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홈쇼핑의 막장 엔드게임, 솜방망이 처벌?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입력일 2019-05-06 15:38 수정일 2019-05-06 15:39 발행일 2019-05-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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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3종 세트, 5종 세트… 매진 임박합니다!!”

쇼핑호스트들이 전투적으로 외치는 다급한 목소리에 TV 리모콘을 쥔 주부님들의 손가락은 더 긴박하게 돌아간다. 1990년대 중반, 케이블TV의 등장과 함께 열린 홈쇼핑 시장은 30년 가까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각종 유통채널의 다변화에 대응해 모바일을 강화하고 음성 주문에 AI시스템까지 동원하는 홈쇼핑의 악전고투는 ‘어벤저스’의 엔드게임만큼이나 필사적이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에도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각종 비리들은 홈쇼핑의 엔드게임을 막장으로 몰아 가고 있다. 다소 밋밋하고 평면적인 인터넷쇼핑몰, 오프라인의 홍보와 비교할 때 TV홈쇼핑은 현란한 연출과 직접적인 전달기술에 힘입어 시청자에 대한 장악력, 파급효과가 훨씬 더 크다. 이에 각종 허위, 과장 광고나 기타 방송사고에 대한 당국의 엄격한 감독과 제재가 절실하다. 하지만 그러한 제어장치를 비웃는 듯 최근 홈쇼핑 채널이 막장으로 펼치는 꼼수 사례들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몰염치해지고 있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방심위)는 안마의자 렌탈 방송에서 해당 상품이 아동·청소년의 키를 크게 하는 것처럼 오인케 하는 내용을 내보낸 모 쇼핑채널에 제재를 내린바 있다. “적절한 마사지를 못하게 되어 아이들이 자라는 데 있어서 억울한 일이 생기면 안 되잖아요. 우리 아이들이 정말 잘 자랄 수 있게끔 안마의자에 기능을 넣었다”는 자극적인 표현에 쇼호스트의 자녀가 안마기 사용으로 키가 컸다는 멘트를 더하는 데다 관련 사진과 나이, 키까지 자막으로 처리했다. 이에 넘어가지 않을 엄마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 엄연히 라이선스 제품임에도 쇼호스트는 “50년 넘는 역사에 백화점 입점 브랜드”라고 설명하면 시청자들은 해당 제품을 상표권자가 직접 제작한 정품으로 오인하게 되므로 그 징계도 불가피하다.

공영적인 순기능을 내세우며 출발한 공영홈쇼핑은 어느 제품의 판매방송이 마지막 방송이라 강조해놓고 재방송을 통해 다시 판매하는 수법까지 동원한다. 급기야 방송 송출이 장시간 중단되는 초유의 대형 방송사고를 치기도 했다. 비포-에프터 비교를 포함한 타제품과의 비교표시 광고는 극명한 대비효과 때문에 홈쇼핑도 규제를 받는다. 관련 심의 규정은 ‘상품 사용 전·후의 비교화면을 방송할 때에는 조명, 사용자의 위치, 각도 등을 동일하게 해야 하며 지나치게 차이나도록 사용 전·후 화면을 사용해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지만 제품 사용 전·후 모습을 비교할 때 동일한 조건으로 처리하지 않는 거짓광고도 자주 지적된다.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홈쇼핑채널의 무리수에 대응해 방심위도 결코 물흐르듯 넘어가지 않는다. 송이버섯 원료 화장품 사례의 경우 방심위가 7~8차례에 걸친 세밀하고 집요한 심의 끝에 해당 방송에서 SCI급 논문을 엉터리로 활용했다는 사실까지 밝혀내 엄중한 제재 철퇴를 내린 바 있다. 저명한 학술지까지 들먹이는 막장 야바위에 깜빡 속아넘어갈 뻔했던 시청자 입장에서는 방심위의 끈기, 오기, 필살기가 한없이 고마울 뿐이다.

방심위의 제재가 내려지면 채널 재승인 심사에서 감점(주의 1점, 경고 2점, 징계 4점, 과징금 10점)된다. 하지만 징계나 과징금까지 부과되는 경우는 거의 없이 솜방망이 처벌만 되풀이 되고 있다. 죄없는 시청자를 구하기 위해 홈쇼핑의 초막장 엔드게임에는 초강수 처벌의 엔드게임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