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독대 자체가 은괴(隱怪)한 사건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기자
입력일 2017-02-23 09:54 수정일 2017-02-23 09:55 발행일 2017-02-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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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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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는 군림하고 지도자는 섬긴다. 황제는 통치자이지만 지도자는 동반자다. 일찍이 노자(老子)는 “굳세고 강한 것은 죽고, 부드럽고(柔弱) 낮은 것 (處下)은 산다”고 갈파했다.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유연하다. 반면 죽으면 딱딱하고 견강하다. 예수 역시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고” 인자가 이 땅에 온 것을 밝혔다. 리더를 공복(公僕)이라고 하는 것도 낯선 말이 아니다. 결국 군림하는 통치자는 멸절(滅絶)하고 섬기는 동반자는 번영함을 뜻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극 역시 강하고 높고 뻔뻔한데서 온다. 눈물을 머금은 듯, 형식적이지만 사과방송 연거푸 3번 이후 홀연히 돌변했다. 아니 그게 본질일게다. 딱딱하고 뻔뻔하기 짝이 없다. 한마디로 죽음 자체다.

미국 AT & T의 로버트 그린리프도 가장 생명력 있는 일터를 창출하기 위해 무엇보다 ‘섬기는 리더쉽(Servant Leadership)’을 주창했다. “다른 사람을 섬기는 가운데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섬기는 리더쉽’의 핵심이다.” 요즘은 조직도를 과거와 달리 역삼각형으로 그리는 스마트한 기업이 상당히 많다. 이러한 시대적 소명을 짊어진 CEO에게는 섬겨야 할 고객 넷이 있다. 이른바 ‘4고객론’이다.

고객, 종업원, 주주와 채권자 그리고 협력회사와 사회가 그것이다.

첫째, 고객을 섬겨야 한다.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힐 정도다. 그만큼 불변의 진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BM의 존 에이커스처럼 고객의 소리를 듣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객관리라는 말도 불경스럽다. 고객봉사시스템이라고 바꿔야 한다.

국가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처럼 ‘백성을 통치’하느니 ‘통치자금’이니 하는 말은 모독이다. 국가경영, 국정운영, 국민봉사시스템이 옳은 말이다.

‘독대’라는 말도 웃기는 소리다. 국어사전 해설을 봐라. “벼슬아치가 다른 사람없이 혼자 임금을 대하여 정치에 관한 의견을 아뢰던 일”이라고 되어있다. 21세기 대명천지 대한민국에서 독대가 횡행하다니 도깨비 씨나락 까먹는 소리들이다.

독대 자체가 은괴(隱怪)한 사건이다 은밀(隱密)하고 기괴(奇怪)한 사건이다. 독대하면서까지 날씨와 영화감상 얘기하겠나.

둘째, 종업원을 섬겨야 한다. 과거처럼 품삯을 주니 시키는 대로하라고 해서 되는 세상이 아니다. 세월호 비극에서도 잘못 지휘해 놓고 공무원에게 뒤집어씌우는 대통령은 비겁하고 졸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셋째, 주주와 채권자를 섬겨야 한다.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기업이 경제적 성과인 이익을 창출치 못하면 그것은 죄악이다. 대통령이 진짜 만나고 섬겨야 할 상대는 지지자보다 반대자다. 경제적 강자보다 경제적 약자다. 경제적 강자는 대통령이 안 만나줘도 자기들이 알아서 잘 산다.

넷째, 협력회사와 사회를 잘 섬겨야 한다. 대통령이 여당의 총선 공천에 끼어들어 친박, 진박, 반박을 가리며 갑(甲)질하는 것도 막장 드라마였다. 국민 혐오였다.

이해익 경영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