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나는 잘 모르는데요!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입력일 2019-04-29 14:54 수정일 2019-04-29 14:54 발행일 2019-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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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사례1)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부동산 값이 한창 올라갈 무렵 나의 집 주인은 갑자기 집을 비워달라 재촉했다. 전세 계약 기간이 아직 6개월이나 남았음에도 말이다. 직장 상사이기도 한 특별관계 때문에 저항없이 집을 비워줬다. 그 후 3개월이 지난 후 나는 집주인이자 상사에게 왜 그랬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아내가 하는 일이라서 나는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 몇억짜리 집을 파는데 그걸 모른다고?’

#사례2) 2019년 4월, 어느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재산이 약 42억원 가운데 83%인 35억원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주식은 남편이 한 것이라고 모른다고 했다. ‘15년간 30억원이 넘는 금액이 거래되는데 그걸 모른다고?’

사례1~2에 해당되는 사람의 행동을 베네펙턴스 현상(beneffectance effect)이라고 한다. ‘사람이라면 스스로에게 자비심 선행을 느낀다’는 뜻의 심리학 용어다. 어떤 일이 성공하면 ‘다 내 덕분’이라며 공을 독차지하고 반대로 실패하면 스스로에게 자비를 베풀기 위해 잘못의 원인을 남에게 돌리는 말과 행동을 뜻한다. 오해는 말자. 집주인이나 헌법재판관 후보가 재산이 많다고 비하하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정치적으로 여당만의 문제도 아니다.

베네펙턴스 일명 ‘남탓문화’가 습관으로 굳어지면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말로 밝혀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순간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특히 정치 고위직, 사회 유명인일 경우 이는 심각한 신뢰성 추락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습관적으로 남탓을 하다 보면 자신의 잘못을 인식조차 할 수 없는 인식장애에 이른다. 때문에 결점은 도덕적 일탈행위로 발전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다수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영어권에도 ‘서투른 목수가 연장 탓한다’(A bad workman always blames his tools)는 관용어가 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현상은 국제적인 문제다.

다음의 글을 한번 읽어보라.

▷ 나는 기독교인으로서의 기만과 거짓말의 희생자가 되지 않을 사명을 지닌다. 그리고 진실과 정의, 우리 민족의 투사가 돼야 할 사명을 지닌다.

▷ 나는 여러분의 마음에 미움이 싹트지 않기를 바란다. 증오는 눈을 멀게 하고 사고를 편협하게 만들어 공정함을 빼앗기 때문이다.

▷ 나의 가장 큰 바람은 여러분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부러워할 것이 없는 삶을 사는 것이다. 나의 가장 큰 기쁨은 여러분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며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힘차게 나아가는 것이다.

이 메시지들은 대단히 도덕적이어서 감동을 준다. 그런데 과연 누가 이런 말을 했을까? 첫 번째는 히틀러, 두 번째는 사담 후세인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김정일이 한 말이다.

위에 나열된 독재자들의 발언을 보면 알 수 있듯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좋은 사람인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이런 거짓말들을 깨닫지 못할 경우 그 속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우리 자신들이라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