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이륜차를 달리게 하자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입력일 2019-04-17 16:39 수정일 2019-04-17 16:40 발행일 2019-04-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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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최근 자동차는 단순 이동수단이 아니라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개념이 바뀌고 있다. 또 친환경과 자율주행, 공유경제 등 4차 산업혁명의 요소가 모두 가미되는 융합제품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관련 법·제도의 개선도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자동차의 범주에 속하면서 가장 낙후되고 외면 당하는 분야가 바로 이륜차다. 사용신고제도, 정비제도, 보험제도, 관리제도, 검사제도, 폐차제도 등 어느 하나 성한 곳이 없을 정도다. 실제로 사고가 나면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구조로 이뤄져 있으며, 말소신고만 하면 폐이륜차를 산이나 강에다 버려도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태다.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같은 동남아의 이륜차 제도와 문화는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 가장 큰 책임은 정부와 국회에 있다. 인기 있는 분야가 아니다 보니 국회에서는 관련 정책 세미나를 여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으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아예 이륜차 이슈를 방치해 놓은 상황이다.

국내 이륜차 메이커 두 곳은 대부분의 시설을 중국으로 옮겨 형태만 남아있다. 일부 고가 프리미엄 모터사이클만 동호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시장규모도 예전의 30% 수준으로 전락했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유일하게 자동차 전용도로나 고속도로에 이륜차가 진입하지 못한다. 고배기량을 선정해 자동차 등록제로 바꾸고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라고 재촉했지만 국토교통부 및 경찰청 누구도 시범 도입조차 하지 않고 있다. 단속과 규제만 있다 보니 이륜차들이 인도로 올라오는 후진적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대만의 좌회전 전용박스나 이륜차 전용 정지선 도입 등 충분히 해볼 만한 시스템도 모른척 외면하고 있다.

작년 국토교통부의 이륜차 정책 연구는 50억원이 넘는 규모로 3년간 진행됐지만 제대로 된 보고서 하나 나오지 않았다. 아까운 혈세만 낭비됐다.

이륜차 문제 해결은 첫 단추를 제대로 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먼저 자동차 관리법에서 이륜차를 분리해 ‘이륜차 관리법’(가칭)을 두고 별도 관리해야 한다. 현재 자동차 관리법의 이륜차 항목은 국토교통부 담당 공무원들조차도 모르는 영역으로 남아있다. 여기에 최근 바퀴가 두 개가 아닌 여러 개로 이뤄진 이륜차가 등장하고 있고, 전기이륜차 등 퍼스널 모빌리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만큼 이륜차 개념에 대한 재정리가 시급하다.

이륜차를 분리해 관리법 개념으로 단독 정리하면 각종 문제점들을 함께 정리하는 시도가 가능하다. 새로운 개념을 추가해 별도 관리한다면 국토교통부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기존 법 체계에 대한 관리 부실로 욕을 먹을 바에는 아예 별도로 관리해 빠른 정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국토교통부 소관으로 두기 싫으면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이관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제는 이륜차 산업이나 문화에 관심을 둬야 한다. 퍼스널 모빌리티의 친환경이라는 강점이 선진국에서는 확실하게 역할을 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제대로 된 이륜차 시스템을 갖추자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의 제대로 된 인식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촉구한다. 언제까지 내버려 둘 것인가.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