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상법 개악은 무책임한 정치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기자
입력일 2017-02-16 15:28 수정일 2017-02-16 15:28 발행일 2017-02-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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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노 자유경제원부원장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국회가 상법 내에 기업규제 조항을 신설하고 강화하려 한다. 핵심 내용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강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강제, 집중투표제 강제 등이다. 권력의 입맛에 맞게 경영을 획일화하고 경영권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들이다. 주요 내용이 기업과 시장의 원리를 외면하고 있어 부작용이 클 것이다. 이런 반(反)시장적 개악 시도는 당연히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친(親) 시장적 입법 활동을 통해 기업활성화와 경제성장에 기여해야 할 국회가 기업경영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잘못된 정치다. 정치권은 결코 기업을 정치실패의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기업에게 그 죄를 전가하고 기업 때리기에 나서는 것은 또 다른 정치실패를 부르는 일이다. 정치권이 기업 때리기에 성공하는 만큼,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 기업 정서를 앞세워 기업을 규제하는 정치적 해법은 매 번 실패해 왔다. 지난 30년 동안 이어져 온 ‘경제민주화 실험’은 저성장, 일자리 부족이라는 참담한 실패로 귀결되었다. 우리나라는 해외자본이 외면하고 우리 자본도 투자를 꺼리는, 한 마디로 ‘투자하기 부적합한 경제’가 되어 버렸다.

상법을 개악하는 반 시장적 입법활동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일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까지 수많은 규제로 기업경영을 규제하여 왔다. 그리고 그 부작용은 엄청나다. 공정거래법과 각종 규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경제민주화법들을 처리한 바 있다.

이미 대기업을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하고, 이미 그 효과가 드러나 경제는 무력증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이 또 다시 규제를 강화하여 기업경영을 옥죄고 일자리를 줄이려 한다면, 이는 무책임한 정치일 뿐이다.

다중대표소송제는 ‘기업’이라는 법인격을 무시하고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규제다. 따라서 이 제도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설명 만들어진다 해도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도록 반드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크며, 그로 인한 경영 위축이 불가피하다.

전자투표제와 집중투표제를 강제하는 것은 자율성과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기업경영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방식을 강요하는 규제다. 정부가 원하는 방식으로 경영을 하라는 강압적 태도는 민주사회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이 외에도 감사위원 분리 선출, 사외이사 선임 규제 강화, 자사주 처분규제 등 기업의 자율성과 경영권을 위협하는 규제가 줄을 잇고 있다. 마치 기업 괴롭히기, 경제 파괴하기 시합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는 ‘파괴적 정치’에서 벗어나 ‘생산적 정치’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투자하기 좋은 제도적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 퇴행하는 정치환경에서 기업만 경쟁력을 유지하라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