권리들이 특정 정치철학이나 신학적 기초를 연상시키지 않도록, 또 새 정부를 약화시키거나, 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거나, 정부에 대한 저항을 부추기지 않도록 어휘선택이나 문장 순화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개인의 권리가 연방정부에 의해 존중되고 보호받는다는 확신을 갖도록 작성해 헌법에 대한 존중과 친근감이 헌법 자체에서 우러나오도록 만들고자 한 것이다.“미국헌법은, 내가 아는 한, 인간의 두뇌와 목적의식에 의해 주어진 시간 내에 만들어낸 것들 중 가장 경이로운 작품이다.” (영국의 전수상 글래드스톤이 미국헌법 100주년을 기리며). 그래서 미국 헌법학자 Albert Blaustein이 ‘미국헌법: 미국의 가장 중요한 수출품’이라는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김우택 한림대 명예교수

2024-07-01 07:40 김우택 한림대 명예교수

[시장경제칼럼] 상속세제 개편,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허원제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그동안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최고세율이 매우 높아 세부담이 크다는 의견과 상속 시 여러 상속공제들이 있기 때문에 세부담을 꽤나 줄여주고 있으니 굳이 세율을 낮춰 부의 세습을 부추길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대립각을 이뤄왔다. 그러한 이견 속에 2000년 45%에서 50%로 상향된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20년 이상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바라는 바대로 상속공제가 높은 상속세 부담 수준을 유의미하게 줄여주고 있을지 의문이다.현행 상속세는 과세표준에 5단계(①1억 원 이하 10% → ②5억 원 이하 20% → ③10억 원 이하 30% → ④30억 원 이하 40% → ⑤30억 원 초과 50%)의 누진세율을 적용하여 산출세액을 산정하고, 여기에 신고세액공제 등 각종 세액공제와 가산세, 연부연납, 물납·분납 세액을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결정세액을 계산하는 구조를 따른다.이때 상속세 과세표준은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여러 “상속공제”와 감정평가 수수료 등을 차감한 금액을 말하며, 상속세 과세가액은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한 총 상속재산가액에서 과세제외 재산(비과세 재산, 과세가액 불산입 재산)과 공과금, 장례비용, 채무 등을 공제하고, 상속개시 전 피상속인의 사전증여재산을 모두 가산한 금액을 말한다.그리고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차감하는 상속공제라 함은 그 종류에 기초공제, 가업상속공제, 영농상속공제, 배우자상속공제, 자녀 등 인적공제, 일괄공제, 금융재산상속공제, 재해손실공제, 동거주택상속공제가 있는데, 공제의 합계 중 공제적용 종합한도 내 금액만 공제할 수 있다. 이들 상속공제 중 상당 수준에 해당하는 가업상속공제가 높은 상속세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줄지 간단히 살펴보면 어떠할까?가업상속공제는 가업의 동질성을 유지하면서 상속을 통해 그 기업의 소유권 내지는 경영권을 승계자에게 이전하는 것을 지원하는 데 그 취지를 둔다. 가업상속 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15조제3항 상의 피상속인 및 상속인에 관한 특정 요건들을 동시에 충족할 경우 상속세 결정세액 산출 과정 중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300억~600억 원에 이르는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그러나 가업상속공제는 가업승계 대상 중소기업 및 일부 중견기업으로 국한되며 모든 기업들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8조의2제1항에 의해 ‘가업’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으로서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하여 경영한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즉, 가업상속공제는 현재 기업들이 “가업”상속의 경우가 아닌 이상 전혀 받을 수 없는 공제이다. 또한 설령 ‘가업’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사실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법정화된 모든 요건을 동시 충족하기가 매우 까다로워 실제 원활한 가업승계에서의 어려움은 여전한 상황이다.기업의 규모에 따라 중소-중견-대 기업의 영속성과 사업의 동질성 유지 및 장수성의 중요도가 달라지진 않는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은 모든 기업들을 흑자 상태에서 폐업 또는 매각하게 하거나, 적기의 투자 시기도 놓칠 수 있게 만든다. 그뿐만이 아니라 외국자본의 적대적 MA에 노출시킬 수 있게 하는 등 상당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킬 것으로 우려된다.작금의 상속세제에서 상속공제가 “기업”상속의 관점으로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짚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가업상속공제마저도 높은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데 이처럼 제한적이라면, 그보다 적은 다른 상속공제들은 어떨지 싶다.상속세제 개편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이유에는 또 한 가지가 있다. 우리는 상속세 부담을 논할 때 국세인 상속세 자체의 세부담 수준만을 얘기하곤 한다. 그러나 사실 상속을 위해선 소유권 이전이 이뤄져야 하므로 취득 행위가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로 인하여 지방세인 취득세의 납세의무가 상속세보다 먼저 발생하게 된다.따라서 일련의 상속 과정에서 짊어지게 되는 전체적인 세부담은 지방세 부담까지 모두 포괄해서 보아야만 할 것이며, 여기서 다시 한 번 상속세제의 개편 필요성을 찾아볼 수 있다. 기업상속이 이뤄지는 경우,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소유권이 이전되면서 상속자가 취득세 납부를 상속세 납부보다 먼저 직면하게 되는데, 간주취득을 포함하여 기업상속에 따른 취득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상속 시의 총 세부담은 체감상 훨씬 더 클 것이다.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현행법상 상속 원인의 취득세 표준세율(농지 외 부동산)은 2.8%이다. 본사·주사무소 기준 과밀억제권역 취득세 중과율 4.0%가 주어지게 되면 취득세 본세 세율 부담만 6.8%에 이른다. 게다가 취득세에 부가되는 지방교육세(취득세액의 20%)가 추가되는데, 이마저도 어디까지나 상속 대상 부동산의 취득 단계에서 부과되는 지방세로서, 간주취득에 의한 부동산 외의 추가적인 상속 물건들에 대한 취득세와 그 부가세인 지방교육세 부담까지 고려하면 지방세 부담은 더욱 크게 불어날 수밖에 없다.어렵지 않게 상속을 위해 소유권 이전단계에서 과징되는 지방세 부담이 얼마나 클 수 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상속 단계에서의 지방세 부담을 감안해 보았을 때에도 현재 높은 세부담을 부여하는 상속세제의 개편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될 것이다.원활한 기업상속의 토양을 마련하는 것은 유망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상속 시 과도한 세부담 때문에 외부에 매각하거나 또는 세부담이 커 장기간의 기업상속 준비기간 소요 내지는 소유경영자들의 고령화로 인하여 결국 기업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게 되면서 경쟁력이 도태되고 마는 암울한 모습들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허원제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2024-06-24 11:30 허원제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시장경제칼럼] 배달 플랫폼과 음식점주의 디지털 정보격차

인공지능(AI)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말하는 지금도 노인복지관에는 컴맹 탈출을 위한 인터넷활용교실이 열리고 있다. 디지털에 익숙치 않은 노령인구에게 정보 접근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연령, 지역, 소득 등에 따른 디지털 정보 접근 및 활용 역량의 차이를 지칭하는 말이 디지털 정보격차(digital divide)이다. 초고속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기에 정부는 “정보격차 해소에 관한 법률”를 제정하고, 모두에게 평등한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려 하였다. 2001년에 제정된 법률은 2009년에 폐지되었지만 디지털 정보격차에 대한 사회적 그리고 정책적 관심은 여전히 필요하다.스마트폰 평균 보유대수가 0.95대로 거의 모든 국민이 손바닥 안에 인터넷을 가졌지만, 디지털기기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디지털 정보격차는 여전하다. 은행 점포가 축소되고 코로나 19로 디지털금융이 가속화된 은행시장에서는 2021년 기준 857만 명의 ‘고령자들이 얼마나 모바일 금융앱을 잘 사용할 수 있는가’가 이슈로 떠올랐다.은행연합회에서는 2022년 “고령자 친화적 모바일 금융앱 구성지침”을 마련하고, 금융앱이 고령 금융소비자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고령자 모드를 제공하게 하였다. 금융위가 보도자료를 내었지만 이 지침은 은행연합회 자율규제로 신설된 것이다. 고령자 디지털 정보격차를 줄이면 은행도 고비용의 물리적 점포를 유지할 필요성이 줄어드니 어찌보면 자율규제 보다 착한 자율협약이라 부를 수 있겠다.소비자들이 디지털 정보격차를 겪고 있을 때 정보격차를 해결하는 것은 돈이 되고, 표가 된다.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여 디지털 상품을 더 많이 판매하면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 모두에게 평등해야 할 디지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정책은 다수에게 박수 받는다. 이와 반대로 생산자들 사이에 발생하는 디지털 정보화 격차에 대해서는 기업과 정부가 관심을 가지기 어렵다.디지털 플랫폼이 다수의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시장에서는 생산자의 디지털 정보격차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국산업조직학회 논문에 따르면 배달앱 시장에서 음식점주의 나이를 기준으로 폐업률을 비교해 볼 때 40대 미만에서는 배달앱을 사용하는 경우 폐업률이 1.9% 낮아진다.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사업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반면에 50대 이상에서는 배달앱을 사용할 경우에 오히려 폐업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보인다. 특히 60대 이상에서는 배달앱 사용이 폐업률을 1.7% 높이는 분석결과를 보였다.음식배달 플랫폼은 수요확장을 통해 매출 신장의 기회를 주지만, 동시에 플랫폼 사용과 관리에 따른 비용 증가로 점주의 마진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플랫폼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소통을 활성화하여 디지털에 익숙하지 못한 점주는 오히려 고객관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이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배달앱을 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배달앱이 노령 점주의 폐업률을 오히려 높인다는 결과는 배달앱이 노령 점주에게 젊은 점주만큼 큰 기회로 다가오기 않았다는 것을 함의한다.음식점주 연령에 따른 디지털 정보격차에 대해 국내 배달 플랫폼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배달 플랫폼에서도 고령의 점주들의 디지털 플랫폼 활용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하고 개별 점주들의 에로사항을 도와주려고 한다. 하지만 음식점 영업시간 중에는 점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워, 저녁 9시 이후에나 소통이 가능해진다고 한다.점주들의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음식점주와 배달 플랫폼 모두에게 많은 비용이 드는 일인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플랫폼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점주에게 비용을 들여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플랫폼의 이윤을 높이리라 보장할 수 없다. 그러므로 플랫폼이 정보격차 해소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없을 것이라 예상한다.플랫폼 산업성장 측면에서도 생산자의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가 산업 성장에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산업은 생산성이 낮은 기업이 폐업하고,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성장해 간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은 기술 수준이 더 높기 때문에 투자로 기대되는 성과가 높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에게 투자를 집중한다면 산업이 효율적으로 성장해 간다.생산자의 디지털 정보격차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디지털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생산자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생산성이 낮은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일 수 있다. 때문에 정책으로 생산자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투자하는 것은 성장의 효율성을 일부 포기하는 것이다.하지만 음식점 수가 57만개에 달하고, 관련 종사자 수가 150만명을 넘어서는 우리나라에서 배달 플랫폼 시장은 산업 정책만으로 접근할 수 없다. 음식점의 폐업은 점주를 포함한 종사자들의 재창업과 재취업과 연계되어 있다. 고령 점주의 폐업으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피할 수 있다면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큰 이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경쟁시장에서 생산자는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신기술을 수용하여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사업자가 나이, 지역 등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사업환경으로 인해 신기술 적응 기회에 차이가 발생한다면, 이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것이 기회균등을 통해 자유로운 직업선택의 가치를 보전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구체적인 플랫폼 사업에 대해 정보가 부족한 정부가 생산자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생산자에게 직접 정책을 시행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플랫폼이 스스로 생산자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자원을 투입할 수 있도록 사업환경을 조성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은행연합회의 자율협약처럼 다수가 윈-윈할 수 있는 ‘생산자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플랫폼 지침’이 나오길 기대한다. 인천대 경제학과 이기환 교수

2024-06-17 07:47 인천대 경제학과 이기환 교수

[시장경제칼럼] 시장실패인가, 인류의 난제인가?

한양대 경영대학 이웅희 교수과거 술자리에서 사회이슈를 논하다 보면 ‘결국 이 모든 것은 결국 자본주의의 모순 때문이다’라며 분개하는 사람들을 간혹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모순은 과연 무엇이고 어떤 종류가 있을까? 친절하게도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문제점들을 과거부터 몇가지로 구분해왔다. 이들은 소위 시장실패(Market Failure)라고 불려왔고, 대학교 1학년 수준의 경제학원론 책에도 잘 나와 있다. 첫째는 경제력 집중과 독점의 문제이고(부익부 빈익빈이란 구호와 함께!), 둘째는 환경오염과 같은 외부효과(Externality)의 문제, 셋째는 시장에서는 국방이나 교육 등 공공의 투자가 부족하다는 공공재의 문제, 넷째는 목초지나 어장 등의 공유자원이 무분별한 남획으로 피폐해진다는 공유자원의 문제, 다섯째는 중고차 등을 거래할 때 상대방 제품의 품질을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정보비대칭의 문제, 여섯째는 거래상대방 신뢰부족으로 인한 여러 거래의 어려움의 문제(거래비용의 문제)이다.물론 한 두개 더 있을 수도 있지만 아마 대부분의 교과서에는 이 정도를 시장실패로 구분해 놓았다. 이렇게 유형화된 시장실패에만 정부가 개입해서 잘 관리하면 소위 ‘자본주의의 모순’은 이론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 칼럼에서는 위 시장실패의 논리가 사실은 편향된 시각이라는, 매우 중요하지만 다소 덜 알려진 주장을 소개하고자 한다.일단 다음의 질문부터 시작하겠다. 위 여섯 가지 시장실패가 과연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만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문제점일까? 보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독점이 없고, 환경오염도 없으며, 남획도 없고, 정보비대칭도 없을까?”첫째로, 독점과 경제력 집중의 예를 들어보자. 생각해보면,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정부가 모든 사업을 독점한다. 오히려 가장 독점이 심한 형태이다. 중국같이 자본주의 요소를 일부 허용한 나라의 경우도 기업이 국가와 연계되어 독점적 지위를 가진 경우가 자유진영보다 더 많다.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가진 국가에서 기업간 경쟁이 훨씬 더 왕성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개인간 소득불균등의 차이도 마찬가지이다. 소득불균등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보면, 중국의 경우 잘 발표를 잘 안하지만 2021년 당국이 언론에 밝힌 것은 0.47로 미국(0.375)보다 더 높다. 지수자체를 떠나 중국의 경제불평등 문제는 이미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지 오래다. 한국의 경우, 2022년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니계수가 0.324로 OECD평균(0.316) 정도로 보통정도의 불균등 수준으로 볼 수 있다.한편 북한은 자료의 문제로 지니계수에 대한 공식발표는 없지만 일부 개인 연구자들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0.51~0.64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소득 불평등도가 가장 높은 국가들이 대략 0.5~0.6 정도의 지니계수를 보이므로, 북한의 소득 불균등은 세계 최하위권으로 추정할 수 있다. 북한의 경우 김정은 정권에 잘 보이는 그룹은 계속 잘살고 그럴 기회도 없는 다수의 일반대중은 가난이 고착화되어 빈익빈의 상태로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결국 독점/경제력 집중의 문제는 시장경제체제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불평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나라는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오히려 사회주의에 불평등이 고착화 되는 성향이 있다. 결국 ‘빈익빈 부익부’라는 자극적 선동문구는 사실 사회주의의 모순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두번째는 환경오염의 문제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만 환경문제가 발생하는가? 시장경제체제하에서 경제활동이 더 왕성하므로 비례적으로 볼 때 이 국가들의 환경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현재 전 세계 1위의 탄소배출국으로 2021년 기준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30.9%를 독차지하고 있다(한국은 1.7%). 2020년 국제환경성과지수 랭킹에서도 중국은 180개국 중 120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자본주의 색채가 많아 전형적인 사회주의 국가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할 지 모르겠다. 그럼 전형적인 사회주의 국가였던 과거 소련과 동구권 국가들은 어땠을까?소련이 몰락한 후 밝혀진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1988년의 경우 1인당 GNP기준으로 봤을 때, 소련은 미국에 비해 1.5배의 오염물질을 더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세계적으로 저명한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에 따르면 1980년말 기준 GDP대비 소련과 동구권은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미세먼지는 13배가 높았고, 황산화물, 질소산화물은 2배가 많았으며, 수질오염은 3배가 높았다. 북한도 마찬가지이다.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펴낸 ‘세계보건통계’ 자료에도 북한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0만명당 207.2명 수준으로 세계 3위였다. 이는 한국의 10배 이상이다. 수치를 떠나 단적으로 북한의 벌거숭이 산과 한국의 산을 비교해보자. 어느 쪽이 자연환경을 훨씬 더 잘 보존해 왔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환경오염의 문제는 사회주의·공산주의 국가에도 존재하고, 오히려 더 심할 수도 있는 것이다.마지막으로, 정보비대칭 및 시장거래 시의 신뢰문제를 생각해 보자.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정보비대칭이 없어서 중고차 살 때 사기의 위험이 전혀 없는가? 사회주의 국가에서 거래할 때에는 상대방을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리고 거래 시 상대방을 불신하는 정도는 아마도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국가의 국민들 못지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인간사이의 신뢰문제는 체제를 떠나 영원한 숙제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 또한 시장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전체가 아직 풀지 못하고 있는 문제이다.여기서의 주장은 시장경제체제의 국가가 사회주의 국가보다 위 6가지 문제점들이 모두 적다는 것이 아니다. 요지는 경제력 불평등 문제, 환경문제, 정보비대칭/신뢰 등의 문제는 인류역사와 같이 해왔고, 어떤 체제에서도 풀지 못한 것들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향후 인류가 머리를 짜내 풀어야 할 마지막 난제들인 것이다. 정말 잘못된 것은 이것들을 오직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만 발생하는 “시장에서의 문제점”이라고 규정한 프레임이다.시카고의 천재 경제학자 뎀세츠(Demsetz)는 이를 ‘열반의 오류’(Nirvana Fallacy)라 불렀다. 그는 기존 경제학자들이 위 여섯가지 실패가 없는 이상적 세계를 상상한 후, 현실의 시장경제가 이와 차이가 날 때, 이를 ‘시장실패’라고 규정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일방적으로 가혹한 처사이다. 예를 들어 어떤 완벽한 인간형을 상정하고, 일반인이 거기에 못미치면 그것을 인생실패라고 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주 부당하다.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세상에는 인생 실패자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실패 이론은 아직도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의 머리속에 고착화되어 있고 여전히 대중에게 주요 이론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시장실패가 아니라 ‘시장경제교육의 실패’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 것이다.한양대 경영대학 이웅희 교수

2024-06-10 09:18 한양대 경영대학 이웅희 교수

[시장경제칼럼] 국민연금 개혁의 태생적 한계 극복

김영신, 계명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최근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에 따른 국민연금 개혁 방안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추세와 함께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우려되면서 국민연금제도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의 태생적 한계5년마다 진행되는 국민연금 재정추계 제5차 결과에서는 2040년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이 1755조 원으로 최대가 되며 이후부터는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 2055년에 기금이 모두 소진된다는 전망을 발표했다. 이 같은 결과는 제4차 재정추계에서의 최대적립기금 시점이 1년, 기금소진 시점이 2년 앞당겨진 것이다.사실 이전의 재정추계의 결과에서도 적립기금 소진 예상 시점은 실제와 괴리가 있었다. 이때마다 유례없는 저출생과 고령화가 전가의 보도로 이용된다.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국민연금 산식의 수익비가 1보다 크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소득계층에서 내는 보험료보다 받는 연금액이 많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제도가 도깨비방망이가 아니고서야 기금소진은 애초에 태생적 한계인 것이다.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차례 국민연금 개혁을 시도했다. 1998년 노령연금 급여 수준을 (40년 가입 기준) 70%에서 60%로 하향 조정하고 수급 연령을 60세에서 5년마다 1세씩 조정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했다. 2007년에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의 상향 조정은 실패하고,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인하하고 기초노령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이후로는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국민연금 개혁의 논의만 풍성할 뿐 실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국민연금에 대한 정치개입의 유인1988년에 도입된 국민연금은 그 해 약 0.5조 원 정도의 기금 규모였으나 2023년 말 기준 약 1035조 8000억 원으로 불어나 있다. 이 같은 수치는 국민연금 도입 당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0.3%에서 약 48%로 증가한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해졌다. 국민연금제도 도입 초기, 1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가입대상으로 시작해서 2006년에는 1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되어 특수직역연금(군인, 공무원, 사학 등) 가입자를 제외하고는 이른바 전 국민 국민연금 시대가 되었다. 그러므로 국민연금에 대한 관심은 자동적으로 확대되었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유권자이기 국민연금제도를 손보는 것은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더욱이 인구 고령화에 따라 중위 유권자(median voter)의 나이도 점점 늘어나 은퇴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즉 노후를 눈앞에 둔 유권자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등의 국민연금 개혁 방안은 정치적으로 수용될 수 없을 것이다. 2023년 국민연금 수급자 수는 662만 6552명이고 이 가운데 노령연금 수급자는 554만 3769명으로 전체 수급자의 약 84%를 차지하고 있다. 2차 베이비붐 세대(약 635만 명)의 은퇴도 앞으로 10년 안에 이루어지기 시작할 것이므로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국민연금의 개혁 방향제5차 재정추계 결과에 따라 국회에 설치된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국민연금 개혁 방안에서는 현행 9%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자는 안을 두고 여야가 일견 합의하였으나 인상된 소득대체율과 구조개혁의 동시처리에 대한 이견으로 대립하고 있다. 또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만 조정해서는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구조개혁을 함께 해야 한다고 한다. 국민연금의 구조개혁 시 기초연금과의 연계, 구연금 청산과 신연금 도입과 동시 운영, 특수직역연금과의 조화와 형평성 등 다양한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국회의 의견을 존중한다지만 구체적인 정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고 싶으랴. 님투(not in my term of office)가 합리적일까?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에 대한 개혁은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기때문에 개혁에는 동의하지만 추진하는 주체 세력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무엇보다 국민연금 개혁 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정부가 현행과 같이 급여에서 원천 징수해서 강제적으로 운영하는 한 연금 지급은 명문화해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가입자의 신뢰를 얻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기금 운영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이 배제되고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투명성과 효율성, 그리고 책임성이 뒤따를 수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을 둘러싼 정치권을 비롯한 이익집단의 지대추구(rent-seeking) 활동은 결국 국민연금 가입자의 손실로 귀결되기 때문이다.김영신, 계명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2024-06-03 07:34 김영신, 계명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시장경제칼럼] 졸속주의 규제의 덫에 빠진 ‘인공지능 기본법’

김성준 경북대학교 교수규제학자들은 국회가 또 신기술, 신산업에 대한 관련 법을 만든다고 하면 덜컥 걱정부터 앞선다. 정치실패와 규제실패는 시장실패보다 더 심각하고, 시장을 규제하는 법이 의도한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쉽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이제 곧 문을 닫을 21대 국회의 ‘인공지능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인공지능 기본법)이 법안 내용에 대한 논쟁의 대상을 넘어 정쟁의 불씨가 되는 모양이다. 이 법안은 이미 작년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고 상임위에 계류되다가 어쩔 수 없이 다음 국회로 연기된 상태이다.정부도 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해 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책을 수립하고 인공지능의 공정성, 투명성, 책임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3년마다 ‘인공지능 기본계획’의 수립과 시행을 규정하고 ‘인공지능 위원회’ 등 관련 조직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인공지능 기본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인공지능 분야에 필요한 기술개발, 데이터 구축, 기업의 인공지능 도입과 활용 지원, 인력양성 등의 근거를 마련하여 산업을 육성하고, 인공지능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 대상의 사전고지를 의무화하고 사업자의 책무 등 규제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특히 사업자는 위험관리 방안을 수립하고 최종결과 도출 과정을 설명해야 하며, 이용자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원자력을 포함한 에너지, 의료기기 등 ‘고위험 분야’에서 사용하는 인공지능을 특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인공지능 기본법의 골자는 4차 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산업의 발전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정부가 육성, 조성, 규제하겠다는 것이다.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시민단체는 정부의 ‘우선허용, 사후규제’ 원칙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인공지능 산업의 진흥뿐만 아니라 인권과 국민의 안전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위험성까지 포함해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가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인공지능 기본법이 추진되는 과정을 보면서 신기술 규제가 또 다시 ‘졸속주의 덫’에 빠졌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경험적으로 볼 때 각종 육성 및 진흥 등의 명목으로 만들어진 법들의 상당수는 육성이나 진흥의 측면보다 사업자와 기업의 책임과 의무 성격이 강한 또 다른 이름의 규제다. 정필모 의원 등 23명이 공동 발의한 법안을 들여다보면 전반적인 방향과 내용이 육성보다 규제에 방점을 찍고 있다.법안의 제안 이유를 보면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압승한 사건,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가 잘못된 데이터의 학습을 통해 반윤리적 대화를 여과 없이 생산하여 서비스 제공이 중단된 사건, 배달앱 요기요 사례에서 인공지능이 배달기사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사건 등 인간에 대한 인공지능의 위협과 공포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원래 정부규제는 사건·사고라는 토대 위에 위협과 공포라는 양분을 먹고 자란다. 그동안 ‘사고기반(accident-based)’ 불합리한 규제 남용으로 시대적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그 부담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지운 경험이 한둘이 아니다. 타다 금지법 등 공유경제 시대를 이끄는 업종에 대한 비합리적 규제가 결국 해당 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둘째,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정부의 ‘우선 허용, 사후 규제’ 원칙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에 대해 정부가 물러나는 모습이다. 이 원칙은 학계의 오랜 목소리와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원칙 허용, 예외 금지’의 소극적(negative) 규제 방식을 현실적으로 적용한 것이다.다가오는 시대는 더 이상 기존의 적극적(positive) 규제 방식이 작동할 수 없는 영역과 분야가 너무 많다. 지금 우리 생활에 스며들고 있는 새로운 기술들과 제품들은 불과 얼마 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이제는 더 이상 앞으로 어떤 기술, 어떤 재화와 서비스, 어떤 산업이 우리 앞에 나타날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셋째, 법안의 내용을 보면 앞으로 인공지능 산업의 주체는 기업이 아니라 정부처럼 보인다. 정부가 인공지능산업을 육성하고, 인공지능사회의 정립에 필요한 계획을 세우고 심의하고, 인공지능기술의 기준을 정하고, 표준화를 위한 사업도 추진한다. 나아가 어떤 분야는 허용하고 어떤 분야는 금지하며, 실적을 평가하고 조사할 수 있도록 한다. 한마디로 앞으로 우리나라의 인공지능산업은 정부가 이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는 아직도 정치권이 정부중심주의, 가부장주의, 사회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 같아 입맛이 쓰다.물론, 인공지능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필요하다. 이와 비슷한 법안이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별, 지역별로 인공지능 산업과 관련된 많은 이슈들이 등장하고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향후 “대세”가 될 기술과 산업에 대해 규제의 속성이 강한 법안이 졸속으로 만들어지면 경제발전과 국가 경쟁력에 미칠 영향은 치명적이다.기술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양날의 칼이다. 개인도 국가도 모두 어느 정도의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 새싹이 돋아나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고 자르려고 하는 태도로는 어떤 성장도 기대할 수 없지 않을까?김성준 경북대학교 교수

2024-05-27 10:25 김성준 경북대학교 교수

[시장경제칼럼] 자의적 법해석과 대중추수주의가 부른 기업인 사법리스크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삼성전자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반도체 사업의 반등이 확인된다. 삼성전자의 작년 영업이익은 15년 만에 가장 저조했지만, 2분기 이후 세 분기 연속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메모리 출하량 증가와 평균 판매단가 상승 등 반도체 시황 회복으로 반도체 부문 적자가 축소된 데 힘입은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회복’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만은 없다. 이재용 회장이 ‘사법리스크’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17일, 검찰은 ‘불법승계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회장에게 5년을 구형했다. 오는 1월 말에 ‘선고’가 예정되어 있다.한국은 결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 반(反)기업정서는 기본이고, 거미줄 같은 규제, 노(勞)에 기운 운동장, 다락 같이 높은 법인세가 그것이다. 흔히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비견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도적 안정성’, 구체적으로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실질적이지 않다는 것이다.기업인이 법을 위반해 마땅히 처벌을 받았다면 이를 ‘사법 리스크’로 부를 하등의 이유는 없다. 하지만 자의적 법 해석과 대중추수주의(大衆追隨主義), 현존하는 권력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았다면 이는 ‘엄정한 법 집행’일 수 없다. ‘편의적 사법리스크’에 노출된다.기업합병을 불법 경영승계 단초로 몰아간 억지검찰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불법승계 일환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합병은 순환출자 고리를 줄이고 ‘중간 사업지주회사’ 설립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 이재용 승계를 논외로 하더라도 충분히 예측가능한 기업합병이었다. 미국계 투기자본 ‘엘리엇’은 이같은 합병을 예측하고 2015년 1월 삼성물산 주식을 770만주를 매입했다.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은 2015년 5월 26일부터 7월 17일 사이에 이뤄졌다. 삼성물산에 투자한 투기자본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저평가됐다’고 항변한다.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감안할 때, 삼성물산 시가총액이 터무니없이 작다는 것이다. 시장은 늘 합리적이다. 이 같은 현상은 ‘모회사 할인 퍼즐’(parent company puzzle)로 설명된다.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전자주식은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 팔 수 없는 주식이기 때문에 저평가된 것이다.2003년 SK그룹 지주회사인 SK㈜는 시가총액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SK텔레콤 주식 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소버린자산운용이 이를 알고 SK㈜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 이를 통해 SK텔레콤 등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넘본 것이다. 소버린 사태도 ‘모회사 퍼즐’의 한 사례이다.상장사의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제176조의 5)에 명기되어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나 합병계약 체결일 중 앞선 날의 전일을 기준으로 △1개월 종가평균 △1주일 종가평균 △최근일 종가를 산술평균한다. 이를 기준으로 산정한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대 0.35’이다.합병비율은 법에 따라 주가를 기준으로 정해졌고, 삼성물산 주식 13%를 갖고 있던 국민연금이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경영승계는 ‘기업의 사적자치’로 정치적 결정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엘리엇은 합병에 불만을 표시했지만 결과적으로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엘리엇은 합병이 종료된 후 2016년 초 통합삼성물산에 물산주식을 매각하고 한국을 떠났다.정치권의 자충수와 엘리엇의 ‘투자자-국가간 분쟁중개 청구’엘리엇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통합이 종료된 후 2018년에 투자자로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 (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중재를 청구했다. ‘결정적 빈틈’을 봤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박근혜 정부의 삼성물산 합병 개입’으로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중재판정부는 2018년 6월 20일 엘리엇 쪽 주장을 일부 인용해 한국 정부에 5359만 달러(약 69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지연이자와 법률비용 등을 포함하면 한국 정부가 지급해야 할 배상총액은 1389억원에 이른다.당시 우리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합병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은 패소할 수 밖에 구조를 스스로 만들었다. 탄핵 정국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과 홍완선 국민연금본부장을 직권남용으로 구속했고,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경제공동체를 통한 ‘제 3자 뇌물’, ‘묵시적 청탁’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법리를 적용해 유죄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엘리엣에 빼도박도 못하는 빌미를 주었다.정치 영역과 경제 영역 간에 방화벽이 설치되지 않음으로써 국격이 실추되고 국익도 해쳐진 것이다. 모든 것이 기정사실로 정해진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판단하면, 당시의 선택에 대해 아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사전에 정해진 목표를 향해 모든 것이 과정이고 수단이었다. 철두철미 진영논리가 적용됐음을 부정할 수 없다.이제 삼성에 대한 재판은 종착지를 향해 가고 있다. 감상(感傷)을 벗고 법리와 상식 그리고 경제논리에 의거해 합병과 경영승계를 살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인 사법리스크를 떨쳐낼 수 있다. 기업인 사법리스크는 불확실성 덩어리로 그 자체가 후전적 정치문화이다.시장경제의 주인은 누구인가. 관료, 사법부, 정치인이 시장경제의 주인일 수 없다. 시장은 실타래처럼 엮인 이해충돌을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기적같이 풀어준다. 법 해석도 경제논리에 닿아야 하고 시장친화적이어야 한다. 시장은 비인격적이기에 가장 합리적이다.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2024-01-15 16:24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시장경제칼럼] ‘횡재세(Windfall Tax)’에 관한 단상(斷想)

2022년까지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이른바 ‘횡재’(Windfall)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를 도입한 바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관한 논의가 심화되어가고 있다. 그 과세 관련 범위에는 석유 및 에너지기업을 대상으로 삼기도 하고, 금융기관의 수동적 수익(Passive profit)이 과다해짐에 따라 그 초과이익을 과세하는 논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속칭 ‘횡재’라는 개념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 까닭에, 어떤 것이 ‘횡재’인지부터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세제에 대한 논의가 처음 진행된 것은 약 100년 전인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전쟁을 기회로 평균 수익을 초과하여 얻은 수익을 과세하고자 하는 국가들이 나타나면서 실제 도입된 유사 제도 사례들이 있었다.횡재, 그리고 그 과세제도와 관련해서는 수많은 논의들이 전개되고 있고 여기에서 그 모든 내용을 살펴보기 어렵겠지만, 대체로 횡재에 관한 논의 과정은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외부요인으로 과거부터 언급된 예시로는 전쟁(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최근 논란을 일으킨 주요 배경인 글로벌 팬데믹(최근에는 Covid-19 Pandemic) 등이 있다.즉, 기업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에 의하여 얻게 된 이익은 우선 횡재의 내용에 포섭될 대상의 것들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횡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적정한 수준을 넘는 ‘초과’ 이익에 대해서 세제(또는 부담금 제도)를 통해 그 이익을 환수하고자 하는 것이다.횡재 이익으로 부르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서 과세(또는 부담금)제도를 설계한다고 할 경우에 대해서도 여러 방향의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지만, 다음의 몇 가지 간단한 생각을 통해 제도 도입에 관한 어려움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우리나라의 법인세법에서는 기업의 이익이 늘어날수록 과세에 적용되는 명목세율도 높아지는 누진세율 구조를 두고 있다. 따라서 횡재라고 할 이익(외부요인으로 증가되었을 이익)은 이미 높은 명목세율의 과세 대상이 된다.예를 들어 A라는 금융기관(은행)이 앞서 이야기한 외부요인으로 인하여 수동적 이익인 ‘이자수익’이 늘어나게 되었다고 하자. 현행 법인세법 제55조에서는 법인소득에 대한 누진세율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늘어나는 이익은 가장 높은 구간의 과세소득을 차지하는 것으로 상정할 수 있다. 다만, 여기에서 과거 기업에 누적된 결손금이 초과이익을 상쇄하는 효과로 그러한 누진세율에 따른 효과 역시 줄어들게 된다는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하지만 그 역시 횡재이익이 있었던 과세연도의 법인세 과세표준 계산 시 반영하였던 결손금을 차후 법인세 계산 시에는 반영할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진다는 점이나 손실이 있는 경우에 과거 납부한 세금을 환급하는 것은 없다는 점 등으로 대응 설명이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즉 자연인과 달리, 법인은 ‘계속기업(Going concern)’을 상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법인세법과 같은 다단계 누진세율 구조만으로도 일시적인 외부요인에 따른 이익의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되거나(또는 될 것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한편, 횡재(Windfall) 이익을 포괄적으로 과세하지 않는다면, 횡재 이익의 범주에 해당되는 것들을 구분경리하여 과세하는 구조를 설계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횡재 이익의 범주를 어렵게 설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해 적정한 세율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의 여부는 상당히 난해한 부분이 있다.예를 들어 법인세법 제55조의2 제1항 제3호에서는 법인의 비사업용 토지를 양도하는 경우 발생한 소득에 대해 추가로 법인세를 과세(세율 10%, 미등기한 토지의 경우에는 40%)하고 있다. 횡재이익에 대한 과세 역시 ① 횡재이익이라는 대상을 구분경리하여, ② 특정의 법정세율로 추가 과세한다고 할 경우라면, 어떠한 수준이 추가로 과세하여야 할 ‘적정한’ 세율인가 하는 점이 관건이 된다. 즉 추가로 과세할 법정세율은 어떠한 숫자가 규정되어 있어야 그 ‘적정성’을 담보하는 것인가(또는 담보한다고 여길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된다.위와 같은 간단한 생각을 풀어나가는 끝에서 다시 마주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단일세율인 여타 국가들의 경우와 다르게 4단계로 구성된 법인세 초과누진세율 구조라는 점이다. 법인세율이 4단계 초과누진세율인 우리나라 법인세법의 입장을 고려함에도 불구하고, 횡재세를 과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의 전제(前提)에는 3번째 구간(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3천억원 이하)의 법정세율 21%, 또는 4번째 구간(과세표준 3천억원 초과)의 법정세율 24%가 적정한 세율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으로 회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렇다면 그 사고의 전제에서는 지금의 법인세 누진세율구조와 최고 명목세율로는 충분(또는 적정)하지 않은 것이라 명료하게 생각하고 논의 과정을 전개해나가는 것일까? 이 글에서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 힘들겠지만, 결국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는 우선 소득과세로 이루고자 하는 이상(理想)은 ‘법인’ 소득에 대한 과세가 아니라 ‘개인’ 소득에 대한 과세로 풀어나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함을 염두에 두어야 싶다.정승영 창원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2023-12-29 13:58 정승영 창원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시장경제칼럼] 한전부채, 요금 인상을 피할 수 없다

김영훈 경제지식네트워크 사무총장한국전력의 부채가 위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따르면 한전의 부채 규모는 올해 말 205조 8400억 원에서 2027년에 226조 2701억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향후 5년간 한전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만 24조 원에 달한다. 부채에 시달리는 한전은 지난 5월, 2026년까지 발전소와 송배전망 건설을 미뤄 1조3,000억 원을 절감하겠다는 자구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전력산업에 필수적인 시설 투자와 유지보수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국가전력망의 안전성을 흔드는 일이다. 울산에서는 지난 6일 대규모 정전으로 15만 5000가구가 불편을 겪는 일이 발생했다. 2017년 이후 6년 만에 발행한 일이다. 정전사고는 2018년 506건에서 지난해에는 933건으로 85% 증가했다. 모두 한전이 시설 투자와 유지보수를 미루면서 발생한 일이다.한전의 적자는 문재인 정부가 과속으로 진행한 탈원전 정책에서 시작됐다. 가장 저렴하고 안전한 원전 발전을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LNG 발전이 늘어난 것이다. 원가 상승에도 불구, 요금 인상은 허락하지 않으면서 한전의 부채는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했다.요금 인상은 물론 원가절감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한전에게 문재인 정부는 지역표를 의식한 한전공대 신설지원을 떠넘겼다. 인구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에서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과 자회사들은 한전공대의 설립에서 운영까지 수천억 원을 부담하는 상황이다.윤석열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지난해부터 40% 요금 인상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한전 누적적자 해소를 위한 올해 전기요금을 KW당 51.6으로 산정했지만, 상반기 누적 인상 요금 폭은 KW당 21.1원에 머무른다. 선거를 앞둔 눈치 보기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요금 인상이라는 정공법을 할 수 없는 한전의 선택지는 ‘빚내서 빚 갚기’ 밖에 없다. 한전법에 명시되어 있는 한전채 발행 한도는 지난해 한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배에서 5배로 확대됐지만, 3분기까지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당기순손실이 7조 원을 기록하면 내년 한전채 잔액이 예상 발행 한도를 10조 6000억 원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우량기업이던 한전이 이렇게 추락한 가장 큰 원인은 가격을 왜곡시킨 정치의 책임이 가장 크다. 물론 전기요금 인상이 가져올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물가 인상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그러나 지금처럼 비상식적인 요금 체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결국 미래세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한전 주주들에 대한 재산권 침해이자 에너지 가격을 왜곡시키는 반시장적인 정책이기도 하다. 인력감축과 임금동결, 불필요한 자산매각을 포함한 한전의 고강도 자구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요금인상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무엇보다 정부가 전기 생산부터 요금까지 모든 것을 결정하는 현재 구조에서는 이런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반시장 정책이 국가 에너지 산업에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시장의 가격 형성 기능을 정치가 흔들지 못하도록 시장원리에 맞는 전력구조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한전의 전기요금인상은 기정사실이다. 기업과 가계 역시 한전발 요금인상과 에너지 전환정책에 대비해 고효율 저소비로 전환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바우처 확대등 취약계층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정부대책도 세심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김영훈 경제지식네트워크 사무총장

2023-12-19 08:17 김영훈 경제지식네트워크 사무총장

[시장경제칼럼]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을 위한 단체인가?

이승모 경제평론가우리나라에서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해 임금 상승을 시도하고 파업을 통해 관철한다. 일견, 이런 행위는 노동자들의 소득을 증가시킴으로써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런 행동이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이익을 제공하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런 행동은 대다수 노동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우리나라에서 노조의 임금인상은 실제로 노동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시장임금보다 높게 추구된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노동조합법에서는 노조가 파업할 경우 대체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철도 전력 등 기간산업에서는 대체근로자 사용이 허용된다.만약 기업이 대체인력을 사용할 수 있다면 노조는 자신들이 원하는 임금을 고수할 수 없다. 그리고 현 임금수준에서 대체인력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은 시장임금 수준이 현 수준과 동일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 왜냐하면 시장임금은 노동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고, 대체인력이 동일한 노동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업을 통해 노사 간에 합의된 임금수준은 시장임금보다 높은 수준이 된다.물론 기업들은 파업에 대응하여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직장폐쇄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를 고려하여 그 높은 임금을 받아들이게 된다. 아울러 기업들은 높아진 임금에 대응하여 손실을 줄이기 위해 노조와 암묵적으로 일부 해고를 합의한다. 기업들은 일부 근로자들을 즉각적으로 해고하거나, 즉각적으로 해고하지 않을 경우에도 결원이 발생할 때 보충하지 않거나 신입사원 충원을 축소하거나 혹은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방법 등으로 해고를 실질적으로 진행한다 .노조가 사측과 일부 해고를 합의할 수 있는 이유는 노조원들이 노조로부터 세뇌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부가 해고됨으로써 나머지 근로자들의 소득이 증가하기 때문에 해고되는 근로자는 위대한 전사이며, 만약 이런 행위를 방해한다면 그들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비열한 노동자로 낙인이 찍힐 것이라고 노조는 노조원들을 교육하며 , 또한 회사의 실적이 좋아지면 해고된 근로자들부터 재고용이 된다고 설득한다. 한편 근로자들도 복불복처럼 높은 임금수준에서 나만 해고되지 않으면 된다는 사고를 갖고 있다.이처럼 노조가 파업이라는 단체행동권을 이용하고, 나아가 노조원들을 세뇌시키고, 노조원들이 복불복 사고를 갖고 있으면, 노사 간 합의된 임금수준은 시장임금보다 높게 되는 것이다.그 결과 해당 부문에서 해고로 인한 실업이 발생하거나 신입사원의 충원이 축소되거나 또는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 해당 부문에서 해고된 자들과 충원이 축소되어 입사하지 못한 구직자들은 다른 부문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들이 이동하는 다른 부문들은 그들이 실직한 부문에 비해 일반적으로 임금이 낮은 부문이다. 그런데 그들이 이 부문으로 이동함으로써 이 부문의 노동공급이 증가하여 이 부문의 임금수준은 더욱더 낮아진다.아울러 이런 식으로 이동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 여타 부문들의 임금수준은 아주 낮아지게 되고, 극단적으로 임금이 매우 낮아진 부문에서는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포기하게 되므로 기업들은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하면서 고용을 감소시키므로 만성적인 실업이 초래되는 것이다 .이처럼 노조의 파업을 통한 시장 임금보다 높은 임금인상은 소수의 근로자를 위해 다수의 근로자가 저임금과 실업이라는 희생을 치른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노동조합의 이런 임금인상 행위는 노동자를 위한 행동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을 위한 단체로 볼 수 없다.”물론 노동조합이 필요 없다는 주장이 아니다. 노동자의 인권이나 건강 등에 대해서는 개별 노동자가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것을 위해 노동조합이 필요하다. 하지만, 파업을 통한 임금인상은 다수의 노동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추구해야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를 노동조합 집행부는 다시 각성해야 할 것이다.이승모 경제평론가

2023-12-11 16:20 이승모 경제평론가

[시장경제칼럼] 횡재세의 도입이 타당한가?

올해 8월 이탈리아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유럽중앙은행(ECB)의 공격적인 이자율 인상 덕에 가만히 앉아 막대한 추가 이익을 거둔 은행들에 ‘초과 이윤’의 40%에 달하는 일회성 세금을 물리는 이른바 ‘횡재세(Windfall Tax)’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탈리아 뿐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횡재세가 도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탈리아 뿐 아니라 유럽 주요국의 은행들 주가도 급락하는 등 유럽 증시가 한꺼번에 휘청거렸다.횡재세는 정부 정책이나 대외 환경 변화로 기업이 얻은 막대한 초과이익에 대해 추가적으로 징수하는 법인세나 기여금 , 분담금을 의미한다. 즉, 독점적 지위에 있는 기업이 고금리 또는 고유가 등 외부 유인 덕에 얻은 초과이윤에 대해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한다는 취지다.횡재세가 갑자기 생겨난 새로운 세금은 아니며, 이미 등장한 지 100년도 더 된 세금이다. 미국의 제조업 대기업들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막대한 수익을 거두자, 미국 정부는 전쟁으로 인해 이들 기업이 막대한 초과이익을 거뒀다고 보고 초과이윤에 따른 세금을 걷은 바 있다. 오일쇼크 이후인 1980~1988년에는 원유횡재세(Crude Oil Windfall Tax)가 부과됐고, 영국도 제1차 세계대전 기간 전비 조달을 위해 횡재세를 도입한 바 있다.최근 횡재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난해 유럽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도입되어 왔다. 회계법인 KPMG와 미국 싱크탱크 조세재단 자료를 인용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후 유럽 전역에서 횡재세가 도입되거나 제안된 사례가 30건이 넘으며, 대부분은 에너지 기업에 대한 횡재세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24개국이 자국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했거나 부과할 계획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유가 폭등 덕분에 에너지 기업의 이익이 폭증한 것을 경영 외적인 ‘횡재’로 본 것이다.횡재세는 에너지와 금융 이외 분야에도 적용 분야가 전방위로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고금리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은행권도 횡재세의 표적이 되고 있으며 체코·리투아니아·스페인은 이미 은행에 횡재세를 징수하고 있다. 헝가리에서는 보험회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은 물론이고 제약업계에도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지난해와 올해 초과 이익을 거둔 식품 유통업체로부터 33%의 횡재세를 걷겠다고 발표했으며, 크로아티아는 지난해 기준 3억쿠나(약 580억원) 이상의 수익을 보고한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부과했다.한국에서는 지난해 민주당을 중심으로 횡재세를 추진했지만 이중과세 논란과 정부·여당의 반대에 막혀 흐지부지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최근 고금리에 힘입어 막대한 이자 수익을 거둔 은행권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은행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 도입 논의가 물살을 타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이 금융소비자보호법과 부담금관리기본법 등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개정안에는 금융회사가 직전 5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넘기는 ‘초과이익’을 낼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 금융 기여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걷힌 기여금은 장애인·청년·고령자 등 금융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등 금융소비자의 금융 부담을 줄이는 데 사용되며 민주당 법안은 횡재세를 법인세 부과가 아닌 ‘부담금’ 형식을 취했지만 이는 사실상 ‘은행 횡재세’ 법안이다.또한 야당 대표는 “민주당은 고금리로 엄청난, 특별한, 예상하지 못한 이익을 거둔 금융기관들 그리고 고(高)에너지 가격에 많은 이익을 거둔 정유사 등에 대해서 횡재세를 부과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횡재세 찬성인 비정부기구(NGO) 옥스팜의 조세 정의 정책 책임자인 크리스천 할룸은 “횡재세는 직관적으로 공정해 보이기 때문에 호소력이 있다”면서 “수백만 명이 경제적 고통을 겪는 데 반해 많은 기업이 기록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는 공정하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횡재세 부과에 대한 찬성론자들은 기업들이 사업 성과가 아닌 일반 대중의 희생을 통해 초과 이윤을 거뒀다면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이를 재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횡재세 부과에 대한 반대의 입장에서 먼저 초과이익에 대한 정의와 범위의 명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은 “정상적인 수익”으로 해석되고 초과수익은 이러한 정상적인 수준을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전쟁과 같은 영업환경의 영향으로 기업은 횡재에 해당되는 큰 수익을 얻었지만 이는 단기적으로 나타난 결과이며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또한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의 비중과 초과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둘째, 한국의 경우 세금의 명칭이 아닌 부담금 형태로 포장하고 있으나 이는 횡재세이기 때문에 여전히 기업에게 부과되는 이중과세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중과세의 논란은 기업이 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지불해야하고 순이익에서 주주에게 지급되는 배당에 대해서도 배당소득세를 부과받는 것을 의미한다. 횡재세는 법인소득세 및 배당소득세와 함께 기업에 부과되는 삼중과세의 문제를 불러 일으킨다. 다른 기업과의 조세 형평성과 관련하여 초과이익이 발생된 특정한 기업에 대해서만 세금이 부과된다면 형평성의 문제 또한 제기될 수 있다 .셋째, 횡재세는 주주 이익 침해에 따른 위헌소송에 대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횡재세의 부과는 순이익에서 배당으로 받게 되는 주주의 이익을 감소시킨다. 주주는 기업의 늘어난 수익에 대한 지분만큼 배당 증가에 대한 기대가 존재하나, 민간기업의 수익을 횡재세를 통해 사회에 환원시키는 것은 이러한 사적기업의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우려스러운 점은 유럽과 같이 은행을 시작으로 기존에 횡재세 부과 대상이었던 정유사, 또는 괄목하게 수익성이 향상된 다른 산업군으로 횡재세의 부과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수익성 증가에 대한 인센티브는 사라질 것이다. 유럽 정부들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일반 대중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횡재세를 통한 포퓰리즘에 의존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결국 불리한 대외여건과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에 발생한 위기를 두고 기업들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인데, 이로 인해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커져 기업은 신규 투자 확대를 꺼리고 이는 경제 성장에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은행들의 경우 횡재세로 충당금 재원이 줄어들고, 은행이 횡재세 부담을 대출자에게 전가하면서 대출금리가 상승하여 오히려 대출자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횡재세는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고 기업의 혁신과 경제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설윤 경북대학교 교수

2023-12-04 10:52 설윤 경북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