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세대교류 통한 성장발판 만들자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입력일 2016-12-21 15:56 수정일 2016-12-21 15:57 발행일 2016-12-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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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 시급해졌다. ‘고도성장→감축성장’의 충격을 최대한 완화하자면 경제성장을 위한 총동원령이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고도성장기에 수면 아래 잠들어 있던 갈등변수가 급부상한다. 정치리더십마저 방황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이라 더 급하다. 그래야 기업(매출증대)도, 정부(재정확충)도, 가계(소득향상)도 희망적인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게 마뜩찮다는 점이다. 결코 쉽지 않다. 당장 인구변화가 악재에 가까운 상수로 떠올랐다. 이미 한국경제가 ‘인구감소→고용하락→생산하락→성장지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빠져 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떨어지는 생산성이야 여성·고령·외국인고용을 구원투수로 잠깐은 버텨낸다 해도 사회보장비의 증가만큼은 방법이 없다. 재정악화다. 사실상 대부분 연구기관의 시산자료에 수정이 필요할 정도로 각종 연금의 고갈 속도는 빠르다.

그렇다면 방법은 뭘까.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어떻게 가능할까. 조심스런 제안은 안전판으로서의 내수확충이다. 90%를 웃도는 무역의존도를 봐도 대외변수에 휘둘리지 않는 자생적인 성장기반은 필수다. 해외시장 상황이 늘 좋을 수만은 없다. 문제는 해외시장이 나빠질 때 통제할 수 없다면 내부충격은 한층 커진다는 점이다. 한국이 경험한 2번의 대외위기(외환·금융위기)는 그 단적인 사례다. 즉 발상의 전환을 통해 악재를 호재로 재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산업을 키워내는 게 현재로선 최선책인 듯하다.

인구변화(저출산·고령화)를 악재가 아닌 호재로 보자는 의미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고령화에 따른 복지수요 증가사례다. 복지공급을 정부가 독점할 게 아니라 민간에 맡기는 방식, 이른바 생산적 복지다. 아픈 노인의 수발을 노는 노인 혹은 청년실업자가 맡는 식이다. 복지가 갖는 생산주의 성격을 극대화해, 의료·간병 등 사회·인적자본을 키우는 형태다. 복지를 통한 성장모델의 대표사례는 ‘제3의 길(The Third Way)’과 ‘큰 사회론(Big Society)’의 영국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한국적 복지수급의 사업모델은 최근 부각 중인 협동조합·사회적기업·NPO 등 제3섹터가 유력하다.

결국 포인트는 세대융합적인 성장모델이다. 노인과 청년이 지닌 장점·한계를 뒤섞어 새로운 가치창조의 가능성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시장창출이 가능하고 사회적으로는 세대갈등에 도움이 된다. 실제 활발한 세대교류·접촉강화는 서로에게 이롭다. 노인은 청년의 창의성을 배우고, 청년은 노인의 경험을 배우는 구조다. 세대연대는 충분히 많은 사례가 있다. 연대의 잠재성은 대단하다. 손자양육, 사회공헌, 경험전수 등 다양한 세대연대가 그렇다. 고령대국 일본에서는 숙련전수와 청년정신을 결합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려는 시도가 일상적이다.

필요하다면 이를 총괄할 정책창구를 만드는 것도 좋다. 가령 ‘세대교류청’ 같은 기능조직을 만들어 일원화함으로써 기대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경제구조속에서 노인과 청년은 투명인간으로 취급당하기 좋다. 있지만 없는 존재로 무시·방치·소외되기 십상이다. 대한민국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들에 대한 재조명·재검토가 한국경제의 새로운 돌파구일 수 있다. 청년과 노인들을 잉여그룹이라는 오명 대신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생산인구로 적극 편입할 때 각종의 딜레마는 해결된다.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