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중국, 대국의 풍모를 다시 볼 수 있기를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입력일 2017-03-05 15:44 수정일 2017-03-05 15:44 발행일 2017-03-06 23면
인쇄아이콘
한상완 총괄본부장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총괄연구본부장

국제정치학에 ‘가치교환 불가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대체로 다음과 같은 뜻이다. 국가가 지켜내야 하는 가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안보와 경제이다. 국가는 이 두 가지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 어떤 국제적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할 때에도 이 가치들이 지켜지도록 결론을 내려야 한다.

문제는 안보와 경제가 충돌할 때 발생한다. 경제를 지키자니 안보가 위협받고, 안보를 지키자니 경제가 위협받는 선택적 상황이 왔을 때 과연 국가는 어떤 기준, 어떤 우선순위로 선택을 해야 할까. 이때 ‘가치교환 불가의 법칙’이 등장한다. 안보적 가치는 그 어느 가치보다 우선하는 것이어서, 경제적 가치를 얻기 위해 안보적 가치를 훼손하는 가치교환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치교환의 원칙을 적용하자면 먼저 국가가 지켜내야 할 가치를 열거하고 우선순위를 매겨야 한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1순위 가치는 국민의 목숨과 그것을 지켜줄 국가의 안위일 것이다. 그래서 1순위 가치에는 국민, 영토 그리고 국가 그 자체 등이 포함되며 이를 지키는 수단으로 국방이나 국제적 군사동맹 등도 포함된다. 중국은 이런 가치를 ‘핵심 이익’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2순위 가치는 국가적으로 지켜야 하긴 하지만 1순위 가치를 위해 포기할 수도 있거나, 1순위 가치를 지키기 위해 사용할 수도 있는 것들이 포함된다. 경제가 대표적이다. 강도를 만났을 때 당연히 목숨보다 돈을 내놓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중국 기준으로 분류하자면 경제는 ‘전략 이익’이 될 수밖에 없다.

요즘 중국이 사드 문제를 놓고 한국 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다. 한류를 차단하고 한국 관광을 금지하고 있다. 이런 경제적 보복 조치가 심정적인 화풀이는 될지언정, 중국을 위해선 전혀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한국 입장에서도 경제 때문에 안보를 훼손할 리는 없는 것이라 핵심 이익(사드 철회)을 지켜내려는 중국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제적 보복 조치로 중국은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먼저 국제 사회에서의 평판을 잃고 있다. “경제는 좀 나아졌는지 모르지만 의식 수준으로는 선진국에 끼워주려면 아직 멀었군!”. 둘째, 국제 교역 차원에서도 손해나는 행동이다. 중국은 WTO(세계무역기구) 가입국이다. 중국 경제의 국제 교역 의존도는 우리보다 훨씬 더 크다. 이런 경제적 보복 조치를 보면서 과연 어떤 나라가 중국을 경제적 동반 발전 국가로 생각하겠는가. 마지막으로 중국 국민들의 경제적 선택을 줄이는 것도 손해다. 상품 선택 폭의 축소는 국민의 경제적 후생 감소로 이어진다.

중국으로선 자국의 핵심 이익이 훼손되는 데 화가 날 터이다. 그래서 화풀이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화풀이가 중국의 핵심이익을 지켜주지도 못할뿐더러 전략이익에 더 큰 손실이 될 것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에 주는 피해보다 중국이 입는 손실이 더 크면 컸지 작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가 아는 한 중국은 대국이다. 역사 대대로 품위있는 대국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시적인 분노가 그 대국다움을 가리고 있다. 어서 그 분노를 걷어내어 대국의 풍모를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