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명품정신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입력일 2017-05-28 15:49 수정일 2017-05-28 15:51 발행일 2017-05-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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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동국제강 상무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옷장 밑 빼닫이에서 당신의 신발 한 짝을 내 봅니다. 이것은 당신이 끌려가던 날 새벽 뜨락에 벗어진 당신의 신발입니다.”  

황금찬 시인의 ‘구월의 편지’는 애통함과 그리움이 절절이 묻어 있다. 국정농단 사건을 만든 최순실을 구속하는 과정에서도 신발 한 짝이 매스미디어에 클로즈업됐었다. ‘당신의 신발’이나 ‘최순실의 명품 신발’ 모두 근심이 담겨있다. “근심 많은 사람에게는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주라”는 속담도 있다. 신발에 신경을 쓰다 보면 걱정거리를 마음에 담아둘 틈이 없슴이다. 
그 근심덩어리가 가끔 세계를 화들짝 놀라게 하는 사건을 일으킨다. 2009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연설하던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는 어느 유럽 청년이 벗어 던진 신발에 맞을 뻔했다. 조지 W 부시도 이라크에서 회견 도중 기자가 던진 신발에 맞아 국제분쟁으로 확산될 뻔했다.
신발의 어원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파피루스로 엮은 샌들리온(sandllion)이다. 오래 전에는 신발이 부의 상징이어서 귀족들만 신었다. 점차 일반인들도 신발을 신을 수 있게 만들어주고 가치를 높여 준 것은 철강이었다. 1858년, 철강재는 제화용 재봉틀의 탄생을 앞당겼다. 이때부터 가죽 신발이 대량 생산됐다. 못과 징을 사용했던 과거의 제조방식은 실로 대체됐다. 그리고 고무 운동화가 등장하면서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찰스굿이어는 고무나무에서 수확한 재료로 운동화를 만들었다. 가볍고 활동적인 운동화는 올림픽 육상 선수들의 속도경쟁에 불을 붙였다. 
영화 ‘천국의 아이들(1997년도 이란)’에서 남매는 운동화 한 켤레를 번갈아 바꿔 신으며 등교한다. 어느 날 육상경기가 열린다. 3등 상품이 운동화였다. 주인공은 여동생에게 운동화를 선물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숨이 턱까지 차고, 넘어지고, 죽을 만큼 힘든 고비를 넘어 1등을 한다. 운동화는 3등에게 돌아간다. 이 영화는 어렵게 살았던 우리의 1960~70년대 시대상과 맞닿으면서 가슴 찡한 여운을 남긴다.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명품 신발들은 보통 신발보다 수 십 배나 비싸다. 언제부터 신발을 명품이란 이름으로 가치화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19세기에 하이힐이 나오면서 신발은 멋과 품위를 상징하는 장신구로 변신했다고 한다. 이탈리아 명품 구두의 대명사로 불리는 페라가모 역시 사랑하는 여동생의 신발을 만들다가 탄생됐다.
페라가모는 10대에 할리우드로 건너가 야간에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해부학을 들으며 모든 사람들이 불평하지 않는 구두를 제작하는 데 몰두한다. 그의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은 쇳조각이다. 구두 밑바닥 중심에 손가락 너비의 쇳조각을 박아 몸의 하중을 분산시키는 특수 공법을 찾아낸 것이다. 이 기술은 페라가모의 독자적인 기술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구두 밑바닥에 쇳조각이 들어 있다. 
독일의 명품 구두 로이드는 “정치보다 구두가 먼저 철의 장벽을 넘었다”는 언론의 타이틀을 받으면서 이름값을 높였다. 이 구두를 구소련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신고 나타나자 예리한 눈빛의 기자들이 가십 기사를 쓴 것이다.  
철강재는 산업재 전용이 아니다. 구두, 의상 등의 패션도 아우른다. 철강재뿐만 아니라 모든 용품은 최고의 품질일 때 가치를 인정받는다. 근심 덩어리도 창조적인 가치를 부여하면 명품으로 재탄생한다. 이제 ‘명품정신’이 미션이다.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