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불 같은 중국` 냉정히 대응하자

이재경 건국대교수/변호사
입력일 2017-03-09 16:23 수정일 2017-03-09 16:28 발행일 2017-03-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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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작년부터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골칫거리는 최순실 사태보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2016년 7월 이후 중국의 교묘한 경제 제재는 한류에도 악영향을 미쳐 그 동맥을 잃기 시작했다. 중국 대륙에서 K-팝 열풍은 차갑게 식어버렸고 드라마도 중국 안방에서 사라지더니 한류 스타들의 합작 프로젝트, 광고, 공연 등 각종 행사들이 급격히 줄었다. 중국 정부는 공식 제재 조치가 없었다고 발뺌하지만 당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중국 연예산업 관계자들은 민간 차원에서 공연취소, 출연정지, 광고모델계약 해지 등을 서슴없이 감행했다. 연예기획사에는 초비상이 걸렸으나 막상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의해 사드 배치 속도가 빨라지고 롯데가 제공한 사드 부지가 확정되면서 중국은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한류 보복은 더 악화됐다. 이제 한류 문화콘텐츠는 물론 관광, 스포츠분야까지 중국 정부 차원에서 한한령, 금한령이 내려진 것이다. 

중국의 졸렬한 보복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과의 센카쿠 영토분쟁을 비롯해 필리핀, 베트남 등과 시비가 불거졌을 때에도 국제사회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제재를 가한 전례들이 있다. 그러나 일본은 결코 굴하지 않고 수년간 슬기롭게 대처했기 때문에 지금 중국에는 각종 일본산 제품이 휩쓸고 있고 일본에는 중국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일본의 냉정한 대응조치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결국 모든 위험관리의 핵심은 ‘포트폴리오’ 구축이다. 중국에 치중돼 있는 한류 수출 역량을 분산시켜 시장을 다각화하고 중국 의존도를 완화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국시장이 아무리 크다 한들 사드보복 같은 불측의 위험 변수가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류는 7억 규모의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으니 한류 수출의 다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울러 결국 콘텐츠의 힘은 플랫폼 싸움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내수시장을 뒤돌아보면서 고품격 콘텐츠를 갖춘다면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에서 중국 소비자들에게 얼마든지 어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외교적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아직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민간에 대한 공산당의 지배력은 절대적이다. 민간차원에서 사드보복 사태의 실마리를 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 정부가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으로 정치적 변수와 관계없이 문화산업을 포함한 경제적 교류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보다 외교적으로 중국과 더 험악했던 일본이 위기를 극복했다면 우리도 해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 차원에서 정경분리를 위한 외교적 노력과 함께 문화산업의 내수시장을 다지고 한류 수출 루트를 다양화하면 언제든지 치사하게 나올 수 있는 중국에 대한 리스크를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구 10억 대국답지 않게 그들은 너무도 치졸하게 이웃나라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럴수록 흥분하지 말고 더 위대하게 치밀하게 대처해야 한다. 대륙의 기질보다 더 위대하게 그리고 뜨거운 가슴보다 차가운 머리로 더 치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을지문덕과 대조영이 못 다 이룬 꿈, 이제는 우리 세대에서 위대하게 치밀하게 이루어야 한다.

이재경 건국대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