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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은퇴를 인생 2막의 전환점으로 만들자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살다 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통상 우연히 찾아온다. 그런 기회를 인지하고 인생의 전환점으로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다.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이었던 서명숙씨는 이렇게 살다간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사 종합지 최초 여성 편집국장이라는 직책은 근사했지만 엄습해오는 과로와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주변 반대를 무릅쓰고 20여 년의 기자생활을 벗어던졌다. 무작정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종주 내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아 성찰의 시간도 가졌다. 마음도 대충 정리했다. 33일째 되는 어느 날 한국에 산 적이 있다는 영국인을 만나 “난 귀국해 걷기 길을 만들 것이다. 너도 귀국하면 걷기 길을 만들어라. 지금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할 것이다”라는 얘기에 귀가 번쩍 뜨였다. 귀국 후 고향 제주에 올레길을 만들었다.이젠 ㈔제주 올레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서명숙씨의 사례로 인생 2막을 설계해보자.먼저 앞길이 꽉 막혀 한 치 앞도 나갈 수가 없을 때는 일상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새로운 환경과 난관에 봉착하면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꿀벌과 파리의 유리병 실험이 있다. 이 실험은 캄캄한 어둠 속에 밑면을 제외하고 빛을 차단한 유리병 속에 꿀벌과 파리를 넣고 병 밑면을 빛이 있는 창문 쪽으로 놓아뒀다. 꿀벌은 ‘빛이 있는 밝은 쪽으로 향한다’는 기존 논리에 사로잡혀 병 밑면만 향해 날아다녔다. 그러나 파리는 몇 번의 시행착오 후에 반대쪽 병 입구로 쉽게 빠져나왔다. 과거를 답습하는 꿀벌보다 파리의 우직함이 필요하다는 교훈이다.다음은 맘을 정리하고, 내려놓는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과거의 사고방식으론 새로 출발하기가 어렵다. 티베트에서는 ‘바르도(bardo)’란 말이 있다. 둘(do) 사이(bar)의 틈새라는 뜻으로 죽음에서 환생까지 49일간의 중간상태를 의미한다.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환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인생 2막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서는 먼저 현 상황을 인식해 과거를 정리하고 마음을 새롭게 다지는 ‘바르도의 시간’이 필요하다.제주 올레길이 성공하자 전국 곳곳에 아름다운 둘레길이 만들어졌다. 둘레길 투어로 ‘바르도의 시간’을 가져보자. 자전거로 전국을 일주해도 좋다. 등산을 좋아한다면 한국의 100대 명산에 도전해봄직도 하다. 그냥 하는 것보다 목표를 정하면 도전 의식도 생긴다. 걷기, 등산, 자전거로 심신을 단련하고 건강도 회복하자. 전국 산사의 템플스테이나 사찰 투어도 권장할 만하다. 오랜 직장 생활로 탈진증후군에 시달리는 은퇴자들에겐 자아 성찰과 재충전으로 삶의 활력을 채우는 ‘바르도의 시간’은 필수 과정이다.서 이사장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위기를 인생 2막의 기회로 전환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몇 번의 기회는 온다고 한다. 은퇴도 바로 그런 기회 중의 하나다.60세 이후의 인생을 여생이라 부르며 자투리로 여겼다. 이젠 그런 시간이 30년 이상으로 늘어나 새로운 인생을 한 번 더 살 기회가 생겼다.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2019-05-16 15:05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중년파산의 5가지 늪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중년파산은 한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전체를 향한 엄중한 경고다. 가족의 위기이자 전체 세대를 병들게 한다. 성실히 살아도 그 끝에 고독사가 대기하는 현실, 이런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98%의 미래 중년파산’이란 책의 요약이다. 꽤 적나라하다. 한국보다 앞선 일본 사례 연구보고서다. 책에 따르면 고도성장·종신고용이 끝나면서 노후파산예비군, 즉 하류중년이 전체중년의 98%란다. 이들은 노년세대를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상실세대’로, 동시에 가족구성의 단절로 후손을 못 남기는 ‘멸종위기종’으로 불린다.한국은 더 열악하다. 중년갈등이 정책적 고려의 대상이 되기는 요원하다. 청년·노년보다 순위가 밀리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인지했다면 다행이다. 중년인구의 보호정책은 여태껏 없었으며, 앞으로도 고작해야 맛보기일 확률이 높다. 몸값대비 낮은 효용의 혐의를 받는 중년인구의 고용불안은 시대조류다. 뾰족한 수는 없다. 체제전환의 압박 속에 펼쳐진 달라진 시대환경을 개별적인 대응으로 이겨내기란 어렵다. 개별전략으로 충격은 줄여도 근본처방은 아니다. 구조적 모순을 놓치면 완치는 어렵다. 미세한 통증일 때 귀 기울여야 한다.중년파산은 5가지 늪에서 출발한다. 이 늪의 원천봉쇄가 최선책이다. 고용위기, 가족위기, 심리위기, 질환위기, 사업위기 등이다. 이게 현실화되지 않도록 구조 자체의 개혁이 먼저다. 시간도, 비용도 당장은 어렵겠지만, 이게 해결돼야 중년위기는 방어된다.우선은 제도적인 고용안정의 확보가 관건이다. 노·사·정과 함께 시민사회 등 다종다양의 이해관계가 얽혀 지난한 과제지만, 그렇다고 방치해선 곤란하다.중년위기를 복지정책으로 포용하고, 중년복지를 둘러싼 인식전환을 시도하는 게 좋다. 나머지 4대 위기도 전담·검토하면 충격저지가 가능하다. 국가와 사회에 중년위기를 올곧이 맡길 수는 없다. 아직은 희망사항에 가깝다. 그렇다면 스스로 안전망을 갖춰두는 게 시급하다. 고리타분한 얘기지만, 평생직업·재취업루트 등이 현실방책이다. 가족위기는 평시대비가 그나마 가능한 숙제다. 똑같은 붕괴위기지만, 감염과 방어는 가계마다 다르다. 부부·자녀·부모·형제 모두 평상시의 관계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운명을 가른다. 심리위기와 질환위기, 그리고 사업위기도 마찬가지다. 중년위기의 근본원인까진 몰라도 갈등발생 후 일정부분 충격감퇴를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사전 예방조치가 급하다.그럼에도 중년위기의 각자도생은 어렵다. 때문에 불행예고는 현실이슈다. 지금 한국사회의 화두는 노후준비다. 하지만 여기에 매몰되면 곤란하다. 노후준비도 중년위기를 극복할 때 비로소 통용된다. ‘환갑=은퇴’의 고정관념은 이제 없다. 환갑 이후라고 퇴화하지 않을뿐더러 감정·직감은 더 발달한다는 연구도 많다. 과장된 노년불안은 수정대상이다. 80%의 일본노인이 스스로 생활하는 것처럼 관건은 자립생활이다. 중년은 그 준비에 제격이다. 노년생활은 중년대응에서 시작된다. 느닷없는 노후파산은 없다. 어떤 식이든 중년파산의 경고 다음에 발생하는 법이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9-05-15 14:53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물병·담요·양복 파는 스타트업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첨단기술이 아니어도 간단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로 성장세가 두드러진 스타트업 스토리가 재미있다.2010년 출시된 스웰(S’well)보틀은 스테인리스 물병이다. 기능만 보면 여느 물병이나 다름이 없다. 휴대용 물병 텀블러(tumbler)와 비슷한데 가격은 더 비싸다. 그런데도 성장세는 무섭다. 물병을 물병처럼 팔지 않고 핸드백처럼 판 것이 비결이다. 이 회사 창업자인 사라 커스는 일회용 패트병과 보온병을 대체하면서도 패셔너블한 물병을 떠올렸다. 무겁고 투박한 기존 보온병 대신 우윳병 디자인의 부드러운 곡선으로 고급스럽게 만들어 패션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 젊은 여성들을 겨냥했다.물병 만드는 회사인데 가장 먼저 뽑은 직원은 패션디자이너. 아티스트들과 콜라보레이션 제품도 주기적으로 출시한다.이 회사는 마트에서 물병을 팔지 않는다. 고급 백화점에 매장을 내거나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해서 그 매장에서만 판매한다.몇 해 전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 담요 한 장을 사겠다고 순식간에 2만4000명이 몰렸다. 제품이 출시되면 가장 먼저 받아보겠다며 이들은 총 470만 달러(약 53억원)를 결제했다. 1장당 279달러(약 31만원)이다.스타트업인 그래비티(Gravity)의 ‘중력담요(gravity blanket)’. 이 제품은 중력을 느낄 정도로 무거운 게 특징이다. 종류는 15파운드(6.8㎏), 20파운드(9㎏), 25파운드(11.3㎏) 등 3종이다. 내 몸무게의 10%에 가까운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무겁기는 하지만 아늑하고 쾌적하다. 오리털이나 솜털대신 작은 고밀도 플라스틱 알갱이를 넣었다. 격자무늬로 박음직을 했기 때문에 알갱이가 이리저리 뭉치지 않는다.이처럼 무거운 담요를 내놓은 이유는 꼭 끌어안는 포옹이 스트레스 해소에 그만이기 때문이다. 가장 근접한 압력이 내 몸무게의 10%라 한다.포옹의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심장박동수를 안정시켜주고 면역력을 높여 주며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킨다. 숙면도 돕는다.남성들의 정장은 대체로 밋밋하다. 거의 똑같은 디자인에 색깔도 칙칙하다. 그런데 남성정장은 이래야만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전 세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양복이 있다. 2012년 설립된 네델란드 브랜드 ‘오포수트(OppoSuite)’. 이름부터 지루한 양복과는 정반대라는 의미다. 하늘색 정장에 튤립 무늬가 들어가거나 밝은 분홍색 플라밍고 새가 잔뜩 그려져서 마치 선물 포장같다.누가 입을까 싶지만 톰 행크스, 애쉬턴 커쳐 등 헐리우드 스타들이 앞다퉈 입었다. 또 프로 야구단 시카고 컵스 감독과 선수들이 이 정장을 입고 원정길에 오르기도 했다. 2016년 매출은 약112억원. 전세계 50개국에서 연간 50만벌이 팔린다. 3명의 공동창업자는 베트남 배낭여행에서 현지의 알록달록한 천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유로2010’을 앞두고 네델란드 축구팀을 응원하기 위해 오렌지색 정장을 만들었는데 2000벌이 2주만에 팔려 나간 것이 시작이었다.한국에서도 이런 기발한 스타트업이 속속 출현하면 좋겠다. 정부도 이런 기업들을 예리하게 발굴하고 화끈하게 지원해서 창업열기가 뜨거워지면 좋겠다. 혁신경제가 별 것인가.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19-05-13 14:47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자동차산업 고용빙하기 온다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한국경제를 이끌어 왔던 제조업이 큰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조선 분야가 전 세계적인 과잉투자, 물량부족, 후발국 진입 등의 이유로 힘들어졌다. 지금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관련 도시들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철강, 자동차도 점차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고용과 지속 성장이 우려된다.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4차 산업혁명은 점점 더 가속화 될 것이다. 자동차는 향후 2025~2030년 사이에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이 20∼40%에 이를 전망이다. 전기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 자동차 산업구조가 본격적으로 바뀌게 된다. 산업 지형이 달라진다. 지금의 완성차는 내연기관과 트랜미션을 주요 부품으로 가지고 있다. 이 부품에 관련되는 원가 비중이 높다. 종사하는 인원도 많다. 만일 전기차로 바뀌면 엔진과 미션이 없어지므로, 대대적인 회사 개편이 필요하다. 회사 규모는 대폭 축소된다.전기자동차는 구조가 간단해 신규 진입이 쉽다. 중소기업에서도 자동차의 캐빈과 바디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이다. 경쟁은 가속화된다. 대규모의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는 기존 자동차회사는 빙하기를 맞은 공룡과 같이 먹이가 부족해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 자동차 회사는 이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도 전기자동차로 사업 전환를 주장하는 그룹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시장 전망과 무관하게 기득권 유지를 위해 엄청난 사내 정치가 벌어지고 있다.자동차 부품 수가 줄어들면 납품업체도 영향을 받는다. 엔진과 미션에 필요한 부품이 필요하지 않다. 기존 부품업계는 대거 문을 닫아야 한다. 모두가 이런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심정적으로는 외면하고 싶지만 엄연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전기자동차가 사용하는 에너지원도 확보해야 한다. 지금의 자동차는 엔진에서 기름을 연소시켜 추진력을 얻는다. 그렇지만 전기차는 모터를 이용해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사용한다. 전기차 수가 많지 않은 경우 전기 수요는 큰 문제가 안된다. 그러나 전기차 점유율이 20%를 넘기면 문제가 일어난다. 2030년까지 전기차가 100만대 사용된다는 것을 전제로 전력을 20% 더 많이 생산하는 방안을 정책 기조로 잡고 있다.하지만 이는 수정이 필요하다. 전기차의 보급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030년에 전기차 비중이 30%라고 한다면, 500만대를 웃돌게 된다. 급격한 전력수요로 전기가 모자라 블랙아웃 가능성도 있다. 발전소 건설에는 2∼5년의 시간이 걸린다. 미리 대비해야 한다.전기자동차의 보급으로 자동차 및 부품 회사의 고용이 줄어든다. 경제 및 산업 운용에 큰 어려움을 주게 된다. 자율주행 자동차도 비슷한 시기에 상용화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일반인들의 편의성은 높아지지만 수백만명의 전업 운전자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게 된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자동차를 만드는 제조공장에서도 자동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 스마트공장도 빨리 진행되고 있다. 10년후 미래에 예상되는 급격한 변화와 대규모 실업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2019-05-12 14:50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브릿지 칼럼] 프랜차이즈 원가 공개 압박 그만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업계에 무리한 수준으로 정보공개를 강제하고 있어 문제다. 정부 당국은 지난 4월 30일까지 프랜차이즈 5700개 가맹본부에게 차액가맹금을 포함한 영업자료를 제출토록 통보한 바 있다. 이들 정보가 공개될 경우 해당 기업과 관련 업체들이 상당한 경영상의 타격을 볼 수 있어 우려된다.원자재 및 영업 유통과정의 비용과 가격은 해당 업계의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 민간 기업이라 원가를 공개할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심지어 세금을 통해 운영되는 공기업조차도 그런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주요 품목의 원가나 유통 마진 등이 공개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우선 해당 업계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업체들 간의 갈등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원가공개는 불필요하게 소비자의 불신과 불만을 야기하고 심지어 반발을 부를 수도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업계 전반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한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원가 문제를 둘러싼 갈등에 휘말릴 수도 있다. 자칫 업계 전반의 동반 부실화까지도 예상된다.정부의 이러한 불필요한 간섭과 통제는 프랜차이즈 사업 방식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가맹점 방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킴으로써, 직영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압박하는 예상 밖의 부작용도 나올 수 있다. 가맹점 방식은 사업자들이 서로 자발적인 계약을 통해 만든 질서이고 사업방식이다. 각자 나름의 장점이 있고 소비자의 이익을 가져오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기업의 협력활동을 부정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사업자간 갈등관계를 유발시키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다.정부는 지금이라도 기업이 어떻게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고려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먼저 원가와 가격을 연계시켜 생각하는 방식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현대 기업의 경영구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원가가 곧 가격’이라는 등식에 머물러 있어서는 곤란하다.기업은 다양한 영업 방식으로 각자의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 이를 단계 마다 원가가 얼마냐는 식으로 따지고 이를 공개하라고 한다면 기업들이 제대로 경영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 뿐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의 협력과 경영행위에 일일이 간섭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유로운 경영환경을 조성하고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소비자는 질 좋고 싼 가격의 제품을 늘 원한다. 정부가 원가공개에 집착해 제품의 경쟁력 향상 과정을 규제하려 든다면, 이는 업계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의 이익을 줄이는 일이 될 것이다.기업은 자발적인 협력을 통해 혁신을 이루어가고 제품의 질을 향상시킨다. 정부는 ‘투명성’이라는 기이한 잣대를 들이대며 간섭하기보다, 사업의 유연성과 다양성이 보다 확대될 수 있도록 자유로운 경영환경을 확대해 가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할 것이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19-05-09 14:39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수익형부동산으로 노후 대비하라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우리나라는 2018년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의 인구 비율을 나타내는 고령화율이 14%를 넘어서면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또한 우리나라 인구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베이비붐세대의 본격적인 은퇴를 계기로 부동산 시장도 시세차익을 얻는 시대에서 임대수익을 얻는 수익형부동산 시대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수익형부동산이란 임대수익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부동산 상품이다. 수익형부동산은 장기간에 걸쳐 임대수익을 얻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단기간의 시세차익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임대수익이 나오는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수익형부동산의 적절한 수익률은 일반적으로 시중 금리의 2배 정도로 보고 있으며, 수익률이 높을수록 좋은 상품이다. 수익률이 높은 수익형부동산을 찾기 위해서는 투자지역의 수요와 공급 상황, 입지, 상품의 경쟁력, 주변 환경 등 다양한 지식과 경험 및 분석이 필요하다.상업용은 복합상가, 중심상가, 근린상가, 테마상가, 아파트단지상가, 주상복합상가 등이 있다. 업무용은 오피스, 아파트형 공장, 지식산업센터 등이 있다. 숙박용은 분양형 호텔, 게스트하우스, 펜션, 도시민박업 등이 있다. 이들 수익형부동산은 상품별로 투자금액이 다르고, 입지적 장점과 수요자가 다르기 때문에 상품의 특성을 잘 분석해서 상황에 맞게 투자해야 한다.수익형부동산의 일반적인 장점은 리스크가 적고, 소액투자가 가능하고, 환금성이 좋다는 점이다. 다만 모든 수익형부동산이 환금성이 뛰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환금성이 뛰어난 상품을 고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반대로 수익형부동산의 단점은 시세차익이 적고, 공실률 관리에 신경을 써야하고, 세입자와 시설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수익형부동산은 매월 임대수익을 고정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공실률이 생기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공실률이 생기면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말썽을 일으키는 세입자가 다른 세입자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시설 파손에 따른 보수비용이 많이 드는 경우도 있다. 세입자와 시설을 잘 관리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최적의 수익형부동산의 투자지역은 1인 가구가 많은 곳이다. 이러한 지역은 소형 주거시설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이들 지역이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또한 젊은 층이 밀집된 도심지역은 주거, 상업, 업무 등 수익형부동산 상품의 공급이 부족한 곳이 많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안전하고, 장기적으로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곳은 인구의 이동이 활발하고, 젊은 층이 선호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임대수익을 얻는데 적합하다.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율은 내년에는 30%인 607만 가구, 2030년에는 33.2%인 720만 가구, 2040년에는 35.6%인 795만 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부동산 투자는 소형 주거상품인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 부분임대아파트, 셰어하우스, 고시원 등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주의할 점은 소형 주거상품에 투자를 할 경우에 투자지역의 수급상황과 수익률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 지역에 소형 주거상품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공급되면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어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1인 가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도심역세권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2019-05-08 15:01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홈쇼핑의 막장 엔드게임, 솜방망이 처벌?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3종 세트, 5종 세트… 매진 임박합니다!!” 쇼핑호스트들이 전투적으로 외치는 다급한 목소리에 TV 리모콘을 쥔 주부님들의 손가락은 더 긴박하게 돌아간다. 1990년대 중반, 케이블TV의 등장과 함께 열린 홈쇼핑 시장은 30년 가까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각종 유통채널의 다변화에 대응해 모바일을 강화하고 음성 주문에 AI시스템까지 동원하는 홈쇼핑의 악전고투는 ‘어벤저스’의 엔드게임만큼이나 필사적이다.그러나 그러한 노력에도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각종 비리들은 홈쇼핑의 엔드게임을 막장으로 몰아 가고 있다. 다소 밋밋하고 평면적인 인터넷쇼핑몰, 오프라인의 홍보와 비교할 때 TV홈쇼핑은 현란한 연출과 직접적인 전달기술에 힘입어 시청자에 대한 장악력, 파급효과가 훨씬 더 크다. 이에 각종 허위, 과장 광고나 기타 방송사고에 대한 당국의 엄격한 감독과 제재가 절실하다. 하지만 그러한 제어장치를 비웃는 듯 최근 홈쇼핑 채널이 막장으로 펼치는 꼼수 사례들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몰염치해지고 있다.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방심위)는 안마의자 렌탈 방송에서 해당 상품이 아동·청소년의 키를 크게 하는 것처럼 오인케 하는 내용을 내보낸 모 쇼핑채널에 제재를 내린바 있다. “적절한 마사지를 못하게 되어 아이들이 자라는 데 있어서 억울한 일이 생기면 안 되잖아요. 우리 아이들이 정말 잘 자랄 수 있게끔 안마의자에 기능을 넣었다”는 자극적인 표현에 쇼호스트의 자녀가 안마기 사용으로 키가 컸다는 멘트를 더하는 데다 관련 사진과 나이, 키까지 자막으로 처리했다. 이에 넘어가지 않을 엄마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 엄연히 라이선스 제품임에도 쇼호스트는 “50년 넘는 역사에 백화점 입점 브랜드”라고 설명하면 시청자들은 해당 제품을 상표권자가 직접 제작한 정품으로 오인하게 되므로 그 징계도 불가피하다.공영적인 순기능을 내세우며 출발한 공영홈쇼핑은 어느 제품의 판매방송이 마지막 방송이라 강조해놓고 재방송을 통해 다시 판매하는 수법까지 동원한다. 급기야 방송 송출이 장시간 중단되는 초유의 대형 방송사고를 치기도 했다. 비포-에프터 비교를 포함한 타제품과의 비교표시 광고는 극명한 대비효과 때문에 홈쇼핑도 규제를 받는다. 관련 심의 규정은 ‘상품 사용 전·후의 비교화면을 방송할 때에는 조명, 사용자의 위치, 각도 등을 동일하게 해야 하며 지나치게 차이나도록 사용 전·후 화면을 사용해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지만 제품 사용 전·후 모습을 비교할 때 동일한 조건으로 처리하지 않는 거짓광고도 자주 지적된다.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홈쇼핑채널의 무리수에 대응해 방심위도 결코 물흐르듯 넘어가지 않는다. 송이버섯 원료 화장품 사례의 경우 방심위가 7~8차례에 걸친 세밀하고 집요한 심의 끝에 해당 방송에서 SCI급 논문을 엉터리로 활용했다는 사실까지 밝혀내 엄중한 제재 철퇴를 내린 바 있다. 저명한 학술지까지 들먹이는 막장 야바위에 깜빡 속아넘어갈 뻔했던 시청자 입장에서는 방심위의 끈기, 오기, 필살기가 한없이 고마울 뿐이다.방심위의 제재가 내려지면 채널 재승인 심사에서 감점(주의 1점, 경고 2점, 징계 4점, 과징금 10점)된다. 하지만 징계나 과징금까지 부과되는 경우는 거의 없이 솜방망이 처벌만 되풀이 되고 있다. 죄없는 시청자를 구하기 위해 홈쇼핑의 초막장 엔드게임에는 초강수 처벌의 엔드게임으로 대처해야 한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19-05-06 15:38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대한민국은 '블록체인 혁신' 중

최철용 브릿지블록체인연구소장블록체인 기술의 무결성을 최초로 증명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나온 지도 10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 블록체인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인정받으며 한층 발전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프로젝트들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실행되고 있다. 정부 기관들에 의해 공공서비스를 혁신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블록체인 시범 선도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블록이라는 원장을 체인형식으로 묶어 분산 관리 함으로써 위변조가 불가능하며 해킹으로부터 안전한 데이터관리 방식이다.관세청은 지능형 개인통관 플랫폼을 구축한다. 블록체인을 통한 구매정보의 위변조 방지 및 신속한 목록 통관처리로 물품 배송에 대한 신뢰성이 보장된다.해양수산부는 블록체인 기반의 컨테이너 부두 간 반출입증 통합 발급으로 컨테이너 이동 시 발급되는 다수의 원장을 블록체인으로 공유, 데이터 위변조 방지 및 환적 운송의 효율성 개선 및 운송 오류 등의 책임소재를 명확화하며 종이문서가 사라지는 등으로 비용을 절감한다.중앙선관위는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시스템을 통해 후보자 참관인 등 이해관계자가 직접 투개표 과정 및 결과를 검증, 투표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결과의 조작 등 위변조의 문제를 해소하고 투표 중 문제발생 시 확인 시간을 최대 2일에서 실시간으로 가능하도록 한다.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 축산물 이력 관리 시스템을 도입, 축산물 사육·도축·가공· 판매 관련 정보를 공유, 유통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문제 발생 시 추적 기간을 6일에서 10분 이내로 단축시킨다.국토교통부는 블록체인 클라우드 기반 부동산 종합공부 시스템을 도입, 토지대장을 국토부 지자체 금융결제원 등이 투명하게 공유함으로써 스마트 계약을 통한 자동갱신 및 수행 내용과 이력 등이 검증됨으로써 담보대출 시 은행 방문만으로 처리가 가능하게 하는 등 스마트 거래가 가능하다. 위변조의 가능성이 사전에 차단되는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으로 국민 토지재산권 보호와 허위정보제공 등으로 야기되는 사회적 비용이 감소된다.외교부는 블록체인 기반 국가 간 전자문서 유통사업인 e-앱(App)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한다. 블록체인에 공문서와 인증서를 함께 저장하여 체약 외국기관에 전자 문서로 편리하게 공문서를 제출함으로써 체약국 간의 서비스를 구축 연결 확장성을 보장하고 인증서의 무결성 및 신뢰성이 강화된다.민간주도 블록체인 국민 프로젝트로는 사회 나눔, 중고차 이력 관리, 안전한 먹거리, 신뢰 기반 중고 거래, 투명한 음원 유통 등으로 민간 블록체인 기술역량 강화 및 사회비용 절감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블록체인 적용을 통한 국민 편익 증대 및 투명성 강화에 기여한다고 한다.그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진행은 주로 민간기업에서 암호화폐와 연관지어 행해진 ICO(코인공개) 형태가 다수였다. 이로 인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지금 정부가 나서서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직간접 지원을 함으로써 투명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큰 동력이 될 것으로 믿는다.최철용 브릿지블록체인연구소장

2019-05-02 14:58 최철용 브릿지블록체인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역주행 한국경제가 살 길

박종구 초당대 총장한국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깔렸다. 금년 1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보다 0.3% 감소했다. 2008년 4분기 이후 분기별 최저치다. 투자 수출 소비 모두 부진하다. 투자는 전기 대비 10.8%나 줄었다. 수출은 작년 12월 이래 5개월 연속 감소세다. 민간소비는 불과 0.1% 증가에 그쳤다.기업의 해외투자도 급속히 증가했다. 작년 해외직접투자는 478억 달러로 전년 대비 9.1% 늘어났다. 중소기업은 1년 만에 76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로 31.5% 급증했다. 지난 10년간 해외순투자는 2196억 달러에 달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업투자 신뢰가 되살아나야 성장 흐름의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에 따라 국내외 경제예측 기관은 앞다투어 금년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2.5%에서 2.3%로 하향했고 바클레이즈도 2.2%로 전망치를 내렸다. 일본의 노무라금융투자는 1.8%로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추었다. 한국경제를 보는 해외의 시각이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미국은 1분기 3.2% 성장해 전문가들의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무역수지 개선과 재고 증가가 성장률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 1~3월 미국경제는 월 18만명씩 일자리를 창출해 102개월째 고용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임금도 전년 대비 3.2% 상승했다. 트럼프 감세와 규제완화로 기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 고용과 투자 확대에 나서도록 유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의 친기업 정책이 기업의 야성적 충동을 자극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일본도 대졸자 취업률이 98%에 이른다. 생산인구 감소와 구인난에 대응하기 위해 34만명의 외국인을 받아들이도록 관련 법을 고쳤다.정부는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편성 등 경기대응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추경은 0.1%포인트 성장률 상승 효과에 불과하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성장률 쇼크를 대외 요인으로 돌려서는 곤란하다. 최저임금 인상과 친 노동정책이 투자부진을 가져왔다고 보아야 한다. 지난 12월 자영업자 폐업건수가 전년 대비 77% 급증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 작년 가구당 소비지출이 0.8% 감소했다. 기업이 인건비 싸고 규제가 적은 해외로 투자처를 옮김에 따라 심각한 ‘투자절벽’ 현상이 발생했다.친기업·친투자 정책을 통해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규제개혁으로 투자 마인드를 높여야 한다. 작년 하반기 음식점업 취업자수가 10만 4000명 줄고 제조업에서도 4만 4000명이 줄었다. 청년의 체감실업율은 25.1%나 된다. 작년 대졸 취업률은 62.8%로 2012년 68.1% 이후 계속 하락세다. 1분기 상장 기업의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40% 줄었다. 주력 업종인 전자·화학 분야의 실적 부진이 뚜렷하다.노동편향 정책과 대기업 사정이 기업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 32개 파견 업종 제한을 풀면 9만개 일자리가 창출된다. 원격 의료 등 보건 규제를 혁파하면 18~37만 개 일자리가 생긴다. 삼성전자는 최근 133조원을 투자해 43만개의 ‘세금내는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이 신명나게 투자하는 친기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 경기회복의 지름길이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9-05-01 14:53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나는 잘 모르는데요!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사례1)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부동산 값이 한창 올라갈 무렵 나의 집 주인은 갑자기 집을 비워달라 재촉했다. 전세 계약 기간이 아직 6개월이나 남았음에도 말이다. 직장 상사이기도 한 특별관계 때문에 저항없이 집을 비워줬다. 그 후 3개월이 지난 후 나는 집주인이자 상사에게 왜 그랬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아내가 하는 일이라서 나는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 몇억짜리 집을 파는데 그걸 모른다고?’ #사례2) 2019년 4월, 어느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재산이 약 42억원 가운데 83%인 35억원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주식은 남편이 한 것이라고 모른다고 했다. ‘15년간 30억원이 넘는 금액이 거래되는데 그걸 모른다고?’사례1~2에 해당되는 사람의 행동을 베네펙턴스 현상(beneffectance effect)이라고 한다. ‘사람이라면 스스로에게 자비심 선행을 느낀다’는 뜻의 심리학 용어다. 어떤 일이 성공하면 ‘다 내 덕분’이라며 공을 독차지하고 반대로 실패하면 스스로에게 자비를 베풀기 위해 잘못의 원인을 남에게 돌리는 말과 행동을 뜻한다. 오해는 말자. 집주인이나 헌법재판관 후보가 재산이 많다고 비하하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정치적으로 여당만의 문제도 아니다.베네펙턴스 일명 ‘남탓문화’가 습관으로 굳어지면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말로 밝혀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순간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특히 정치 고위직, 사회 유명인일 경우 이는 심각한 신뢰성 추락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습관적으로 남탓을 하다 보면 자신의 잘못을 인식조차 할 수 없는 인식장애에 이른다. 때문에 결점은 도덕적 일탈행위로 발전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다수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영어권에도 ‘서투른 목수가 연장 탓한다’(A bad workman always blames his tools)는 관용어가 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현상은 국제적인 문제다.다음의 글을 한번 읽어보라.▷ 나는 기독교인으로서의 기만과 거짓말의 희생자가 되지 않을 사명을 지닌다. 그리고 진실과 정의, 우리 민족의 투사가 돼야 할 사명을 지닌다.▷ 나는 여러분의 마음에 미움이 싹트지 않기를 바란다. 증오는 눈을 멀게 하고 사고를 편협하게 만들어 공정함을 빼앗기 때문이다.▷ 나의 가장 큰 바람은 여러분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부러워할 것이 없는 삶을 사는 것이다. 나의 가장 큰 기쁨은 여러분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며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힘차게 나아가는 것이다.이 메시지들은 대단히 도덕적이어서 감동을 준다. 그런데 과연 누가 이런 말을 했을까? 첫 번째는 히틀러, 두 번째는 사담 후세인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김정일이 한 말이다.위에 나열된 독재자들의 발언을 보면 알 수 있듯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좋은 사람인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이런 거짓말들을 깨닫지 못할 경우 그 속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우리 자신들이라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2019-04-29 14:54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아는 나라’들의 재회

경기대 교수. 글로벌경영평론가동네 골목에서나 쓰던 ‘아는 형님’이란 단어가 이젠 방송국 프로그램의 타이틀이 될 정도로 세상사에서 일정한 유효성을 띠는 단어로 들어오고 있다. 느슨하고 비일상적인 관계에서 굳이 연관성을 찾을 때 부르는 낮은 인간관계의 하나인 ‘아는 사이’는 정형화된 국제사회의 관계에서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등 서구국가들이 중심이 되어 세계주의의 가치관을 기반으로 국제사회를 하나로 묶으려고 시도한 많은 국제관계의 틀들이 적지 않았다. 교역문제에서는 우루과이라운드의 이행과 감시를 주요 기능으로 구축된 국제무역기구(WTO)의 출범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기존의 관세와 무역의 일반협정(GATT)를 대체해 1995년에 출범한 WTO는 다자간 무역협정의 시대를 열었다.그러나 요즘 글로벌사회의 지평은 이전의 역사적 연원에 기반한 국제관계들이 스멀스멀 되살아나는 양상들이 엿보인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영국연방 국가들이다. 무려 54개국에 이르는 영연방국가들은 그동안 2년에 한번 스포츠대회를 열 정도로 친선을 유지해 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자재생산에 의존한 경제성장에 어려움이 닥치자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등이 서로 협력관계를 강화하려는 여러 현상들이 엿보이고 있다. 영국 국방장관인 게빈 윌리엄스는 최근 공식석상에서 영국군이 인도, 태평양 등에 군사기지를 만들고, 영국해군 항모인 퀸엘리자베스를 지중해, 중동, 태평양 등에도 파견할 것이라 천명했다.북유럽에는 아주 오래된 상업도시들의 연맹이 있다. 14세기 중반부터 독일을 중심으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유럽국가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인근 상업도시간의 ‘한자동맹’(hanseatic league)이 그것이다. 한 때는 100개가 넘는 도시들이 가입해 서로 자유로운 무역을 발전시킨 상인도시 동맹이다. 그런데 러시아가 차지하고 있던 발트 3개국의 자유세계 귀환을 계기로 이들 한자동맹 도시간의 경제활동이 점차 활기를 찾고 있다. 특히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의 경제는 이 도시들의 관계가 살아나면서 지금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우리는 지금 전방위적으로 무역을 하는 나라이다. 최근 들어선 동남아, 러시아, 인도 등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의 높은 기술력과 가격경쟁력 등이 주효한 성과들이지만, 언제까지 우리에게 안방일 수만은 없다. 시간이 흐르고 더 기술과 지식의 격차가 좁혀지면 결국은 더 가까운 나라들이 소위 ‘이전부터 잘 아는 사이’에서 더 활발하게 경제교류를 해 갈 것이다.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교역국가를 가진 나라이다. 과연 우리가 세계를 보는 눈과 태도가 어떠해야 할까. 국내 헤게모니에 함몰된 정치, 계층 간 지역 간 갈등의 이슈가 가득한 사회 속에서 이젠 세대 간의 불편한 기류까지 그 국민감정 가지들의 갈래가 적지 않다.점점 소리 없이 근거리 국가 간에서 또는 역사의 뿌리에서 서로 더 친하게 지내려는 국제관계의 변화를 감지한다면, 온 인류가 소비자인 ‘수출 한국인’의 마음가짐은 세계인으로서의 책임감과 호방함과 유연함을 공고히 다져야 할 때이다.경기대 교수. 글로벌경영평론가

2019-04-28 16:17 경기대 교수. 글로벌경영평론가

[브릿지 칼럼] 오늘의 사건, 오늘의 아이디어

김시래 정보경영학 박사·트렌드라이터지난 주에 만난 한 디지털 게임 회사의 대표는 중학생을 인턴으로 채용하겠다고 했다. 대학생과 성인의 스마트폰 사용행태는 알겠는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중학생들의 이용 패턴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끝에 아들의 친구들에게 고액 알바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수긍이 가는 생각이 아닌가.‘옥토끼프로젝트’는 e커머스업체대표, 패션브랜드대표, 디자인회사대표, 외식업대표, 행사전문가등 5명이 10년간 공부해서 설립한 회사다.2017년 12월 ‘요괴라면’을 만들어 온라인으로만 팔았는데 출시 한달만에 7만개를 팔았다. 식품회사가 아니고 공장이 없으며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입점하지 않고 온라인 유통으로만 이 같은 성과를 냈다. 지난달엔 ‘고잉메리’라는 편의점을 서울 종로에 냈다. 커피와 라면, 만두와 스테이크, 칵테일과 와인까지 저렴하게 파는데 직장인들이 줄을 선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대기업의 협업 요청이 이어진다고 한다.‘오픈 갤러리’는 2013년 창업해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회사다. 이들은 그림을 빌려 준다. 인기작가의 원화그림을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작품 가격의 1~3%의 가격에 대여한다. 그림은 3개월마다 교체할 수 있다. 원래 컨설턴트였던 박의규 대표가 경영전략학회(SND)라는 대학생 동아리에서 미술 전문 큐레이터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이 인연이 되었다. 당시 친구의 전시를 보러 인사동 갤러리에 갔다가 길거리에는 사람이 넘쳐나는데 갤러리에는 사람이 없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최근에는TV가 꺼지면 화면에 그림이 전시되는 협업 아이디어도 삼성전자와 진행했다.미국 뉴욕주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보험사 ‘레모네이드(Lemonade)’는 계약에 90초가 걸리고 보험금 지급엔 3분이 걸린다. ‘마야’와 ‘짐’이라는 인공지능로봇이 덕분이다. 마야는 채팅창에서 몇 가지 질문을 통해 고객맞춤형 보험 상품을 제시하고, 짐은 청구 고객과의 화상 채팅을 통해 목소리와 행동 패턴을 분석해 청구 허위 여부를 가려내어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 인공지능 보험사 레모네이드는 투자업계의 ‘큰 손’ 손정의의 투자를 유치해서 그 가치를 더욱 키우고 있다.‘제고(Zego)’는 해리 프랭크(Harry Franks), 스텐 사르(Sten Saar), 스튜어트 켈리(Stuart Kelly)가 설립한 영국의 보험사인데 배달원을 위해 시간 단위로 보험을 제공한다. 우버(Uber) 등의 배달업체는 직원들의 상해 보험을 들어주지 않는다. 풀 타임 보험비용이 만만치 않은 때문이다. 제고는 이 문제를 해결했다. 파트타임이나 아르바이트로 잠깐 일하는 배달원이 배달 상품의 기업에 로그온하는 순간 보험 적용을 시작한 것이다. 제고의 공동창업자인 프랭크는 배달원의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생각해냈다.지금 언급한 이들의 공통점을 상기해보라. 속도가 생명인 세상이다. 혁신 기업의 아이디어는 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이종 결합이 시너지를 내어 혁신적인 파생상품을 탄생시킨다.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 트렌드가 책 속에 있을 리 없다. ‘다문다독다상량(多聞多讀多商量)’, 즉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것이 지나치면 관념이나 답습이 된다. 지금 밖으로 나가 별종의 사람들을 만나라. 그 방면의 젊은 영건들이라면 더 좋다.김시래 정보경영학 박사·트렌드라이터

2019-04-25 14:29 김시래 정보경영학 박사·트렌드라이터

[브릿지 칼럼] '지방 버팀목' 중소건설업 살리자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최근 국내 경기 위축과 일자리 정책 추진 성과의 미흡으로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정부와 국회 모두 공유하는 분위기다. 지난 1월 지역균형발전 프로젝트 발표에 이어 4월 생활형 SOC 3개년 계획도 발표되었다. 최근 국내경제를 감안할 때 반가운 일이다.그러나, 지역경제에 대한 실제적인 대응 움직임은 거의 없다. 지역민들이 체감하는 현재의 지역경제상황은 한마디로 암울 그 자체이다. 고용 악화, 내수 침체가 지역 주요 산업의 위축으로 연결되고, 다시 소비 및 생산활동을 침체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매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내놓던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도 문재인 정부시기에는 뚜렷한 정책방향이 제시되지도 못했다. 사실상 지자체에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일임하고 있는 양상이다.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지역 중소건설업의 위축은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마다 지역 내 중소건설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건설정책 및 제도들에 대해 검토하고 있으나, 실제로 지자체의 재정여건이 취약한 상황 하에서 중소건설업 물량 확대가 이루어질 수 없어 중소건설업의 여건은 좀처럼 나아지고 있지 않다.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중소건설업 관련 대책이 필수적인데, 요 몇 년 사이 국토교통부 등 정부의 건설산업 내의 건설정책 및 제도, 건설시장 활성화 관련 논의에서도 중소건설업 관련 이슈가 크게 고려되고 있지 않아 우려가 된다. 실제로 건설산업 활성화 대책이 논의될 때 마다 항상 중요하게 고려되던 중소건설업 대책도 최근 몇 년 동안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또한, 개별적인 건설산업 내 제도 개선에 있어서도 중소건설기업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주지하다시피 중소건설업이 2013년 기준으로 중소기업법 상 우리나라 전체 건설기업 중 약 99%가 중소건설기업이고, 전체 건설업 종사자의 70% 가까이가 중소건설기업에 종사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도 매출액 기준으로는 약 55%, 부가가치생산액 기준으로는 약 61%를 차지한다.최근 국내외 경제의 불안정성 증가와 지역경제의 침체 등을 고려할 때, 중소건설업의 심각한 위기 상황에 대한 극복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중소건설업 활성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정책은 중소건설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물량 확보다. 혼잡도로 정비 및 노후 라이프-라인의 성능 개선 등 생활형 SOC, 소규모 구도심 개발 및 노후 공공 및 사회복지시설 정비 및 지역단위 방재시설 확충 등 지역민의 수요가 많은 중소규모의 건설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이와 함께 고려해야 할 정책으로 중소건설업이 국가와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경쟁력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향후 건설시장의 변화에 맞춘 중소건설기업의 기술, 사업개발 및 기획력, 경영관리 등 실질적인 경쟁력 제고를 지원하는 방향의 정책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미래 수요가 큰 중소형 건설사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과 사업관리역량을 중소건설기업이 조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간접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2019-04-24 15:24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브릿지 칼럼] 기술혁명과 노인 일자리

이민환 인하대 교수얼마 전 근무하는 학교에서 주차관리 시스템을 무인시스템으로 바꾼다는 메일이 왔다. 이미 몇 년 전에 번호판으로 차량의 입출을 인식하는 시스템이 도입된 것을 생각하면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운전자의 막무가내 주장을 다 받아주시던 아저씨를 더 이상 뵐 수 없다는 생각에 서글퍼지기까지 한다.돌이켜보면 학교 경비아저씨들이 브랜드를 내세운 대기업의 보안서비스회사로 대체된 지도 벌써 몇 년이 흘렀고,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도 주민들의 관리비 절감을 이유로 무인시스템으로 바뀌어 할아버지들의 낯익은 인사 대신 스피커에서 나오는 보안직원의 목소리가 점점 친숙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기술혁명의 진전에 따라 비전문가 혹은 비숙련가를 기계가 대체하기 때문이다.물론 산업화가 반드시 일자리를 감소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은 과거 여러 차례의 산업혁명을 통해 검증됐다. 그러나 이러한 일자리창출은 새로운 분야 및 전문가들의 일자리에 한정된다. 일자리를 박탈당한 비전문가 또는 비숙련가는 대부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저임금을 감수하고서라도 일자리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고령자층이 대부분이다.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고용률은 30.9%를 기록해 OECD 국가 중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반면 종사직종은 농·어·축산업종사자가 25.2%, 단순노무종사자가 21%, 서비스·판매종사자가 20.7%에 달해 60% 이상이 단순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이처럼 노인층이 단순한 저임금 업무를 마다하지 않고 취업전선에 나서는 것은 현재의 연금수급액이 최저생계에 크게 못 미쳐 이를 가지고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서다. 2018년 노령연금의 1인당 평균수급액은 39만원에 불과하며 1인당 생계비가 약 175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노인들이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자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노인 일자리부족의 문제를 인식한 정부는 이미 2004년부터 노인 일자리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고 수당도 낮아 노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AI를 비롯한 기술혁명은 전문기술직 수요는 증가시키는 한편 단순노동직은 자동화에 의해 대체될 것으로 보여 노인들의 생계형 일자리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기술혁신에 의해 기존의 일자리가 기계 등으로 대체되고 이러한 기술혁신에 따라 새로운 전문일자리가 창출된다 하더라도 비숙련 고령자가 일을 구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면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첫째는 고령자에 대한 ICT 교육 등 연령에 관계없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통해 노동시장의 변화에 적응토록 하는 것이다.둘째, 노인 고용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에도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고용지원금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나 그 액수가 너무 낮고 기간도 제한이 있어 고용주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 따라서 기계화 등에 따른 추가비용이 고령자 고용에 따른 비용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현재와 같은 고령자를 기계가 대체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이민환 인하대 교수

2019-04-22 14:48 이민환 인하대 교수

[브릿지 칼럼] "철강기업에서 일 할래?"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취업을 앞둔 대학생에게 진로를 물었다. “IT산업을 선호한다”고 잘라 말한다. 철강 산업의 운을 띄우자 “왜 철강 산업이냐”는 핀잔의 눈빛이다. 30여년을 철강 산업에 종사했다고 두둔하는 건 아니다.철강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왜곡됐다. 사양 산업도 아니며, 환경오염의 주범도 아니다. 친환경 산업으로 가기 위한 노력은 그 어느 산업보다 재빠르다. 오해는 철강공장의 높은 굴뚝에서 시작된다. 코크스를 태우거나 연기가 날리는 현상 때문이다. 최근에 철강 공장을 견학해 본 사람들은 다르다. “설비는 웅장한데 근무자는 모두 어디 있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한다. 일은 IT화된 컨트롤 룸에서 이뤄진다. 1980~90년대에 2000~3000명이 근무했다면 지금은 불과 1000여명 안팎이 모든 공정을 소화한다.포스코와 현대제철, 그리고 전기로메이커나 냉연메이커의 공장들도 모두 최신 설비를 갖췄다. 이 공장들은 전 세계 철강기업들을 압도한다. 한국 철강 산업이 전 세계 1위의 경쟁력을 놓치지 않는 것은 설비 투자와 종사원들의 끊임없는 노력 덕택이다.철강 산업의 사양화를 일컫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국내는 내수 시장의 볼륨이 크지 않는 가운데서도 잘 성장해왔다. 70~80년대에 철도, 고속도로를 비롯한 국가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도 국내 철강 산업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수출주도형이었다.좁은 땅이지만 육지와 섬을 잇는 가교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었다. 지하철이 사통팔달로 연결되고, 지방 곳곳에 땅속의 도시를 구축한 나라는 드물다. 이 과정은 철강을 중심으로 한 순환 고리를 형성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이젠 철강 수요가 많은 일은 끝났다”는 지적도 천만의 말씀이다. 땅속으로 얼마든지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목포에서 제주도까지 지하에 길을 낸다면 그 기초는 철강이 도맡는다.“수출 가격이 원가를 조금 넘는 수준만 되면 지장이 없다. 최고의 내수 시장이 견지되고, 제품 규격화가 선행된다면 해외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다.” 카네기가 주장한 ‘잉여의 법칙’이다. 이 말은 미국의 철강제품 보호정책과 비슷하다. 수요가 많든 적든 철강 산업은 지속된다.50~60년 동안 우수한 인력을 양성한 한국의 철강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선택이 중요하다. 철강이 버텨야 연관 산업이 산다. 철강이 사양 산업이 아니라는 증거는 자동차 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더욱이 철강 수요가 높은 자동차 산업은 수요가 밝다. 동남아 국가들의 중산층 증가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스피드의 매력에 빠져 있다. 용품 이동의 스피드뿐만 아니라 부의 상징과 같은 자동차의 매력 때문에 얼마 안가 1인 1승용차 시대가 올 것이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포스코를 비롯한 한국의 철강기업들이 동남아 국가에 현지회사와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이런 연유이다. 철강의 꽃을 타국 철강선수(?)들에게 넘겨 줄 것인가. 그것은 청년들에게 달려있다. 그들이 가장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선배들이 다져놓은 ‘철강이란 이름의 아스팔트’ 위를 마음껏 달려가는 청년들을 만나고 싶다.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2019-04-21 14:47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브릿지 칼럼] 김우중과 조양호…두 경영자에 대한 단상

김우일 대우Mamp;A 대표한진그룹을 선대로부터 물려받아 나름대로 기업확장에 기여가 컸던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망하기 전 처했던 상황은 우리 기업 경영과 관련해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한다.경영에 참여했던 두 딸의 갑질, 배우자의 기상천외한 갑질 등으로 가족들이 재판정에 서게되고 본인도 횡령, 배임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은 그에게 상당한 압박이 됐을 것이다.이런 가운데 더욱이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미증유의 일대파란이 발생했다. 실질적인 총수인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이사 연임안건이 부결되어 물러나게 된 것이다.아무리 총수라도 기업가치 훼손을 초래했다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주주들의 잠재적인 의견이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다.그동안 연금 및 기관투자가들은 대주주이면서도 ‘주총거수기’라는 오명하에 재벌총수들의 경영권 보장에 동참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수탁자책임원칙이라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주주권행사로 재벌총수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주주혁명이 시작된 것이다.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가 근무했던 대우그룹의 김우중 전 회장과 이번에 물러난 고 조양호 회장의 사례를 비교해보면 시대가 크게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세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김우중 회장은 지분을 거의 보유하지 않고 대우그룹을 경영했다.1990년대 노태우정부가 들어서자 재벌들을 길들이기 위해 비업무용부동산 매각을 독촉하고 주식분산우량업체 특혜라는 기상천외한 제도를 시행했다. 재벌총수가 가진 그룹에 대한 주주지분을 8% 이하로 감축하면 이자감면, 대출확대, 신규사업진출에 대한 특혜를 부여했다. 일종의 당근을 주며 재벌총수들의 지분을 없애기 위한 술책이었다.당시 신규사업의 확대가 절실했던 대우그룹은 김우중 회장의 지분을 거의 다 대우재단에 넘기거나 혹은 매각하여 주식분산우량업체라는 지위를 인정받았다. 지주회사사격인 ㈜대우에 대우재단 5%라는 우호세력이 전부였다. 반면 다른 재벌총수들은 대부분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년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규모기업집단을 신고할 때 대우그룹을 지배하는 총수가 누구냐 하는 것이 논란이 됐다.다른 재벌은 대주주지분율에 따라 동일인이 지배하는 근거를 세웠지만 대우그룹은 총수의 지배근거가 없었다. 이때 만들어진 근거가 바로 전문경영인으로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자를 사실상 지배하는 자로 인정하였던 것이다.필자가 근무하던 구조조정본부에서는 이 점이 주주총회시즌만 되면 가장 두통거리였다. 과연 우호세력이 전무한 주주총회에서 총수로서 연임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혹시나 반대세력에 의해 연임이 좌절되면 그야말로 대우그룹의 오너십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그렇기에 김우중 회장은 가족, 친지들의 경영참여를 극히 금지했고 ‘워커홀릭’이라는 평판을 받으며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 여론형성을 더욱 경계했다. 오로지 경영에 대한 열정과 능력에 대한 평판으로 주주총회에서 오너십에 대한 인정을 받았고, 또 대우가 지나친 확장경영으로 부실에 처하자 물러나게 됐다.결국 경영권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총수나 경영자가 검증된 경영실적과 능력, 자질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불어 연·기금 같은 기관투자자들을 권력으로부터 철저히 독립시켜 오로지 총수의 경영능력과 실적을 평가하는 데 다른 판단이 개입할 여지를 없애야 할 것이다.김우일 대우MA 대표

2019-04-19 06:30 김우일 대우M&A 대표

[브릿지 칼럼] 이륜차를 달리게 하자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최근 자동차는 단순 이동수단이 아니라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개념이 바뀌고 있다. 또 친환경과 자율주행, 공유경제 등 4차 산업혁명의 요소가 모두 가미되는 융합제품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관련 법·제도의 개선도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자동차의 범주에 속하면서 가장 낙후되고 외면 당하는 분야가 바로 이륜차다. 사용신고제도, 정비제도, 보험제도, 관리제도, 검사제도, 폐차제도 등 어느 하나 성한 곳이 없을 정도다. 실제로 사고가 나면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구조로 이뤄져 있으며, 말소신고만 하면 폐이륜차를 산이나 강에다 버려도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태다.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같은 동남아의 이륜차 제도와 문화는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 가장 큰 책임은 정부와 국회에 있다. 인기 있는 분야가 아니다 보니 국회에서는 관련 정책 세미나를 여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으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아예 이륜차 이슈를 방치해 놓은 상황이다.국내 이륜차 메이커 두 곳은 대부분의 시설을 중국으로 옮겨 형태만 남아있다. 일부 고가 프리미엄 모터사이클만 동호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시장규모도 예전의 30% 수준으로 전락했다.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유일하게 자동차 전용도로나 고속도로에 이륜차가 진입하지 못한다. 고배기량을 선정해 자동차 등록제로 바꾸고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라고 재촉했지만 국토교통부 및 경찰청 누구도 시범 도입조차 하지 않고 있다. 단속과 규제만 있다 보니 이륜차들이 인도로 올라오는 후진적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대만의 좌회전 전용박스나 이륜차 전용 정지선 도입 등 충분히 해볼 만한 시스템도 모른척 외면하고 있다.작년 국토교통부의 이륜차 정책 연구는 50억원이 넘는 규모로 3년간 진행됐지만 제대로 된 보고서 하나 나오지 않았다. 아까운 혈세만 낭비됐다.이륜차 문제 해결은 첫 단추를 제대로 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먼저 자동차 관리법에서 이륜차를 분리해 ‘이륜차 관리법’(가칭)을 두고 별도 관리해야 한다. 현재 자동차 관리법의 이륜차 항목은 국토교통부 담당 공무원들조차도 모르는 영역으로 남아있다. 여기에 최근 바퀴가 두 개가 아닌 여러 개로 이뤄진 이륜차가 등장하고 있고, 전기이륜차 등 퍼스널 모빌리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만큼 이륜차 개념에 대한 재정리가 시급하다.이륜차를 분리해 관리법 개념으로 단독 정리하면 각종 문제점들을 함께 정리하는 시도가 가능하다. 새로운 개념을 추가해 별도 관리한다면 국토교통부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기존 법 체계에 대한 관리 부실로 욕을 먹을 바에는 아예 별도로 관리해 빠른 정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국토교통부 소관으로 두기 싫으면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이관하는 것도 방법이다.이제는 이륜차 산업이나 문화에 관심을 둬야 한다. 퍼스널 모빌리티의 친환경이라는 강점이 선진국에서는 확실하게 역할을 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제대로 된 이륜차 시스템을 갖추자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의 제대로 된 인식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촉구한다. 언제까지 내버려 둘 것인가.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2019-04-17 16:39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브릿지 칼럼] 은퇴할 때 후회하는 것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얼마 전 태영호 전 북한 외교관이 쓴 칼럼을 읽었다. 한국에 와서 놀란 것 중의 하나가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이었단다. 유럽의 여러 휴게소도 가보았지만, 우리처럼 청결하고 시설이 좋은 곳은 못봤단다. 특히 화장실 벽에 붙여 놓은 기지 넘치는 문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다. 필자도 최근 요양병원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기 위해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하는데, 경부선 상행, 신탄진 휴게소 화장실에 부착된 미국의 가수 겸 코미디 배우인 에디 캔터의 명언이 마음에 와닿았다.‘속도를 줄이고 인생을 즐겨라. 너무 빨리 가다 보면 놓치는 것은 주위 경관뿐이 아니다. 어디로, 왜 가는지도 모르게 된다’.그렇다. 고속도로에서 자동차의 속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시야는 좁아져 전방만 주시하게 된다. 주변 경관은 고사하고 어디로, 왜 가는지도 모르고, 오로지 핸들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특히 그렇게 살았다. 새벽에 일어나면 출근하기에 바빴고 밤늦게까지 일하며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 가족이나 자신의 삶보다도 직장이 우선이었고, 일을 더 중시하였다. 돈 벌고 인정받고 출세해야 한다는 성공 신화에 홀려 얼마나 빨리 혹은 더 많은 것을 이루기에만 급급했다. 자신이 어디쯤 와 있으며,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옳은 길인지,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길인지는 생각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인생이란 여행은 달리기 경주가 아니다. 일찍 도착한다고 좋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죽음밖에 없다. 인생의 의미를 느끼면서 여행하는 순간순간을 즐겨야 한다. 때로는 쉬면서 성찰하는 시간도 가지면서 말이다.빨리 달린 덕분에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지만 소중한 것들을 많이 잃었다. 은퇴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호남대 한혜경 교수는 1000여 명에 달하는 은퇴자들을 면담 한 후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들이 성공신화에 빠져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것들이 바로 돈이나 출세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내용의 이 책에는 후회를 크게 네 가지로 분류했다.첫째가 너무 일밖에 몰랐다는 사실이다. 일에 짓눌려 악기 하나 다룰 줄 모르고, 변변한 취미 하나 없음을 아쉬워했다. 두 번째는 자기 자신을 너무 함부로 대했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멋과 매력으로 살아보기는커녕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을 힐책하기 일쑤였고, 일벌레로 살다 보니 건강도 해쳤다. 세 번째가 자신과 가족 간의 간격이 이렇게도 넓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돈만 벌어주면 가장의 책무를 다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챙기지 못한 불찰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인생을 위하여 사전에 은퇴 준비를 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100세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생 선배들의 솔직한 고백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빨리 가다 놓쳐버린 소중한 가치를 되찾기 위해선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속도를 줄이고 살아봄은 어떨까? 인생 2막에선 고속도로보다는 아무래도 국도로 가는 여행이 제격이다. 필자는 여행을 떠날 때 굳이 목적지에 일찍 도착할 필요가 없다면 국도를 이용한다. 좀 더 다채로운 풍광을 즐기며 가는 여정에서 인생을 만끽하는 소소한 감동과 추억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2019-04-15 15:35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도요타와 덴소의 '공정한 상생'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대기업 근무 3년차의 엘리트 사원 김대리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팀장에게 입을 열었다.“팀장님, 이번에는 X부품의 납품을 A기업으로 바꿔야 하겠습니다. 그동안 항상 골칫거리 아니었습니까? A기업의 부품은 품질과 가격 모든 면에서 최상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팀장님, 이번에 상부의 결재를 받아 나가셨으면 합니다. 저도 힘껏 뛰겠습니다.”하지만 팀장은 입맛을 다시며 난색을 표했다.“김대리, 자네의 충정은 잘 알겠네. 하지만 지금까지 납품하는 업체의 사장은 창업자인 전 회장님의 조카라는 것쯤은 알고 있지 않나? 음, 음, 그런대로 덮어두게나.”오래 전부터 있음직한 팀장과 젊은 사원이 나누는 대화의 한 장면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아예 부딪히지도 않는 것 같다. 모두 눈치가 빠르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의 대기업에서 족벌기업에 하도급을 몰아주는 것, 이른바 ‘족벌하청’에 대해 웬만한 월급쟁이 CEO도 가타부타할 처지가 못 되는 게 현실이다.그래서 젊은 직원들을 향해 창조적이고 도전적이 되라고 떠드는 것이 허황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다. 창조와 도전은 순전히 대외선전용일 때가 많다. 젊은이들은 묵묵히 고개 숙인 채 일하는 척하고 있을 뿐이다. 윤리경영을 직원들에게는 외치면서 회사차원에서는 투명경영을 하지 않은 경우도 왕왕 있다. 비자금, 분식회계 등으로 매번 검찰에 오가는 대기업의 CEO들을 보면 젊은이들을 보기에 민망하기까지 하다.또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등도 사실 어제만의 일이 아니다. 일감 몰아주기는 물론 재료비 인상 명목의 지원에서부터 납품대금 결제방식 변경, 고가의 수의 계약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오너가의 호주머니만 채우는 계열사를 지원한다.그래서 이른바 ‘족벌하청’ 척결과 ‘일감 몰아주기’ 극복이 정부의 지원에 앞서 스스로 살 길을 찾는 건강하고 공정한 경쟁시스템의 정착이 먼저다. 이게 공정경제의 한 모습이다. 그래야 ‘시장’이 원만하게 작동한다. 도요타 렉서스의 요시다 모리타카 수석 엔지니어는 부품업체와의 관례를 이렇게 정리했다.“부품업체에 1000엔짜리 부품을 800엔에 만들어 오라고 말하는 것은 원가절감이 아니다. 적정 대가를 주고 부품 수를 줄일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부품업체 이익을 완성차 회사가 빼앗는 것이다”오늘의 도요타가 우뚝 선 배경에는 덴소라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부품 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덴소는 GM의 델파이, 포드의 비스테온, 독일의 보쉬와 같은 도요타의 부품기업이다.도요타 자동차를 뜯어보면 덴소부품 비율이 20% 이상이다. PC에 ‘인텔 인사이드’ 마크가 붙어 있는 것처럼 도요타 자동차에는 ‘덴소 인사이드’ 마크를 붙일 만하다. 하지만 덴소의 매출을 보면 도요타 비중은 절반 정도다. 나머지는 도요타의 경쟁사인 혼다, 스즈키, 미츠비시다. 이처럼 덴소는 자주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경청해야할 메시지다.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상생하려면 젊은이들의 순수한 열정이 받아들여지는 당당하고 창조적인 기업문화가 자리 잡혀야 한다.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19-04-14 14:08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한국화'의 유령이 왔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한때 한국은 경제발전론의 모범사례였다. ‘한강의 기적’, ‘아시아의 4마리 용’이라 불리며 독보적인 성공모델을 구축했었다. 화려한 과거였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지금도 저개발국가에선 한국모델 따라하기가 적잖다. 한국이 일본을 벤치마킹한 것과 같다. 각고의 경제추격이 한국의 오늘을 만들었다. 다만 현시점에서 저개발국가는 심히 혼란스럽다. 잘나가던 한국이 지금은 요철천지인 까닭이다. 좇아야할지 말아야할지 헷갈린다. 지금 저개발국가들이 한국사회에 떠도는 성장이후의 갖가지 갈등이라는 유령에 주목하는 이유다. 저개발국가가 염려하는 유령은 ‘한국화(Koreanization)’로 요약된다. 경제체력을 필두로 제도환경, 산업구조, 성장비중 등 사회·경제측면을 봤을 때 이들의 미래가 성장을 얼추 끝낸 일본일 여지는 거의 없다. 대신 낮은 대외신인도와 높은 수출의존도, 취약한 통화신뢰성 등에 직면한 한국사례와 더 맞다. 한국경제가 직면한 ‘지지부진’의 배경들이다. 따라서 한국이 저개발국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지 반면교사가 될지는 한국에 달렸다. 어떤 처방이냐에 따라 승패는 엇갈린다. 인구문제 등 전대미문의 한국화를 극복하면 성공모델로 남겠지만, 탁상공론만 반복하면 실패의 교훈일 게 확실시된다.한국화는 일본화(Japanization)에서 비롯된다. 일본화란 고도성장이 끝난 이후에 시작된 장기·복합불황을 말한다. 저성장·저물가·저금리·저고용 등 ‘저(低)의 공포’다. 무기력한 한국도 일본경로를 밟을 것이란 염려와 함께 자주 거론되는 키워드다. 한국화란 일본화에 한국적 취약성을 덧댄 의미다. 성장·인구·재정악재가 엇비슷해 보여도 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과 한참 모자란 한국은 다를 수밖에 없어서다. 일본조차 꽤 힘들었는데, 취약·의존성이 높은 한국은 불문가지라는 문제제기다.한국화의 염려는 관념적이지 않다. 벌써 한국사회는 ‘저’(低)의 공포로 들어갔다. 성장은 꺾였고 실업은 일상사다. 와중에 집값 폭등은 스태그플레이션마저 떠올리게 한다. 그나마 수출지지로 버텨내지만, 내수경기는 얼어붙은 지 오래다. 충격완화의 안전판조차 빈약한데 수출마저 악화되면 살얼음판이 따로 없다. 한국화는 다양하다. 확인된 병명도 있고, 아직은 아니나 고질병으로 전이될 잠재적인 생채기도 많다. 그 원인도 복잡다단하다. 수면아래의 미시적인 수백·수천 개 톱니바퀴 모두가 한국화의 원인이자 결과다. 성장 때는 호재였으나 지금은 악재인 상황반전이 적잖다. 예전의 성공경험이 지금은 실패확률을 높이는 악재로 둔갑했다.한국화의 유령은 실존한다. 기업·정부·가계 등을 감싸는 수많은 현실압박에서 모습은 다를지언정 유사논리의 한국화가 확인된다. 세대별로 나눠 삶의 현장에 끌어내리면 한국화의 이해는 한층 와닿는다. 청년은 교육·취업·연애·결혼·출산 등으로 피폐한 삶을 설명한다. 중·장년은 해고·야근·창업·집값·자녀 등의 단어로 절망을 읊조린다. 노인은 연금·의료·간병·독거·무직 등의 단어로 과락점수를 부여한다. 실존하는 유령을 부인해선 곤란하다. 유령과 함께 살기란 어렵다. 어떤 대응이든 유령은 이 사회에서 추방·제거하는 게 옳다. 결국 문제는 의지와 방법이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9-04-11 15:22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