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건설기능인력 양성, 건설산업 혁신의 핵심과제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건설산업은 대표적인 일자리 창출 산업이다. 건설업의 일자리는 2016년 기준으로 210만명으로 전체 산업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에 이른다. 이 중에서 건설현장의 내국인 기능인력은 140만명에 이른다. 그만큼 기능인력은 건설산업 뿐만 아니라 일자리 정책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일자리다.그렇다보니 건설분야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논의에 있어 기능인력에 대한 정책은 대표적인 정책과제로 다루어진다. 특히 청년층 일자리 창출에 있어 건설기능인력에의 청년층의 유입 확대는 중요하게 고려되는 과제다.이렇게 산업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설 기능인력의 현재 일자리로서의 상황은 그렇게 밝지 못하다. 또한, 건설 생산성 향상에 있어 필수적인 숙련된 건설기능인력의 유입이 원활하지 않아 건설현장마다 원활한 공사수행에 있어 최대의 현안이 되고 있다. 그동안 청년층의 건설현장 기피가 지속되면서 건설현장의 기능인력 중 50대 이상이 전체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30대 이하 청년층의 비중은 2015년 기준으로 9.4%로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건설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150여만명의 인력 중 내국인이 10만여명 이상 부족하여 외국인력으로 이를 채우고 있다. 그러나 현재 내국인 일자리 보호 차원에서 외국인 취업자를 제한하고 있다 보니 불법 외국인 취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결국 내국인 일자리 창출이 최대의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취업자를 쓸 수밖에 없고 이는 정부와 건설기업 그리고 건설근로자들 간의 마찰을 심화시키고 있는 양상이다.숙련 건설기능인력의 건설산업 내 지속적인 유입을 제한하는 요인은 많다. 그동안 건설현장의 일자리는 3D업종으로 여겨져 왔고, 열악한 근무환경과 근무조건으로 인하여 대표적인 기피 업종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로 인하여 건설기능인력들이 근무하는 건설현장의 근무환경이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져 왔고, 일자리로서 갖추어야 할 지속적인 수요와 직업적 안정성도 크게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층들에게 직업적인 비전을 보여주지 못해 왔다.이러한 데에는 무엇보다 기능인력의 체계적인 양성을 위한 제도와 양성시스템의 개선 노력이 부족한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정부는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건설근로자법, 고용보험법 등을 통하여 신규 구직자 및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훈련 제도를 운용해 왔고, 건설특성화고, 마이스터고, 폴리텍대학교 등 제도권 교육기관을 통한 청년층의 건설기능인력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추진해 왔다.그러나, 호주 그리고 독일 등 유럽, 캐나다 등 북미권 등에서 정부와 기업이 함께 협력하여 직업 교육훈련의 제도 및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숙련 기능인력의 안정적인 수급과 직업적으로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데 노력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제도나 시스템 등 건설기능인력 양성을 위한 체계의 구축 수준은 아직까지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무엇보다 건설현장에 필요로 하는 직무와 직종에 맞추어 경력과 기술을 갖춘 인력이 유입되도록 하기 위해 기업과 교육훈련기관 더 나아가 정부가 함께 협력하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청년층이나 신규 구직자들의 적극적인 훈련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고용보험법 등의 직업훈련 교육지원의 확대 그리고 특성화고 등 제도권 교육기관 및 교육훈련기관에서 양성되는 기능인력들의 교육훈련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 그리고 훈련 이후 일자리 확보에 이르는 적극적인 지원 프로그램의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정부뿐만 아니라 숙련된 기능인력을 수요로 하는 건설기업들의 참여 유인도 중요하다.우리 건설산업이 처한 건설현장의 저생산성 문제 및 미래 환경변화에 맞춘 건설산업의 혁신에 있어 숙련 기능인력 양성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핵심과제라 하겠다.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2019-01-28 13:13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브릿지 칼럼] 소비의 양극화와 행동경제학

이민환 인하대 교수최근 들어 소비시장 양극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초저가 상품과 프리미엄 명품의 소비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반면 중저가 판매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우리나라의 명품가방 시장 규모가 프랑스의 3조301억원보다 많은 3조2353억원에 달하며, 젊은 소비층도 구입하고 있어 거리에서 명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마주치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이러한 명품소비로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백화점 매출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양한 저가상품으로 유명한 한 생활용품점의 매출은 2017년 1조6000억원으로 지난 3년간 약 85%나 성장했다고 하니 놀랄만한 일이다. 이러한 소비 양극화 행위를 어떻게 경제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리처드 탈러가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의 개념을 적용해보기로 하자.사람들은 불안에 휩싸이게 되면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불안의 정도가 크면 클수록 이를 회피하려고 보다 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소비에 있어서 불안을 회피하는 방법은 확실하게 품질이 보장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구입하거나 저가의 상품을 구입해 만에 하나 상품을 잘못 선택한 경우에 그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행동하는 것이다.전자의 사례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품질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명품을 구입하는 것이고, 후자의 사례는 몇 번 사용하고 버려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초저가 상품을 손쉽게 구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을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프로스펙스이론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만원의 이익과 만원의 손실을 비교할 때 사람들이 느끼는 가치는 손실을 입은 경우가 이익을 얻은 경우에 비해 약 2배에서 2.5배 크다는 것이다.따라서 사람들은 경기침체 등으로 미래 불안을 느끼게 될 때 소비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는 행동을 하게 되며, 결국 어느 정도 품질이 보장돼 손실 가능성이 적은 명품이나 초저가품에 대한 소비의 증가로 이어진다. 이러한 행동은 현재의 상황에 대한 변화를 두려워하는 결과를 초래해 사람들은 사용 경험이 있는 제품을 계속해서 구입하거나 거래하는 은행이나 카드 등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온다.사무엘슨과 제크하우저는 이를 통해 인간의 현상유지 편향을 발견했다. 한편 트버스키는 인간의 행동에 있어서 ‘근거있는 선택’ 이론을 제시했는데,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어떠한 선택과 결정에서 본인이 납득할 만한 이유가 필요하고 충분한 이유가 있어 선택을 하는 경우 이러한 행동에 일부 모순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크게 문제시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즉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학생이 모은 돈으로 고급 수입차를 구입하는 행동이 이러한 행동경제학의 이론에 기초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급수입차가 품질이나 만족감이 국산차에 비해 우월하다는 자기합리화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명품에 대한 소비증가를 주택가격의 증가에서 그 원인을 찾는 학자도 있다. 미안과 수피가 ‘빚으로 지은 집(House if Debt)’에서 지적하듯이 주택가격의 증가는 자동차 등 내구재소비의 증가를 가져왔으며 주택가격의 하락은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했다.이민환 인하대 교수

2019-01-27 15:34 이민환 인하대 교수

[브릿지 칼럼] 철강 1세대의 '창업정신' 배워라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국제시장에 큰 불이 났다.” “어지간한 점포는 몽땅 불타 없어졌다.” 1953년 1월 발생한 화마는 시장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1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빈털터리가 된 30대의 청년은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하지만 곧 어린 자녀와 가족 모두가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다는 절박감은 청년을 다시 일으켰다.6년 뒤, 청년은 조관기 한 대로 철강공장을 세웠다. 그리고 59년의 세월이 흘러 글로벌 철강종합메이커로 성장했다. 재계서열은 40위다. 세아그룹 창업자 고(故) 이종덕 회장의 창업스토리다. 매출 7조원이 넘는 기업성장사의 밑바닥에는 ‘정직과 겸허,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기업’이라는 창업정신이 깔려 있다.1970년대 초반, 한국강업과 한국철강이 도산했다. 한국강업은 5t 큐폴라공장(소형 용광로 공법)에서 만들어 내는 철근제품으로 막대한 이익을 축적했다. 사주는 핵심 사업이 아닌 설탕 수입에 손을 댔다. 결국 한국강업은 빚더미에 깔려 파산했다. 사주는 미국행을 택했다.마산의 한국철강도 막강한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이 기업은 최신설비를 정부 투자금으로 대신하려던 ‘냉열싸움’에서 졌다. 얼마 안돼서 약 550만 달러(27억원)의 융자와 차관을 갚지 못하고 은행관리에 들어갔다.몇 년 후, 한국철강의 전 사주 신씨의 집에 검찰이 들이닥쳤다. 벽속 비밀창고에서 달러와 보석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신씨에게 처음으로 국내재산도피방지법 위반이 적용됐다. 기업은 파산했어도 개인 자산은 몰래 빼돌렸던 것이다.1990년대 후반, 철강업계에 쓰나미가 몰아쳤다. 11개 철강기업이 부도에 이르렀다. 급격하게 설비 확장을 했지만 철강 수요가 급감하자 심각한 실적 부진에 직면한 것이다. 국내 철강산업의 성장 과정에는 두 가지 위기가 있었다. 초창기는 가파른 성장과 규모의 확장이었지만 내부 종사원들의 일체감이 없었고, 1980~1990년대에는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위기에 속수무책이었다. ‘성장의 역습’처럼 내부의 자만심이 적자와 도산을 발생시킨 것이다.몇몇 기업은 달랐다. 창업자의 대담하고 야심찬 기업가 정신 아래 똘똘 뭉쳤다. ‘무차입경영’을 고집했다. 전략에 방해 되는 복잡성을 간추리고, ‘일을 줄이자’는 캠페인을 전 그룹사에 정착시켰다. 생사를 좌우했던 시기에 살아남은 세아그룹과 동국제강의 경영패턴이다. 이들 기업은 3~4세대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100년 기업을 향하고 있다.철강 불모지에서 맨 주먹으로 일어선 1세대들의 공통점은 끈질긴 ‘도전정신’이다. 무모할 정도의 성실성과 근면한 태도는 기본이다. 포스코 박태준 회장은 사즉생(死卽生)의 ‘우향우 정신’을 남겼다. 동국제강 장상태 회장은 ‘아내의 반지를 팔아서라도 첨단 설비를 놓겠다’고 전력투구했다. 세아 이종덕 회장은 ‘절망적 상황에서 맨손으로 철강회사를 세웠다’. 그 열정을 문장으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요즘 ‘기업가 정신’이 화두다. 저녁이 있는 삶을 택하는 여유도 중요하지만, “35시간만 일하자”고 했던 독일 철강기업들이 문을 닫은 이유를 음미해야 한다. 어금니 깨물고 덤볐던 야무진 정신부터 가져야 한다. 기업이 지속적 성과를 내는 근원은 내부 깊숙한 곳의 ‘창업정신’(Founder’s Mentality)에서 시작된다.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2019-01-24 15:14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브릿지 칼럼] 구한말 유길준에 배우는 해외연수

김우일 대우Mamp;A 대표국회의원들과 지방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가 국민들의 몰매를 맞고 있다. 모 지방의회의원의 가이드 폭행사건으로 알려진 의원들의 해외연수 행태는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방약무인(傍若無人)하기 그지없다. 골프를 치고, 술과 여흥을 즐기고, 관광유원지를 돌아다니고, 심지어는 여자를 불러달라는 추태까지 벌이는 경우가 있다 하니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않고 체면없이 날 뛰었음에 틀림없다. 더구나 이 모든 경비가 국민들이 피 땀 흘려 낸 세금인 것을 감안하면 더 비난받아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가 기업경영진단을 할 때도 보면 판관비 항목의 여행출장비가 눈에 띨 때가 많다. 회사 사정이 여의치 못하면 가장 먼저 감축되고 사정이 좋아지면 가장 많이 증액돼 사용되는 것이 바로 여행출장비이다. 어차피 세금내야 할 이익금을 사전에 좀 쓰고보자는 생각이 지배하기 때문일 것이다.1880년대 격동과 위기의 상황에 나약한 조선이 나아가야 할 애국의 길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준 유길준의 ‘서유견문록’이 있다.유길준은 서방세계에 가는 친선사절단의 일원으로 미국으로 갔지만 귀국하지 않고 최초의 미국 국비유학생이 된다. 그러나 유학국비가 끊기자 바로 조선으로 오지않고 유럽을 돌아 동남아시아, 일본을 거쳐 귀국하였다. 이때의 경험으로 자신의 경세관을 담은 책, 서유견문록을 집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세계의 인종, 상품, 교육, 학술, 종교, 역사 등을 소개하며 개화의 필요성과 남의 것을 무조건 모방해서 개화하려는 것보다 사물의 이치와 근본을 살펴 나라의 실정에 맞게 고쳐 적용해야 한다는 자주적개화를 주장하였고 그의 이 생각은 추후 갑오혁명의 사상적 배경이 되었다.100여년 전 유길준이 다녀온 해외여행과 비교해보면 지금의 공직자여행이 얼마나 허례허식으로 가득차 있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유길준을 거울 삼아 앞으로 공직자들의 해외연수가 더욱 실효성 있게 이루어져 국가기틀을 바로잡는 촉매가 되기를 바란다.첫째, 연수의 목적의 명료성과 구체성이 있어야 한다. 유길준은 혼란의 국제정세 속에 외국의 문물과 정치상태를 알아보기위한 여행목적의 확실성이 있었다. 지금 우리 정치인들이 떠나는 연수는 대부분 목적이 애매모호하다.둘째, 시찰이 아닌 관찰해야 한다. 유길준은 관찰했다. 그리고 느낀 점으로 정책으로 구현하고자 애썼다. 지금은 관찰이 아니라 시찰에 불과할 정도다. 심도있는 깊이의 느낌보다 눈앞에만 어른거리는 ‘수박겉핥기’에 불과하다세째, 떼거리보다 홀로 가야 한다. 유길준은 홀로 유람하며 사색하고 느끼는 시간을 향유하면서 실질적인 정책을 구상해냈다. 지금은 떼거리로 떠나는 의원들의 유람은 단체로 떠들고 먹는 여흥에 불과할 것이다. 아울러 세계적으로 베스트 셀러가 된 해외여행 관련책은 대부분 사색의 시간이 보장된 나홀로 여행의 부산물인 점을 강조하고 싶다.이제는 IT혁명으로 책상에서 세계의 문물과 접하고 토론하고 정책을 구현할 수가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이 발전할 수록 현장경험은 점점 더 중요하다. 무조건 해외 연수를 막을 것이 아니라 더 엄격한 절차의 공직자 해외연수제도를 확립해서 국민세금이 새는 것을 막아야 한다.김우일 대우MA 대표

2019-01-23 15:10 김우일 대우M&A 대표

[브릿지 칼럼] 현대차 'N' 브랜드에 거는 기대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현대차그룹은 작년 여러 어려움 속에 해외 시장에서는 실적이 줄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선전했다. 물론 대내외 악재는 현재진행형이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중국 등 해외시장 개척은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글로벌 생산량은 멕시코와 인도 등에 이어 7위 수준으로 전락할 상황이다. 고비용·저생산, 저효율·저수익의 1고 3저는 현실이 돼 국내에는 선뜻 투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여기에 정부는 노동자 친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위기대응책은 국내 시장의 선제적 안정화다.우선 국내 시장 70% 이상 점유율(현대·기아차)을 유지하기 위해 가성비 좋은 신차를 계속해서 출시해야 한다. 올해 이미 신차를 조금씩 앞당겨 출시하기로 했고, 다양한 파생기종을 통해 다양성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여기에 세단과 SUV의 균형을 앞세운 대중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의 투 트랙 전략도 절실하다.전기차 ‘코나’의 인기는 올해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고, 그동안 심혈을 기울였던 수소 연료전지차 ‘넥소도 2019년 4000대가 보급될 예정이다. 다만 상당한 기대효과 속에서도 현재까지는 내연기관차를 통해 대부분의 재정적 수익을 거두고 있다. 친환경차는 아직은 상징적인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현대차가 제시한 핵심전략이 고성능 브랜드 ‘N’이다.약 6년 전부터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힘을 실어준 고성능 브랜드 N은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에서 잇달아 좋은 성적을 냈다. 그 결과 유럽과 미국을 대상으로 양산형 고성능 브랜드 i30 N이 출시됐다. 지난해에 국내 시장에는 벨로스터N이 공개돼 전용 고성능 브랜드가 첫 발을 내딛었다. 벨로스터N은 입소문을 통해 꾸준히 인기가 늘면서 판매량도 최근 증가하고 있다. 향후에는 쏘나타N과 아반떼N 등 더욱 다양한 모델 출시가 기대된다. 이러한 모델은 다양성과 고성능 브랜드를 통해 나만의 강점을 요구하는 소비자 트랜드도 반영할 수 있다. 전체 차종 중 비어있는 브랜드 공간을 메꾸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벤츠의 AMG나 BMW의 M 등의 사례를 비춰 볼 때 이번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출시는 첨단 기술의 메이커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제네시스’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안착시키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대차는 이러한 요소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졌었다. 고성능 브랜드 N은 제네시스 프리미엄 브랜드와의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앞으로가 중요하다. 기존 대중 브랜드와 차별화하고, 이용자들의 마니아적인 기질을 자극하는 기술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한 공격적인 홍보와 관련 모터스포츠 대회 참가를 통한 이미지 제고 노력도 필요하다. 튜닝 브랜드인 만큼 애프터마켓을 위한 중소기업의 튜닝 꼭지와 연계해 상생 모델을 구축하는 것도 긍정적인 이미지 확보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현대차는 아직까지도 SNS 등에서 ‘흉기차’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소비자를 배려하지 않고 봉으로 인식한 결과다. 중소기업과의 관계를 악용했던 것도 한몫했다. 전부터 정부가 자동차 튜닝산업의 활성화에 힘써왔고, 더욱이 중소기업형 튜닝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운 만큼 현대차의 N브랜드는 미래 경쟁력 강화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2019-01-21 15:14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브릿지 칼럼] 삶을 바꾸는 '2막 플랜'

김경철 엑티브시니어연구원장2019년 새해가 밝았다. 매년 새해가 되면 새해 결심 목록을 작성한다. 인생 목표에서부터, 운동, 금연, 다이어트, 자기계발 등 다양하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하고 허사가 되는 게 다반사다. 은퇴 설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은퇴 후 남은 30여 년을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계획을 세워 보지만 작심삼일이다. 어떻게 하면 은퇴자들이 인생 2막을 잘 설계하여 일 년 내내 지킬 수 있을까? 먼저, 정체성 확립을 위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은퇴는 인생의 한 단계를 끝내고 새로운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전환기이다. 다음 단계의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지난 단계와 자신에 대한 성찰이 우선이다. 지금까지 해 왔던 가족 부양과 사회적인 출세 말고 다른 가치 있는 것은 없는가? 나는 누구이고, 내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남은 기간을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성찰의 시간을 가진 후에 계획을 수립해야 목표 달성을 위한 동기부여가 충만해진다.둘째, 인생 2막에서의 나의 비전, 미션, 핵심가치를 정리한다. 미션은 나의 존재가치, 내가 살아가는 이유, 내가 살아가면서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 그동안 해보고 싶었지만 바빠서 하지 못한 일, 도전해 보고 싶은 취미 활동 등 가슴속에 절실하게 바라는 간절함은 비전으로 정리한다. 핵심가치는 자신의 의사를 결정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힘과 지혜를 제공하는 자기만의 불변의 원칙이자 기준이다. 이 세 가지가 잘 정리되어야만 초심을 유지하면서 갖은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결심이 오래 지켜질 수 있다.셋째, 비전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다. 비전 달성을 위한 10년 정도의 장기계획, 3~5년 정도의 중기 계획, 그리고 금년도 신년계획을 수립한다. 작심삼일로 끝나는 가장 큰 이유는 애당초 무리한 목표였거나, 실천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금년도 계획은 항목별로 구체적이고, 목표달성 여부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정해진 기간 내에 달성 가능한 부담 없는 수준일수록 좋다. 달성해 가는 과정에서 보람을 찾게 되어 성공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새로운 행동이 습관으로 몸에 밸 수 있게 실천이 중요하다. 계획표는 작성일시와 본인의 서명 후에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둔다. 미션, 비전, 핵심가치를 매일 아침 되새기며 각오를 다진다. SNS와 블로그를 통해 타인에게 공개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멘토나 코치를 선정하여 조언까지 받는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필자는 은퇴 후 인생 2막 설계에 관한 전문 교육을 수강하고 멘토의 도움을 받았다, 1년의 자기성찰 기간을 통하여 ‘100세 시대 응원단장’이란 미션, ‘명강사와 평생 교육기관 운영’이라는 비전, 그리고 변화, 열정, 도전이라는 핵심가치를 정하고 3~5년간의 중장기 계획과 1~2년간의 단기계획을 수립하였다. 신년 초가 되면 지난 1년을 성찰하고 계획을 수정 보완한다. 주변에 얘기하였더니 계획 수립에 대한 사례발표 강의 요청까지 받았다.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해 결심을 끝까지 지키는 비율은 8%에 불과하며, 결심하는 사람들이 결심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확률은 10배나 더 높다고 한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새로운 결심을 꼭 해야 한다.김경철 엑티브시니어연구원장

2019-01-20 15:16 김경철 엑티브시니어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가화만사흥(興)이 바로 신성장동력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131년 전통의 중국기업 ‘이금기’(李錦記)의 황당한 얘기다. 1888년 중국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에 허름한 식당 하나가 있었다. 어민들에게 간단한 요깃거리를 내놓았다. 부업으로 굴을 끓여 즙을 만들어 팔았다. 굴이 풍부했기 때문이다.하루는 센 불에 굴을 올려놓고 깜빡 잊었다. 그런 바람에 굴즙이 졸아서 눌어붙었다. 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진한 갈색으로 변한 진득한 굴즙이 기막힌 향을 풍겼다. 감칠맛도 일품이었다. 중국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굴소스는 이렇게 발명됐다.창업자의 이름은 리캄성(李錦裳).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회사이름을 ‘이금기’(李錦記·LeeKumKee)로 지었다. 이렇게 탄생한 식품회사 이금기는 세계의 굴소스와 두반장 그리고 해선장 등의 시장을 석권하면서 이금기그룹으로 성장하고 있다.지금은 3대인 90세의 리만탓(李文達) 명예회장이 아직도 활동하고 있다.1902년 주하이 가게에 ‘큰 불’이 났다. 차제에 마카오로 옮겨 새로 시작했다. 굴소스가 맛있다는 소문이 홍콩까지 퍼졌다. 고객수요가 폭증했다. 1932년 아예 본사를 홍콩으로 옮겼다. 홍콩을 본거지로 옮긴 덕에 이금기는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 모두 주하이의 ‘큰 불’ 덕(?)이었다. 그러나 이금기의 비약적인 발전은 ‘큰 불’ 덕만은 아니었다.리만탓 명예회장의 ‘사리급인’(思利及人)이라는 경영철학은 “이익을 생각할 때는 그것이 남에게도 미치도록 하라”는 뜻이다.바로 동양철학인 공자의 ‘관계론’이다. 대금을 갚으라며 유통업자들에게는 물건을 외상으로 지원했다. 관계는 대대로 이어졌다. 가장 오래된 협력업체는 101년 된 멕시코의 유통회사다.성공의 비결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금기는 가족이 100% 지분을 보유한 가족회사다. 그래서 가족 간에 불화가 생기면 사업 자체가 흔들린다. 리 명예회장은 아버지 세대와 자기 세대에서 각각 형제 간에 분쟁을 겪었다. 회사가 파산 지경까지 갔다. 그래서 2002년 리 회장은 기업의 최상위 기구로 ‘가족위원회’를 만들었다. 가족 전원이 멤버다. ‘가화만사흥’(家和萬事興)을 늘 강조한다. 가족 헌법도 제정했다.모든 가족구성원은 대학을 나와서 다른 기업이나 기관에서 3~5년의 경험을 쌓은 후 이금기에 입사해야 한다. 이런 지혜는 동서가 따로 없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은 6대째 이어오는 가장 존경받는 유럽의 최대 재벌이다. 발렌베리 CEO가 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부모 도움 없이 대학을 졸업해야 하고 해외유학과 해군장교로 복무해야 한다. 그런 후 다른 기업에서 상당한 업적을 쌓아야 한다.이금기그룹에는 헌법과 별도로 ‘약법삼장’(約法三章)이 있다. 첫째, 결혼을 늦게 하지 말 것. 둘째, 이혼하지 말 것. 셋째, ‘첩’을 두면 안된다는 것이다. 약법삼장을 어기면 가족위원회 멤버자격을 박탈당한다.한국은 어떤가. 자력으로 유학은커녕 군복무를 마쳤다는 재벌오너 후계자 소식도 듣기 힘들다. 7~8명의 재벌2세 모두 이복형제인 경우도 있다. 이래선들 북한의 김정일과 가족들의 방탕과 세습을 흉볼 수 있겠는가.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19-01-17 07:58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수축사회 대안은 '지역재생'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수축사회다. 잠재성장률 2~3%대가 머잖았다. 예전처럼 GDP를 확 올려줄 도깨비방망이를 찾기는 불가능하다. 선진국처럼 저성장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고정관념은 여전하다. 양적팽창을 전제로 더 벌기에 집중한다. 도시로 사람과 돈이 몰려드는 이유다. 결과는 각박해지는 생존환경이다. 예전과 달리 도시엔 일자리보다 구직자가 더 많다. 수용임계치의 오버다. 성장은 멈췄는데 집값만 천정부지다. 스태그플레이션이다. 균형이 절실하다. 도심우위·지방열위는 바뀌어야 한다. 예전엔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도농균형이 절실하다. 지금처럼 도시·농촌의 상대격차가 벌어지면 가격왜곡은 물론 사회비용만 커진다. 균형점을 찾을 때 적으나마 지속경제가 가능해진다. 실험도 이뤄진다. 주류는 아니되 ‘도시→지방’으로의 사회전출이 그 대안이다. 도농격차를 이겨낼 자연스런 균형모색 시도다. 줄어든 도심일자리와 늘어난 지역구인난의 매칭작업이다. 한쪽은 많아서, 한쪽은 없어서 문제니 맞춰보잔 얘기다. 이대로면 고도성장 때 조성된 도심우위는 더 심화된다. 반대로 지방권역은 소멸운명이다.결국 지역경제의 부활이 시급하다. 거대인구의 한정자원을 둘러싼 도시쟁탈전 대신 손길을 떠나보낸 채 묻혀버린 지역경제의 재생실험이 수축사회를 이겨낼 매력적인 대안이다. 지역재생은 미룰 수도 미뤄서도 곤란하다. 벌써 경고등은 울려퍼졌다. 지속가능성을 상실한 기초지자체가 수두룩하다. 하나 둘 떠나버려 유령마을로 전락한 곳이 부지기수다. 아직은 고령인구 덕에 인기척이 있지만, 당겨진 다사(多死)사회를 감안하면 소멸지역의 대거발생은 시간문제일뿐이다. 도시가 스태그플레이션이면 지방은 디플레이션이다. 성장도 물가도 내리막이다. 지방의 오늘은 한국의 미래다.돈을 쏟아붓는 게 지역재생은 아니다. 지금처럼 되레 나쁜 신호만 반복된다. 중앙이 던진 썩은 고기에 익숙해지면 자발적 내발성은 상실된다. 눈먼 돈에 밝은 토호세력 배만 불려줄뿐 혁신과 개혁은 배제되고 거부된다. 초대받지 못한 휑한 잔칫상은 지역재생의 실패경험만 누적시킨다. 중요한 건 돈이 아닌 구조다. 자생할 수 있는, 그래서 돈이 새지 않고 지역에 머무는 부활모델의 구축이다. 도시유출이 아닌 지역순환을 위한 재생작업이 필요하다. 경험상 중앙재정과 도시자금은 잠시 머물다 빠져나가는 돈에 불과하다. 기업유치도 도움은 되지만 결국 본사가 있는 도시로 돈이 유출된다는 점에서 순환경제와는 거리가 있다. 돈이 머무는 재생구조만이 지속적이다.순환경제는 지역사람일수록 성과도출이 자연스럽다. 이해관계의 일치가 곧 재생작업의 출발이다. 행정주도보다는 주민주도가 바람직하다. 지역공동체가 지역경제를 일으키도록 행정은 보조해주면 충분하다. 관건은 주인의식·참여정신을 지닌 공동체 복원이다. 지역기업·골목상권이 돈을 벌도록 판을 벌려주고 응원해주는 게 중요하다. 거대자본 유치는 숨통은 틔워줘도 결국 착취·종속을 심화시킨다. 돈 버는 사업화가 되도록 재생구조를 짜는 게 핵심이다. 이는 열정과 공감의 인적자원이 주도할 때 가능하다. 지역재생은 과거모델로 해결할 수 없다. 새로운 문제는 새로운 방식일 때 해결되는 법이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9-01-16 15:04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올해 R&D 예산 20조 '혁신성장 마중물'로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새해 연구개발(RD) 예산이 사회복지를 제외한 다른 분야의 감액 조정에도 불구하고 작년보다 조금 증액돼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부처는 연초부터 연구비의 조기 집행을 위해 애쓰고 있다. 혁신성장을 견인하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과기혁신본부, 기재부, 산업부 등으로 정부구조를 개편해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지만 별로 존재감이 없어 보인다. 조직을 드라이브하는 추진력이 약해 동력이 붙지 않고 있는 탓이다. 소득주도 성장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빨리 혁신성장 모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산업구조를 고도화,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 적절한 조정을 해야할 시기다.작년 항공우주연구원의 한국형 발사체 엔진실험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어 많은 관심과 축하를 받았다. 발사체 엔진기술은 조절해야 할 변수가 워낙 많아, 기존 개발된 기술을 전수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개발하기에는 난이도가 아주 높다. 이번 성공을 바탕으로 엔진 몇 개를 묶어 위성 발사체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개발 중에도 실패가능성은 항상 있다.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개척의 영역이므로 차분하면서도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민간부문에서 주도한 5G 통신기술도 주목받는 분야이다. 한국통신의 통신구 화재사건으로 주춤하고 있지만 5G기술은 잠재력이 크다. 획기적인 통신속도로 미래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 분야이다. IoT(사물인터넷), 무인자동차 등에 실시간으로 통신이 연결돼 운영하면 데이터의 양과 트레픽은 급격히 증가하기에 근원적인 기술 개발이 꼭 필요하다.자동차산업이 씽씽 잘나가던 시절이 저물고 매출과 수익을 걱정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임금, 지배구조, 국제경쟁, 기술개발 등에서 한계를 지닌 까닭이다.그중에서도 연구개발 방향은 매우 중요하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미래의 자동차로 현재 내연기관 중심으로 기술개발에 중점을 두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하이브리드를 거쳐 수소자동차, 전기자동차로 진행되는 사업전략을 잡았을 것이다. 기존의 성공과 기득권이 과도하게 작동되면 미래에 불행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미래 시장의 변화는 무인차가 큰 흐름이다. 누구보다 빨리 무인차를 상업화해 운영하는 것이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다. 연구개발의 방향과 시기가 시대흐름과 맞지 않으면 그 댓가는 기업을 넘어 국가 전체가 떠안아야 한다.정부의 개편된 과학기술 행정 구조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혁신성장을 강력히 지휘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축적된 경험으로 우리의 미래를 위해 소신을 다하는 공무원은 찾아 보기 힘들다. 연구 부처에서 아마추어적인 지식 위에 연명하고 있는 현재의 가냘픈 모습으로는 미래를 개척하기는 어렵다. 지식을 혁신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연구개발에 정치권의 더 많은 이해도 필요하다. 규제와 새로운 법이 기술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새해 RD예산은 어느해 보다 규모면에서 크다. 집중화할 것은 집중하고, 버릴 것은 빨리 정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약간의 개선보다는 미래의 도약을 위한 분야에 집중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긴요해 보인다.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2019-01-14 14:48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브릿지 칼럼] 3기 신도시, 서울시 주택문제 해결에는 한계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정부는 부족한 서울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말 3기 신도시를 선정했다. 남양주 왕숙 1134만㎡에 6만6000가구, 하남 교산 649만㎡에 3만2000가구, 인천 계양 335만㎡에 1만7000가구, 과천 155만㎡에 7000가구 등 12만 2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경계로부터 2㎞ 떨어진 곳에 3기 신도시를 건설하고, 철도·도로 등 교통망을 연결해 30분이면 서울 출퇴근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여러가지 문제점과 실효성이 제기되고 있다.먼저, 신도시의 규모가 문제다. 이번에 발표된 4개 신도시 중 남양주 왕숙 1134만㎡를 제외하고는 신도시의 규모로는 작다. 통상 신도시로서의 자족성을 갖추고 기능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1000만㎡ 이상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과천(155만㎡), 인천계양(335만㎡), 하남(649만㎡)은 자족성을 갖춘 신도시로 건설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다음으로 신도시의 자족성 문제다. 우리나라 1기, 2기 신도시의 경우 자족기능 부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도시 개발면적 중 도로와 공원 50%, 주택 25%, 자족기능을 위한 도시지원시설용지 25% 비율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기존 신도시의 도시지원시설용지 비율은 화성동탄 9.7%, 판교 4.9%, 위례 2.1%, 한강 2.5% 수준이다. 3기 신도시는 아파트 대량공급과 개발면적 협소화에 따른 도시지원시설용지의 한계로 1기, 2기 신도시처럼 자족성이 부족한 베드타운으로 건설될 가능성이 높다.대중교통 확충문제도 불투명하다. 4곳의 3기 신도시 성공여부는 기존에 구상중인 GTX를 연장해 서울로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GTX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타당성 검토도 거쳐야 하고, 건설하는데 많은 재정과 시간이 소요된다.부족한 서울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주변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남양주 왕숙의 경우 인근에 건설 중인 별내신도시, 다산신도시, 갈매지구 등 기존 신도시 또는 택지개발지구의 아파트들도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인천계양의 경우 지리적으로 서울에서 서쪽으로 치우쳐 있고, 2기 신도시인 검단신도시, 한강신도시, 청라신도시 등 공급과잉과 맞물려 있다. 과천의 경우 공급규모가 7000가구 밖에 되지 않아 공급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3기 신도시 건설을 통해 당장 부족한 서울시 주택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신도시 건설을 바로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토지매수와 택지개발 및 아파트공사 등에 최소 5년 이상이 소요된다. 이번 3기 신도시 아파트는 최소 5년 후인 2023년 정도에나 입주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장기적 공급확대라는 심리적 기대감을 주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3기 신도시는 당초 유력하게 검토가 되던 광명 시흥지구, 하남 감북지구, 파주 원흥지구, 김포 고촌지구 등 입지와 규모가 더 좋은 지역이 사전 정보누설로 제외된 점도 아쉽다. 이번에 지정된 3기 신도시는 건설규모, 입지, 자족성, 대중교통 확충 등 극복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토지보상 문제와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 우려로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심해지면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돼 공급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2019-01-13 11:02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기업 밀어줘야 경제가 산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기업경제에 우호적인 나라들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얻는다. 즉, 경제 살리기의 핵심은 기업경제 활성화에 있다.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늘려야 성장률이 높아지고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정부가 기업경제를 무시하고 정부주도의 성장정책을 펼친다면 어떻게 될까? 자율성이 떨어지는 만큼, 경제의 경직성이 높아지고 비효율적 자원 배분으로 경제침체가 불가피해진다. 만약 정부가 경기부양을 핑계로 삼아 지출을 늘리고 공무원 수를 늘린다면 이는 민간경제의 부담을 늘리는 일이라서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해롭다.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늘리도록 할 수 있을까? 간단하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된다. 이는 정부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원한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국회는 경제자유를 증진시키는 친(親)시장적 입법 활동을 하고, 행정부는 경영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해소하면 된다.만약 반대로 국회가 반(反)시장적 입법을 늘리고 행정부는 규제를 강화한다면 어떻게 될까? 방향이 잘못되었기에 당연히 경제적으로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기업 활동은 위축될 것이고 투자심리는 가라앉고 고용상황은 악화될 것이다.우리나라가 그랬다. 국회와 행정부는 오랜 기간 친시장적 입법을 외면했고, 행정부는 규제개혁을 외면했다.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온 결과로 기업경제는 위축되었고 성장률은 계속 떨어졌다.앞으로도 우리 기업의 활력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권이 반시장적인 정책을 만드는 데에 정치권력을 집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제도적 여건이 악화될수록 기업은 더욱 움츠려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권이 친시장적 입법활동과 규제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기업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친시장적 방향으로 정부 정책들을 바꾸어야 한다. 경제문제는 경제논리에 충실하게 풀어야 정치 갈등도 줄어들 수 있다. 경제문제를 정치적 힘으로 억지로 풀려다보면, 소모적 이권다툼이 일어나고 모두가 제로섬 게임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정치논리가 경제를 억누르는 상황이 지속되면 시장은 왜곡되고 기업들은 무능력증에 빠지게 된다.현대사회에서 기업경제가 중심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인기와 표를 신경 써야 하는 정치인 입장에서 친시장적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기업인들의 요구가 마땅치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정치인이 감내하고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경제적 성과가 없다면 실패한 정치인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기업인들의 요구를 계속 외면하다보면 언젠가 기업인들이 모두 사라지고 친시장적 경영환경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을 수 있다. 정치인들은 불만이 들리지 않아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는 무덤처럼 암흑의 시대를 맞을 것이다. 아인 랜드의 소설 ‘아틀라스’에서처럼 말이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19-01-10 15:10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보헤미안 랩소디’ 2019년 감상법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1980년대만 하더라도 살인·폭력·무기 등이 가사에 등장한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금지곡으로 묶여있던 퀸의 저 유명한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가 발표된 지 30년도 넘어서도 스크린에서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 작년 국내 영화계를 강타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열풍이 아직 누그러지지 않고 있으니 곧 1000만 관객을 돌파할 예정이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영국의 4인조 록그룹 퀸의 자전적 일대기를 다룬 ‘보헤미안 랩소디’는 음악으로 세상에 내던져진 아웃사이더들에서 록의 전설로 자리잡은 밴드의 긴 여정, 그 중에서도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퀸의 인기곡들이 영화 전면에 흐르면서 그 동안 숨겨왔던 그들의 에피소드를 담아내면서 부적응자들을 위한 부적응자들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특히 AIDS로 일찍 생을 마감한 프레디 머큐리의 화려한 음악성과 내면적 고통을 가감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퀸의 음악을 모르던 젊은 층에게도 폭풍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은 음악영화의 기존 흥행 공식에 ‘위로’라는 공감 코드를 갖추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음악영화는 눈보다 귀로 감동을 주기 때문에 흥행 가능성이 상존한다. 2007년 예술영화 ‘원스’의 관객몰이를 비롯해 ‘맘마미아’ 시리즈, ‘레미제라블’ 등 뮤지컬 영화 흥행성적도 쏠쏠했다. 최근에는 ‘비긴 어게인’, 아카데미에 빛나는 ‘위플래시’, ‘라라랜드’도 재개봉을 거듭하면서 보헤미안 랩소디의 성공신화에 단초를 제공했다. 그러나 노래가 갖는 파격적인 마력만으로 음악영화들이 쉽게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음악이 좋아도 공감대를 갖추지 못하면 귀가 활짝 열려있는 관객들에게조차 아무런 소리를 전달하지 못한다. 작품성은 부족했지만 전기 영화로서 실화라는 점이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한줄기 빛과 같은 희망을 선사했던 것이다. ‘위로’라는 키워드는 세대와 계층을 넘나들어 무한공감을 이끌어낸다는, 너무도 자명한 진리가 확인된 셈이다.아울러 ‘보헤미안 랩소디’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패턴인 싱어롱 상영관이라든지, 스크린X 같은 첨단기술이 영화의 감동과 결합됐기 때문에 관객의 반복 관람을 꾸준히 유도하면서 화두가 될 수 있었다. 퀸의 노래를 경험해보지 못한 2030 세대에게도 퀸의 매력이 통했다는 것은 어떠한 요소들이 젊은 세대의 가슴에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자아내고 있다.우리나라도 어느 순간부터 음악영화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고 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그 선봉에서 고군분투하고 있고 최근에는 서울충무로뮤지컬영화제도 음악과 영화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음악영화들에서 별다른 반향이 없었던 이유는 뭘까? 우리나라에도 전기영화로서 고 김광석, 김현식의 생애를 다뤘고 포크, 록 등 특정 장르에 대한 영화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하지만 반짝 이벤트에 불과했다.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공감은 없었다. 하지만 신중현, 한대수 같은 전설들이 선사하는 음악영화 소재들은 아직 많다. 꿈과 현실을 오가면서 음악과 함께 감동은 찾아온다. 꼭 부적응자들이 아니더라도 음악영화가 담는 꿈과 현실은 위로이자 희망이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19-01-09 15:16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암호화폐의 미래 '시큐리티 코인'

최철용 블록체인창업연구원 대표2009년 1월 3일 제너시스 블록의 탄생과 함께 세계 최초로 지불형 코인의 효시인 비트코인이 50개 채굴이 되면서 사토시 나카모토식 블록체인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가치를 담은 화폐인지 아닌지, 검증도 안된 채 수년간 자발적인 시장을 형성, 가격의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10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익명으로 알려진 사토시는 분산 P2P 네트워크와 암호화 기술을 이용한 합의 메카니즘으로 보안 등 이중 지불문제를 해결하여 화폐로서 가능성을 제시했다.이후 스마트 컨트랙트를 표방한 이더리움이 2세대 코인으로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거래를 저장하기도 하지만 계약도 저장하면서 새로운 댑(Dapp, 탈중앙화된 어플리케이션)의 시대를 열었다. 현재 거래소에서 거래되며 암호화폐 시가 총액에 잡히는 코인의 수는 약 2070개(2018년 12월 31일 기준)이다. 이들을 알트 코인이라고 부르고 토큰이라고 명하기도 한다. 이들은 거의 대다수가 특정 비즈니스를 위한 댑으로 탄생한 유틸리티 코인이다.유틸리티 코인들은 대부분이 독립적인 블록체인이 존재하지 않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쉽게 발행되고 ICO(코인공개)를 통해 자금모집이 쉽다는 장점이 있었으나 너무나 많은 토큰의 무분별한 발행으로 가격의 폭락 등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다.이러한 폐단을 보완하는 코인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좀 더 가격 변동성에서 안전한 코인인 스테이블(Stable) 코인이 다수 출현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USD)를 기준으로 USDT로 명명된 테더(Tether)인데 이는 중앙화된 특정기관이 명목화폐인 달러를 발행된 테더만큼 보유해야 한다.이제는 화폐의 기능에 더해 증권, 부동산, 보석 등의 세상의 모든 자산을 담을 그릇인 자산형 코인들이 또 다른 개념을 갖고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암호화폐의 불확실성 제거가 목적인 시큐리티(Security) 코인이다.회사의 지분을 코인으로 소유하게 하고 부동산 등 자산의 가치가 코인으로 발행되어 권리를 인정받는 등 블록체인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토큰화(Tokenization)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른바 자산형 시큐리티 코인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시큐리티 코인은 규제와 직접 맞물려 있어 현재 시점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쌓여있다. 증권으로 분류돼 정부 차원의 규제도 받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17년 7월 보고서를 통해 유가 증권으로 분류되는 토큰은 규제 대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이제 ICO 거품의 대안으로 STO(Security Token Offering)가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 STO 생태계를 지원하는 서비스들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시큐리티 코인 발행을 돕는 서비스부터 시큐리티 코인을 거래할 수 있는 전문 거래소도 나왔다. 증권으로 분류되는 시큐리티 코인은 일반 암호화폐 거래소에선 사고팔 수 없다. 허가를 받은 거래소만 취급이 가능하다.2018년 기나긴 하락장이 투자자를 힘들게 하였다. 이제는 새로운 가치투자가 가능한 시기가 오고 있다. 보다 안정적인 투자를 생각한다면 시큐리티 코인이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최철용 블록체인창업연구원 대표

2019-01-07 15:51 강길수 기자

[브릿지 칼럼] 건설경기 살려야 지역경제 활력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황금돼지의 해를 맞아 행복과 행운이 함께 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하는 시기다. 그러나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그렇게 희망적이지 못하다. 민간 경제연구원들이 예측하는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낮은 2.5% 내외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국내 소비 부진과 고용여건 악화 등 실물경제 회복이 더딘 가운데 산업적으로는 제조업이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건설경기가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국내 경제상황 때문이다. 대외 경제여건도 미국과 중국간의 경제적인 갈등의 심화, 유럽 주요국들의 정치, 사회 및 경제적인 불안정으로 인하여 불확실성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일자리도 문제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폭을 15만명 수준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해 목표치 32만 명의 절반수준이다. 그나마 지난해 취업자 증가폭은 10만명 수준으로 당초 목표치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일자리 창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폭 줄어든 목표치 자체가 올해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시사한다.이러한 부정적인 경제전망은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지역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최근 부산 상공회의소가 부산지역 기업인들을 상대로 조사한 지역경제에 대한 전망 조사를 보면, 기업인 10명 중 8명이 2019년 지역경제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 경남, 광주 등 지자체들은 물론, 전주시, 김해시, 포항시 등 기초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최근 핵심 정책키워드로 지역경제 회생을 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경제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것이다.지역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도 한결 같이 지역경기 악화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제조업을 비롯한 전략 산업들이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있지 않다.지역경제 악화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건설경기의 급격한 위축이다. 최근 지역경제의 성장동력이었던 민간건설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특히 지역 건설산업의 지역내 생산 및 고용비중이 높은 제주, 강원 등 지역들과 대구, 부산, 경북, 충남 등 민간주택경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지역들에 있어서는 지역경제 전반에 건설경기 위축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또한 대부분의 지역에 있어서도 지역 건설산업은 지역 내에서 전후방 연관 산업이 많고,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하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건설경기 위축은 지역경제 악화를 가속화시킬 수 밖에 없다.지역경제의 활력 제고를 위한 핵심 정책과제로서 지역건설경기 활성화를 삼아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지자체와 지역건설업계가 함께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각 지역들마다 제정하여 운영 중에 있는 ‘지역건설산업 활성화에 관한 조례’의 실질적인 성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적극적으로 발굴, 추진해야 한다.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19-01-03 15:09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브릿지 칼럼] 기해년에 바라는 경제리더십

박종구 초당대 총장2019년은 한국 경제에 ‘격동의 한 해’가 될 것이다. 글로벌 경제를 견인해 온 미국과 유럽 경제가 뒷걸음 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소리를 듣던 중국 경제도 무역전쟁과 내수 부진으로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다. 일본 경제 역시 답보 상태다.한국 경제는 저성장 저고용 저투자의 ‘3저(低)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주요 경제예측 기관은 2%대 중반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정부 2.6~2.7%, 한국은행 2.7%, IMF 2.7%를 제시했다. 반면에 민간기관은 다소 낮은 2.3~2.5% 예측치를 내놓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경제전망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비관적 견해를 밝혔다. 경제성장률 저하, 가계부채 급증, 소비 부진을 가장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보고 있다.정부는 ‘2019 경제정책 방향’에서 경제 활력 제고에 무게 중심을 두겠다고 발표했다. 경제 체질 개선과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규제개혁의 물코를 트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규제혁신과 노동개혁을 통해 기업활동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 근무제를 보완하는데 정부는 역점을 두어야 한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미중 무역전쟁의 후폭풍도 대비해야 한다.피부에 와닿는 규제혁파가 이루어져야 한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13개 주요 산업 중 반도체, 2차 전지, 조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핀테크, 바이오 의료 등 부가가치가 높은 신산업에서 활력을 찾아야 한다. 하버드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성인교육, 헬스케어, 엔터테인먼트를 한국 경제 재도약을 이끌 3대 산업으로 제시한 바 있다.그러나 각종 규제 장벽으로 신산업의 투자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최근 어려움을 겪는 라인과 카카오가 대표적 사례다. 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유니콘 기업이 매주 2개씩 탄생하는 중국과 크게 대조된다. 혁신 성장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과도한 규제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노동개혁도 더 이상 구두선(口頭禪)에 그쳐서는 안된다.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 노동시장 효율성은 73위에 그쳤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서는 노동시장 순위는 53위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미국 영국 일본 독일이 예외 없이 노동시장 유연화와 신축성 있는 노사관계 구축에 성공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탄력근무제를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대체근무 허용 문제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 직업훈련 강화, 여성 고용율 제고 등 보다 적극적 노동정책이 요청된다.경제전쟁으로 치닿고 있는 미중 통상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20년은 갈 것으로 보았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혁신과 기술을 둘러싼 전략적 충돌의 문제로 인식하며 신냉전(新冷戰)으로 비화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과도한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 24.8%(홍콩 포함시 31.6%)나 되는 대중 수출의존도를 줄이지 않으면 제2의 싸드 사태나 롯데마트 사태를 피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통적 우방에 대한 불신이 크다. 자동차 추가 관세 등 미국과의 통상분쟁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대미 통상외교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 그 어느때보다 강명(剛明)한 경제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9-01-02 15:19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수호전을 다시 읽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수호전’은 극성을 부리던 부패 관료들을 응징하고 고통받는 민중의 울분을 달래주던 양산박의 108명 영웅호걸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수호설화로 전설화되었고, 민중들 사이에 크게 찬양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송사(宋史)를 살펴보면 휘종(徽宗) 선화(宣和: 1119~1125)에 송강(宋江) 등 36명이 산동(山東)에서 반란을 일으켜 관군을 괴롭혔다는 비교적 간단한 기술이 남아있을 뿐이다. 수호전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영웅이라기보다는 동네 깡패나 범죄자 집단에 가까운 산적들이었다. 양산박의 주모자 격인 송강은 비열한 투항주의자라는 비판까지 받는 실정이다.그럼에도 수호전이 중국의 4대 기서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무슨 연유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호전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때는 북송에서 남송으로 넘어가던 시절이다. 송나라는 요(거란)와 금(여진)에 의해 시달림을 받으면서 쇠락의 길을 걷던 시기이다. 국운이 기울고 끊임없는 외침에 시달리고 있으니 민초들의 삶이 편할 리가 없었다. 또한 국가의 기강이 바로 서지 않아 부패한 관료들이 득세를 했음도 자명하다.이런 시기에 부패한 관료들을 응징해주는 사람들이 나타났으니 그들이 비록 산적이었다고 하더라도 고달픈 민초들로서는 영웅시하기에 충분히 좋은 이야기꺼리였을 것이다. 더구나 그들 자신과 전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저잣거리 출신들이니 감정이입도 쉬웠을 것이다.그로부터 무려 900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 2019년을 눈앞에 바라보고 있다. 그 사이 세상은 더 이상 설화도 산적도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국가 체제도 완비되고 사회 시스템도 빈틈없이 짜여졌다. 수호전에 나오는 부패한 관료들도 사라졌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 민초들의 고달픈 삶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이 여전하다. 최저임금을 받는 단기 알바나 또 그 알바에게 최저임금을 주는 자영업자 모두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노후 준비가 덜 되어서 정년퇴직 이후에도 고용시장의 문을 두드려야하는 노년이나 사회의 첫발을 실업자로 시작해야하는 청년이나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해하고 있다. 주택보유자는 집값이 올라도 양도세 때문에 걱정, 미보유자는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져 걱정. 소득은 3만달러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고 하는데 후진국형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우리 사회의 어느 한 곳도 마음 편한 구석이 하나 없이 송대 말기의 그 아수라장이 재현되고 있다.이 모든 것에 원인을 어느 하나로 단정지어서 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자의 관점에서는 신자유주의를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신자유주의는 세계 경제의 눈부신 발전을 가져온 혁혁한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바이지만, 동시에 경제구조적 양극화와 사회계층적 고착화라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장애요인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이런 신자유주의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가깝게는 세계에서 가장 잘 산다는 미국도 러스트 벨트의 반란으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멀리는 중동의 봄이 초래된 것도 결국 신자유주의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탄생도 어찌보면 양극화가 고착화된 경제구조, 또 계층간 이동이 사실상 단절된 사회구조를 개혁해달라는 시대정신이 투영된 결과가 아니었던가.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이 꾸려졌다. 기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대통령 공약을 수행하던 1기 경제팀은 경기침체와 함께 책임을 지고 퇴장했고, 새롭게 구성된 2기 팀이 2019년 경제정책 방향을 내놨다. 내용을 보면 그동안 미흡하다고 비판을 받던 기업투자 활성화와 경기 하강에 대한 대증적 방안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2019년의 경기 하강국면을 감안하면 2기 경제팀이 내놓은 2019년 경제 운용 방향은 참으로 적절한 것이다.다만, 당초 소득주도성장의 경제철학을 꺼내들지 않을 수 없었던 시대적 요구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 아닌가 자문해봐야 한다. 최저임금제, 52시간 근무제 등이 시장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런 저런 부작용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시장적 이유나 경기 사이클 적인 이유로 경제 철학을 전환할 수는 없는 것이다.이제 2019년 새해가 바로 눈앞이다. 한국 경제를 이끌고 갈 2기 경제팀이 발진했다. 단기 경기 대응은 발등에 떨어진 숙제고, 그에 대한 유효적절한 대책을 내놨다. 조만간 당초의 경제철학을 구현하여 양극화와 구조화의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정책대안도 새롭게 선보이기를 기대한다. 아무쪼록 단기적인 경기 대응도 잘하고 장기적으로도 이상적인 경제사회구조를 구현하는 새로운 경제팀이 되기를 바란다.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2018-12-30 16:00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브릿지 칼럼] 모든 인간은 빈곤하다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상대적 빈곤은 말 그대로 상대적인 개념이다. 특정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향유하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향유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면 보편적인 생활필수품인 스마트폰이 없어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나 냉장고가 없어서 냉동 보관을 할 수 없는 경우가 해당된다.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은 15.3%로, OECD 국가 중 일곱 번째로 높다. 절대적 빈곤층의 대상이 무직자, 계약직, 시간근로자 등이 해당된다면 상대적 빈곤층의 대상은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가 해당된다. 이들은 정규직이다.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노동 안정성이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도 빈곤하다. 가난의 정의를 찾아보면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함, 또는 그런 상태’를 말한다. 경제적 의미를 대부분 강조한다. 하지만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자인 센딜 멀레이너선의 ‘결핍의 경제학에 의하면 가난이란 경제적 여유뿐 아니라 ‘뇌의 여유, 즉, 정신적 여유가 결핍된 상태’로 정의한다. 경제적 여유가 충족되지 못하니 정신적, 심리적으로도 고갈되는 상태를 말한다.정규직은 근속년수에 따라 대리에서 과장, 부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 이런 개념이라면 부는 쌓이게 되고 경제적 여유는 나아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혼자가 아니라는 거다. 대리에서 과장, 부장으로 승진하면서 가족의 수가 늘고 교육비, 학원비, 집세, 자동차세, 통신비, 의류비, 먹거리 등의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비용의 규모가 커지니 투 잡, 쓰리 잡을 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가장들이 대리운전을 하고 치킨 배달을 하는 이유다. 빡빡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도 경제적, 정신적 여유는 고사하고 모든 여유는 고통의 공간으로 채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남들은 다 사는데 나만 못사니 배가 아프고 처해진 나의 현실이 숨이 막힌다. 결국 정규직 역시 빈곤하다.상대적 빈곤은 경쟁 심리를 자극한다. 빌 게이츠가 기부하면 워런 버핏도 기부한다. 그것도 빌 게이츠보다 높은 금액으로. 미국 부동산 부자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의 자산은 45억 달러에 이른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5조2000억원. 그의 상대적 빈곤은 무엇일까? 바로 명예다. 그래서 최고 명예의 전당인 미국 대통령이 되고 싶었던 거다.상대보다 더 갖고 싶어하는 심리는 하나의 울타리로 작용한다. 그것은 계층 간의 격차를 나타내고 차별화한다. 과거 오스트레일리아 북동쪽 태평양의 섬에 사는 멜라네시아의 어떤 부족들은 다른 부족에게 선물을 받으면 반드시 그보다 더 많은 선물로 보답한다. 만약 어느 부족장이 더 많은 선물로 상대방을 감동시키지 못하면 그는 부족민들의 존경과 권력을 잃고 만다.결국 모든 인간은 빈곤하다. 그것이 절대적이든 상대적이든 지금 보다 나은 계층으로 성장하고 싶어한다. 과시적 소비나 명예를 위한 행동이 빈번하게 관찰되는 이유는 성공적으로 인식되었을 때 손에 얻게 되는 결과물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명성이다. 명성은 타인의 눈에 비친 평판이나 가치 평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이나 비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행동을 보이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 것인가를 염두에 둔다. 타인의 생각은 한 사회 내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지위와 그에 대한 평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누군가는 그들처럼 되기를 꿈꾼다. 대통령의 꿈을 이룬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꿈꾸는 것처럼.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2018-12-27 14:47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취약층 '금융+복지' 종합대책 필요

이민환 인하대 교수경제·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양극화가 심화되고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서민생활이 더 궁핍해졌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서민들에게 부동산가격 폭등이나 억대 연봉은 남의 얘기일 뿐, 당장 지금의 생계가 걱정일 따름이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3개 이상 금융사에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부채가 올해 9월말 기준 500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만 18조8000억원이 증가했다. 이들 다중채무자의 16.8%가 소득 기반이 취약한 청년과 노년층이다.또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다중채무자 중 저소득, 저신용인 취약차주는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67.6%에 달한다. 현재 우리나라 신용 7~10등급의 저신용 차주가 약 550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이들 중 상당수는 금리인상 및 경제여건에 따라 언제든지 부실화 될 수 있다.정부가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최근 서민금융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자금공급과 신용회복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그러나 서민 및 취약계층에 대한 과다한 금융지원은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자립의지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그래서 서민 및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금융 뿐만 아니라 복지, 의료, 주거, 근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서민들이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기 위해 다음과 같은 일이 필요하다.첫째, 취약계층의 다중채무 및 연체 등의 원인과 과정을 살펴보고 근본적인 처방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기초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둘째, 금융과 복지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체계의 확충이 필요하다. 현재 서민금융진흥원과 지자체가 상호 연계해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 및 복지지원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나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지자체에 의뢰한 복지연계 실적은 올해 10월 현재 428명, 지자체에서 진흥원에 의뢰한 금융연계 실적은 80건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를 보다 강화해 다양한 형태의 금융과 복지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셋째, 정책서민금융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취약계층 지원사업에 대한 홍보 강화가 필요하다. 대부업을 통해 자금을 빌린 대출자의 50% 정도만이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을 이용하고 있다는 조사가 있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 정책서민금융에 대해 모르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계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보부족으로 서민금융의 이용이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넷째, 현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최종 자립에 이를 때까지로 확대해 이들이 다시 취약계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보살피는 1대 1 맞춤형 카운슬링이 필요하다. 현재 서민금융제도는 낮은 이율로 대출받아 이를 상환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또 대출기간도 5년 이내로 취약계층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면 짧은 편이다. 따라서 긴급생활자금에 한해서는 복지차원에서 무이자로 지원하고 대출기간도 10년 이상으로 늘려 이들이 상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 취약계층의 걱정과 근심을 덜어줄 수 있는 정부의 종합적인 지원책 마련을 기대한다.이민환 인하대 교수

2018-12-26 15:05 이민환 인하대 교수

[브릿지 칼럼] 여행의 품위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여행은 유쾌해서 좋다. 상념을 버리고, 자유를 느껴서 행복하다. 지난 11월 초등학교 동창 9명과 함께 다녀온 베트남 다낭 여행은 유쾌함과 자유보다는 여행의 품위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다낭은 휴양지였다. 도로 양 옆에 길게 늘어선 야자수 나무와 거친 파도를 몰고 오는 해변은 가슴을 후련하게 했다. 불교 성지들은 산 속에 있었고, 그곳의 작은 토굴 벽면에 숭숭 뚫린 총구멍은 베트남의 눈물 자욱 같았다. 정교한 조각으로 빚어진 불상, 화려한 색채의 불전, 그리고 스님들의 우렁찬 독경 소리는 자정(自淨)의 마음을 갖게 했다.다낭 도심의 야경은 자본주의에 물들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고층 건물은 베트남의 역동성을 피부로 느끼게 했고, ‘패스트 팔로어’였던 한국의 80년대를 보는 듯 했다. 이런 새로움과 경이로움은 박항서 감독의 인기 덕택에 배가 됐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음식점이나 상점 뿐만 아니라, 마주치는 다낭 시민들로부터 호의를 받은 것이다. 또 현지 한국인 가이드의 품격 있는 안내는 한국 여행업계가 한층 업그레이드 됐음을 알게 했다.호사다마일까. 여행 2일째 되는 날 밤, 예기치 않은 사고가 일어났다. 일행 중 한 명이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늑골을 다친 것이다. 그녀는 손자가 셋이나 되는 65세의 돌싱 할머니다. 현지 의료 수준이 낮아 한국의 가까운 의사에게 전화로 자문을 얻었다. 지시대로 휴대했던 비상약을 복용시키고 하루 정도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문제는 여행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였다. 심난한 공기를 간파한 환자는 농담을 섞어 고민을 해결해줬다. “서방 복 없는 여자가 여행 복도 없다”면서 “나 때문에 여행을 망칠 수 없으니 걱정 말고 남은 여행 즐기라”고 했다. 그녀는 여러 사람을 위한 명예로운 가치(dignity)를 선택한 것이다.다음 날, 그녀는 온종일 호텔방에서 혼자 지내다가 문자를 보내왔다. 호텔방에 누워 있으려니 기가 막혀 눈물이 났는데, 보호하던 호텔 여직원도 눈물을 글썽이더란다. 직원은 점심도 가져다주고, 커피도 타 주었단다. 손으로 하트를 보였더니 수줍게 웃더란다. 그 표정은 다낭의 호감도를 높여주고도 남았다고 했다. 그러나 호텔리어의 친절에 대한 감사한 여운은 거기까지였다.그녀가 호텔방에서 점심식사 중일 때 들어온 청소부는 막무가내로 옆 침대의 시트를 털었고, 베개 시트는 교체도 하지 않았으며, 발을 씻은 타올로 커피 잔을 닦아 세팅했고, 청소를 끝낸 방바닥과 욕실은 물기로 흥건했단다. 베트남의 4성급 호텔 서비스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너무 큰 격차를 보였던 것이다.과거 우리의 민낯도 극소수였지만 천박했다. 호텔 뷔페에서 런닝셔츠 차림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뷔페 음식을 몰래 비닐봉지에 담고, 실내화를 호텔 밖까지 신고 다니고, 호텔 로비 소파에 벌러덩 눕곤 했다. 더욱 부끄러운 것은 다낭 여행자의 90%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세계는/나의 학교/여행이라는 과정에서/나는 수 없는 신기한 일을 배우는/유쾌한 소학생이다”고 했던 김기림 시인의 글(태양의 풍속)처럼, 신기하고 유쾌한 여행을 하려면 품위부터 가져야 할 것이다.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2018-12-23 15:08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브릿지 칼럼] 판사의 일탈 막아줄 국민참여재판

김우일 대우Mamp;A 대표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필두로 한 사법농단에 대한 검찰수사 본격화되고 있다. 의혹을 낳고있는 여러 가지 혐의내용을 보면 정의와 공정사회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 답지 않다.사법부가 필요한 상고법원설립을 위해 정부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심지어는 정부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유도하기위해 판사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횡령 및 비자금에 관여하는등 그 행태가 능수능란한 장사치의 술수를 빼닮아있다.국가권력중 가장 국민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법을 해석하고 판결하는 사법부이다.그 사법부의 칼날이 망나니의 칼처럼 멋대로 휘둘러진다면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가장 공정해야할 사법부라 재판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더욱 보장해왔던 것이다.특히 사건재판에 임한 판사는 소송당사자들의 신분관계에 어떤 구속도 받지 않고 어느 한편의 주장과 증거에 지우치지않고 공평하게 듣고 판단하며 외부에서 오는 어떤 회유와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자질과 성품이 요구된다.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작금의 사법부농단사태를 보고 중국고사가 떠오른다. 장자(莊子)의 달생편에 나오는 ‘목계지덕(木鷄之德)’이다.기원전 8세기 주나라 왕은 신하인 투계조련사에게 닭을 구해 최강의 싸움닭으로 조련하도록 명령했다.얼마후 왕은 물었다. “이제 최고의 싸움 닭이 됐는가?”조련사는 “멀었습니다. 힘이 세고 강하지만 교만한 심성을 갖고있어 허점이 많습니다.”얼마후 왕은 다시 물었다. “이제 쓸만한가?”조련사는 “멀었습니다 교만함은 없어졌지만 상대방을 노려보는 눈초리가 너무 강합니다.”얼마후 왕은 또 물었다.“ 아직도 멀었는가?”조련사는 “이제야 최강의 싸움닭이 됐습니다. 교만함을 버리고 겸손해졌으며 상대방이 아무리 위협해도 반응하지않고 상대방을 바라보는 눈초리도 평정심을 찾고, 주변의 고함에도 동요치 않는 그야말로 나무로 깎아만든 목계같이 되었습니다. 이 목계같은 닭이야말로 천하무적이고 어느 닭이라도 이 목계를 보기만 해도 고개를 숙이고 부리를 감출것입니다.”사법부의 최고위층에서 시작된 이 사법농단의 주역들이 이같은 목계와 같은 성품, 자질을 갖췄다면 이해관계에 좌고우면하는 재판관이 아니라 오로지 국민을 위한 사법부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앞으로 국가권력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가 공정, 정의, 평등을 실현하여 국민들로부터 공경을 받는 기관이 되고자 한다면 아래와 같은 자질, 성품이 절대적으로 요구될 것이라 생각한다.첫째 사법부는 오로지 진실의 규명에 100% 역할을 해야한다. 즉 한눈 팔지 않아야한다. 둘째, 자신이 최고라는 교만함의 잠재의식을 버려야 한다. 세째, 당사자들의 주장에 어느 일방에 지우치지 않고 경청해야한다. 넷째, 주변의 여론 또는 분개심이나 동정심보다는 평정심을 보유해야한다고로 필자는 사법부에게 항상 목계를 조각하여 재판정위에 상징물이 되도록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그러나 사법부도 사람이 하는 일, 진정한 목계가 되기는 불가능한 일, 이를 보충하는 국민참여재판이 더욱 활성돼기를 바랄뿐이다.법복입은 한두사람의 의견보다는 여러명의 제3자인 일반방청객의 의견이 더 목계가 되기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김우일 대우MA 대표

2018-12-21 06:00 김우일 대우M&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