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철강기업에서 일 할래?"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입력일 2019-04-21 14:47 수정일 2019-04-21 14:49 발행일 2019-04-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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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취업을 앞둔 대학생에게 진로를 물었다. “IT산업을 선호한다”고 잘라 말한다. 철강 산업의 운을 띄우자 “왜 철강 산업이냐”는 핀잔의 눈빛이다. 30여년을 철강 산업에 종사했다고 두둔하는 건 아니다.

철강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왜곡됐다. 사양 산업도 아니며, 환경오염의 주범도 아니다. 친환경 산업으로 가기 위한 노력은 그 어느 산업보다 재빠르다. 오해는 철강공장의 높은 굴뚝에서 시작된다. 코크스를 태우거나 연기가 날리는 현상 때문이다. 최근에 철강 공장을 견학해 본 사람들은 다르다. “설비는 웅장한데 근무자는 모두 어디 있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한다. 일은 IT화된 컨트롤 룸에서 이뤄진다. 1980~90년대에 2000~3000명이 근무했다면 지금은 불과 1000여명 안팎이 모든 공정을 소화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그리고 전기로메이커나 냉연메이커의 공장들도 모두 최신 설비를 갖췄다. 이 공장들은 전 세계 철강기업들을 압도한다. 한국 철강 산업이 전 세계 1위의 경쟁력을 놓치지 않는 것은 설비 투자와 종사원들의 끊임없는 노력 덕택이다.

철강 산업의 사양화를 일컫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국내는 내수 시장의 볼륨이 크지 않는 가운데서도 잘 성장해왔다. 70~80년대에 철도, 고속도로를 비롯한 국가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도 국내 철강 산업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수출주도형이었다.

좁은 땅이지만 육지와 섬을 잇는 가교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었다. 지하철이 사통팔달로 연결되고, 지방 곳곳에 땅속의 도시를 구축한 나라는 드물다. 이 과정은 철강을 중심으로 한 순환 고리를 형성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젠 철강 수요가 많은 일은 끝났다”는 지적도 천만의 말씀이다. 땅속으로 얼마든지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목포에서 제주도까지 지하에 길을 낸다면 그 기초는 철강이 도맡는다.

“수출 가격이 원가를 조금 넘는 수준만 되면 지장이 없다. 최고의 내수 시장이 견지되고, 제품 규격화가 선행된다면 해외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다.” 카네기가 주장한 ‘잉여의 법칙’이다. 이 말은 미국의 철강제품 보호정책과 비슷하다. 수요가 많든 적든 철강 산업은 지속된다.

50~60년 동안 우수한 인력을 양성한 한국의 철강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선택이 중요하다. 철강이 버텨야 연관 산업이 산다. 철강이 사양 산업이 아니라는 증거는 자동차 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더욱이 철강 수요가 높은 자동차 산업은 수요가 밝다. 동남아 국가들의 중산층 증가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스피드의 매력에 빠져 있다. 용품 이동의 스피드뿐만 아니라 부의 상징과 같은 자동차의 매력 때문에 얼마 안가 1인 1승용차 시대가 올 것이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포스코를 비롯한 한국의 철강기업들이 동남아 국가에 현지회사와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이런 연유이다. 철강의 꽃을 타국 철강선수(?)들에게 넘겨 줄 것인가. 그것은 청년들에게 달려있다. 그들이 가장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선배들이 다져놓은 ‘철강이란 이름의 아스팔트’ 위를 마음껏 달려가는 청년들을 만나고 싶다.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