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마음의 경계를 허물며, 公과 私의 경계마저 허문 대통령

김우일 대우M&A 대표
입력일 2017-03-01 13:08 수정일 2017-03-01 13:10 발행일 2017-03-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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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우일 대우M&A 대표

일반인인 최순실에게 국가의 주요사를 의논하여 국정농단 사태를 불러온 대통령의 대 국민사과담화중 다음의 글귀가 가장 인상적으로 생각난다.

“어려운 시절 곁을 지켜줬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어려운 시절 곁을 지켜줬던 사람은 일개 사인(私人)인 최순실이다.

결국 우리 사회 최대의 공인이자 권력자인 대통령이 일개 사인에게 그 권력의 이양하고 활용케 했다는 뜻이다.

즉 대통령은 공(公)이 사(私)로, 사가 공으로 왔다 갔다 하는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공이라는 칼에는 권력, 갑질, 이권이 속성처럼 따라붙기에 이 공적인 칼이 권한없는 사인의 손에 쥐어지거나 혹은 사익을 위해 휘둘러지면 그 피해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크다.

공적 책임감이 없는 사인이 권력의 칼을 휘두르면 공공 시스템은 붕괴되고 초토화된다. 가해자는 엄청난 사익을 거머쥐는 대진 피해자는 공동체 전체다.

또한 사인의 손에 쥔 칼은 쥐도새도 모르게 은밀하게 휘둘러져 국가를 누란지위로 몰아간다.

도성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자에 제일 중요한 덕목이 공과 사를 구분하는 마음의 자세를 첫째로 손꼽는 이유다.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중국춘추전국시대에 내려오는 전쟁일화를 떠올리며 공과사를 구분못해 일어난 지금 우리 상황의 반면교사로 삼아본다.

노나라에 이웃해있는 제나라가 최강의 군대를 이끌고 침범하였다.

군대를 이끈 제나라 장수는 질풍노도와 같이 노나라의 국경을 유린했고 노나라 국민들은 너도나도 적을 피해 사방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이때 제나라의 장수의 눈에 두 아이를 데리고 도망가는 한 여자가 눈에 띄였다. 그여자는 한 갓난 아이를 가슴에 안고 한 아이를 손에 잡고 도망치고 있었다.

그러나 힘에 부치는 듯, 가슴에 안은 갓난 아이를 버리고 손잡은 아이만 데리고 도망갔지만 결국 제나라 장수의 손에 붙잡혔다.

장수가 하도 이상해서 물었다.

“차라리 손잡은 아이를 버리고 가슴에 안은 갓난 아이만 데리고 갔으면 도망칠수 있었을텐데?”

“가슴에 안은 갓난 아이는 제 아이요, 손잡은 아이는 형님의 아이이요. 제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은 사적인 일이요 형님의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은 공적인 일이요. 그런데 내가 사적인 것을 취해 제 아이만 데리고 간다면 앞으로 형님과 우리 가족들한테 면목이 없고 가족간의 의는 붕괴될것이요. 나라도 마찬가지요.”

제나라 장수는 감탄, 이렇게 말하고 철수했다.

“이웃 노나라의 국력이 형편없지만, 일개 필부에 불과한 여인이 이토록 공과 사를 뚜렷이 구분하는 처사를 볼진대, 장차 노나라의 국력을 의심치 못할 것이다.”

가정, 기업, 사회, 국가 어디를 막론하고 조직이나 공동체에는 전체목표인 공익이 있고 개별구성원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익이 있을 것이다. 이 공익과 사익의 교집합은 존재하지 않음을 위정자는 명심해야 한다.

만약 권력자가 공익과 사익의 교집합을 교묘하게 짜깁기한다면 그 폐해가 국민경제 전체에 손해를 끼칠 뿐이다.

김우일 대우M&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