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우리도 금리인상 나서야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입력일 2017-09-24 12:00 수정일 2017-09-24 14:48 발행일 2017-09-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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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완 총괄본부장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미국 경기는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 근 9년 가까이 사상 최장의 확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제는 경기가 하락세로 전환된다한들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실제로 상당히 많은 지표가 하락세 전환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한다. 4.4%까지 내려간 실업률이나, 가계의 대출증가 여력 같은 것 들이다. 그럼에도 미국 경제는 소위 ‘슬랙’ 때문인지 전혀 위축되는 모습이 없다.

그런 배경이 이유일까. 지난 FOMC(연방공개시장조작위원회) 회의 결과를 보면 미국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배어나온다. 먼저 연준(연방준비은행)은 기준 금리를 1.00~1.25% 범위에서 동결했다. 그러나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인 점도표(dot plot)에서 12월 추가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내년에도 3회 인상을 그대로 견지하고 있다. 보유 자산 축소에도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은 것이다.

내년에 더 중요한 것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정상화 경로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4조 5000억 달러에 달하는 보유자산 축소 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다. 매달 100억 달러로 시작해서 1년쯤 후에는 500억 달러까지 축소 규모를 늘려나간다. 자산 축소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연결되므로 기준금리 인상에 버금가는 효과가 있다.

이번 FOMC 의사 결정을 시장은 다소 매파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먼저 미국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 화가 강 달러 기조로 전환되면 원화는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미국과 국내 채권 금리차가 좁혀지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로 이어진다. 외화 표시 채권 조달금리도 상승한다.

특히 연준이 점도표대로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12월이면 기준 금리가 미국은 1.25~1.50%, 한국 1.25%가 된다. 하단 금리 기준으로 같아지는 것이고 상단 기준으로는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내년에 3회 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미간 기준금리가 대폭 역전될 것이고 금융시장의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미국 연준의 매파적 행보에 더하여 우리는 한 가지 폭탄을 더 안고 있다. 바로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다. 지난 7월까지 우리 부동산 가격은 거품을 우려할 정도로 급등했다. 부동산 가격과 함께 가계부채 급증세도 멈출 줄 몰랐다. 이대로 가다간 뭔가 사단이 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실제로 IMF나 BIS 등 국제금융기관에서 내놓은 부동산 버블 경고장에 한국도 단골손님으로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8.2대책은 그런 관점에서 시의 적절했다고 평가한다. 조금이라도 때를 놓쳤으면 낭패가 될 뻔 했다. 단기미봉책 때문에 시장 왜곡과 부작용이 나타날 거라는 비판 정도는 개의치 않아도 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더 큰 문제의 불씨가 되었을 것이다.

다만 단기미봉책은 단기미봉책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약발도 사라질뿐더러 실수요자들의 정상적 매매거래 위축, 신규 공급 부족에 따란 중장기 수급 악화와 같은 부작용만 커지게 된다. 부동산시장을 펄펄 끓게 만든 본래의 원인을 찾아서 고쳐야 한다. 다리가 가려운데 등을 긁는다고 효과가 있을 리 없다. 그리고 그 원인은 바로 장기간 무제한적으로 살포한 통화에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실수요자를 위해 규제책은 완화해주면서 금리를 정상화해나가야 한다.

이와 같은 국내외적인 상황을 감안했을 때 우리도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지금은 금융시장 불안정 요인을 제거하고, 자산시장에서의 버블을 막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해 보인다. 그 속도가 빠를 필요는 없으나 시작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경기도 조금씩이나마 개선되는 조짐이다. 수출은 탄력을 받았고, 내수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금리 인상의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건설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커지긴 했지만 재정정책으로 보완해나가면 문제 없을 것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