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자동차산업 고용빙하기 온다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입력일 2019-05-12 14:50 수정일 2019-05-12 14:52 발행일 2019-05-13 23면
인쇄아이콘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한국경제를 이끌어 왔던 제조업이 큰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조선 분야가 전 세계적인 과잉투자, 물량부족, 후발국 진입 등의 이유로 힘들어졌다. 지금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관련 도시들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철강, 자동차도 점차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고용과 지속 성장이 우려된다.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4차 산업혁명은 점점 더 가속화 될 것이다. 자동차는 향후 2025~2030년 사이에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이 20∼40%에 이를 전망이다. 전기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 자동차 산업구조가 본격적으로 바뀌게 된다. 산업 지형이 달라진다. 지금의 완성차는 내연기관과 트랜미션을 주요 부품으로 가지고 있다. 이 부품에 관련되는 원가 비중이 높다. 종사하는 인원도 많다. 만일 전기차로 바뀌면 엔진과 미션이 없어지므로, 대대적인 회사 개편이 필요하다. 회사 규모는 대폭 축소된다.

전기자동차는 구조가 간단해 신규 진입이 쉽다. 중소기업에서도 자동차의 캐빈과 바디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이다. 경쟁은 가속화된다. 대규모의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는 기존 자동차회사는 빙하기를 맞은 공룡과 같이 먹이가 부족해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 자동차 회사는 이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도 전기자동차로 사업 전환를 주장하는 그룹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시장 전망과 무관하게 기득권 유지를 위해 엄청난 사내 정치가 벌어지고 있다.

자동차 부품 수가 줄어들면 납품업체도 영향을 받는다. 엔진과 미션에 필요한 부품이 필요하지 않다. 기존 부품업계는 대거 문을 닫아야 한다. 모두가 이런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심정적으로는 외면하고 싶지만 엄연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전기자동차가 사용하는 에너지원도 확보해야 한다. 지금의 자동차는 엔진에서 기름을 연소시켜 추진력을 얻는다. 그렇지만 전기차는 모터를 이용해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사용한다. 전기차 수가 많지 않은 경우 전기 수요는 큰 문제가 안된다. 그러나 전기차 점유율이 20%를 넘기면 문제가 일어난다. 2030년까지 전기차가 100만대 사용된다는 것을 전제로 전력을 20% 더 많이 생산하는 방안을 정책 기조로 잡고 있다.

하지만 이는 수정이 필요하다. 전기차의 보급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030년에 전기차 비중이 30%라고 한다면, 500만대를 웃돌게 된다. 급격한 전력수요로 전기가 모자라 블랙아웃 가능성도 있다. 발전소 건설에는 2∼5년의 시간이 걸린다. 미리 대비해야 한다.

전기자동차의 보급으로 자동차 및 부품 회사의 고용이 줄어든다. 경제 및 산업 운용에 큰 어려움을 주게 된다. 자율주행 자동차도 비슷한 시기에 상용화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일반인들의 편의성은 높아지지만 수백만명의 전업 운전자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게 된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공장에서도 자동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 스마트공장도 빨리 진행되고 있다. 10년후 미래에 예상되는 급격한 변화와 대규모 실업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