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대통령 `경제 비선실세`의 자격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입력일 2017-04-05 15:46 수정일 2017-07-11 15:13 발행일 2017-04-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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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작년 총선에서 대학친구 하나가 국회의원이 됐다. 기쁘기도 하고 신기한 마음에 여기저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최근 그 친구가 인기를 얻자 나를 만나는 사람의 대부분이 그 친구 이야기를 한다. 내가 듣기로는 이건 나만의 경험이 아니라 그 국회의원의 대학친구들이 모두 겪고 있는 일이다. 요즈음 국회의원 주변에 사람들이 모인다. 국회의원을 통해 원하는 정책을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 추측된다.

초선 의원이 이 정도인데 대선후보의 주변은 말해서 무엇 하나 싶다. 어느 언론의 언급처럼 ‘권력을 잡기 전에 사귄 친구와 집권 이후에 맺은 관계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말이 정치권의 법칙이란다. 전자는 동지(同志)적 관계지만 후자는 군신(君臣)관계란다. 동지적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대부분은 대선후보와 정치를 같이 해온 분들일 것이다. 이들의 정치적 능력과 정무 감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국가의 운영은 그것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과 그 동지적 관계인 비선실세들이 국정의 모든 것을 다 알 수도 없고 다 알 필요도 없다. 그러나 적절한 인사를 할 수 있는 기준은 필요하다. 기준이 애매모호해지면 선거이후에 캠프 내 참모들끼리 권력투쟁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경제정책은 경제를 잘 아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 경제비선실세는 ‘진영논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색깔론은 정치에만 있는 게 아니라 경제에도 있다. 상대방을 찍어 누르기 위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이미지를 덧칠하는 게 ‘진영논리’다.

보수적 대통령은 양극화, 불평등 이야기만 하면 빨갱이로 낙인찍는 경제참모, 기본소득 등 복지만 나오면 굶어봐야 정신 차린다고 주장하는 경제참모, 경제민주화만 나오면 친기업과 친재벌총수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제참모 등을 멀리해야 한다. 더 중요한 건 진보진영이다. 많은 사람들이 진보가 경제운영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진보적 대통령은 시장, 민영화, 구조조정 이야기만 나오면 알레르기반응부터 보이는 경제참모, 모든 일에 공공성부터 언급하는 경제참모,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등을 외국계 흡혈귀로 매도하며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경제참모 등을 경계해야 한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 경제는 독특한 경제논리가 존재한다. 그것이 자원의 희소성이든,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든 말이다. 그 뒤에 자료에 의한 실증을 중요시한다. 상상력의 빈곤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복잡한 국가경제를 운영하는 데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생각한다.

대선의 계절이다. 대선의 계절에는 선명한 것이 최고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선명함 뒤에 부정확함, 공허함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대선후보는 본인의 시대정신을 밝혀야 한다. 시대정신을 경제 분야에서 어떻게 구현할지도 밝혀야 한다. ‘진영논리’에서 자유로운 경제비선실세에게 그 내용을 준비시켜야 한다. 어설픈 경제정책을 들고 나오면 대선은 어찌어찌해서 지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집권이후에는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을 것이다. 집권 초반 정책 한두 개 좌초되면 결국 준비된 역량을 가진 경제 관료나 경제 단체에 의해 포획되기 마련이다. 대통령의 시대정신과 경제정책의 방향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널 것이다. 역사의 교훈이기도 하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