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기술혁명과 노인 일자리

이민환 인하대 교수
입력일 2019-04-22 14:48 수정일 2019-04-22 14:49 발행일 2019-04-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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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환 교수(사이즈조절)
이민환 인하대 교수

얼마 전 근무하는 학교에서 주차관리 시스템을 무인시스템으로 바꾼다는 메일이 왔다. 이미 몇 년 전에 번호판으로 차량의 입출을 인식하는 시스템이 도입된 것을 생각하면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운전자의 막무가내 주장을 다 받아주시던 아저씨를 더 이상 뵐 수 없다는 생각에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돌이켜보면 학교 경비아저씨들이 브랜드를 내세운 대기업의 보안서비스회사로 대체된 지도 벌써 몇 년이 흘렀고,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도 주민들의 관리비 절감을 이유로 무인시스템으로 바뀌어 할아버지들의 낯익은 인사 대신 스피커에서 나오는 보안직원의 목소리가 점점 친숙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기술혁명의 진전에 따라 비전문가 혹은 비숙련가를 기계가 대체하기 때문이다.

물론 산업화가 반드시 일자리를 감소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은 과거 여러 차례의 산업혁명을 통해 검증됐다. 그러나 이러한 일자리창출은 새로운 분야 및 전문가들의 일자리에 한정된다. 일자리를 박탈당한 비전문가 또는 비숙련가는 대부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저임금을 감수하고서라도 일자리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고령자층이 대부분이다.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고용률은 30.9%를 기록해 OECD 국가 중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반면 종사직종은 농·어·축산업종사자가 25.2%, 단순노무종사자가 21%, 서비스·판매종사자가 20.7%에 달해 60% 이상이 단순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이처럼 노인층이 단순한 저임금 업무를 마다하지 않고 취업전선에 나서는 것은 현재의 연금수급액이 최저생계에 크게 못 미쳐 이를 가지고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서다. 2018년 노령연금의 1인당 평균수급액은 39만원에 불과하며 1인당 생계비가 약 175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노인들이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자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노인 일자리부족의 문제를 인식한 정부는 이미 2004년부터 노인 일자리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고 수당도 낮아 노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AI를 비롯한 기술혁명은 전문기술직 수요는 증가시키는 한편 단순노동직은 자동화에 의해 대체될 것으로 보여 노인들의 생계형 일자리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기술혁신에 의해 기존의 일자리가 기계 등으로 대체되고 이러한 기술혁신에 따라 새로운 전문일자리가 창출된다 하더라도 비숙련 고령자가 일을 구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면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첫째는 고령자에 대한 ICT 교육 등 연령에 관계없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통해 노동시장의 변화에 적응토록 하는 것이다.

둘째, 노인 고용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에도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고용지원금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나 그 액수가 너무 낮고 기간도 제한이 있어 고용주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 따라서 기계화 등에 따른 추가비용이 고령자 고용에 따른 비용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현재와 같은 고령자를 기계가 대체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이민환 인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