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아이 낳고 싶은 나라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입력일 2017-04-03 15:40 수정일 2017-04-03 15:41 발행일 2017-04-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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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완 총괄본부장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춘 생물은 몇 가지나 될까. 우리가 아는 바로 따져보기만 해도 호랑이, 표범, 늑대, 장수하늘소 등 남한에서 이미 멸종된 지 오래된 야생 생물이 부지기수다. 반달가슴곰, 사향노루, 산양, 늑대 등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도 수없이 많다. 그 멸종위기종에는 우리 한민족도 포함된다.

정부가 발표한 2016년도 출산율 통계에 의하면 우리의 합계출산율은 1년새 1.24명에서 1.17명으로 떨어졌다. 출생아수는 40만6300명에 불과하다. 이런 감소세는 2017년에도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의 ‘1월 인구동향’에 의하면 올해 1월 출생아 수는 3만5100명으로 1년 전보다 11.1%(4,400명) 감소했다. 출생아 수가 감소하는 이유는 출산율 하락도 있지만 결혼하지 않으려는, 또는 혼인이 늦어지는(만혼) 추세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1월 혼인 건수는 2만3900건으로 1월 기준 역대 최저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합계출산율 1.17명. 이 숫자에 의하면 우리 인구의 반감기(半減期)는 채 40년이 되지 않는다. 이대로 5번의 반감기 200년이 지나고 나면 남한 인구는 150만 명만 남게 된다. 불과 200년이면 한민족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 운명이다. 반달가슴곰이나 사향노루의 운명을 걱정해줄 처지가 아니다.

지금까지 인구문제에 대한 해결 정책은 다 허사인 것으로 판명났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출산율을 높이는 데 사용한 예산 총 80조 원이 무력하게도 출산 관련 통계는 OECD 최악의 수준에서 오히려 더 나빠지는 모양새다.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꿈의 합계출산율 2.0명을 회복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옆 나라 일본의 1.3~1.4명 수준이라도 따라붙었어야 할 것 아닌가.

인구 부족과 합계출산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다.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은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인구를 수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인종 사회가 아닌 우리로서는 적극적으로 구사하기 쉽지 않다. 그 다음은 출산 관련 복지제도를 갖추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복지 제도라는 것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핵심을 짚어서 복지제도를 처음부터 재설계해야할 필요가 있다. 지금 출산율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미혼 및 만혼이다. 결혼을 안 하니 아이가 생길 일이 없고, 하더라도 늦은 나이에 하다 보니 아이를 하나 이상 갖기 힘들다. 따라서 젊은이들의 결혼을 저해하는 요인, 또 결혼을 늦추게 만드는 요인을 찾아내 제거해야 한다.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취업과 주거 불안정성일 것이다.

취업은 다음 기회에 차차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먼저 주거 문제에 집중해보자. 연간 출생아수 40만 명이면 신혼부부는 20만 쌍이다. 이들 중 20대에 결혼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5년 기본의 공공임대주택을 배정해주면 어떨까? 그 기간 동안 출산한 자녀의 수에 따라 거주기간이나 주택규모를 늘릴 수 있도록 하자. 공급 대상을 전체의 20%, 평균 거주기간 10년으로 가정할 경우 연간 4만 채씩 10년간 공급하면 충분하다.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출산율 제고, 주거 부담 감축, 재산 형성 지원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더욱이 젊은이들의 새출발을 축하해주는 의미만으로도 충분히 추진해볼 가치가 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