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안장과 등자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입력일 2017-09-13 14:18 수정일 2017-09-13 14:19 발행일 2017-09-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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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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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즈칸은 유럽과 아시아를 평정한 위대한 최고경영자(CEO)였다. 그는 전쟁마다 승리했다. 그리고 적을 무자비하게 응징했다. 하지만 절대 죽이지 않은 적진의 사람들이 있다. 기술자들이다. 신기술을 지닌 자만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특히 숫자가 적은 그의 군대가 멀리 수만 킬로미터를 달려가서 원정전쟁을 벌이자면 숫자적 열세와 속도를 반드시 기술력으로 보완해야만 했다. 그래서 칭기즈칸은 자기네 개발품이든 아니든 기술을 흡수하고 향상시키려고 무단히 힘썼다. 당시 충격적인 신무기는 훈족으로부터 지혜를 물려받은 말의 안장과 등자였다. 그는 이것으로 동유럽을 점령하고 로마까지 괴롭히며 흔들었다.

칭기즈칸군의 말은 마치 기수와 한 몸인 것처럼 날쌨다. 그것은 안장 때문이다. 로마 안장은 말 몸통에 가죽 끈으로 잡아매는 밋밋한 방식이었다. 반면 훈족 안장에는 나무 버팀목이 있었다. 앞뒤로 우뚝하게 올린 기둥과 안장머리는 말이 움직이고 달릴 때 기수에게 안정감을 줬다.

버팀목이 없는 로마기병들은 전투중에 균형을 잃고 툭하면 낙마했다. 또 칭기즈칸군은 등자도 활용했다. 등자란 말을 탈 때 두 발을 디디는 기구다. 말안장에 매달아 양쪽 옆구리로 늘어뜨리게 되어 있다.

간단하기 짝이 없지만 등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등자에 발을 디디면 무게 중심이 아래로 내려가 고삐를 쥘 필요가 없다.

허벅지로 말 등을 조여가며 마상쇼도 가능하다. 앞으로도 뒤로도 탈 수 있다. 물론 옆으로도 밑으로도 말을 탈 수 있다. 이게 12∼13세기 칭기즈칸을 무적의 정복자로 만든 신기술 신무기였던 것이다. 어떤 학자의 주장처럼 지난 천 년 동안 인류가 거둔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가 등자라고 할 수 있다.

최근 20세기의 가장 큰 기술혁명의 산물은 다름 아닌 정보기술(IT)라고 할 수 있다. IT는 바이오테크(BT), 나노테크(NT), 환경테크(ET), 항공테크(ST), 문화테크(CT) 등과 어우러지며 21세기를 선도하는 신기술로 자리잡았다.

‘IT의 총아’ 마이크로소프트(MS)는 신기술 소프트웨어를 통해 세계의 표준을 장악하면서 가공할 만한 거대기업이 되었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의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25억 달러, 29억 달러로 집계됐다. 매출은 인텔의 296억 달러에 이은 2위, 영업이익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1위다. SK하이닉스도 올해 메모리반도체 호황으로 규모가 비슷한 퀄컴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제쳤다. 삼성전자 반도체와 SK하이닉스 모두 볼 만하다.

현대·기아차가 2015년부터 중국시장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근자에는 ‘사드(THAAD)’ 때문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면서 왜 현대건설 인수나 삼성동 한전 땅 10조원 거금 매입 등에 뭐하러 머리를 박았는지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칭기즈칸군이 안장과 등자를 십분 활용할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은 몸이 가벼웠기 때문이다. 로마군은 갑옷만 60~70kg이었다. 칭기즈칸의 예언처럼 제국의 붕괴는 지도자의 굼뜸, 부패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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