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대학망국론에 따른 5적(賊)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입력일 2018-10-17 15:37 수정일 2018-10-17 15:39 발행일 2018-10-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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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다니엘 린데만은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이래 한국사회에 깊숙이 들어와서 방송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독일청년이다. 그가 오래전 신문에 밝힌 ‘높은 대학 진학률, 낮은 청년취업률’이란 글의 내용이다. 

“천연자원이 별로 없는 한국에선 사람이 중요한 자원이다. 높은 교육열 덕에 1960년대부터 고속성장을 이뤘다. 2011년 기준으로 25~34세 국민의 64%가 대학 졸업자라는 통계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대학진학률이 최고 수준이다. 문제도 적지 않다. 나는 높은 교육열이 청년취업난의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2015년 독일 노동연구기관에 따르면 한국청년취업률은 1982년 이후 처음으로 40% 밑으로 떨어졌다.”

한국 고졸자의 대학진학률이 70%에 이르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대졸자들은 당연히 학력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다 여의치 않으면 차라리 실업자 상태로 기다린다는 것이다. 결국 대학이 사회에 기여하기보다는 짐을 양산한다는 뜻이다. 오래 묵은 대학망국론을 일깨워준다.

얼마 전 유력 경제신문의 베이징특파원의 ‘한국인 창업가가 한국인을 고용 않는 이유’란 칼럼이 눈길을 끌었다.

“최근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 한국인 스타트업 창업가의 신랄한 ‘직설’을 듣고는 걱정이 좀 더 늘었다. 170명 정도 근무하는 그의 회사에 한국인 젊은 직원은 그를 제외하고 딱 한 명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한국 젊은이들이 중국을 모르기도 하지만 중국인들보다 뛰어나지도 않으면서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또 최근 한 유력 신문 미국 워싱턴 총국장의 ‘활어와 죽은 생선의 200배 격차’란 글도 가슴저리긴 마찬가지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창용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수년 전 서울의 유명 사립대 특강을 갔다. 과목은 ‘창업학’. 100명 가량되는 수강생에게 물었다. ‘졸업 후 창업을 하고 싶은 사람 손들어보세요’. 손을 든 학생은 불과 10명(10%). 이 국장은 미국대학에서 똑같은 질문을 던져봤다고 한다. 결과는 70%. 미국과 중국 젊은이들이 팔팔 뛰는 활어라면 한국은 수족관 바닥에 바싹 엎드려 움직일 생각을 않는 가자미다. 어찌해야 하나.”

한국의 7090세대들은 언필칭 가난을 극복한 위대한 세대임에 틀림없다. 그들은 한에 맺혀 자식들을 대학까지 가르쳤다. 그런데 결과는? ‘캥거루족’ 양산이다. 사회가 모두 철학이 없이 젊은이들을 오냐오냐하며 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 스스로 5적(賊)이 됐다.

첫째 오적은 정치인이다. 자기 선거구에 무작정 대학을 유치·설립하기 위해 목이 빠져 날뛰었다. 둘째 오적은 언론이다. 재벌 눈치 보느라 젊은이 눈치 보느라 정론을 펴는 언론이 되지 못했다. 셋째 오적은 교회다. 세상보다 더 썩었으니 말 다했다. 돈 때문에 다투고 담임목사 세습 때문에 다투고 강남대로에 대기업 빌딩같은 교회건물 짓기에 열을 올린다. 넷째 오적은 바로 대학, 대학교수다. 한국의 대학, 대학교수는 반쯤 사라져야 한다. 다섯째 오적은 바로 부모다. 자식이 예쁘다는 핑계로 집안에서부터 불공정과 편법을 자행한다. 처절하게 반성하고 뒤집어지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