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청년이 웃어야 은퇴자도 행복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입력일 2017-09-11 15:30 수정일 2017-09-11 15:32 발행일 2017-09-12 23면
인쇄아이콘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스페인에는 ‘야요플라우타(Yayo flautas)’라는 독특한 집회가 있다. 매주 월요일 열리는 은퇴자들의 거리집회다. 이들은 정치권에 청년의 이해를 대변하기 이해 모인다. 청년실업이 개별청년의 문제가 아닌 바로 나의 문제라는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단체유니폼을 입은 할아버지·할머니는 손녀손자를 위해 나왔다고 말한다.

한국인들에게는 적잖이 낯선 풍경이다. 야요플라우타의 계기는 열악한 근로환경 탓에 고국을 버리는 청년인구가 생겨나면서부터다.

이들의 집회목표는 청년인구에게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비난 대신 응원을 택한 것이다. 이들은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하는 법”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연결성’을 강조한다. 청년이 잘 돼야 연금도 잘 받는다는 다분히 실리적인 상생카드를 골랐다.

이들은 청년의 실업이 노년의 연금붕괴이듯 청년과 노년은 연결된 존재라고 인식한다. 청년을 웃게 해야 본인도 웃는다는 세대연결의 이해인 셈이다.

노년인구의 생활전략을 세대연대에서 찾아낸 사례는 또 있다. 고령대국 일본의 ‘후쿠이(福井)모델’이다. 열도서쪽의 소외지역에 가까운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로 손꼽힌다. 다른 지역의 반발로 지금은 없어진 풍요지표(신국민생활지표)에서 5년 연속 1위(1995~99년)를 기록했고, 행복도 순위도 단골 1위다. 근로자세대 실수입, 맞벌이 비율, 정규직 비율, 보육원 수용정원 비율 등도 모두 1위다.

일본에선 후쿠이의 행복구조를 세대융합·세대교류적인 상생모델로 규정한다. 공식적으론 ‘맞벌이를 통한 가치창조 모델’로 불리지만, 노청(老靑)연대도 빼놓을 수 없다. ‘정규직+맞벌이=수입배증’을 완성한 데는 부모세대의 육아지원을 비롯한 세대연결적인 상생부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직장과 가정의 양립에 성공하니 자연스레 ‘자녀양육+부모봉양+본인노후’의 연쇄위기가 사라졌다.

일본정부는 후쿠이모델에 미래를 걸었다. 수출·대기업 우선지원의 아베노믹스 1.0(2013~14년)은 낙수효과와 재정승수효과보다 내수부양·직주완성에 초점을 맞춘 아베노믹스 2.0(2015~현재)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베노믹스 2.0의 핵심은 국민이 안심하고 사는 거주공간의 실현, 즉 생활품질의 향상이다. 금융완화, 재정투자, 성장 등의 경제 목표가 GDP 600조엔, 희망출산율 1.8, 간병퇴직 제로 등의 목표로 대체됐다.

특히 간병퇴직을 없애겠다는 목표는 30년 노년위기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치매발병→가족간병→간병퇴직→소득감소→재정보조→재정악화’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의지다.

결국 노년위기는 청년·중년위기를 극복할 때 가능해진다. 당사자만 쳐다보면 근원처방이 어렵다. 노년을 감싸는 다양한 환경과 변수를 종합적으로 볼 때 노년위기의 맞춤대응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 출발은 현역세대와의 교류확산일 수밖에 없다. 현역이 웃어야 노년도 행복해진다. 노(老)와 청(靑)의 연대전략이야말로 가장 실효성이 우수한,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한국적 상상모델의 지름길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