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조선산업 도시 뉴캐슬의 변화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입력일 2018-11-12 15:03 수정일 2018-11-12 15:03 발행일 2018-11-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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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잉글랜드 지방의 뉴캐슬(New Castle)에 학생들과 함께 왔다. 날씨는 늦가을인데 위도가 높아 밤이 일찍 온다. 오후 4시면 어둑해진다. 사람들은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가지만 천천히 간다. 좌측통행으로 조마조마하게 달리는 2층 버스가 영국에 왔음을 실감케 한다. 

인구 20만명의 이 도시는 한국의 기성룡이 뉴캐슬 축구팀에 합류하면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영국 브리튼섬이 한반도와 비슷하다고 하면 런던이 경주쯤에 있고 뉴캐슬은 강릉 정도에 위치한다. 스코틀랜드와 접경을 이룬 도시로 잉글랜드의 자부심이 가득하다. 석탄과 조선 등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한때의 영화를 보여주듯 도심에는 근세풍의 건물이 빼곡히 들어서 여행객들의 눈길을 끈다.

뉴캐슬은 지금 학원도시로 변모했다. 학생들이 넘친다. 복제양을 처음 만든 것도 이곳이다.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학부 및 대학원에는 외국인 학생들이 많다. 외국인 우대 정책으로 외국학생을 유치한다. 조선 산업도시가 완전히 교육도시로 바뀌었다. 교수진도 대부분 외국인이다. 하지만 영국의 우수한 교육시스템과 소프트웨어로 대학이 움직인다.

기계공학은 아직도 영국에서 매력적이다. 의학분야 다음으로 졸업후 연봉이 많다. 전공과 동일분야 취업률도 70% 이상 된다. 취업 분야에 글로벌회사가 많아 외국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많다고도 한다. 그래도 많은 학생들이 지원을 망설인다. 수학과학의 장벽요인 때문이다. 영국학생들도 이 분야를 어려워한다. 그래서 대학교에서 가능한 한 수학과학보다는 실험적인 접근과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으로 학습의 난이도를 낮추려고 애쓴다. 가령 기계공학을 전혀 몰라도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하듯이 말이다.

학교의 기계를 싹 걷어내고 대량의 3D 프린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자기가 직접 설계, 바로 제작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한 분야이다. 국내 어느 대학도 이렇게 많은 기계가 있는 곳을 보지 못했다. 시대의 흐름에 기민하게 움직이는 뉴캐슬 대학들의 단면이다.

서울과학기술대는 이 도시와 인연이 깊다. 17년째 복수학위(Dual Degree)를 운용하고 있을 정도다. 대부분의 수업은 한국에서 영어로 이루어진다. 이번에는 2주간 영국 현지 수업으로 학생들을 데리고 왔다. 교육과정을 영국 매뉴얼대로 운영한다. 교육이 진행되는 과정을 철저히 모니터링 한다. 졸업 때는 2개 학교 학위를 모두 준다.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한다. 교육과정 운영이 아주 까다롭다. 영국 시스템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와 달리 한 과목이 F가 되면 학년 진급이 안된다.

영국식으로 교육한 우리학과 졸업생들은 비교우위가 있다. 우선 취업에서 단연 톱이다. 취업의 수준도 ‘SKY’ 대학에 뒤지지 않는다. 영국 옥스브릿지 대학원에 진학해 매년 박사도 배출되고 있다. 우리 학과에 입학하면 어마어마한 수업량을 감당해야 한다. 4년 내내 공부해 발표하는 영국식 교육제도로 학생들은 과다한 학습량에 쩔어 있다.

우리도 언젠가는 거제, 울산, 군산 등 전통 산업도시가 교육과 문화의 요람이 되도록 육성되어야 함을 뉴캐슬을 통해 본다.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