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시험대에 오른 트럼프주의

박종구 초당대 총장
입력일 2017-02-13 14:53 수정일 2017-02-13 14:54 발행일 2017-02-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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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박종구 초당대 총장

갖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가 안팎으로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사에서 미국우선주의와 경제 보호주의를 핵심 국정이념으로 제시했다. 지난 수주 동안 일련의 도전적 어젠다를 내놓아 야당 언론 시민단체 등과 크게 대립각을 세웠다. 소위 ‘취임 초 100일 허니문’이 실종된 상태다.

반(反) 이민 행정명령이 가장 커다란 파장을 몰고 왔다. 이란, 이라크 등 7개 이슬람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로서 트럼프의 반이민, 반이슬람 정서가 뚜렷히 표출되었다. 그러나 워싱턴 등 여러 주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심각한 정치적 분열 양상이 노정되고 있다. 특히 제임스 로바트 시애틀 연방지법 판사는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중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연방정부가 불복함으로써 법정 공방이 계속되고 있고 궁극적으로 연방대법원까지 갈 전망이다.

워싱턴주와 미네소타주는 샌프란시스코 항소법원에 제출한 의견에서 “반이민 행정명령은 위헌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과격 이슬람 테러리즘의 위협이 매우 현실적이다”라며 반박하고 있다. 존 케리, 메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등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치고 전장의 군인을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우버 등 주요 IT기업들도 “행정명령이 미국기업의 경쟁력을 해칠 것”이라며 하급법원의 결정을 인용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오바마의 건강보험개혁법, 소위 ‘오바마케어’의 폐지도 앞길이 험난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오바마케어는 ‘재앙’이며 당선 즉시 폐지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이미 2000만명이 넘는 사람이 혜택을 받고 있고 보험 미가입 비율도 작년 상반기 8.6%까지 떨어졌다. 즉각적인 폐지는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병원, 의사, 보험회사 등 이해관계자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반면에 보수성향의 카토 연구소 마이클 캐런 박사는 “의회에서 의사결정이 지연될수록 부작용이 심해질 것”이라며 조속한 폐지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달 실시된 퀴니팩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84%가 대안 입법이 이루어지기 전에 건강보건개혁법이 폐지되면 안된다고 응답했다.

법이 폐지될 경우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저학력 백인 근로자층이 직격탄을 받게 된다. 트럼프는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최대한 빨리 진행하려 하지만 규정에 맞추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조기 폐지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섰다.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도 산넘어 산이다. 오바마 정부가 수년간 추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취임 즉시 폐기했다. 그러나 캐나다, 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나 국경세 부과 등의 조치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할 전망이다.

케빈 쉐어러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는 “글로벌 자본은 수익이 있는 곳으로 흘러간다”며 인위적인 보호무역 정책의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이나 멕시코와 무역전쟁이 발발한 경우 500만개 일자리가 사라지고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승부사 트럼프가 냉엄한 정치현실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지구촌의 관심이 뜨겁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