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구밀복검(口蜜腹劍)'과 최순실 게이트

김우일 대우M&A 대표
입력일 2017-01-30 11:12 수정일 2017-01-30 17:22 발행일 2017-01-3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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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 대우M&A 대표
김우일 대우M&A 대표

연일 쏟아져 나오는 ‘박근혜-최순실게이트’에 관한 뉴스를 보면 기가 찬다. 감히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현실이 돼 국민들의 마음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보면 또 새로운 의혹이 떠오르고, 특검이 소환하면 부인하고, 결국은 의혹이 사실로 입증돼 관계자가 구속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정농단의 양상도 너무 다양해 ‘비리 백화점’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수법으로 비리를 저지를 수 있을까. 직권남용, 직무유기, 출연강요, 납품강요, 뇌물죄, 인사권 남용, 대학특혜, 사업자변경, 민간회사인사권개입. 블랙리스트 등 그들의 죄를 열거하기조차 숨차다.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연일 터지는 사건을 보면 중국의 고사성어 ‘구밀복검(口蜜腹劍)’이 떠 오른다.

중국 당나라황제 현종은 수십년의 태평천하를 만든 성군이었으나 노년에 태자의 부인, 즉 며느리인 양귀비를 궁에 끌어들이고 향락에 빠져 정사를 멀리하였다.

조정의 모든 정사를 재상인 이임보에게 일임했고 이임보는 자기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을 모두 배척했다.

이임보는 실력은 없었지만 황족이라 숙부를 통해 관직을 얻은 후, 내시와 후궁의 줄을 타 현종의 의중을 정탐하고 이에 맞는 말만 해 황제의 총애를 얻어 재상의 지위에 오른 사람이다.

그는 워낙 각종 술수에 능해 어떤 계략을 꾸밀지 주변사람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은밀하게 저질렀기에 두려웠지만 그에 감히 대항하지 못했다.특히 대신들이 향락에 빠진 황제와 면담을 못하게 만들고 자신이 모든 정책을 주관하여 현종이 병사할 때까지 19년동안 국정을 마음대로 주물렀다. 후에 이를 안 황제는 그를 벌하여 부관참시하기도 했다.

그래서 겉으로는 꿀을 말하지만 배속에는 칼을 품고있다는 구밀복검의 고사성어를 만들어냈다. 이 구밀복검의 당사자인 이임보와 최순실을 비교해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가 있다.

첫째, 두사람다 국정을 다룰 실력이 없어 정상적으로는 권력자에게 접근하지 못했지만 개인적 관계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임보는 환관과 후궁을 이용해, 최순실은 대통령의 사생활을 매개로 최측근의 지위에 올라섰다.

둘째, 권력자의 정사소홀이 배경에 있었다. 당 현종이나 박근혜 대통령이나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었다.

셋째, 권력자의 무한한 신뢰가 밑바탕이 되었다. 당 현종의 이임보에 대한 신뢰는 무한에 가까울 정도였다. 최근 국정농단 사태에서 드러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에 대한 신뢰 역시 납득하기 힘들 정도다.

넷째. 술수와 배포에 능하다. 두사람 모두 권력자의 배경을 업고 무소불위처럼 국정농단할 정도의 책략과 술수를 몸에 지니고있었다.

다섯째,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진행되었던 점에 주변사람들이 더욱 두려워 감히 대항하지 못했다.

여섯째, 종국에는 죄 갚음의 결말을 맺었다.

우리는 이 구밀복검의 고사와 최근의 국정농단 사건에서 최고권력자는 국민들이 위임한 정치를 절대 소홀히 대하지 말아야 하고, 비정상적 측근의 존재를 반드시 배척해야 한다는 점을 배운다. 또 소수의 측근에게만 지대한 신뢰를 주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임을 새겨야 할 것이다.

김우일 대우M&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