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올해 R&D 예산 20조 '혁신성장 마중물'로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입력일 2019-01-14 14:48 수정일 2019-01-14 14:50 발행일 2019-01-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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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

새해 연구개발(R&D) 예산이 사회복지를 제외한 다른 분야의 감액 조정에도 불구하고 작년보다 조금 증액돼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부처는 연초부터 연구비의 조기 집행을 위해 애쓰고 있다. 

혁신성장을 견인하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과기혁신본부, 기재부, 산업부 등으로 정부구조를 개편해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지만 별로 존재감이 없어 보인다. 조직을 드라이브하는 추진력이 약해 동력이 붙지 않고 있는 탓이다. 소득주도 성장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빨리 혁신성장 모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산업구조를 고도화,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 적절한 조정을 해야할 시기다.

작년 항공우주연구원의 한국형 발사체 엔진실험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어 많은 관심과 축하를 받았다. 발사체 엔진기술은 조절해야 할 변수가 워낙 많아, 기존 개발된 기술을 전수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개발하기에는 난이도가 아주 높다. 이번 성공을 바탕으로 엔진 몇 개를 묶어 위성 발사체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개발 중에도 실패가능성은 항상 있다.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개척의 영역이므로 차분하면서도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민간부문에서 주도한 5G 통신기술도 주목받는 분야이다. 한국통신의 통신구 화재사건으로 주춤하고 있지만 5G기술은 잠재력이 크다. 획기적인 통신속도로 미래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 분야이다. IoT(사물인터넷), 무인자동차 등에 실시간으로 통신이 연결돼 운영하면 데이터의 양과 트레픽은 급격히 증가하기에 근원적인 기술 개발이 꼭 필요하다.

자동차산업이 씽씽 잘나가던 시절이 저물고 매출과 수익을 걱정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임금, 지배구조, 국제경쟁, 기술개발 등에서 한계를 지닌 까닭이다.

그중에서도 연구개발 방향은 매우 중요하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미래의 자동차로 현재 내연기관 중심으로 기술개발에 중점을 두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하이브리드를 거쳐 수소자동차, 전기자동차로 진행되는 사업전략을 잡았을 것이다. 기존의 성공과 기득권이 과도하게 작동되면 미래에 불행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미래 시장의 변화는 무인차가 큰 흐름이다. 누구보다 빨리 무인차를 상업화해 운영하는 것이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다. 연구개발의 방향과 시기가 시대흐름과 맞지 않으면 그 댓가는 기업을 넘어 국가 전체가 떠안아야 한다.

정부의 개편된 과학기술 행정 구조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혁신성장을 강력히 지휘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축적된 경험으로 우리의 미래를 위해 소신을 다하는 공무원은 찾아 보기 힘들다. 연구 부처에서 아마추어적인 지식 위에 연명하고 있는 현재의 가냘픈 모습으로는 미래를 개척하기는 어렵다. 지식을 혁신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연구개발에 정치권의 더 많은 이해도 필요하다. 규제와 새로운 법이 기술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새해 R&D예산은 어느해 보다 규모면에서 크다. 집중화할 것은 집중하고, 버릴 것은 빨리 정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약간의 개선보다는 미래의 도약을 위한 분야에 집중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긴요해 보인다.

권혁동 서울과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