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보헤미안 랩소디’ 2019년 감상법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입력일 2019-01-09 15:16 수정일 2019-01-09 15:17 발행일 2019-01-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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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1980년대만 하더라도 살인·폭력·무기 등이 가사에 등장한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금지곡으로 묶여있던 퀸의 저 유명한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가 발표된 지 30년도 넘어서도 스크린에서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 작년 국내 영화계를 강타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열풍이 아직 누그러지지 않고 있으니 곧 1000만 관객을 돌파할 예정이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영국의 4인조 록그룹 퀸의 자전적 일대기를 다룬 ‘보헤미안 랩소디’는 음악으로 세상에 내던져진 아웃사이더들에서 록의 전설로 자리잡은 밴드의 긴 여정, 그 중에서도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퀸의 인기곡들이 영화 전면에 흐르면서 그 동안 숨겨왔던 그들의 에피소드를 담아내면서 부적응자들을 위한 부적응자들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특히 AIDS로 일찍 생을 마감한 프레디 머큐리의 화려한 음악성과 내면적 고통을 가감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퀸의 음악을 모르던 젊은 층에게도 폭풍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은 음악영화의 기존 흥행 공식에 ‘위로’라는 공감 코드를 갖추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음악영화는 눈보다 귀로 감동을 주기 때문에 흥행 가능성이 상존한다. 2007년 예술영화 ‘원스’의 관객몰이를 비롯해 ‘맘마미아’ 시리즈, ‘레미제라블’ 등 뮤지컬 영화 흥행성적도 쏠쏠했다. 최근에는 ‘비긴 어게인’, 아카데미에 빛나는 ‘위플래시’, ‘라라랜드’도 재개봉을 거듭하면서 보헤미안 랩소디의 성공신화에 단초를 제공했다. 그러나 노래가 갖는 파격적인 마력만으로 음악영화들이 쉽게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음악이 좋아도 공감대를 갖추지 못하면 귀가 활짝 열려있는 관객들에게조차 아무런 소리를 전달하지 못한다. 작품성은 부족했지만 전기 영화로서 실화라는 점이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한줄기 빛과 같은 희망을 선사했던 것이다. ‘위로’라는 키워드는 세대와 계층을 넘나들어 무한공감을 이끌어낸다는, 너무도 자명한 진리가 확인된 셈이다.

아울러 ‘보헤미안 랩소디’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패턴인 싱어롱 상영관이라든지, 스크린X 같은 첨단기술이 영화의 감동과 결합됐기 때문에 관객의 반복 관람을 꾸준히 유도하면서 화두가 될 수 있었다. 퀸의 노래를 경험해보지 못한 2030 세대에게도 퀸의 매력이 통했다는 것은 어떠한 요소들이 젊은 세대의 가슴에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자아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어느 순간부터 음악영화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고 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그 선봉에서 고군분투하고 있고 최근에는 서울충무로뮤지컬영화제도 음악과 영화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음악영화들에서 별다른 반향이 없었던 이유는 뭘까? 우리나라에도 전기영화로서 고 김광석, 김현식의 생애를 다뤘고 포크, 록 등 특정 장르에 대한 영화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하지만 반짝 이벤트에 불과했다.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공감은 없었다. 하지만 신중현, 한대수 같은 전설들이 선사하는 음악영화 소재들은 아직 많다. 꿈과 현실을 오가면서 음악과 함께 감동은 찾아온다. 꼭 부적응자들이 아니더라도 음악영화가 담는 꿈과 현실은 위로이자 희망이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