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병역특례와 군포제

김우일 대우M&A 대표
입력일 2018-10-22 16:13 수정일 2019-04-16 17:12 발행일 2018-10-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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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
김우일 대우M&A 대표

2018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국가대표 선수 일부가 병역을 면제받게 됐다. 이와 관련 국위선양을 한 운동선수에게 혜택을 줘야한다는 찬성론과 국민 모두가 절대공평하게 져야 하는 국방의 의무에 특혜는 안된다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병역특례는 1973년 박정희정부가 남북대치 상황에서 국제대회우승으로 국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며 시작됐다. 이후 88서울 올림픽계기로 체육을 전면에 내세운 전두환 정부는 법을 개정해 혜택범위를 넓히고 2002년 월드컵 때는 또 개정해 더 범위를 확대했다.

그러자 병역면제를 고의로 받고자 미필자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리거나 뛸 수 없는 부상자를 선발하는 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결국 축구, 야구 등 프로 스포츠 선수에 대한 지나친 특혜는 같은 비인기종목과 아마추어선수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키며 여론을 악화시켰다. 특히 이번 아시아게임 야구대표팀 선발과정에 대한 의혹은 국정감사에서까지 논란을 이어갔다.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45년 이어온 체육계 병역특례를 보고 조선시대 국가재정을 충당하기위해 군역 대신 베(포)를 바친 군포제가 떠오른다. 두 제도 사이에는 적지않은 유사점이 있다. 첫째 병역을 대신하는 대상물이다. 군포제는 국가재정을 메우기 위한 재물인 베로, 병역특례는 국가위상을 높인 기량으로 병역을 대신하는 것이다.

둘째 대상자이다. 군포제로 병역을 피하는 이들은 돈 있고 힘있는 자들이고 병역특혜의 경우도 기록경기가 아닌 이상 국가대표에 선발되기 위해서는 든든한 사회적 배경이 필요하다.

세째 부작용의 폐단이 크다. 군포제는 군역을 기피하는 이들이 늘면서 황구첨정(어린이에게 군포징수), 백골징포(사망자에게 군포징수) 등 부작용이 속출했고 일반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결국 군포제는 영조 때에 이르러 균역법이 시행되며 대대적인 개혁을 겪게 된다.

병역특례도 점차 이를 이용해 기피하려는 풍조가 만발하며 악용하는 사례가 커지고 있다.

필자는 국민의 4대 의무인 근로의 의무, 납세의 의무,국방의 의무, 교육의 의무 중 신성한 의무는 국방의 의무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근로의 의무, 납세의 의무, 교육의 의무등은 국민과 국가 쌍방향의 호혜의무로 볼수 있지만 국방의 의무는 공을 위한 생명의 희생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이 신성한 의무에 과연 특혜란 개념이 존재할 수 있을까. 존재한다면 더 이상 신성하지 않다. 신성함은 특혜를 동반하지 않기때문이다.

화려한 선수생활과 연봉을 포기하고 군에 자원입대한 미국의 유명한 메이저리그 투수 밥 펠러의 사례를 보자. 그는 23세때인 1941년 12월 구단과의 연봉협상을 하러가던 중 일본과의 전쟁소식을 듣고는 발길을 돌려 군에 자원입대한다. 가족부양자라 징집대상이 아니었지만 거액연봉을 포기하고 전쟁터를 누볐다. 1945년 전쟁이 끝나 다시 마운드에 올라 다승왕에 오르는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이렇게 야구는 미국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가 됐다.

신성성은 모든 국민들이 신성하다고 바라보고 따라줄 때 신성성이 있는 것이다. 국방의 의무를 인생낭비로 여기는 풍조를 없애는 지름길은 특혜를 하루빨리 없애는 것이다.

김우일 대우M&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