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모든 인간은 빈곤하다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입력일 2018-12-27 14:47 수정일 2018-12-27 14:48 발행일 2018-12-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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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상대적 빈곤은 말 그대로 상대적인 개념이다. 특정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향유하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향유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면 보편적인 생활필수품인 스마트폰이 없어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나 냉장고가 없어서 냉동 보관을 할 수 없는 경우가 해당된다.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은 15.3%로, OECD 국가 중 일곱 번째로 높다.

절대적 빈곤층의 대상이 무직자, 계약직, 시간근로자 등이 해당된다면 상대적 빈곤층의 대상은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가 해당된다. 이들은 정규직이다.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노동 안정성이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도 빈곤하다. 가난의 정의를 찾아보면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함, 또는 그런 상태’를 말한다. 경제적 의미를 대부분 강조한다. 하지만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자인 센딜 멀레이너선의 ‘결핍의 경제학에 의하면 가난이란 경제적 여유뿐 아니라 ‘뇌의 여유, 즉, 정신적 여유가 결핍된 상태’로 정의한다. 경제적 여유가 충족되지 못하니 정신적, 심리적으로도 고갈되는 상태를 말한다.

정규직은 근속년수에 따라 대리에서 과장, 부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 이런 개념이라면 부는 쌓이게 되고 경제적 여유는 나아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혼자가 아니라는 거다. 대리에서 과장, 부장으로 승진하면서 가족의 수가 늘고 교육비, 학원비, 집세, 자동차세, 통신비, 의류비, 먹거리 등의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비용의 규모가 커지니 투 잡, 쓰리 잡을 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가장들이 대리운전을 하고 치킨 배달을 하는 이유다. 빡빡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도 경제적, 정신적 여유는 고사하고 모든 여유는 고통의 공간으로 채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남들은 다 사는데 나만 못사니 배가 아프고 처해진 나의 현실이 숨이 막힌다. 결국 정규직 역시 빈곤하다.

상대적 빈곤은 경쟁 심리를 자극한다. 빌 게이츠가 기부하면 워런 버핏도 기부한다. 그것도 빌 게이츠보다 높은 금액으로. 미국 부동산 부자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의 자산은 45억 달러에 이른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5조2000억원. 그의 상대적 빈곤은 무엇일까? 바로 명예다. 그래서 최고 명예의 전당인 미국 대통령이 되고 싶었던 거다.

상대보다 더 갖고 싶어하는 심리는 하나의 울타리로 작용한다. 그것은 계층 간의 격차를 나타내고 차별화한다. 과거 오스트레일리아 북동쪽 태평양의 섬에 사는 멜라네시아의 어떤 부족들은 다른 부족에게 선물을 받으면 반드시 그보다 더 많은 선물로 보답한다. 만약 어느 부족장이 더 많은 선물로 상대방을 감동시키지 못하면 그는 부족민들의 존경과 권력을 잃고 만다.

결국 모든 인간은 빈곤하다. 그것이 절대적이든 상대적이든 지금 보다 나은 계층으로 성장하고 싶어한다. 과시적 소비나 명예를 위한 행동이 빈번하게 관찰되는 이유는 성공적으로 인식되었을 때 손에 얻게 되는 결과물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명성이다. 명성은 타인의 눈에 비친 평판이나 가치 평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이나 비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행동을 보이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 것인가를 염두에 둔다. 타인의 생각은 한 사회 내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지위와 그에 대한 평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누군가는 그들처럼 되기를 꿈꾼다. 대통령의 꿈을 이룬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꿈꾸는 것처럼.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