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은퇴자를 위한 소통의 법칙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입력일 2018-10-18 15:51 수정일 2018-10-18 15:52 발행일 2018-10-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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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엑티브시니어 연구원장

‘즉문즉설’로 유명한 법륜스님께은 강연때 가장 자주 받은 질문이 인간관계였다고 한다. 특히 부부, 자식, 부모와 친지 등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 즉 소통의 어려움으로 괴로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은퇴 이후에는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겪는 4가지 고통의 하나가 고독(孤獨)으로, 인간관계가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소통을 원활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핵심은 상호 존중과 이해다. 사람은 생각이나 가치관, 취미, 기호, 외모 등 모든 것이 누구나 조금씩 다르다. 먼저 ‘모두가 다르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와 다른 것이 자연스럽고, 나와 다른 그 사람의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 존중(尊重)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좋고 나쁘고를 따진다. 차별까지 한다. 다름은 서로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지, 좋고 나쁘거나, 옳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다. ‘저 친구는 우리랑 틀려’라거나, ‘지난번하고 음식 맛이 틀리네.’ 라는 식으로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혼동한다. 심지어 조금이라도 의견이 다르면 자기는 옳고, 상대방은 틀린 것으로 간주한다. 결국, 논쟁으로 번져 갈등으로 비화한다. 나와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진 상대를 다름으로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음은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더 나아가, 역지사지로 상대방 처지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지만 상대방으로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해 보는 것이 이해(理解)다. 내 기준만 고집하면 상대를 설득할 수 없다.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소통의 첫걸음이다.

대화 방법에는 경청, 공감, 칭찬이 있다. 우리는 그동안 대화는 입으로만 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진짜 대화는 귀로 듣는 것이다. ‘입으로는 친구를 잃고, 귀로는 친구를 얻는다.’는 속담까지 있다. 말하기보다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경청은 상대의 눈높이, 마음 높이에 맞게 나를 기울여 맞추어 듣는 것이다. 공감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함께 느끼는 것을 말한다. 수시로 고개를 끄떡이며 상대가 말을 잘할 수 있게 맞장구를 친다. 상대방 이야기에 내포된 속마음까지도 파악해야만 공감할 수 있다. 소리꾼과 짝을 이루어 장단을 맞추고 추임새로 흥을 돋우는 고수는 경청과 공감의 표본이다. 대화 시에는 칭찬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어린 시절 좋은 사람으로 기억에 오래오래 남는 분은 내 얘기 잘 들어주고, 칭찬해 준 사람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 소통이 왜 잘 안 될까? 고정관념, 편견 등으로 아집(我執)이 강하여 상대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듣고 싶은 것만 골라서 듣는 선택적 경청을 하기 때문이다. 자기 경험과 기준에 따라 일방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한다. 공감은 기대하기조차 어렵다. 아는 것이 많다 보니 남의 의사와는 아랑곳없이 말이 많다. 칭찬보다는 비판이나 충고가 다반사다.

은퇴자에게 널리 유행하는 소통의 세 가지 법칙이 있다.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 어떤 모임에서든 참석자가 균등한 시간만큼 얘기하는 ’N분의 1‘ 법칙, 1분 얘기하고 2분 들어주고 3분 동안 맞장구치면서 공감하는 ‘1대 2대 3’ 법칙이다. 지키지 않는 사람은 왕따가 된다. 단 모임의 밥값을 내기 위하여 지갑을 여는 사람에겐 예외가 적용된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