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스마트폰 중독 현상 매우 심각하다

문송천 카이스트 및 아일랜드국립대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일 2017-02-12 14:55 수정일 2017-02-12 14:55 발행일 2017-02-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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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천 카이스트 및 아일랜드국립대 경영대학원 교수

우리나라의 길거리 풍경, 버스나 지하철 내 풍경, 카페 내 풍경은 특이하다. 10명 중 7명은 스마트폰을 연신 들여다보며 눈을 떼지 못하는 광경은 다른 나라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불가사의한 일이다. 필자가 세계 거의 모든 나라를 다녀봤으나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무엇이 한국 사회를 이렇게 독특하게 만들었을까. GDP는 선진국의 3분의 1인데 통신료로는 선진국의 3배를 서슴없이 지출할 수 있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를 관찰하기 위해 필자는 의도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이들을 관찰했다. 셋 중 하나는 게임, 다른 하나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대화, 나머지 하나는 뉴스 검색(주로 연예 뉴스)에 몰입한다. 이들에게 한 배를 타고 있는 같은 운명의 승객이라는 커뮤니티적 개념은 아예 찾을 수 없다.

무아지경으로 스마트폰에 몰두하다가도 목적지 정류장에서 단거리 선수처럼 황급히 내리는 모습을 보면 ‘도대체 이들 머리 속에는 전화 속 그림이나 문자 말고는 뭐가 들어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 같이 남의 시선을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로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자세는 분명 심각한 고립 내지 중독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어느 특정한 공간이나 장소의 구성원으로서 위치한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 인식하고 싶지 않다는 이런 개인주의의 극단에 도달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 속에 많이 존재할 때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 것인가.

동물의 세계를 봐도 옆에 다른 존재가 다가올 경우 그를 의식하고 적절히 반응하는 것이 정상이다. 심지어 인간이라는 존재가 혼자서만 거처하는 독방이 아닌 공간에서, 주위에서 상황이 수시로 변하고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관심 자체를 의도적으로 완전히 끊는다면 과연 인간의 부류에 속하는 자로 볼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한국인의 70%는 개인주의로 급선회하고 있는 중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소셜 교신에 심취하는 이들의 자세를 보면 그들은 분명 과도한 소속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문자 교신의 패턴을 보면 현란하다. 한국처럼 순간이동하듯이 순식간에 문자왕복하는 모습은 다른 나라에서는 역시 찾아 보기 힘든 불가사의 영역에 속한다. 우려되는 바는 깊은 사고와 반추를 거치지 않는 창피할 정도의 얄팍하고 얕은 생각을 잔뜩 진열해대는 의식구조다.

이렇듯 자신의 의견을 제시함에 있어서 진지함이 완전히 결여된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 상대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은 자신의 언행에 진중성을 싣고자 하는 노력 같은데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곰곰이 씹어 볼 겨를도 없이 즉각적으로 표출되는 반응의 연속에서 어느 만큼의 생각의 깊이를 상대방에게 전해 낼 수 있을까. 스마트폰의 노예로 전락한 중독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가능하면 한번쯤은 해외로 여행 나가서 외국인들의 스마트폰 사용 행동 양식을 직접 관찰해보거나, 아니면 나가기 힘든 상황이라면 해외에 있는 친구와 한번 소셜 교신해보고 그들의 교신 자세를 유심히 관찰해 보라는 것이다. 교신 상대의 성급하지 않고 차분한 반응들을 직접 경험해 본다면 그간의 자신의 행태가 얼마나 과잉적 행동, 즉 중독형 행동에 속했는지를 스스로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문송천 카이스트 및 아일랜드국립대 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