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소비의 양극화와 행동경제학

이민환 인하대 교수
입력일 2019-01-27 15:34 수정일 2019-01-27 15:37 발행일 2019-01-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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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환 교수(사이즈조절)
이민환 인하대 교수

최근 들어 소비시장 양극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초저가 상품과 프리미엄 명품의 소비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반면 중저가 판매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명품가방 시장 규모가 프랑스의 3조301억원보다 많은 3조2353억원에 달하며, 젊은 소비층도 구입하고 있어 거리에서 명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마주치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이러한 명품소비로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백화점 매출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양한 저가상품으로 유명한 한 생활용품점의 매출은 2017년 1조6000억원으로 지난 3년간 약 85%나 성장했다고 하니 놀랄만한 일이다. 이러한 소비 양극화 행위를 어떻게 경제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리처드 탈러가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의 개념을 적용해보기로 하자.

사람들은 불안에 휩싸이게 되면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불안의 정도가 크면 클수록 이를 회피하려고 보다 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소비에 있어서 불안을 회피하는 방법은 확실하게 품질이 보장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구입하거나 저가의 상품을 구입해 만에 하나 상품을 잘못 선택한 경우에 그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행동하는 것이다.

전자의 사례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품질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명품을 구입하는 것이고, 후자의 사례는 몇 번 사용하고 버려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초저가 상품을 손쉽게 구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을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프로스펙스이론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만원의 이익과 만원의 손실을 비교할 때 사람들이 느끼는 가치는 손실을 입은 경우가 이익을 얻은 경우에 비해 약 2배에서 2.5배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경기침체 등으로 미래 불안을 느끼게 될 때 소비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는 행동을 하게 되며, 결국 어느 정도 품질이 보장돼 손실 가능성이 적은 명품이나 초저가품에 대한 소비의 증가로 이어진다. 이러한 행동은 현재의 상황에 대한 변화를 두려워하는 결과를 초래해 사람들은 사용 경험이 있는 제품을 계속해서 구입하거나 거래하는 은행이나 카드 등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사무엘슨과 제크하우저는 이를 통해 인간의 현상유지 편향을 발견했다. 한편 트버스키는 인간의 행동에 있어서 ‘근거있는 선택’ 이론을 제시했는데,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어떠한 선택과 결정에서 본인이 납득할 만한 이유가 필요하고 충분한 이유가 있어 선택을 하는 경우 이러한 행동에 일부 모순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크게 문제시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즉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학생이 모은 돈으로 고급 수입차를 구입하는 행동이 이러한 행동경제학의 이론에 기초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급수입차가 품질이나 만족감이 국산차에 비해 우월하다는 자기합리화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명품에 대한 소비증가를 주택가격의 증가에서 그 원인을 찾는 학자도 있다. 미안과 수피가 ‘빚으로 지은 집(House if Debt)’에서 지적하듯이 주택가격의 증가는 자동차 등 내구재소비의 증가를 가져왔으며 주택가격의 하락은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했다.

이민환 인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