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조선산업 도시 뉴캐슬의 변화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잉글랜드 지방의 뉴캐슬(New Castle)에 학생들과 함께 왔다. 날씨는 늦가을인데 위도가 높아 밤이 일찍 온다. 오후 4시면 어둑해진다. 사람들은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가지만 천천히 간다. 좌측통행으로 조마조마하게 달리는 2층 버스가 영국에 왔음을 실감케 한다. 인구 20만명의 이 도시는 한국의 기성룡이 뉴캐슬 축구팀에 합류하면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영국 브리튼섬이 한반도와 비슷하다고 하면 런던이 경주쯤에 있고 뉴캐슬은 강릉 정도에 위치한다. 스코틀랜드와 접경을 이룬 도시로 잉글랜드의 자부심이 가득하다. 석탄과 조선 등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한때의 영화를 보여주듯 도심에는 근세풍의 건물이 빼곡히 들어서 여행객들의 눈길을 끈다.뉴캐슬은 지금 학원도시로 변모했다. 학생들이 넘친다. 복제양을 처음 만든 것도 이곳이다.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학부 및 대학원에는 외국인 학생들이 많다. 외국인 우대 정책으로 외국학생을 유치한다. 조선 산업도시가 완전히 교육도시로 바뀌었다. 교수진도 대부분 외국인이다. 하지만 영국의 우수한 교육시스템과 소프트웨어로 대학이 움직인다.기계공학은 아직도 영국에서 매력적이다. 의학분야 다음으로 졸업후 연봉이 많다. 전공과 동일분야 취업률도 70% 이상 된다. 취업 분야에 글로벌회사가 많아 외국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많다고도 한다. 그래도 많은 학생들이 지원을 망설인다. 수학과학의 장벽요인 때문이다. 영국학생들도 이 분야를 어려워한다. 그래서 대학교에서 가능한 한 수학과학보다는 실험적인 접근과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으로 학습의 난이도를 낮추려고 애쓴다. 가령 기계공학을 전혀 몰라도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하듯이 말이다.학교의 기계를 싹 걷어내고 대량의 3D 프린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자기가 직접 설계, 바로 제작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한 분야이다. 국내 어느 대학도 이렇게 많은 기계가 있는 곳을 보지 못했다. 시대의 흐름에 기민하게 움직이는 뉴캐슬 대학들의 단면이다.서울과학기술대는 이 도시와 인연이 깊다. 17년째 복수학위(Dual Degree)를 운용하고 있을 정도다. 대부분의 수업은 한국에서 영어로 이루어진다. 이번에는 2주간 영국 현지 수업으로 학생들을 데리고 왔다. 교육과정을 영국 매뉴얼대로 운영한다. 교육이 진행되는 과정을 철저히 모니터링 한다. 졸업 때는 2개 학교 학위를 모두 준다.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한다. 교육과정 운영이 아주 까다롭다. 영국 시스템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와 달리 한 과목이 F가 되면 학년 진급이 안된다.영국식으로 교육한 우리학과 졸업생들은 비교우위가 있다. 우선 취업에서 단연 톱이다. 취업의 수준도 ‘SKY’ 대학에 뒤지지 않는다. 영국 옥스브릿지 대학원에 진학해 매년 박사도 배출되고 있다. 우리 학과에 입학하면 어마어마한 수업량을 감당해야 한다. 4년 내내 공부해 발표하는 영국식 교육제도로 학생들은 과다한 학습량에 쩔어 있다.우리도 언젠가는 거제, 울산, 군산 등 전통 산업도시가 교육과 문화의 요람이 되도록 육성되어야 함을 뉴캐슬을 통해 본다.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2018-11-12 15:03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브릿지 칼럼] 부동산 '전국구 정책' 안된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급등하던 부동산시장이 정부의 강력한 9·13 대책의 영향으로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연말까지 이어지다가 내년 봄 이사철이 돼야 다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시장이 지속적으로 보합세를 유지할지, 아니면 반등할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향후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먼저 금리인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몇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기를 감안해 미뤄지고 있는 금리가 인상되면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단행되면 부동산시장 뿐 만 아니라 다른 실물경제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추가 금융규제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급등을 잠재운 가장 큰 요인은 9·13대책에서 나온 금융규제다. 규제지역 1주택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것이 가장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존의 금융규제와 더불어 연말에 DSR(총부채상환능력비율), RTI(임대업이자상환비율) 같은 금융규제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DSR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대출자 소득을 심사하는 기존 총부채상환능력(DTI)보다 훨씬 포괄적인 규제여서 투기 억제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RTI는 임대사업자의 대출을 규제함으로써 수요억제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정부의 공급확대 정책도 심리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동안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급등한 것은 공급부족에 따른 현상으로 봐야 한다. 정부가 연말에 발표 예정인 3기 신도시, 택지개발지구 지정, 용적률상향을 통한 공급확대 정책은 시장에 심리적 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 1기 신도시보다 접근성이 좋은 곳에 4~5곳의 3기 신도시 건설 발표는 수도권 주택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미분양에 허덕이다가 서울의 주택부족으로 겨우 분양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김포 한강, 파주 운정, 인천 검단, 양주 옥정 같은 입지가 좋지 않은 2기 신도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국내 경기침체도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국내 경기침체가 고용불안과 소비감소로 이어지면 국내 경제 전반에 악 영향을 미치며 그 여파가 부동산의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실업증가와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는 장기 침체로 빠지게 되면 부동산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 전반에 타격을 주면서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올 한해 부동산시장의 특징은 서울시장 급등과 지방시장 침체라는 양극화 현상이다. 같은 수도권이라도 서울만 급등하고 경기도와 인천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현상을 보였다.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의 급등은 공급이 부족하고, 투기가 극심한 서울지역의 문제로 봐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서울의 주택공급확대와 투기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서울시내 유휴지 활용, 용적률상향을 통한 공공임대주택 대량공급, 재개발재건축을 활용한 민간공급확대 등 서울의 공급부족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기세력과 실수요자를 구분하지 않는 획일적인 부동산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향후 부동산정책은 과열된 서울의 부동산 시장은 안정시키고, 침체된 지방시장은 살리는 이원화 정책이 필요하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2018-11-11 15:19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방폐장에서 태양광까지 이어지는 전북의 역선택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전라북도 부안과 새만금은 아름답고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변산반도 산봉우리에 올라 서해를 내려다보는 풍경이 멋있고, 선유도로 이어지는 새만금 방조제를 드라이브 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하지만 부안 지역에는 아픈 기억이 있다. 바로 방폐장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다. 지난 2003년 환경단체가 주도한 방폐장 유치반대에 일부 주민들이 합세하면서 방폐장 유치를 추진했던 지방정부의 방침은 좌절되었다. 환경운동 단체로서는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 쾌거라고 하겠지만 지역에는 큰 상처만 남았다. 노무현 정권은 방폐장 건설을 경주 유치로 매듭지었다. 방폐장 유치로 환경친화적 발전과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한 경주와는 달리 부안은 아직도 이렇다 할 산업시설 하나 없이 낙후된 상태로 그대로 남았다.군산에서는 2018년 6월 한국GM이 공장 문을 닫았다. 기업과 근로자가 합심해 생산성을 높여야 함에도 노조의 이념적 투쟁이 활로를 막았다. GM이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지 16년 만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욱일승천하던 대우자동차가 대우 그룹이 해체된 이후 이제는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안 그래도 기업이 부족해 산업기반이 약한 지역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전북에는 ‘황금의 땅’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는 새만금이 있다. 이곳은 간척사업을 주관한 농어촌공사가 농업용지로의 사용을 고집하면서 산업의 터전으로 발전하지 못한 상태였다. 최근 정부는 이곳 새만금 간척지 9.4%의 땅에 태양광과 풍력 시설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30년을 기다린 새만금에 고작 태양광이냐”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이라 사업성을 따지지 않아도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누구도 망할 염려가 없는 전시성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태양광 시설을 판매하는 기업이나 이를 통해 전력을 생산하는 법인들은 한국전력이라는 공기업에게 판매하면 그만이다. 사업성이 떨어져도 환경친화적이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세금 지원을 받아 돈을 벌면 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그 부작용은 세금을 낭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어쩌면 그 피해가 상상 이상일 가능성이 크다.새만금 간척지가 농업용지에서 갑자기 전기생산을 위한 발전용지로 바뀐 것을 보면, 태양광에 대한 인식이 꽤나 우호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태양광 설비는 설계 수명이 보통 20~25년으로 그렇게 길지 않다. 태양광 모듈은 유리, 알루미늄, 실리콘 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명이 다한 태양광 설비는 산업폐기물이 된다. 그 처리 비용도 엄청나다.‘환경친화적’이라는 말은 지역주민의 이익과 국민의 풍요와는 괴리된 정치적 언어일 가능성이 높다. 비싼 비용을 들여 간척한 그 넓은 평지를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는 더 나은 방식으로 활용할 수는 없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경제성을 무시한 어떤 사업은 전북 지역에 아픔을 주는 또 하나의 ‘역선택’이 될 우려가 크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18-11-08 15:09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신성일, 맨발의 훈장, 별들의 훈장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맨발의 청춘’ ‘별들의 고향’ ‘겨울여자’….대한민국 영화계 반세기를 대표하는 국민배우 신성일이 향년 81세로 세상을 떠났다. 큰 별을 잃고 비통에 잠긴 영화계는 정부에 훈장 추서를 건의했으며 빈소를 방문한 문화체육관광부 나종민 차관도 예우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화답했다. 여느 문화예술계 원로처럼 문화훈장이 수여될 것이다. 우리나라 문화훈장의 현황을 돌이켜 보면 대중문화 연예인에 대한 홀대가 왠지 아쉽다.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회고전 주인공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고 강신성일은 단순히 1960~70년대 영화계를 주름잡았던 반짝 스타가 아니다. ‘신성일’이라는 이름 세 글자 없이는 대한민국 영화산업 전체, 더 나아가 대중문화예술계를 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존재감을 발휘했던 인물이다. 1960년 당대 최고 감독인 고 신상옥의 부름을 받아 영화계에 데뷔한 신성일은 고 유현목 감독의 1962년 작품 ‘아낌없이 주련다’를 비롯해 1964년 ‘미망인’, 엄앵란과 부부의 연을 맺었던 대표작 ‘맨발의 청춘’으로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1967년 한해에만도 신성일 주연의 영화가 무려 51편이나 상영돼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의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생애를 통틀어서 50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다. 1979년 한국영화배우협회 회장을 역임한 신성일은 배우, 감독, 영화 행정가를 넘어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정치인생을 시작하기도 했다.전례를 살펴볼 때 조만간 추서 절차를 거쳐서 그에게 수여될 문화훈장은 2~3급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문화, 예술발전에 공을 세운 자에게 수여하는 문화훈장은 문학인, 음악인, 미술인, 무용인 뿐 아니라 탤런트나 영화배우 등의 배우 및 가수 내지 코미디언 등의 연예인, 만화가 등도 그 대상이다. 다른 분야의 훈장처럼 등급이 존재하며 1등급 금관부터 은관, 보관, 옥관, 화관까지 있다. 최근 빌보드 차트를 석권한 방탄소년단도 국위선양에 대한 혁혁한 공을 인정받아 5급인 화관훈장을 수여받았다.그동안 대중문화예술인에게도 훈장들이 수여됐지만 대부분 4, 5급 문화훈장에 그쳤다. 1급인 금관문화훈장 수여자 명단을 살펴보면 학교 교과서에서 이름을 볼 수 있는 문학인, 미술인, 클래식 음악인, 언론인이 대부분이다. 대중문화계 종사자의 이름은 찾아보기 어렵다. 고 신상옥·유현목 감독과 임권택 감독을 비롯해 앙드레김, 이영희 패션디자이너 등이 1급 금관을 수여받았을 뿐이다. 2급 문화훈장에서는 그 사정이 그나마 나아진다. 대중음악계에서는 이미자를 비롯해 하춘화, 패티김, 최근에는 SM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수만에게 은관문화훈장이 수여됐다. 영화계에서는 신영균, 윤일봉, 손숙, 윤여정, 이덕화 등의 배우가 수상한 바 있다.등급에만 연연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1, 2급 훈장이 순수예술계에 지나치게 편중된 상황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팝뮤지션 폴 맥카트니, 엘튼 존에게 영국왕실의 기사(Knight) 작위가 주어지고 1980년대 미국의 대통령 레이건을 비롯한 많은 예술인들에게 문화계를 초월한 훈장 등의 적절한 예우가 제도적으로 정착돼 있는 사례는 문화국가를 표방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을 보훈제도가 앞장서 반영해야 한다. ‘맨발의 청춘’을 보낸 예술인이라면 분야를 막론하고 ‘별들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18-11-07 15:56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블록체인이 가져올 투명한 세상

최철용 블록체인창업연구원 대표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인터넷 기반의 기술이 어느 날 세상의 문을 두드리고 등장했다. 조금만 언론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인다면 이제는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블록체인에서 블록이란 거래가 기록된 원장이다. 이들 원장이 타임라인 상에서 연결되어 체인으로 표현된다. 블록체인이 가장 잘 적용되어 무결성이 검증된 것이 비트코인이란 암호화폐이다.블록체인은 분산되고 합의되는 원장들인데, 이때 분산은 블록체인을 운영하고 유지하는 곳(이하 노드, Node) 들이 한 노드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져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분산의 의미는 탈중앙으로 쓰기도 하는데, 이는 중앙에 집중된 현재의 원장관리 시스템에 반하는 의미로 원장을 유지 관리하는 노드가 다수임을 이야기 한다.이로써 중앙의 원장이 어떤 위험에 노출 되더라도 분산 유지 관리 되고 있는 다른 노드에서 즉시 복제가 가능하여 원복이 된다. 따라서 금전과 같은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중지불, 위조 및 변조 등에서 특히 안전한 거래를 보장한다.블록에 대한 완성을 단독 노드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운영 노드들의 확정된 과반의 유효수를 확보하여야 하는 데 이때 필요한 동의를 받는 메카니즘을 합의(Consensus)라고 한다. 이렇게 원장을 분산하여 관리 유지하는 장점을 최대한 이용한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로봇같은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는 미래의 인공지능사회는 블록체인을 필수적으로 채택함으로써 보다 더 투명하고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스마트 사회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블록체인으로 본 기존산업들의 미래는 어둡다. 금융산업에서는 은행의 필요성이 없어질 지도 모른다. 은행에 갈 필요도 없이 블록체인 P2P(개인 대 개인) 기반의 암호화폐로 실시간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증권사 없이 사고 싶은 주식을 마음대로 수수료 없이 살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인터넷을 보게 된다. 부동산도, 자동차도 중개자없이 거래된다. 즉, 미들맨(MiddleMan)이 사라진다. 이렇듯 많은 산업이 소멸하고, 다양한 직업이 사라지는 반면에 새로운 산업도 생겨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우리의 택시기사들은 우버에게 빼앗긴 손님들을 되찾을 지도 모른다. 블록체인 우버로 진화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우리들이 사는 사회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킬수 있다. 그 적용분야는 넓고 너무나 다양하다. 개인은 개인 정보에 대한 권리를 스스로 지킬 수 있고 저작물에 대한 권리도 블록체인을 이용해 보장받을 수 있다. 의료분야 및 에너지분야는 블록체인을 통해 새로운 보상시스템을 도입,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편익을 줄 것이다.나아가 정부행정 시스템, 선거관리 시스템, 복지지원, 기부문화 등을 획기적으로 투명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블록체인이 산업으로 발전해 세상을 신뢰 가득찬 스마트한 세상으로 바꾼다는 상상을 하는 지금 필자는 꿈이 현실이 되어가는 세상임을 실감하고 있다.최철용 블록체인창업연구원 대표

2018-11-05 15:33 최철용 블록체인창업연구원 대표

[브릿지 칼럼] '유통 거인' 시어스의 몰락

박종구 초당대 총장유통거인 시어스가 지난달 파산신청을 했다. 시어스는 그동안 월마트 홈데포 같은 경쟁업체에 지속적으로 시장을 잠식당했다. 온라인 유통강자 아마존의 부상으로 결정타를 맞았다. 시장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전설적 유통기업의 서글픈 퇴장이다.시어스의 역사는 1893년 역무원 리처드 시어스와 시계 수리공 알바 로빅의 동업으로 시작되었다. 상품 우편판매로 사세를 키웠다. 농촌지역 무료 우편배달 서비스로 내지까지 상품 공급이 가능해졌다. 1920년대에는 도심에 매장을 직접 조성했다. 중산층 가구가 주요 타켓이었다. 미국인의 삶에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60년대말 종업원이 35만명을 넘어섰다. 1973년 미국에서 가장 높은 527미터의 시어스 타워를 시카고에 건설했다. 매장이 3500개에 이르렀다. 80년대에는 올스테이트 보험사 인수 등 금융부문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90년대 접어들자 월마트, 홈데포, 베스트바이 등과 경쟁이 치열해졌다. 월마트의 저가 공세, 베스트바이의 맞춤형 서비스 등으로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20~30대 고객의 이탈 현상이 심화되었다. 보수적인 기업문화 때문에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아마존의 도전이야말로 결정적 타격이었다. 부채가 급증하고 적자 매장이 속출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ESC 인베스트먼트의 에드워드 램퍼트가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시어스의 최대주주가 되었다.2005년 시어스와 K마트를 합병했다. 합병 초기 몇 년간 성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와 주택시장 버블 붕괴로 주력 상품인 가구와 가정용품 판매가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2009년 숍유어웨이(ShopYourWay) 캠페인에 착수해 디지털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예를 들면 인터넷 라운지를 만들어 무료 와이파이가 이용 가능한 휴식공간으로 바꾸는 방식이다.계속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2013년 램퍼트가 최고경영자로 취임했다. 그러나 시장이 원하는 매장환경 개선이나 디지털 전략 강화 보다 자원의 금융화에 보다 역점을 두었다. 2005~2012년 주가상승을 위해 60억달러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캐시카우인 의복 브랜드 랜즈앤드를 분사화하고 235개 매장을 세리테지에 매각했다. 5년전 25만명에 달하던 종업원 수가 7만명선으로 줄고 부채도 113억달러에 이르렀다.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125년 역사를 뒤로한채 시어스의 간판을 내리게 되었다.교훈은 무엇인가. 첫째로 본업에 충실하지 않고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의 폐해다. 과도한 금융화로 본연의 유통 경쟁력을 상실했다. 둘째로 디지털 전환에 뒤쳐진 것이 결정적 패착이었다. 데이터와 플랫폼으로 무장한 아마존의 공세에 속수무책이었다. 매장이 평균 4000평에 달해 임대료와 부대비용으로 영업이익을 창출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월마트의 ‘규모의 경제’와 아마존의 ‘디지털 경쟁력’에 대처하지 못해 고객 이탈, 비용상승의 문제를 극복할 수 없었다. 셋째로 지나치게 높은 임금과 복지혜택이 발목을 잡았다. 재직연수에 따른 주식 배당, 넉넉한 퇴직연금 제공에 상응하는 생산성 향상이나 매출신장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시어스의 파산은 변신에 실패한 기업의 말로를 생생히 보여준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8-11-01 15:19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욕망이 만든 형벌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인간의 생활에서 노동을 제거하면 무엇이 남을까? 노동 없이 인간은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 노동은 인간의 세계, 생활 그리고 인간 자신의 바탕을 이룬다. 그러면서도 ‘네 이마에 땀을 흘리지 않고는 밥을 먹을 수 없다’는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은 인간의 노동이 저주받은 것임을 지적한다. 이때의 노동은 고통을 의미하며 고통스러운 노력에 의해서만 자연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인간의 예속상태를 나타낸다. 그래서일까. 성경은 노동을 ‘신이 내린 형벌’로 묘사했다. 노동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성공스토리다. 노동은 우리에게 번영과 진보를 안겨주었고 시대를 불문하고 모든 인간은 노동을 통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마치 자발적으로 보이지 않는 수갑을 찬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주 52시간제가 도입됐지만 6시 칼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얼마나 될까? 늦은 밤 사무실이 몰려 있는 여의도, 테헤란로, 구로디지털단지의 건물들은 대낮처럼 환하다. 일찍 퇴근하더라도 커피숍에서, 도서관에서, 집에서 야근은 다반사다. 자의든 타의든 칼퇴근은 ‘승진 포기’라는 공공연한 비밀인 과로사회의 자화상이다.국가간 경계가 사라지고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노동의 세계는 훨씬 변덕스러워졌다. 더 이상 장기 전망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동자는 예측 가능하고 연속적인 미래 서사를 기획하기 어렵게 됐고 단기 설계를 통해 하루하루 임시변통할 수밖에 없다. 평생직장은 사라지고 비정규직 확대, 소득 수준의 저하, 주거난, 실업의 위기 같은 불안요소와 맞물리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워졌다.1970년 이후 자본주의 사회의 생산성은 계속 높아졌다. 10년마다 경제위기를 겪었지만 국내총생산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풍요의 기운이 넘쳐났다. 경제 체계가 지식 산업과 서비스 산업으로 빠르게 이행되면서 사람들은 고된 노동에서 해방돼 풍요와 여유를 마음껏 누리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경제적 풍요는 물질적 보상을 조장했고 결국 사람들은 여유로운 시간을 선택하기보다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소비를 추구했다.우리 사회가 소비사회로 진전되면서 자본과 노동의 관계는 대립적인 생산관계에서 상호적인 소비관계로 이전됐다. 노동은 임금이고 임금은 곧 소비이며 소비는 곧 삶이라는 등식이 소비사회 노동자들에게 정착됐다. 임금의 수준이 높아지면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반적 통념과는 달리 더 많은 소비를 위해 더 많은 노동을 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 것이다. 주택, 자동차, 교육, 의료 등 높은 수준의 소비는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게 되고, 대출과 신용카드를 앞세운 선소비를 충당하려고 개별 노동자는 더 오래 더 열심히 일에 헌신해야 한다. 매달 갚아야 하는 대출금과 카드 대금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한다.결국 개별 노동자는 일과 소비라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탈출하기가 쉽지 않다. 더 큰 집, 더 큰 자동차를 마련하기 위해 대출받는다. 더 넓고 더 큰 자동차는 인간답게 사는 기준이 돼버렸다.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2018-10-31 17:06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차량공유, '따릉이'서 해법 찾자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공유경제 서비스의 허용을 둘러싸고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발단은 카카오에서 제공하려는 차량공유 서비스에 대해 전국의 택시기사가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 이번 차량공유 서비스는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 택시의 불친절한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대다수 시민들이 차량공유 서비스 시행에 지지를 보내고 있어서다. 또 정부가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공유경제는 공간, 물건, 인적자원, 금전 등 유휴자산을 인터넷 등 플랫폼을 통해 개인 간에 빌려주거나 매매, 교환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를 일컫는다. 2025년 공유경제 규모는 전통적인 대여경제와 같은 규모인 335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공간을 공유하는 대표적인 회사가 에어비앤비이며 이동수단을 공유하는 회사가 우버다.공유경제 비지니스는 소유한 자와 소유하지 못한 자 간 중개를 통해 사회전체 효용을 증가시키고 사적 이익을 얻는 것이다. 집에 방이 남는 사람과 자동차를 평소에 자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편, 여행 등으로 방이 필요하거나 이동을 위해 교통수단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방이나 자동차가 남는 사람은 이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여해 줌으로서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 동시에 일시적인 수요 증가에 대처할 수가 있게 된다. ICT 기술의 발달로 스마트폰 등 낮은 비용으로 주택 및 차량을 제공하려는 자를 검색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호텔을 빌리거나 택시를 이용하는 것과 동일한 조건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이러한 공유경제 비즈니스가 확산된 결과 사회전체의 효용은 증가했는가. 미국의 온라인 경제매체 쿼츠의 ‘우버 경제의 비밀은 부의 불평등이다’라는 기사에 따르면 공유경제 비즈니스가 성립하기 위해선 충분한 시장이 있어야 하며, 소비자들이 지불하려는 요금에 기꺼이 노동을 제공하려는 다수의 노동계층이 존재해야 한다. 다수의 저임금 노동자가 우버 성장을 지탱해온 것이라는 주장이다.브루킹스연구소가 조사한 미국 주요 도시의 불평등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가계소득 불평등도가 가장 크게 증가한 도시는 샌프란시스코다. 샌프란시스코는 공유경제의 메카라고 불리는 곳으로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본사가 위치하고 있다. 이 도시에서 소득의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공유경제가 추구하는 이상에 부합되지 않는 결과이다. 또 베트남은 우버와 그랩이 경쟁적으로 낮은 가격에 시장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그 동안 베트남의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비나택시의 기사 7000명이 해고됐다. 그 뒤 동남아시장에서 우버와 그랩이 합병했고 이용요금도 택시요금을 상회하는 수준까지 올랐다.현재 공유경제는 본래의 소유자와 비소유자가 상생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공유경제 비즈니스를 영유하는 기업이 독식하는 구조로 변모됐다.다시 차량공유 서비스로 돌아가 보자. 거의 모든 국민들이 차량공유 허용에 대해 찬성한다면 이를 민간 기업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차량공유 서비스의 중개자로 나서는 것이 사회적 효용의 관점에서 훨씬 좋지 않을까. 예를 들면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자전거 공유서비스인 ‘따릉이’처럼 말이다. 이 경우 정부가 택시기사를 희생시켜 사적 기업의 이윤추구를 부추긴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나아가 자원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정부의 정책목표에도 부합된다.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2018-10-29 15:20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최근 경제활성화 대책들, 성과를 극대화하려면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영덕 연구위원정부는 지난 24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고용·경제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확정했다. 고용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경제 전반에 활력 저하가 지속됨에 따라 민간 및 공공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노동현장의 애로 해소를 통한 일자리 창출 지원을 추진하는 내용이다. 또한, 25일 발표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국가혁신융복합단지 지정 및 육성계획’에서는 11월내에 국가혁신클러스터 지정 및 고시를 마치고, 2019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실제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진단한 현재의 우리 경제의 현황은 심각한 상황이다. 상반기의 제조업, 건설업 등 주요 산업의 취업자 감소세가 하반기 들어 더욱 악화되는 양상이다. 기업들의 설비투자의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 이렇게 실물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최근에는 각종 대외변수의 영향으로 증시 등 금융시장마저도 불안한 상황에 처해있다.무엇보다도 건설투자의 위축이 눈에 띄고 있다. 주거용 건축투자가 급속히 둔화되고, 공공 건설부문의 신규 투자 감소에 따라 전체 건설투자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서 3분기 건설투자는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 수준으로 추락한 상황이다.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된 혁신성과와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보면,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금융, 세제지원 강화 및 주거 및 환경·안전 등 공공인프라 투자 확대 그리고 핵심규제의 혁신을 통한 신시장 창출과 산업구조 고도화 유도, 업종별로 차별화된 지원 강화, 공공 일자리 확대 등이 골자이다.그러나 현재의 우리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무엇보다 경제정책 추진의 중요한 고려요소는 ‘시간’이다. 하반기들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경제상황 하에서 대외환경까지도 불투명해짐에 따라 보다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이러한 측면에서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건설투자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단기적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크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필수적인 건설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재의 경제상황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 건설투자의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또한 최근 지역밀착형 생활 SOC 투자 확대 정책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지역투자를 포함하여 12조원 규모로 예산을 확대했지만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하고, 지역의 숙원사업들에 대한 투자가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또한 민간투자의 활성화 차원에서 사실상 멈춰있는 SOC 민간투자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방안도 금번 경제 대책이 구체화되는 단계에서 포함될 필요가 있다. 산업단지, 지역 및 도시개발사업 등 지역경제에 파급영향이 큰 각종 사업들의 상당수가 민간투자사업을 전제로 해 수립되기 때문에 SOC 민간투자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 추진도 중요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과제다. 정부는 연내에 금번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구체화시킨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조기에 대책들이 실행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낼 필요가 있고, 규제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들이 함께 마련되기를 기대한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영덕 연구위원

2018-10-28 14:57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영덕 연구위원

[브릿지 칼럼] 금리인상은 생각하지 말자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거시경제 정책조합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다. 크게 세 부분이 우려된다. 첫째,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진입했다. 특히 투자 부문 하강세가 눈에 띈다. 고용 상황도 여의치 못하다. 2분기 시차를 감안하면 2019년 상반기부터 소비 위축으로 연결될 것으로 판단된다. 수출도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활력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체감물가 상승압력이 커지고 있다. 근원인플레이션은 아직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지수가 2%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및 농산품 가격 급등으로 체감물가는 2%를 훨씬 웃돈다.두 가지 상황을 조합해보면 현재의 경기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규정될 수 있겠다. 물론 마이너스 성장에 하이퍼인플레는 아니니 사전적 의미의 그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시경제 정책조합을 만드는 정부 입장에서는 이에 준하는 어려움에 처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스태그플레이션에서의 거시경제 정책조합을 만들려면 경제 주체별 상황을 따져봐야 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공급 사이드 문제로 발생한다. 공급능력 부족으로 공급가격이 급등하는 것이다. 국제 유가 상승, 농산물 작황 부진 등이 당면 문제다. 수요 사이드 역시 녹록치 않다. 고용 부진, 생활물가 급등,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부담 등으로 실질 가처분 구매력이 크게 제약받고 있다.여기에 더해 세번째 이슈가 등장한다. 양극화 문제다. 지역별, 산업별로 경기 상황이 열탕과 냉탕으로 구분되어 전국 공통의 거시경제정책을 구사하기 어렵다.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경제정책은 기업의 공급능력과 가계 소비여력 확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공급능력 확충을 위해선 정부 비축물자 방출, 수익 확대, 판매 관련 세금 경감 등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소비여력 확충을 위해선 금리인하, 추경편성 등 가계 지갑을 두툼하게 만들어주는 정책이 구사되어야 한다.일각에서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한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어 금리를 인상 않으면 외화 자금 유출이 걱정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런 문제들의 한 원인이 저금리 때문인 것은 사실이다. 정책금리가 1%대로 내려온 것 부터가 다소 무리다 싶었다.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실기론’이 나올 정도로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에 극도로 유보적인 모습을 보여왔다.하지만 지금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이전의 모든 경우보다 훨씬 더 이상하다. 경기 하강국면에서 생활물가가 앙등하는 상황이다. 공급여력과 구매력을 확충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유류세 인하, 비축 양곡 방출 및 농산물 수입 증대 등과 함께 금리 동결이 필요하다. 경기 하강이 시작된 시점에 금리를 인상하면 오히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이제부터라도 다소 어렵더라도 정책금리에 변화를 주는 일은 최소화해야 한다. 자칫 섣부르게 인상했다가 경기 침체를 가속화했다는 비난까지 뒤집어쓰게 된다. 물론 추가적인 금리 인하도 최소한도로 자제해야 한다. 제로 금리는 경기 부양 효과보다는 심리적 충격이라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클 수 있다.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2018-10-25 15:45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브릿지 칼럼] 효도 달력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오랜만에 시외버스를 타고 지방 나들이에 나섰다. 파주행 버스의 차창 밖 풍광은 완연한 가을이었다. 국도를 따라 마을 곳곳을 뱅뱅 돌아가는 여유도 느낄 수 있었다. 도로 가장자리에는 코스모스가 한창이었다. 버스가 정류장에서 손님을 내려 줄 때마다 까치발을 들고 서 있던 코스모스는 가는 목을 휘청거렸다. 마치 누군가를 수줍게 기다리는 시골소녀 같았다.누가 길가에 꽃씨를 뿌렸을까. 저 코스모스는 해마다 필 것인데, 곧 겨울이 오고 시들 것을 생각하면 애처로웠다. 귀갓길에 우편함을 보니 내년도 달력이 배달됐다. 올해도 대다수 기업들은 달력을 만들었을 것이다. 여름에 부채를 주고, 겨울에는 달력을 전하는 ‘하선(夏扇) 동녘(冬曆)’의 미풍양속이지만, 받는 사람은 하찮아도 주는 사람은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이 달력이다. 내년도 달력을 보면서 3년 전의 일이 기억났다.“효도 달력 아세요?” 2015년 연말, 동국제강 장세욱 부회장은 내게 탁상 다이어리 10부를 주었다. 소설책 크기의 작은 탁상 다이어리였다. 네모진 칸 안에는 공간의 여백이 없었다. 숫자만 큰 글씨로 쓰여 있었다. “노모의 눈이 어두워지셔서 글씨가 큰 달력을 만들었다”고 했다. 깜짝 놀랐다. 필자도 구순이 넘으신 노모가 계셨는데 이런 생각은 미처 못 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벽에 걸린 달력을 가까이 보시면서도 “애비야 오늘이 무슨 요일이냐”고 물으시던 이유를 그제야 깨달았던 것이다. 2016년 ‘효도 달력’은 이제 쓸 수 없게 됐지만 그분의 깊은 효심을 배우려고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역법(曆法)은 달력(almanac)을 의미한다. 시간을 구분하고, 날짜의 순서를 매긴 것이다. 시간단위는 달(月)과 같은 천체의 주기적 현상을 기본으로 한다. 특히 음력의 표기는 업(業)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24절기를 따져 농사를 짓고, 사리와 조금의 물때를 확인하여 출어를 준비하는 것이다.라틴어로 캘린더는 금전출납부를 의미한다. 로마에서 금전 대차를 매달 초하루에 청산하는 풍습 때문에 금전출납부가 달력이 됐다는 고사(古史)에서 유래한다.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달력 속에 인류 지식의 요약이 들어있다”고 했다. 그가 윌든 호숫가의 오두막집에서 홀로 지낸 2년의 삶을 스스로 기록한 책 ‘윌든’(Walden)에 담긴 말이다.새 달력을 받으면 가장 먼저 가족의 생일을 기록하고 제사와 기념일, 그리고 만날 사람들을 기록한다. 이렇게 달력은 지난날의 추억과 의미를 떠올리게 하는 자명종 같은 것이다.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은 휴대폰에 내장된 일정표를 활용하지만 아직도 6070세대를 넘은 어른들은 탁상 다이어리와 벽에 걸어두는 달력을 소중히 생각한다.벽이나 침대 또는 식탁 위에 올려두고 “올해도 70여 일 밖에 안 남았네” 하며 겨울을 걱정하는 세대들에게 ‘효도 달력’은 정말 좋은 선물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종이 달력의 발간을 중지하는 기업도 있고, 달력의 글씨도 작아지는 추세이지만 달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세대의 기호를 한 번쯤은 눈여겨볼 일이다.기업이미지는 생각지 못했던 것, 관심이 없었던 것, 사소한 것을 챙기는 일에서부터 차별화된다. 올해 못했다면 내년 코스모스가 필 무렵에는 ‘효도 달력’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2018-10-24 15:30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브릿지 칼럼] 병역특례와 군포제

김우일 대우Mamp;A 대표2018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국가대표 선수 일부가 병역을 면제받게 됐다. 이와 관련 국위선양을 한 운동선수에게 혜택을 줘야한다는 찬성론과 국민 모두가 절대공평하게 져야 하는 국방의 의무에 특혜는 안된다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병역특례는 1973년 박정희정부가 남북대치 상황에서 국제대회우승으로 국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며 시작됐다. 이후 88서울 올림픽계기로 체육을 전면에 내세운 전두환 정부는 법을 개정해 혜택범위를 넓히고 2002년 월드컵 때는 또 개정해 더 범위를 확대했다.그러자 병역면제를 고의로 받고자 미필자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리거나 뛸 수 없는 부상자를 선발하는 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결국 축구, 야구 등 프로 스포츠 선수에 대한 지나친 특혜는 같은 비인기종목과 아마추어선수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키며 여론을 악화시켰다. 특히 이번 아시아게임 야구대표팀 선발과정에 대한 의혹은 국정감사에서까지 논란을 이어갔다.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45년 이어온 체육계 병역특례를 보고 조선시대 국가재정을 충당하기위해 군역 대신 베(포)를 바친 군포제가 떠오른다. 두 제도 사이에는 적지않은 유사점이 있다. 첫째 병역을 대신하는 대상물이다. 군포제는 국가재정을 메우기 위한 재물인 베로, 병역특례는 국가위상을 높인 기량으로 병역을 대신하는 것이다.둘째 대상자이다. 군포제로 병역을 피하는 이들은 돈 있고 힘있는 자들이고 병역특혜의 경우도 기록경기가 아닌 이상 국가대표에 선발되기 위해서는 든든한 사회적 배경이 필요하다.세째 부작용의 폐단이 크다. 군포제는 군역을 기피하는 이들이 늘면서 황구첨정(어린이에게 군포징수), 백골징포(사망자에게 군포징수) 등 부작용이 속출했고 일반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결국 군포제는 영조 때에 이르러 균역법이 시행되며 대대적인 개혁을 겪게 된다.병역특례도 점차 이를 이용해 기피하려는 풍조가 만발하며 악용하는 사례가 커지고 있다.필자는 국민의 4대 의무인 근로의 의무, 납세의 의무,국방의 의무, 교육의 의무 중 신성한 의무는 국방의 의무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근로의 의무, 납세의 의무, 교육의 의무등은 국민과 국가 쌍방향의 호혜의무로 볼수 있지만 국방의 의무는 공을 위한 생명의 희생이 수반되기 때문이다.이 신성한 의무에 과연 특혜란 개념이 존재할 수 있을까. 존재한다면 더 이상 신성하지 않다. 신성함은 특혜를 동반하지 않기때문이다.화려한 선수생활과 연봉을 포기하고 군에 자원입대한 미국의 유명한 메이저리그 투수 밥 펠러의 사례를 보자. 그는 23세때인 1941년 12월 구단과의 연봉협상을 하러가던 중 일본과의 전쟁소식을 듣고는 발길을 돌려 군에 자원입대한다. 가족부양자라 징집대상이 아니었지만 거액연봉을 포기하고 전쟁터를 누볐다. 1945년 전쟁이 끝나 다시 마운드에 올라 다승왕에 오르는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이렇게 야구는 미국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가 됐다.신성성은 모든 국민들이 신성하다고 바라보고 따라줄 때 신성성이 있는 것이다. 국방의 의무를 인생낭비로 여기는 풍조를 없애는 지름길은 특혜를 하루빨리 없애는 것이다.김우일 대우MA 대표

2018-10-22 16:13 김우일 대우M&A 대표

[브릿지 칼럼] '100% 친환경車' 한국이 만들자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인류는 전기에너지를 통해 문명의 발전을 이룩해왔다. 이 에너지가 없으면 스마트폰과 가전 등 일상생활의 모든 전자제품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전기에너지의 원천은 석유자원이다. 최근 인류는 석유자원 없이 전기에너지 생산이 불가한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전기에너지 생산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석유자원을 활용한 각종 에너지 생산의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석유가 산업 부흥을 위한 기본 조건으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의 주력산업 중 하나인 자동차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지난 120여 년 동안 자동차는 가솔린엔진과 디젤엔진을 기반으로 더욱 안전하고 빠르게 진화해왔으며, 그 중심에는 석유자원이 있었다. 최근 자동차 업계 역시 석유자원의 고갈에 대비해 내연기관차를 버려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버리는 것 만으로 문제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최근 친환경차가 각광받고 있다. 내연기관차는 연비와 배기가스가 예전에 비해 확실히 줄었지만, 여전히 석유자원을 연료로 사용한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차도 축소된 내연기관과 모터를 겸용으로 사용하고 있어 내연기관차와 동일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차체는 완전 무공해로 전환했지만 주 연료인 전기에너지를 어떻게 생산해야 하는 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 전기차의 보급은 향후 전기에너지 인프라가 얼마나 확산되느냐에 달렸다. 물론 노르웨이처럼 100%에 가까운 전기에너지를 수력발전을 통해 생산할 능력이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의 전기에너지 생산방식이 친환경차 보급보다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최근 부각되고 있는 수소 연료전지차는 어떨까? 지구상의 수많은 수소와 산소를 이용해 반응시키는 것만으로 차를 움직일 수 있으며, 공해 없이 물만 배출하기 때문에 최고의 미래차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연료전지차는 석유화합물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를 주로 사용한다. 완전한 무공해 자동차라고 선전하지만, 이 역시 주원료로 석유자원 기반의 부생수소를 사용하는 것이다. 수소 연료전지차가 확실한 궁극의 무공해 차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부생수소가 아닌 물을 전기분해하거나 바다해초 등에서 뽑아내는 방식으로 대량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에너지의 저장이나 이동 등 추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석유자원을 해외에서 수입해 올 정도로 에너지 의존도가 높고, 신재생 에너지 자립도도 주요국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라 친환경차 보급을 위한 연구와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탈원전 정책이 1순위로 여겨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석유자원은 미래 사회에서 갈수록 한계성이 커질 것이고 대안이 필수적인 요소다. 더욱이 자동차 산업은 우리의 핵심 먹거리이기 때문에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는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석유자원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만큼 근본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2018-10-21 15:36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브릿지 칼럼] 은퇴자를 위한 소통의 법칙

김경철 엑티브시니어 연구원장‘즉문즉설’로 유명한 법륜스님께은 강연때 가장 자주 받은 질문이 인간관계였다고 한다. 특히 부부, 자식, 부모와 친지 등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 즉 소통의 어려움으로 괴로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은퇴 이후에는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겪는 4가지 고통의 하나가 고독(孤獨)으로, 인간관계가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소통을 원활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핵심은 상호 존중과 이해다. 사람은 생각이나 가치관, 취미, 기호, 외모 등 모든 것이 누구나 조금씩 다르다. 먼저 ‘모두가 다르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와 다른 것이 자연스럽고, 나와 다른 그 사람의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 존중(尊重)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좋고 나쁘고를 따진다. 차별까지 한다. 다름은 서로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지, 좋고 나쁘거나, 옳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다. ‘저 친구는 우리랑 틀려’라거나, ‘지난번하고 음식 맛이 틀리네.’ 라는 식으로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혼동한다. 심지어 조금이라도 의견이 다르면 자기는 옳고, 상대방은 틀린 것으로 간주한다. 결국, 논쟁으로 번져 갈등으로 비화한다. 나와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진 상대를 다름으로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음은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더 나아가, 역지사지로 상대방 처지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지만 상대방으로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해 보는 것이 이해(理解)다. 내 기준만 고집하면 상대를 설득할 수 없다.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소통의 첫걸음이다.대화 방법에는 경청, 공감, 칭찬이 있다. 우리는 그동안 대화는 입으로만 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진짜 대화는 귀로 듣는 것이다. ‘입으로는 친구를 잃고, 귀로는 친구를 얻는다.’는 속담까지 있다. 말하기보다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경청은 상대의 눈높이, 마음 높이에 맞게 나를 기울여 맞추어 듣는 것이다. 공감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함께 느끼는 것을 말한다. 수시로 고개를 끄떡이며 상대가 말을 잘할 수 있게 맞장구를 친다. 상대방 이야기에 내포된 속마음까지도 파악해야만 공감할 수 있다. 소리꾼과 짝을 이루어 장단을 맞추고 추임새로 흥을 돋우는 고수는 경청과 공감의 표본이다. 대화 시에는 칭찬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어린 시절 좋은 사람으로 기억에 오래오래 남는 분은 내 얘기 잘 들어주고, 칭찬해 준 사람이라고 한다.나이가 들면, 소통이 왜 잘 안 될까? 고정관념, 편견 등으로 아집(我執)이 강하여 상대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듣고 싶은 것만 골라서 듣는 선택적 경청을 하기 때문이다. 자기 경험과 기준에 따라 일방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한다. 공감은 기대하기조차 어렵다. 아는 것이 많다 보니 남의 의사와는 아랑곳없이 말이 많다. 칭찬보다는 비판이나 충고가 다반사다.은퇴자에게 널리 유행하는 소통의 세 가지 법칙이 있다.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 어떤 모임에서든 참석자가 균등한 시간만큼 얘기하는 ’N분의 1‘ 법칙, 1분 얘기하고 2분 들어주고 3분 동안 맞장구치면서 공감하는 ‘1대 2대 3’ 법칙이다. 지키지 않는 사람은 왕따가 된다. 단 모임의 밥값을 내기 위하여 지갑을 여는 사람에겐 예외가 적용된다.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2018-10-18 15:51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대학망국론에 따른 5적(賊)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다니엘 린데만은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이래 한국사회에 깊숙이 들어와서 방송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독일청년이다. 그가 오래전 신문에 밝힌 ‘높은 대학 진학률, 낮은 청년취업률’이란 글의 내용이다. “천연자원이 별로 없는 한국에선 사람이 중요한 자원이다. 높은 교육열 덕에 1960년대부터 고속성장을 이뤘다. 2011년 기준으로 25~34세 국민의 64%가 대학 졸업자라는 통계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대학진학률이 최고 수준이다. 문제도 적지 않다. 나는 높은 교육열이 청년취업난의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2015년 독일 노동연구기관에 따르면 한국청년취업률은 1982년 이후 처음으로 40% 밑으로 떨어졌다.”한국 고졸자의 대학진학률이 70%에 이르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대졸자들은 당연히 학력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다 여의치 않으면 차라리 실업자 상태로 기다린다는 것이다. 결국 대학이 사회에 기여하기보다는 짐을 양산한다는 뜻이다. 오래 묵은 대학망국론을 일깨워준다.얼마 전 유력 경제신문의 베이징특파원의 ‘한국인 창업가가 한국인을 고용 않는 이유’란 칼럼이 눈길을 끌었다.“최근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 한국인 스타트업 창업가의 신랄한 ‘직설’을 듣고는 걱정이 좀 더 늘었다. 170명 정도 근무하는 그의 회사에 한국인 젊은 직원은 그를 제외하고 딱 한 명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한국 젊은이들이 중국을 모르기도 하지만 중국인들보다 뛰어나지도 않으면서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또 최근 한 유력 신문 미국 워싱턴 총국장의 ‘활어와 죽은 생선의 200배 격차’란 글도 가슴저리긴 마찬가지다.“국제통화기금(IMF) 이창용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수년 전 서울의 유명 사립대 특강을 갔다. 과목은 ‘창업학’. 100명 가량되는 수강생에게 물었다. ‘졸업 후 창업을 하고 싶은 사람 손들어보세요’. 손을 든 학생은 불과 10명(10%). 이 국장은 미국대학에서 똑같은 질문을 던져봤다고 한다. 결과는 70%. 미국과 중국 젊은이들이 팔팔 뛰는 활어라면 한국은 수족관 바닥에 바싹 엎드려 움직일 생각을 않는 가자미다. 어찌해야 하나.”한국의 7090세대들은 언필칭 가난을 극복한 위대한 세대임에 틀림없다. 그들은 한에 맺혀 자식들을 대학까지 가르쳤다. 그런데 결과는? ‘캥거루족’ 양산이다. 사회가 모두 철학이 없이 젊은이들을 오냐오냐하며 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 스스로 5적(賊)이 됐다.첫째 오적은 정치인이다. 자기 선거구에 무작정 대학을 유치·설립하기 위해 목이 빠져 날뛰었다. 둘째 오적은 언론이다. 재벌 눈치 보느라 젊은이 눈치 보느라 정론을 펴는 언론이 되지 못했다. 셋째 오적은 교회다. 세상보다 더 썩었으니 말 다했다. 돈 때문에 다투고 담임목사 세습 때문에 다투고 강남대로에 대기업 빌딩같은 교회건물 짓기에 열을 올린다. 넷째 오적은 바로 대학, 대학교수다. 한국의 대학, 대학교수는 반쯤 사라져야 한다. 다섯째 오적은 바로 부모다. 자식이 예쁘다는 핑계로 집안에서부터 불공정과 편법을 자행한다. 처절하게 반성하고 뒤집어지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18-10-17 15:37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위기의 중년, 생존전략 다시 짜자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중년은 허리다. 개별가계는 물론 사회전체에도 핵심기둥이다. 가족부양과 사회지지를 떠받치는 주전선수다. 생애임금도 절정을 찍으며 최강의 경제력을 갖는다. 그러니 허리는 적절한 비유다. 단 모든 중년이 그랬으면 좋겠다. 위기의 40대란 말처럼 중년초입부터 흔들리고 삐걱대는 경우가 적잖다. 허리역할의 대전제는 굴곡없이 인생경로를 잘 걸어왔을 때에 한정된다. 적어도 경제활동, 즉 일자리가 불안하면 투명인간일 뿐이다. 아쉽게도 요즘 위기중년이 양산되는 형국이다. 개별적인 인생열위가 있겠으나 심각한 건 구조적인 추락함정이다. 갈수록 심상찮다. 성글게 말해 순전히 운(運)의 문제다. 안심은 이르다. 아직일 뿐이다. 시차만 있지 누구든 위기중년으로의 포섭망에서 자유롭진 않다. 사회구조가, 회사조직이, 가족구성이 위기중년을 잉태하도록 설계된 탓이다. 비켜설 순 있겠지만 결국엔 충격의 넓이와 깊이로 요약된다. 인구비중마저 상당하다. 100만을 넘기며 사상최대 출산규모를 자랑한 1971년생에 힘입어 한국의 평균연령은 42세에 육박한다. 매년 0.5세씩 올라간다. 광의의 베이비부머(1955~75년생) 1700만명도 모두 40세 중년라인을 넘어섰다. 중년사회 개막으로 이들의 위기일상은 간과하기 힘든 과제일 수밖에 없다.해법은 없을까. 이대로라면 단언컨대 없다. 중년위기는 복잡다단한 이슈다. 손쉽게 해결될 리 없다. 돈 푼다고 해결될 리는 더더욱 없다. 가족변화, 교육철학, 복지정책, 경기상황 등 그간 한국사회를 지탱해온 제도와 큰 이격을 띈 얽히고 설킨 난제다. 기반구조를 바꾸지 않는한 방법이 없다. 대신 이걸 풀면 많은 관련된 다른 문제도 풀기가 쉬워진다. 관건은 사고체계의 획기적인 발상전환이다. 기존관념과 과거잣대에 얽매이면 곤란하다. 상식파괴의 혁신사고와 지속실천만이 중년위기를 필두로 첩첩산중의 한국병을 치유하는 첫걸음이다. 이래서 힘들고 저래서 어렵다를 버릴 때다.중년위기는 가족부양과 맞물려 극대화된다. 그렇다면 부양구조를 바꾸는 게 근원적이다. 가족부양의 책임을 덜어주자는 얘기다. 왜 다 큰 자녀까지 품어야 하는가. 왜 자녀결혼과 주거마련에 부모지원이 필수인가. 서구기준으론 이해불가의 부담스런 문화다. 옛날엔 통했어도 지금은 아니다. 독립생활은 기본이다. 낳았으니 책임진다만 바꿔도 꽤 수월해진다. 부부상호도 마찬가지다. 중년부부의 가족붕괴는 상대에 대한 과도한 기대·실망에서 비롯된다. 독립인격의 상호존중이 먼저다.중년위기의 핵심인 경제활동도 비슷하다. 더 벌 수 없다면 덜 쓰는 게 자연스럽다. 이 생각이 없으니 모두 무한경쟁의 서울공간에서 저소득·고비용 스트레스에 함몰된다. 지금 지방은 소멸위기다. 사람이 없어 난리다. 힘든 재취업 대신 지방카드가 더 현실적이다. 자녀부담을 내려놓고 입신양명을 떨쳐내면 지방 거주는 중년에 딱이다. 끊겨버린 허리역할이 보강되면 새로운 가치창출도 가능하다. 균형발전은 부가효과다. 핑계만 앞세우면 대안은 사라진다. 낯선 선택일지언정 물러설 곳 없는 위기중년을 받아줄 스펀지는 지방뿐이다. 자잘한 문제는 공고한 의지를 이길 수 없다. 폐색적 중년위기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 막혔다면 뚫어야, 답답하면 풀어야 좋다. 고전적인 탈출구로는 어불성설이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8-10-15 15:23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3기 신도시 건설,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정부가 9·21대책을 통해 공급확대의 일환으로 4~5곳의 3기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3기 신도시는 현재의 가격급등이 서울의 공급부족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1기와 2기 신도시보다는 서울과 가까운 지역에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지로는 과거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광명 시흥지구, 하남 감북지구, 김포 고촌, 고양 덕은·장항 등이 거론되고 있다.3기 신도시는 과거에 건설된 1·2기 신도시처럼 수백만평 규모의 대형 신도시가 아닌 100만평 규모의 미니신도시로 건설되고, 지구당 4만∼5만가구로 조성될 예정이다.그러나 1·2기 신도시 건설에서 나타난 자족성 부족문제, 건설 후 50년이 지나면서 고령화, 노후화, 공동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 신도시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참고해야 한다. 조급하게 서두르기보다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할 것이다.3기 신도시 입지를 선정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역시 대중교통 접근성이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신도시 후보지들은 대부분 전철노선이 연결되지 않은 지역이다. 기존 전철노선이 연결되는 곳 또는 연결시키기 쉬운 곳을 입지로 선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중교통 부족문제로 수도권 교통난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또한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적절한 비율로 공급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은 서민주거복지를 목표로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신도시가 건설되더라도 임대주택인 청년주택, 공공임대주택, 민간지원공공주택 등의 공급이 중심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임대주택의 비율이 지나치게 많으면 저소득층 밀집주거지라는 사회적 편견을 받게 되고, 임대주택 중심의 신도시 건설에 반대하는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심화돼 사회적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분양주택인 신혼부부보금자리주택과 일반분양아파트들도 적절한 비율로 공급돼야 한다.그리고 일자리와 자족기능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1·2기 신도시 문제점으로 가장 많아 거론되고 있는 것이 일자리와 자족기능 부족문제다. 신도시에 일자리와 자족기능이 충분하지 않으면 잠만 자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건설된 지 50년이 지난 일본 신도시들의 경우 일자리와 자족성 부족으로 젊은이들이 동경과 오사카 등 도심으로 빠져 나가면서 공동화, 고령화, 노후화 문제로 황폐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20~30년 앞서 신도시를 대량 건설한 일본 사례를 교훈 삼아야 할 것이다.주민생활에 필요한 교육시설, 생활편의시설 등도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 100만평 규모의 미니신도시는 주민에게 필요한 학교, 편의시설, 문화시설 등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할 수 있다. 계획단계에서 이러한 편의시설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신도시는 한번 건설되면 몇 백년 동안 살아야 하는 공간이다. 지금처럼 3기 신도시 건설이 조급하게 추진되면 문제점이 노출돼 사회적 폐해가 될 수 있다. 신도시는 지금 바로 건설을 시작하더라도 5년 후에나 입주가 가능하다. 신도시 건설은 당장 효과가 나타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공급정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2018-10-14 16:08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안전은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최근 경기도 고양시 소재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됐다. 저유소 1개가 전소되고 약 43억원어치의 유류가 소실됐다. 해당 저유소는 완전히 기능을 상실하였으며 부대설비에도 점검이 필요하다. 위험물이어서 화재를 진압하기 어려웠다. 진화되는 시간이 길어 우려가 컸다. 다행히 옆의 다른 저유소로 화재가 확산되지는 않았다.화재원인은 관계당국이 정밀조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발생 경위는 초등학교 행사장에서 날려 낙하된 풍등을 재점화하여 다시 날리면서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다. 풍등이 저유소의 잔디밭에 떨어지고 잔디가 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8분후 저유소로 불씨가 옮겨 붙어 폭발하면서 화재는 대형화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경과는 이러하지만 화재의 원인에 대해 과학적으로 엄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한다.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화재에 대한 배상, 처벌, 보완조치 등을 해야 한다. 우선 의문이 드는 것은 저유고의 자체 방호이다. 외부의 가벼운 화재에도 견디지 못하는 정도로 설계되고 운영되고 있다면, 대폭적인 보완조치가 시급하다. 우리는 전쟁을 전제로 유류시설을 관리하여 왔기 때문에 이 사건은 더욱 놀랍다. 외부 화기에 대해 인지하고, 확실히 격리되고 차단되는 구조로 만들어졌어야 한다.운영체계도 허술해 보인다. 송유관 공사의 화재 및 침입 감시를 위해 장비와 인력을 운영했는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아주 부족했다. 화재감시를 위한 설비, 인력, 진화 매뉴얼이 잘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CCTV를 감시하던 근무자는 직무태만으로 큰 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정상적인 근무에도 불구하고 화재를 발견하기 어려웠다면 처벌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설령 화재 발생을 알았다 한들 2명의 관리자가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사회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위험물이 다량으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근처 초등학교에서 연례행사로 풍등행사를 했었다. 이렇게까지 화재가 발생할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사고가 없었으면, 화재가 발생될 때까지 계속 행사를 했을 수도 있다. “유사한 사고가 300번 발생해야 본 사고가 발생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적용될 때까지 말이다.사고조사 결론에 따라 유사한 위험시설에 대한 취약점을 보강해야 한다. 저유고의 시설 설계기준에 문제가 있으면 시급히 수정해야 한다. 기후변화, 도시화, 노후화로 인해 건설 초기와는 조건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운영방식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 감시체계와 방호방식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새로운 시설도 도입하고 인력을 더 확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는 비용이 수반된다. 기업에서는 최소화하려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안전에 대한 섣부른 타협은 문제를 덮어버리는 격이므로 조심해야 한다.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도달한 우리 사회가 30년전에 만든 매뉴얼로 운영돼서는 곤란하다. 차제에 관련 규정과 운영실태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을 해보자. 그리고 일시적으로 법석을 떨기보다는 차분히, 지속적으로 투자해 더 안전한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안전은 얻어지지 않기 때문이다.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2018-10-11 14:26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브릿지 칼럼] 中 시장경제 외면해선 美 못이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두 나라는 관세부과에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는 무역전쟁을 벌인 바 있다. 지난 7월에 340억 달러, 8월에 160억 달러의 관세폭탄을 주고받더니 9월에 미국이 2000억 달러를 추가로 부과하자 중국이 600억 달러로 즉시 반격했다. 이어 중국은 보유중인 미국 국채를 내다파는 압박을 시도하기도 했다.다시 미국이 중국 봉쇄 수위를 높였다. 캐나다, 멕시코와 체결한 새 무역협정(USMCA)에 ‘시장경제 지위를 얻지 못한 나라’와 무역협상을 할 경우 다른 두 국가에 통보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FTA를 체결할 수 없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비 시장경제’는 중국을 겨냥한 표현이다. 미국은 다른 교역국과의 협정에서도 이 조항을 넣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제3국이 중국과 FTA를 맺어 중국의 우회수출국가 역할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미국과의 경제전쟁에서 강경 입장을 취하고 있는 중국은 벌써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미국은 세계적인 경제 호황세의 중심으로 2분기 경제성장률이 4.2%로 4년간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은 성장세 하락과 함께 투자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환율시장까지 불안한 상태다.중국은 내부적으로도 ‘경제구조의 부실화’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막대한 부채와 유령 도시, 과잉설비 문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중국 당국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의지와 방향이다. 문제를 회피하고 문제를 덮어두려는 태도는 문제를 더 키울 수 있어 우려된다.중국은 이웃 나라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을 수 있는 후발국의 유리함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프라자 합의, 소련의 붕괴, 한국의 외환위기는 중국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를 잘 알려주는 사례들이다. 하지만 중국은 그런 교훈을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경직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예상되는 흐름이다.시장경제를 외면하는 잘못된 방향을 선택한 것이 중국의 진정한 위기다. 중국의 과거 경제발전은 글로벌 경제와의 자유무역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는 시장경제원리를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 결과로 30여년 성장의 풍요를 누렸고 경제 규모는 더 커졌다. 하지만 정치와 경제구조는 여전히 사회주의의 낡은 방식에 머물러 있다.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관치경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중국은 오히려 관치를 강화하고 민간경제 축소와 공기업화처럼 반(反) 시장적 해법을 동원하고 있다.중국은 지금 미국의 압박에 대해 내부통제를 강화하여 버텨내는 장기전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개방화, 유연화, 민간경제 활성화를 외면하고 경제를 민주화하고 통제하는 사회주의 방식을 강화해서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거 중국의 개방 정책이 인민의 결핍을 채워주기는 하였으나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개인의 자유를 확장하고 자율적인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중국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18-10-10 15:42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리벤지 포르노, 최고 악질범죄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처음에는 젊은 친구들의 치기어린 사랑싸움처럼 비춰졌다. 연인들 사이에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시끌벅적한 이별 소동이 연예뉴스 면을 장식하는 듯했다. 한때 K팝 시장을 주름잡던 걸그룹 카라 출신의 구하라에 대한 사생활 동영상 사건,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 파문이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구하라 측의 주장에 의하면 전 남자친구가 두 사람의 교제 당시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할 목적으로 상대방의 동의 또는 인식 없이 일반 공중에게 배포되는 음란물 등을 뜻하는 리벤지 포르노는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처벌받는다. 나아가 이를 빌미로 협박까지 하면 형법상 협박죄나 공갈죄에도 해당한다. 촬영 당시 상대방이 동의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유포행위 자체가 형사상 범죄를 구성한다.20만명의 청원 동의를 돌파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주장에 따르면 리벤지 포르노의 피해자들은 극심한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지만 가해자 대부분이 집행유예 처분으로 풀려나기 때문에 근절이 어렵다. 구하라 파문 직후 주말에 열린 혜화역 일대의 시위에는 전국에서 모인 약 6만명의 여성들이 “성차별 사법불평등 중단”, “불법촬영 규제법안 시행”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 세상에 분노를 드러냈다. 이제는 사법당국의 일상적 몰카 단속과 형사상 처벌만으로는 이런 문제가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과거 성관계 동영상 사건에서 목격했듯 리벤지 포르노물 뉴스가 터지면 남성들은 해당 영상물을 보기 위해 필사적으로 인터넷을 뒤져 공유한다. 설상가상 가해자에 대한 비난보다 여자가 조신하지 못했다면서 피해자에게 경멸의 눈길을 보내기 일쑤였다. 리벤지 포르노 현상을 페미니즘의 과격한 스펙트럼에만 가둘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불법 촬영물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편파적인 시각에 많은 여성들이 분노하는 현상은 남녀를 떠나 진심으로 공감해야 한다.IT, 소셜미디어의 놀라운 발전에 기생해 사생활 불법촬영 및 유포 관련 범죄가 날로 극심해지고 있음에도 이렇다 할 대책 없이 무사태평한 자세로 일관해온 수사기관,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재범·상습범 양산을 부채질했던 법원, 이런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입법을 게을리 했던 국회도 책임을 공히 통감해야 한다.국내외 리벤지 포르노물이 공유되는 음란물 사이트의 경우 해외 서버를 두고 수시로 IP주소를 변경하면서 운영하기 때문에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당 범죄자를 검거하는 경우에도 구속 비율은 평균 6%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재범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성적 호기심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범죄자들이 존재하는 이상 불법 촬영물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끊이지 않는다. 결국 불법촬영과 관련한 경제적 활동을 근절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적으로 조성돼야 한다. 그 동안 꾸준히 논의되던 불법촬영 관련 수익을 환수하는 입법도 이번 기회에 전격 시행돼야 한다. 아울러 IT사업자, 연예산업의 각종 협회도 연합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민 계몽에 힘쓰며 자체 정화에 나서야 한다.리벤지 포르노는 사소한 복수가 아니다. 최고의 악질범죄다. 단순히 단속을 늘리고 형량을 높이는 노력만으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 개인 간 애정다툼으로 치부해버리면서 음란물을 관음적으로 즐기는 관행에서 벗어나 범사회적으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국가적인 움직임과 시민 차원의 진솔한 접근이 필요하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18-10-07 16:12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