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개, 고양이를 부탁해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입력일 2017-06-07 14:53 수정일 2017-06-07 14:54 발행일 2017-06-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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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앞집 바둑이, 옆집 야옹이가 국민학교 국어교과서에 나오던 시절, 반려동물 업종은 감히 산업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규모면에서나 체계적 측면에서 초라했다. 그러나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1인 가구, 결혼기피, 저출산·고령화 등이 가속화되면서 반려동물인구는 이제 1000만명까지 늘었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보유가구 비율은 2010년 17.4%에서 2015년 21.8%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반려동물 등록 마릿수는 100만 마리를 훌쩍 뛰어넘고 있으며 시장규모는 1조8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심혈을 기울이는 일자리 창출은 반려동물산업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반려동물산업 일자리는 2014년 2만7000명에서 2017년 4만명대를 바라보고 있다. 일자리의 기본적인 틀은 사료산업, 용품산업, 서비스업에 집중되고 있지만 관련 직종은 동물병원, 반려동물 전문사진사, 애견옷 디자이너 및 미용사에 그치지 않고 애견카페, 장례서비스 및 묘지, 펫튜터, 용품렌탈, 고령동물 도우미, 보험업, 테마파크, 반려동물 전용방송 등 다양하게 전문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무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려동물 정책의 패러다임을 ‘규제’에서 ‘육성’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반려동물의 보호와 복지 수준의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동물생산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한 것을 비롯해 시설·인력기준 등 영업기준 강화를 통해 동물 보호와 복지수준을 끌어올리려고 하는 것이다. 반려동물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서비스 품질 향상까지 노리는 정부의 노력은 동물병원 진료서비스 품질 향상, 동물보험상품 개발, 동물의약품 유통구조 개선, 동물사료산업 제도정비 및 고품질 사료 중심으로 생산·유통기반 확충 추진, 동물사체의 불법소각·매립 방지, 더 나아가 동물간호복지사 제도 도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노력이 현실적으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피상적 정책이나 행정조치 차원을 뛰어넘어야 한다. 동물보호법을 위시한 반려동물산업을 육성하는 법률적 기반과 동시에 장기적인 관점의 지속적인 반려동물산업의 연구개발이 필수적이다.

물론 반려동물산업의 급격한 성장은 우리 사회에 어두운 그늘도 드리우고 있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정착으로 반려인과 비반려인간 갈등을 최소화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야 하고 동물을 보는 관점도 ‘소유 물건’에서 ‘보호해야 할 생명체’로 전환되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길고양이을 비롯한 유기견 급증사례도 사회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다. 유기·유실 방지를 위해 등록대상 확대가 필수적이며 ICT 기술과 결합한 동물보호관리시스템도 추진해야 한다. 이는 반려동물에 대한 윤리적 요구까지 고려하여 반려동물산업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것이다.

인천시는 반려동물 학대·유기행위를 규제하는 조례를 처음으로 제정하면서 반려동물 실태자료를 수집·관리하고 피학대동물·유기동물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이러한 체계적인 움직임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퍼져나가고 있다. 캘리포니아 해안선의 애견 전용 트레일, 무려 7만5000여구를 수용하는 뉴욕 하츠데일 애견묘지, 일본 고베의 애견 리조트는 아직 꿈 같은 얘기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