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환경보호 의식, 경제성장 산물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에는 모두 다섯 단계가 있다고 한다. 이른바 ‘욕구단계 이론’이다. 가장 먼저 발현되는 것이 의·식·주 충족을 바라는 ‘생리적 욕구’다. 물과 음식, 호흡, 배설, 수면, 성생활 등이 충족되지 못하면 인간은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그 다음으로 ‘안전의 욕구’가 발현된다. 안전의 욕구란 사고나 질병, 자연 재해, 전쟁과 같은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추구하는 인간의 근원적 바람이다. 환경오염도 인간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므로 깨끗한 환경을 바라는 마음도 안전의 욕구에 포함될 것이다.어느 사회나 먹고 살 만해지면 깨끗한 환경, 안전한 치안 등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분출되기 마련이다. 잘사는 나라, 잘사는 도시의 거리는 그래서 대개 깨끗하다. 같은 나라, 같은 도시에서도 부자들은 더 깨끗하고 안전한 구역에서 산다. 그 사회가 가진 부(富)의 수준이 그 사회가 누리는 환경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다.매슬로우의 안전의 욕구가 개인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발현되는 지역이 오늘날 유럽이라 할 수 있다. 유럽은 북미와 함께 전 세계에서 산업화가 가장 잘 진행된 부유한 곳이다. 1960~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유럽은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경험했지만 두 차례 전쟁이 남긴 상처에서 완전히 벗어나 고도로 잘사는 사회를 이룩했다.그러면서 유럽인들에게서 깨끗한 주거 환경, 도시 환경, 자연 환경에 대한 욕구도 점점 자라났다. 그린피스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설립된 해가 1971년이고. 독일에서 녹색당이 창당한 연도는 1979년이라는 점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유럽의 예를 들고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비슷하다. 국내 최대의 환경 단체라는 환경운동연합 역시 한국의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결실을 이룬 1993년에야 출범했다.오늘날 선진국 시민들이 누리는 깨끗한 환경과 생활공간은 환경주의자들이 벌인 환경 운동의 소산이 아니다. 선진국의 깨끗한 환경은 성공적인 경제성장의 산물이며, 놀랍게도 환경 운동 자체가 경제성장의 결과물이다. 환경 운동이 저개발국에선 보이지 않다가 선진국으로 성장한 뒤에야 비로소 활발해진다는 게 그 명확한 증거다.요즘 중국의 환경오염 물질이 넘어와 우리나라 대기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미세먼지를 포함한 최근 우리 대기오염 물질의 원인이 상당 부분 중국에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국 탓만 하고 있을 정도로 지금 우리는 여유롭지 않다. 우리 시민들이 느끼는 대기오염에 대한 우려감은 크다.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최근 베이징의 대기가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강력한 정치권력의 심장부라서 정부 차원의 노력이 만든 결과일 것이다. 중국의 해안 도시들도 경제성장의 성과를 반영하여 점차 깨끗한 도시로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후진국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성장이 필요하다. 경제성장의 초기에는 환경오염 물질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산업화와 경제성장은 환경을 파괴하는 게 아니다. 길게 보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환경을 보호하는 길이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18-04-08 15:27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한반도에 가을이 오려면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해 솟는 백두산은 내 조국입니다”, “한나산도, 독도도 내 조국입니다” 대한민국의 백지영과 북측 가수 송영이 부르는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에는 남북 문화교류의 웅대한 뜻이 담겨있다. 지난 2월 평창올림픽을 기념해 삼지연 관현악단을 비롯한 북측 예술단이 남한에서 공연한 데 이어 지난 3일 평양 보통강 구역의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 합동공연이 열렸다.공연은 참석한 남북의 가수 11팀 30여명, 1만2000석을 가득 채운 관객을 울컥거리게 했고 이를 지켜보는 우리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김광민의 연주와 정인의 보컬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가 무대를 열면서 ‘오르막길’, 알리의 ‘펑펑’이 이어진 합동공연은 남측 가수의 단독 공연에 남북가수 협업 무대를 더하는 형태로 이어졌다.공연이 끝난 후 북한 관객들은 손을 흔들면서 남측 가수들을 환송하고 뜨거운 눈시울로 기립해 뜨거운 박수를 이어갔다. 그 모습에서 오랫동안 답보상태였던 남북 교류의 물꼬가 터져 샘솟는 분수로 퍼져가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이 날 공연에서 윤도현 밴드가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연주한 ‘1178’에서 느껴졌던 머나먼 거리, 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의 거리인 1178㎞가 어느새 코 앞으로 바싹 다가온 느낌이었다.이번 공연을 포함해 최근 몇 달 사이에 펼쳐진 일련의 남북문화교류는 통일로 가는 초석을 밑바닥부터 다진다는 측면에서 무척 고무적이다. 하지만 지난 평창올림픽에서 목격한 바와 같이 정치에 의해 좌우되는 문화교류는 여전히 걱정스럽다. 현실적으로 당장 힘들고 앞으로도 순간순간 정치의 힘을 빌려야 하는 입장이긴 하다. 하지만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의 문화교류로 가야 지속성도, 의미있는 동력도 갖출 수 있다. 남북관계가 우호적인 시절에만 잠시 꽃피고 국제정세가 경색되면 어느새 얼어붙었던 과거 문화교류의 악순환은 이제 끊어야 한다.양측 정치세력의 입김이 작용하는 형태를 떠나 남북예술인들이 주도해 언제든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와 관계없이 민간이 주도하는 문화교류 공동기구를 수립하고 그에 따르는 경제적, 행정적 지원을 한결같이 해야 한다.사실 지금의 형태는 정부가 세세하게 그림을 그리고 많은 예술인들이 들러리를 서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 공연에서도 몇몇은 정권이 마치 코드인사마냥 보은하듯 참석 기회를 제공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문화교류 분야를 음악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넓혀야 한다. 미술, 공연, 문학 등 남북 교류를 통해 발전시키고 세계로 뻗어나갈 장르는 넓고도 많다. 교류의 장이 더 빈번해질수록 다양한 장르, 색다른 성향의 예술인들이 정치를 배제하고 진정한 문화교류를 이어나가야할 것이다.10년을 넘게 하염없이 기다려왔던 역사적인 공연. 그 공연의 마지막 곡 ‘다시 만납시다’에 남북 가수들은 목이 메였고 봄이 오는 소리에 우리는 또 가을을 기다린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18-04-05 15:19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美·中 무역전쟁 '점입가경'

박종구 초당대 총장글로벌 경제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미·중간 경쟁이 치열하다. 무역, 정보기술, 지식재산권 등을 둘러싼 양국의 샅바 싸움이 점입가경이다.첫 포문은 미국이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10%의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핵심 타깃은 중국이다. 중국의 시장점유율은 2.2%로 11위에 불과하지만 중간재 형태의 수출을 통해 미국시장에 깊숙이 진출해 있다.최근에는 최대 600억 달러 규모의 대중(對中)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트럼프는 중국을 ‘경제의 적’으로 규정하고 제조업 근로자의 대량 실업을 초래한 주범으로 인식한다. 2016년 선거 유세에서 “우리는 중국이 미국을 약탈하는 꼴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역설했다. 중국은 이에 반발해 128개 품목에 대해 최대 25%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일단 미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콩은 제외했다. 미국 콩 수출의 3분의 1을 중국이 소비한다.양국간 무역전쟁이 가속화될 가능성은 반반이다. 미국의 기술우위를 유지하고 중국시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시각이 있다. 전면적 무역전쟁으로 비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더글러스 엘멘도르프 하버드대 학장은 글로벌 교역질서를 내던지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작년 대중 무역적자가 3750억 달러나 되는 미국의 입장에서 보호무역 조치는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피터 나바로 무역 보좌관은 중국을 ‘세계 최대의 무역 사기꾼’이라고 비난한다. 2000~2007년 기간 중 미국 제조업 고용 감소의 40%가 중국제품 수입 때문이었다는 연구도 있다. 러스트벨트 근로자가 주요 지지 기반인 트럼프의 입장에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강공책을 펼 수밖에 없다. 류허 부총리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물밑 접촉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몇 차례 위기 국면이 연출될 것이다.중국의 기술취득에 대한 워싱턴의 우려가 크다. 최근 미국이 5세대 무선통신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퀄컴을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는 브로드컴이 인수하는 것을 막은 것도 이러한 우려 때문이다. 중국계 기업 화웨이는 무선통신기술 특허의 10%를 확보하고 있는 경쟁업체다. 금년에만 8억 달러를 기술개발에 투자할 예정이다.알리바바 자회사 에인트 파이낸셜의 머니그램 인수, 중국 투자자 그룹의 시카고 증권거래소 인수 등이 좌절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미국 상원이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권한 강화 입법에 나선 것도 중국의 기술 확보를 규제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가 도를 넘어섰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데니스 블레어와 존 헌츠먼 공동연구에 의하면 지식재산권 침해로 미국경제가 연간 2250억~600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한다. 중국을 대표적 지식재산 침해자로 보고 있다.하지만 양국은 협력적이면서도 경쟁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1조 1700억 달러의 미 국채를 보유하는 최대 채권국이다. 미국은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이기도 하다. 시진핑의 ‘중국몽’과 트럼프의 ‘미국 우선’이 충돌하면서 상당한 파열음이 날 것이다. 그러나 파국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8-04-04 14:55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성폭력 예방, 배려의식 높이자

문송천 카이스트 교수미국 영화계를 필두로 번진 바람결 같기만 하던 미투 현상은 한반도에 이르더니만 급기야는 태풍급으로 변모했다. 일반적으로 성(性)에 대해 전통적으로 개방적인 것으로 알려진 서구 사회를 우리가 이렇게 한번에 능가할 줄은 정말 몰랐다. 필경 드러나지 않은 고질병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여 나만 재미 보면 그만이고 그 이상은 더 없다는 생각이 얼마나 팽배해 있었길래 그랬단 말인가. 우리 사회가 남에 대한 배려 의식 수준이 낮은 것은 어디서 유래됐을까. 타인에 대해 배려한다는 뜻은 작게는 옆에 있는 이가 누구든 불편을 느끼지 않게 하는 사소한 일부터 크게는 타인을 위해 적극적 희생을 선택하는 일까지 다양할 것이다. 배려의식을 수치로 나타내기는 쉽지는 않지만 이웃에 대한 배려를 표시하는 형태 중에서 가장 수준 높은 표현은 단적으로 사회저변의 기부문화라고 봐야 한다. 기부가 일상화돼 있는 나라를 보면 기부정신이 남다르다. 일례를 들어보자. 종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사회기부와 연결하여 즐기는 스포츠로 마라톤이 있다. 마라톤은 인간의 체력적 한계에 봉착하는 지점이 존재하고 체력이 고갈된 한계상황에서도 여하히 정신적으로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므로 완주 자체가 어렵다. 따라서 마라톤 주자로서 아스팔트 주로를 달리다 보면 힘든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질병이나 가난 혹은 소외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고 한다.그래서인지 그런 고통 속의 이웃들에게 기부하자는 취지에서 성금 모금 행사가 큰 규모의 마라톤대회라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예외 없이 들어있다. 그러나 성금 규모면에서는 국내와 해외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우리나라는 마라톤 마니아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 규모의 대회가 셋씩이나 있다. 영국은 고작 한개뿐이다. 그러나 마라톤을 통한 이웃돕기 총액은 지난 20년간 우리는 초라하게도 2억원, 영국은 놀랍게도 1200억원이다. 이 차이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물론 모금방식에도 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 런던마라톤에서 개인 단독참가보다는 단체참가를 유독 권유하는 까닭도 알고보면 기부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자구책의 하나다. 그러나 전반적인 기부 문화 수준이 낮다면 마라톤 대회 당 60억원이라는 거금이 모일 리는 없다. 이렇듯 기부문화가 사회 전반에 뿌리깊게 내려져 있기 때문에 노숙인에서 참전용사에 이르기까지 불우이웃에 대한 배려는 놀랄만하다.물론 영국에도 예외없이 미투 운동이 있었다. 불륜의 주인공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현직 제2 야당 당수다. 이 사건으로 정치생명이 곤경에 처했으나 극적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평소 불우이웃을 향한 그의 기부 선행이 과거행적을 캐던 중 알려지면서 그를 결국 ‘구원’해 준 역할을 했다. 우리 정치인은 대조적이다. 자신의 성추행 전력에 대해 심지어는 알리바이 증거라며 들이대는 이까지 등장하고 있어 우리를 아연실색케 하고 있으니 말이다.우리 사회의 고질적 폭행 및 일탈 문화를 바로 잡기 위해 가능한 한 제도화해야 할 부분도 있겠으나 거기서 그쳐서는 아니 된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이 타인에 대한 배려 의식을 고취시켜 나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건 제도화 영역과는 거리가 멀다.문송천 카이스트 교수

2018-04-02 15:06 문송천 카이스트 교수

[브릿지 칼럼] 미투 가해자의 '거짓말 심리'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최근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으로 궁지에 몰린 정봉주 전 의원이 성추행 의혹에 대한 ‘거짓 해명’을 시인하고 “서울시장 선거에 불출마해 자숙하며 자연인 정봉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문제가 드러났을 때 “잘못했습니다. 가볍게 이뤄진 저의 행동을 깊이 반성합니다”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공직자나 연예인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잘못할 수도,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자신들의 잘못을 부정하고 은폐하기 급급해 거짓말이 도구로 악용된다는 점이다.핑퐁외교로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해 미국 외교사에 한 획을 그었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2년 6월 터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했다. 닉슨의 재선을 위한 비밀공작 요원들이 상대 당인 민주당의 선거운동본부가 위치한 워터게이트 호텔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이었다. 그러나 닉슨은 줄곧 그 일과 자신은 관련이 없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다.만약 닉슨이 도청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시인했다면 그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게 당시 미국 언론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야당후보 도청보다 닉슨의 거짓말이 결정타였다는 말이다. 그런데 닉슨은 끝까지 자기반성을 하지 않았다. 닉슨의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I am not a crook)라는 발언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정치적 거짓말로 남아 있다.거짓말은 기업 활동에도 위기를 초래한다.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당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자신의 폭언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한번의 질타로 정리됐을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부정하고 승무원에게 모든 잘못을 전가했으며 심지어 진실 은폐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말았다. 진실을 말했으면 사과 한번으로 끝났을 일이 거짓말을 함으로써 거듭 사과해도 용서받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그렇다면 위험부담을 안고서도 계속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자신의 자존감이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거나 비난받을 상황에 직면하면 자신의 견해나 행동 방침을 바꾸기보다는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훨씬 더 완강해진다. 논박의 여지가 없는 증거조차 자기정당화라는 심리적 갑옷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이러한 매커니즘은 자기고양 편향(Self-serving Bias)에 의해 형성된다. 이기적 편향, 자기위주 편향 등으로도 불리는데 성공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는 반면 실패에 대한 책임은 부정하는 것을 말한다. 잘된 일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모든 공을 돌리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하려 하지만 문제점에 대해서는 경제 상황이나 남의 탓을 하는 등 외부 요인의 영향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종합해보면 잘못보다 더 위험한 것은 거짓말이다. 잘못을 했으면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지금의 자리를 잃을 수도 있지만 용서받을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는 인정 사회이기 때문에 진정성 있는 반성에 약하다. 무엇보다 거짓말을 하는 자신에게 떳떳해야 되지 않을까.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2018-04-01 16:05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대한민국, 대중의 지배를 걷어낼 수 있을까?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대부분의 대중적 개인들은 특정 사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견 사회 현안에 대해 커다란 관심을 가지는 것 같으면서도, 실은 별 관심이 없고 깊게 생각해보지 않는다. 사회 일원으로서 책임감도 별로 느끼지 않는다. 전문가라고 여겨지는 지식인들 중에도 대중 속의 개인에 불과한 인사들이 매우 많다. ‘전문가’라고 불리는 대중적 지식인은 어느 새 대중의 일원이 되어버렸다. 이들에게 있어 자유의 개념은 소극적 자유에서 적극적 자유로 바뀌고 비례적 평등은 양적 평등으로 바뀌면서 중용(中庸)의 자리를 이탈한다. 대중의 지배 시대에 벌어지는 전형이다. 이에 대해 가세트(Gasset)는 이렇게 비판했다. “우리 시대의 특징은 우수한 전통을 지닌 집단에서도 대중이나 범인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중략) 자질을 평가할 수도 없고 정신구조상 부적격인 가짜 지식인들이 점차 승리를 거두고 있다.”, “전공 분야를 꽤 잘 알고 있으니 무식한 자들은 아니고 그 경계를 넘어서면 아는 것이 없으니 ‘무식한 식자’라는 칭호가 적절할 것이다.”그런데 요즘은 전공 분야의 지식마저도 잘 알지 못하는 ‘무식한 무식자’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문제는 이들이 대중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사회의 지배 세력으로 떠올라 정치·경제·문화 부문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때를 승시(乘時)한 대중적 정치인들은 이런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고 부추김으로써 정권을 획득·유지하려고 획책한다.‘부정의한 정의’를 외치는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정권을 획득하려는 정치인들의 책략과 무지에 의해 민주 정체(政體)는 타락한다. 민(民)을 위한 ‘정치’라는 용어는 탐욕과 부패와 음모라는 어두운 이미지를 스스로 각인하고 타락한다. 지금 한국의 모습이 그렇다. 자신에게 끊임없이 사회적 책무를 부여하고 문제의 타개책을 찾고자 노력하는 자유 지식인의 목소리는 외면당하기 일쑤다. 기술 발전을 선도하며 대중에게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번영을 안겨준 자본가와 기업가들은 공적(公敵)으로 몰려 있다. 반면에 자유의 질서를 파괴하는 장본인인 정부는 해결사를 자임하며 나라의 존속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이기적 인간의 속성에 비춰보면 대중 민주정을 구원할 수 있는 확실한 길은 없어 보인다. 권력 분점과 견제에 의한 민주정도 그 수명이 길어 보이지 않는다. 극히 소수의 선진국을 제외하고는 삼권분립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민주정 하에서 방법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 민(民)을 위하고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되는 제도를 그려보아야 한다. 결국 제시할 수 있는 것이 국가의 기능을 수행하는 정부의 기능을 크게 제한하는 ‘작은 정부’다. 작은 정부가 지향하는 개인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는 정신이 헌법의 골격이 되어야 한다. 작은 정부에서야말로 인류의 지혜가 응축된 사회 질서의 보존과 유지를 통해 모든 대중적 개인들의 삶을 가장 행복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 역시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중의(衆意)를 모아 실현하는 정치 영역에 속하므로, 국민과 정치인이 그런 이해와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실현 불가능하다. 대한민국의 미래의 운명은 그 여부에 의존할 것이다. 국가의 생존마저 위협할 수 있는 대중 민주정의 부정적 측면을 막을 수 있는 작은 정부의 정신이 헌법에 담기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정녕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건너게 될 것이다.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

2018-03-29 16:43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

[브릿지 칼럼] '진보 노년 vs 실용 중년'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촛불’과 ‘태극기’로 대변되는 현재의 세대갈등은 40~50대를 말해준다. 나이가 들고 사회를 경험하면서 많이 보수화됐지만 자식들을 촛불집회에 데리고 나왔다. 상대적이겠지만 여러 분석들은 한국사회의 40~50대 대다수 진보적으로 진단한다. 이들은 고도 성장기의 끝, 외환위기(IMF)를 겪었고 차분히 노후대비를 할 정도로 경제성장의 수혜를 누렸다고 보기 어렵다. 40대 빈곤율(11.3%)이 20대 빈곤율(10.3%)을 앞질렀다는 통계도 있다.반면 20~30대는 고전적 진보, 보수로 분류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실용적이다’라는 표현을 쓴다. 공평하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은 의사결정에 민감하다. 거창한 대의명분을 내세워 이른바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나오면 겉으로야 어쨌든 언제가는 역풍이 분다.N포세대라 불리는 이들은 사회에 진입할 때부터 쓴맛을 보았으며 향후 한국경제의 저성장을 한동안 경험해야 한다.‘꼰대’라고 비꼬고 매도당하는 1960년대생 중 많은 사람들은 대학도 못 갔다. 그러나 사람들은 감정의 공유와 이해를 바란다. 옛날 이야기를 하며 웃기를 바라지, 옛날 이야기 한다고 지루한 표정이 역력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즐겁지는 않다.돌이켜 보면 모든 세대는 자기들이 제일 고생했다고 말한다. 94학번은 입시제도 변화로 대학입학 수학능력 시험을 두 차례 치렀고 대학 졸업 말미에는 IMF가 왔다. 이 때문에 ’저주받은 94학번‘이라고 한다. 이 수식어에 다른 세대가 얼마나 동의할지 몰라도 그들은 그렇게 생각한다.이처럼 세대라는 프레임은 무시하기 어렵다. 현재의 20~30대가 사회의 주류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현재의 40~50대가 은퇴 후 뒤로 물러나게 되는 10~20년 후의 세대갈등은 무엇이 될까.앞으로 세대갈등은 ‘노년의 진보’와 ‘실용적인 중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은퇴 후 살아갈 날은 많지만 쌓아놓은 자산은 충분하지 않은,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사람들의 요구는 더 많은 사회보장이다.내가 능력이 부족하고 가족에게 기댈 수 없으면 결국 남는 건 국가다. 다만 이러한 요구를 지금의 20~30대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곳간에서 인심 나는 것’인데 그들의 곳간이 충분할지, 그리고 “국가가 나한테 무엇을 해주었는데 이제 와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냐”고 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해결책은 결국 지금부터 조금씩 합리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서로에게 좋다. 노년인 내가 감당하지 못하고 중년인 자식으로서 감당하지 못할 거면 말이다.아무리 뛰어난 경제 이론도 현실을 당할 수는 없다. ‘큰 정부’가 가지는 폐해가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시장 만능’만 외치는 것이 공허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사회보장과 재원마련(증세) 등 국가가 감당해야 하는 책임을 어떻게 하면 관료적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수행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현실적이다. 이제 ‘작은 정부’보다는 ‘세련된 정부’를 외치는 정치인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2018-03-28 15:11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브릿지 칼럼] 무역전쟁, 분위기 심상치 않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세계 경제가 수상하다. 시작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대선 과정에서의 좌충우돌 강경파 모습은 선거 전략의 일환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일변도로 돌진하고 있다. 개리 콘, 렉스 틸러슨, 허버트 맥매스터 등 비둘기파들은 다 떠나거나 경질되었고 피터 나바로, 마이크 폼페이오, 존 볼튼과 같은 매파들만 대통령 주변에 포진했다. 대통령의 강경 정책을 견제해줄 참모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미국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앞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처음에는 철강 관세로 불을 지피더니 곧 지적재산권 등의 문제를 걸어 중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렇다고 중국이 물러서는 모양새도 아니다. 중국은 미국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기보다는 맞서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 기선을 제압 당하면 계속 밀릴 게 자명하고, 결국 강공으로 맞서야 한다. 미 국채 매도, 돈육 등 일부 품목에 대한 보복관세로 맞받아쳤다. 치킨게임에서 자동차 핸들을 뽑아버리고 ‘네가 먼저 비켜라’고 외치는 모양새다. 정면 충돌이 불가피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미국과 중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경제의 40%를 넘는다. 그런 두 경제권 사이에 분업과 협력에 의한 상호혜택을 주창하는 자유무역의 논리는 사라지고,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힘의 논리는 필연적으로 무역 전쟁을 초래한다. 결과적으로는 절충과 타협의 미덕이 발휘된다 하더라도, 그때까지 세계 경제는 울컥거리게 되어 있다.무역이 위축될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심리까지 위축되면 이제 막 시작한 호황의 사이클이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금융시장은 패닉 상태다. 하루에 주가지수가 3~4%씩 빠지는 게 일상이 되었다. 환율과 금리도 요동 친다. 금융시장이 경제지표에는 아랑곳 않고 트럼프의 트윗에만 반응하고 있다.어려운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 수출의 대미 및 대중 의존도는 40%에 육박한다. 중국과는 국제 분업 구조로 인해 수출 증감이 거의 연동되어 있다. 중국 수출이 위축되면 우리도 그만큼 타격이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세탁기 등 이미 많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반도체나 또 다른 품목도 어찌 될지 모른다. 철강을 유예받는다 해도 한미FTA 재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도 완전개방된 ‘현금출납기 시장’의 한계가 그대로 투영된다.문제는 국내 경제도 만만치 않다는데 있다. 내수실종과 가계부채가 핵심이다. 사상최악의 청년실업과 자영업 불황은 물론, 사드 보복도 회복될 기미가 없다. 내수가 안 좋은데 수출까지 위축되면 그 끝은 경기 급락이다. 나날이 늘어나는 가계부채가 내응(內應)하는 상황이 오면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까지 각오해야 한다.정부와 금융당국에 큰 숙제가 주어졌다. 실물과 금융이 복합 혼란 상태에 빠졌고 극심한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이런 어려운 때 우리 정부는 대미 통상협상을 원활히 풀어가는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구조조정, 사드 보복 등으로 피해가 큰 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지역 경제가 도탄에 빠지는 것도 예방해야 한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가계부채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참으로 어려운 시기이다.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2018-03-26 15:23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브릿지 칼럼] 주유소 폐업, 정부 나서서 도와야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20년 전만 해도 일본의 주유소는 6만3000여개였다. 하지만 현재는 3만개 이하로, 절반 이상 줄었다. 주유소 구조조정의 일등 공신은 정부였다. 주유소 간 경쟁이 심해져 한계 상황에 이른 주유소들이 소프트랜딩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 길을 열어준 것이다.현재 우리나라의 주유소는 1만2000여 개로, 가장 많았던 1만3000여 개에 비해 1000여 개 정도만 줄었다.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은 퇴출돼야 할 주유소들을 오히려 회생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유소도 일본처럼 절반가량으로 줄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구조구정이 늦춰지면서 증가한 노후 주유소들의 환경오염이다.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2016년 폐업한 주유소는 219개에 달한다. 주유소 경쟁이 심해지면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주유소는 2015년 309개, 2014년 244개로 집계됐다.정유사들은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자기상표를 늘리는데 전력투구했다. 그 결과, 국내 주유소 과포화라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예전에는 지방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면 부자에 속했으나,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주유소도 양극화 현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수도권 주유소들의 평균 판매량은 증가하는 대신, 지방 주유소들의 판매량은 갈수록 줄었다. 예전에는 지방 주유소 4개를 팔면 서울 변두리에 1개를 매입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10개를 팔아도 매입하기 어려워졌다.주유소 업종은 원가 비중이 높은 데다 세금이 많아 다른 업종에 비해 매출이 크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많은 돈을 번 듯 착각하지만 사실상 수익성은 1.5%를 납부하는 카드수수료 보다 적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이나 소방 측면에서 규제가 많아 당장 버는 돈에 비해 향후 지속적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지방 국도변 주유소의 경우 문 닫고 나면 먹고 살 게 없어 월 100만원 벌이라도 된다면 가족을 동원해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최근 3년간 휴업 중인 주유소는 평균 510개에 이르고 있으나 누적 주유소의 개수는 아직 파악이 안되고 있다. 한계 상황에 이른 주유소들은 폐업을 해야 하지만 폐업비용이 없어 휴업을 선택한다. 주유소 폐업비용이 대략 1억5000만원 정도니 적은 액수가 아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에서 폐업비용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한국주유소협회는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의 입법발의를 통해 주유소 폐업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주유소공제조합’을 2015년 설립했다. 그러나 주유소 공제조합은 출범 2년4개월이 지나도록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주유소 공제조합 설립 예산 확보를 위한 조합원들의 참여가 저조한데다 정부가 타 업종간의 형평성을 내세워, 공제조합 출자금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냉철히 생각해보면 주유소 업종은 다른 업종과 차이가 있다. 정부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향후 환경오염을 일으킬 경우 그 피해가 광범위한데다 환경오염을 제거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정부는 일본이나 프랑스의 사례를 참고해, 주유소 업종의 소프트랜딩에 적극 나서야 한다.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2018-03-25 16:01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브릿지 칼럼] 日부동산시장, 오답노트로 쓰자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우리에게 일본은 관심국가다. 적어도 겉보기엔 많이 닮았고, 처한 상황까지 비슷하다. 급속한 경제성장에 이은 성장정체로 이어지는 경제구조의 변화를 보면 ‘어제의 일본은 오늘의 한국’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 일본의 경로를 답습할 것이란 주장은 상식처럼 회자된다. 실제 우리도 일본의 많은 걸 마치 판박이처럼 복사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덕분에 시간과 비용을 아껴 수업료를 덜 낸 경우도 적잖다. 일본모델을 도입했는데 상황이 더 꼬인 경우도 있다. 중앙정치, 정경유착, 재벌우위, 사회보장 등이 그렇다. 닮은 꼴만큼 다른 점도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다. 비슷해보여도 뜯어보면 한국과 일본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많이 다르다. 결과적인 현상이 비슷할지언정 이를 만들어낸 내부사정은 각 나라의 복잡성과 특이성이 반영된 결과일 수밖에 없다.그럼에도 한국사회는 일본의 경로를 추종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이 이러했으니 한국도 이럴 것이란 투다. 인구변화를 필두로 뜨거운 감자인 부동산에 이르면 양국비교는 필수다. 하지만 이런 단편적인 비교는 잘못됐다. 일본의 사례가 힌트는 줘도 정답은 없다.일본특유의 세세한 사정을 모르고 징후가 엇비슷하니 닮았다는 건 논리비약이다. 더욱이 일본적인 해결방법의 적용은 어불성설이다. 우리는 일본을 모른다. 특히 고도성장기에는 차별점보다 유사점이 많아 설명력이 있었겠지만, 저성장으로의 전환을 앞둔 지금은 알 수 없다. 일본적인 해법은 일본에서 유효할 뿐이다.현재 한국에서 확인되는 대부분의 일본사례 관찰보고서의 결론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일본의 사례를 감안할 경우 한국경제 역시 추세적인 불황에 진입할 것이란 게 이들의 결론이다.이들은 인구감소가 당장 큰 후폭풍은 없지만 장기적으론 심각한 생채기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인구감소가 생산·소비 등 거시경제 자체에 찬물을 끼얹는 장기적인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인구감소로 인해 경제가 망하지는 않겠지만 길게 보면 힘들어질 것이란 지적이다.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정책당국이 인구감소에 대한 정책적 대응 없이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는 걸 전제한다. 더욱이 이들은 일본사례를 끌어들여 버블 붕괴시기의 일본정부의 무능한 실패경험이 한국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일본의 사례를 관찰하고 공부하는 이유가 있다.일본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고 해법이 다르지만 적어도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인구 감소에 대처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 하나는 확실하다.누구의 어떤 논리에 따라 대책을 마련할 지는 모두 다를 수 있다. 당연히 누구도 정답을 알 수는 없다. 난무하는 불확실성 속에서 통계자료는 과거의 지표일 뿐이며, 일본의 사례가 한국의 샘플이 될 수도 없다. 하지만 인구절벽이 가져올 위기에 대응해 나름의 전략을 준비하고, 대응 플랜을 짜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일본의 사례는 자칫 잘못하면 상황이 한없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면 충분하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8-03-22 15:58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둘레길 새소리의 교훈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비 오는 3월 중순 아내와 함께 동네 앞산을 올랐다. 앞산 둘레길은 2000여 아파트 세대가 사는 곳 뒤편 숲이 울창한 산속 같은 곳에 있었다. 가랑비가 얌전히 떨어지는 작은 못(池)을 지나자 골짜기가 나타났다. 도랑물이 졸졸 흐르면서 얼음으로 뒤덮였던 싸늘한 기운을 몰아냈다. 사람들의 왕래가 별로 없어서인지 도랑물은 맑았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작은 돌들이 납작 엎드려 봄이 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같았다. “이렇게 좋은데 매일 올 걸 그랬다”고 아내는 혼잣말을 던졌다.지나간 겨울은 너무 춥고 길었다. 아내 말대로 앞산을 자주 찾아오고 싶어졌다. 이름 모를 새들의 경쾌한 울음이 연달아 들려왔다. 그 소리는 나를 어린 시절로 데려갔다. 인천 출생인 내가 새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은 경기도 안산 동막골이란 산골에서였다.둘레길을 되돌아오면서 새소리가 다시 들렸다. 잊고 살았던 청량한 새소리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 보이지 않았던 연리지 나무가 길목에서 우리 내외를 맞았다. 서로 다른 나무가 가지를 이어 한 몸으로 잇고 있는 형상이 기이했다. 아내도 나도 슬며시 얼굴을 마주 쳐다보고는 빙그레 웃었다. 우리도 그렇게 살자는 눈치였다. 아직 봄의 기운은 차오르지 않았는데 둘레길의 나뭇잎들과 흙은 이미 봄이었다.아파트 입구에는 언제부터인지 상인들이 좌판을 벌여 놓고 냉이, 달래, 세발나물 등의 봄나물을 팔고 있었다. 한 겨울을 버티느라 찬바람을 맞지 않은 냉이가 있을까. 겨울 찬바람을 맞아야 봄이 오듯 냉이도, 둘레길의 나뭇잎들도 찬바람을 맞고 겨울을 버텼을 것이다.물기 가득한 냉이를 손질하던 아내가 봄이 오는 환상을 단번에 깨버렸다. “장사꾼들은 정말 이해 못하겠네, 냉이는 손톱만큼이야. 나머진 그냥 풀이라니까.” 속아도 속은 줄이나 알면 다행이라는 푸념으로 지난 주말 오후는 봄을 먹어보려다 냄새만 맡고 말았다.이제 두꺼운 외투를 안 입어도 된다. 더 시간이 지나면 아주 가벼운 옷 한 장으로도 지낼 수 있는데, 내가 다녔던 직장의 후배들은 잔뜩 움츠리고 있다. 대미 철강 수출 관세를 25% 이상 뒤집어썼으니 그럴 만하다.관세 폭탄이 마치 처음 일어난 일인 양 낙담을 하는 후배들의 모습은 안타깝다. 대미 철강 관세의 폭탄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언제 더한 폭탄이 날아들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매년 예전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은 일을 반복했던 이들은 퇴보와 도산이란 쓰라림을 받아왔다.멀리 내다보고 새로운 ‘철강코리아’의 종자를 글로벌 곳곳에 심어놓는 일이 방책일 것인데, 한국의 이름으로 미국의 문을 수 년 동안 두드렸으니 예고된 폭탄이었다.트럼프의 232조에 벌벌 떨 일이 아니다. 겨울에 입었던 두터운 외투를 벗어던지는 순리처럼 불요불급한 것부터 벗어 버리고, 현지 생산과 주변 생산을 생각해 볼 일이다. 먼 십수 년 이후를 대비함이다.3월이 가기 전에 후배를 불러 봄을 알렸던 앞산 둘레길의 새소리를 들려줘야겠다. 봄의 기운으로 새롭게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힘내라 ‘철강코리아’.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2018-03-21 15:49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브릿지 칼럼] 개헌, 엄정하게 국민의 뜻 받들어야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개헌(改憲)의 내용과 방향과 시기. 이미 답이 나와 있다. 노도와 같은 촛불혁명을 거쳤고, 여론조사가 누적적으로 발표됐고, 국민들 모두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걸 정치권, 5·16 쿠데타 이후 군사정권의 잔당들, 총칼을 쥔 군사독재에 수십년 직·간접으로 부역해온 가면들, 국물을 뱀처럼 노리는 다선 국회의원들의 무대가 또 탕을 쳐서는 미래가 없다. 더 나아가 백범 김구 등을 암살하면서 역사를 왜곡해온 이승만 정권의 죄과까지 깊이 반성하는 출구를 열어야 한다.물론 우리 손으로 해방과 광복을 하지 못한 뼈저린 원죄가 있다. 그 때문에 남·북이 찢어졌고 북쪽은 소련 군정으로, 남쪽은 미국 군정으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말이다. 70년만에 한국인은 인류역사에서 최초로 쓰레기 하나 남기지 않는 광장의 시위 ‘촛불혁명’을 창조했다. 누구도 흉내낼수 없는 거대한 5000만 국민의 눈물겨운 반성이자 독재에 대한 저항의 시위이자 자각의 축제였던 것이다.이걸 민주선진국 미·영·프·독 등 소위 선진국 국민들에게 해보라 하라. 완전 불가능이다. 장담한다. 이로써 우리 손으로 광복을 하지 못한 원죄는 완전히 씻어졌다. 70여년만에 이제 새출발 할 수 있게 됐다.당연히 동시에 박정희 군사 쿠데타의 분신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감시켰다. 그리고 세련된(?) 부역세력의 절정 MB(이명박)와 그의 가족들도 심판대위에 섰다. 이것 역시 역사의 사필귀정이다. 세계가 보고 있다. 이제 남북평화공존, 남북통일보다 높은 목표는 ‘진정한 독립국가’다.지난 2월26일자에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STI의 발표에 의하면 ‘대통령중심제’에 대한 선호도가 80%가 넘었다. 가장 적합한 정부형태로는 ‘대통령 4년 중임제(58.6%)’, ‘대통령 5년 단임제(23.4%)’, ‘이원집정부제(9.9%)’, ‘의원 내각제(3.9%)’, ‘기타(1.2%)’ 순이었다. 지방선거때 개헌득표 47.7%, 늦추더라도 여야합의로 정부형태 포함해 실시 39.9%로 가급적 금년 여름에 출발하고 싶은 것이다. 지난 1월14일자에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밝힌 개헌관련조사 결과도 STI와 대동소이했다. 개헌합의 불발시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제시해야 한다’(56.6%)는 대세였다.분권 역시 중요하다. ‘삼권분립’은 서양에서 발달해 왔다. 영국의 존 로크에 이어 프랑스의 몽테스키외에 의해 1748년 삼권분립이 주창됐다. 이후 서구에서는 삼권분립이 확립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이를 받아들인 중국은 국부라 할 수 있는 중산(中山) 쑨원(孫文)에 의해 양안(兩岸) 모두 5권 분립으로 발전시켜왔다. 동양의 ‘음양오행(陰陽五行)사상’이 바탕이 되고 있다.한국도 이제 행정부에 감사원이 있는 것은 독립시켰으면 한다. 재벌의 병폐를 다스리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국가권익위원회 중 최소한 부패방지기능을 빼어내 감사원과 함께 감찰권 기구로 독립시켜야 한다. 당연히 신설되기를 바라는 공수처(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도 이 기구에 속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청렴국가 대한민국을 만들어 세계 주요 독립대국이 되기를 바란다. 한국형 오권분립을 지방분권과 함께 더 깊이 신속하게 논의·확정시켜 나갈 때다.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18-03-19 15:26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인생 2막 잘 사는 3가지 방법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중국 최고의 갑부로 성공한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은 ‘물구나무서기’ 교육으로 유명하다. 몸과 생각을 뒤집어,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고정관념에 갇혀 틀에 박힌 방식이나 태도로 살고 있다. 때론 세상을 보는 각도나 관점을 바꿔 살아 보자. 관점을 바꾸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은퇴 후에는 은퇴 전 살아온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인생 2막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32년간 연구원으로 활동한 후 2014년 은퇴한 윤영선 씨는 퇴임식에서 “인생의 바퀴를 다 돌았다. 내일이면 새로운 바퀴를 돌 것이다. 그 바퀴 역시 예전과 다를 바 없겠지만 지난날처럼 돌지는 않을 것이다. 나를 지금까지 불안으로 몰아넣은 돈과 남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는 욕구, 이 두 가지에 다시는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은퇴 이후 다양한 독서토론 활동에 참여하며 글쓰기와 독서에 전념했다. 마침내 퇴임식에서 선언한 약속을 지키고 은퇴 후 찾아오는 불안감에서도 해방됐다.윤 씨는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공부를 실천하고 있기에 지금 오히려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책과 함께하는 공부가 나의 오랜 생각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말한다. ‘책으로 다시 살다’와 은퇴 후 즐기는 공부로 삶이 바뀐 행복한 세 아빠의 이야기를 글로 쓴 ‘아빠 행복해?’를 발간하며 작가로 데뷔했다.은퇴 이후의 삶의 방식은 은퇴 전과는 분명 달라야 한다. 윤 씨의 사례를 통해 은퇴 이후에 바꿔야 할 삶의 방식과 관점을 정리해 본다. 첫째, 물질적인 성공이 아니라 정신적인 성장으로 관점을 전환한다.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기 위해 우리의 삶을 지배해 온 물질만능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정신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은퇴 이후는 제2의 성인기로 자아실현을 통한 2차 성장이 이뤄진다.김형석 교수는 “인생의 황금기는 60~75세이며,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 일찍 성장을 포기하는 젊은 늙은이들이 많아 아쉽다”라고 했다. 윤 씨는 은퇴 전에 갖고 있던 성공의 잣대를 과감히 버렸다. 본인이 좋아하는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정신적인 성장을 꾀하는 새로운 행복에 빠졌다. 공부에서 행복한 삶을 찾았다.둘째, 직선 위의 삶이 아닌 수평 위의 삶이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오며 행여 남에게 뒤질세라 경쟁으로 살아온 삶이 아니라 공유하고 협력하고 봉사하는 상생의 삶이 요구된다. 아울러 은퇴 이후 살아가야 할 커뮤니티는 지시 복종의 수직적인 직선 관계가 아닌 평등하고 상호 존중하며 소통하는 수평 관계임을 유념해야 한다. 윤 씨는 자기를 대표했던 박사라는 명함을 버렸다.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숭례문학당의 서평독서클럽에 가입했다. 그곳에서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했다. 자연스레 열린 마음으로 수평적 조직에 적응하게 됐다.셋째, 인생 전반기 교육보다 은퇴 후 후반기 교육이 중요하다. 우리 교육은 진학과 취업을 위해 인생 전반기에 집중돼 있다. 지금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평생학습의 시대다. 은퇴 이후 1인 1기를 위한 후반기 교육이 중요하다. 윤 씨는 독서토론과 글쓰기에 집중한 결과 행복과 새로운 일을 찾았고, 연구원에서 작가로 변신할 수 있었다. 공부하는 은퇴자에게는 정년이 없다는 내용의 ‘은퇴자의 공부법’이란 책도 썼다. 은퇴 이후에는 길어진 수명으로 많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시간부자가 된다. 본인의 경제 능력에 맞게 삶을 다운사이징 하고 취미와 여가 활동, 봉사 활동 등 시간 관리를 잘 활용함으로써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2018-03-18 16:01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다스'는 어떻게 태어났나

김우일 대우Mamp;A 대표‘다스’라는 회사가 정치권을 비롯해 전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질적인 오너이면서도 차명으로 위장해놓고 수렴청정, 막후에서 경영관리를 해왔다는 의혹이 점점 더 사실로 밝혀지는 듯하다.검찰의 수사와 주변인의 진술들을 종합해보면 삼척동자라도 그 진실을 짐작할 수 있다.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기업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대기업시장, 서울시장, 대통령을 지낸 지도자가 왜 이런 위장기업을 몰래 만들고 뒤에서 조종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풀어내보고 싶다.필자는 1976년 대우그룹 기획조정실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000년 대우그룹붕괴시까지 재벌그룹의 경영관리를 담당했다.1976년은 박정희대통령이 국가경제성장을 위해 재벌위주의 산업정책을 한참 펴던 시기였다. 빠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파급효과가 큰 재벌을 수출전위 부대로 육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이같은 정책을 발판 삼아 재벌기업은 엄청난 규모의 부를 독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의 편중현상은 빈부격차의 확대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이를 막기위해 정권은 한손으로는 재벌의 장려정책을, 다른 한손으로는 재벌의 확장규제정책을 병행해 시행했다.공정거래법, 세법, 여신관리규정 등 특별법을 만들어 재벌총수의 무분별한 문어발확장을 엄격히 규제했다.심지어는 재벌마다 주력 업종, 비주력 업종을 선택하게 해 비주력 업종에는 아예 진출을 못하게 했다. 위반시는 대출금리를 높이고, 범칙금 등을 부과하기도 했다.이 같은 이유로 시너지 효과 때문에 연관 비주력 사업을 영위할 수밖에 없었던 재벌은 불가피하게 위장전술을 구사했다. 이른바 위장계열사이다. 또한 CASH COW 역할을 하는 알짜기업도 총수의 사유화를 위해 위장계열사로 만들곤 했다.실질적으로는 재벌의 계열사이지만 주주명에는 차명으로 다른 사람이름을 빌려 경영을 한 것이다.90년대만 해도 재계 순위 30위권 안에 드는 재벌 그룹들은 적게는 20여 개, 많게는 100여 개 이상의 위장계열사를 운영해온 것이 사실이다.그래서 매년 초의 공정거래위원회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바로 재벌의 위장계열사 찾기였다. 재벌은 위장계열사들을 꼭꼭 숨기고, 정부는 찾아내려는 숨바꼭질이 연례행사처럼 벌어졌다.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대그룹의 CEO를 역임했기에 이런 재벌의 생태를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다. 또 지도층 인사의 치부(致富)를 터부시하는 우리나라의 국민정서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다스라는 기업은 현대자동차의 납품회사로서 수익은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차명으로라도 기업을 소유하려는 유혹을 참기 힘들었을 것이다.일본의 국민들은 재벌에 대한 거부반응이 별로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재벌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반감이 남다르다.이는 재벌이 ‘남다른 노력과 아이디어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권력유착과 시장독점으로 부를 축적했다는 인식 때문이다.‘다스’는 과거의 이 같은 잘못된 관행과 한 정치지도자의 편법적 대응이 만들어 낸 ‘괴물’이다. 과거 성행했던 위장계열사의 관례가 낳은 기형적기업으로 하루빨리 제 모습으로 새 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김우일 대우MA 대표

2018-03-15 17:00 김우일 대우M&A 대표

[브릿지 칼럼] '혈세 도둑' 수입 법인차 규제해야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약 3년 전, 우리나라에서 운행되는 법인 명의 고급 수입차 상당수가 각종 세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에 정부가 관련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흉내만 내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지금도 한국 내 수입차 판매량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연초부터 일부 수입차 판매는 국산차를 앞서며 순위가 바뀌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국산차와 수입차는 가격적인 측면에서 비교가 힘들 수 있지만, 양적 수치인 판매 대수가 역전됐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또 한국지엠 사태는 이 같은 수입차의 위세를 더욱 강화시키고 점유율을 높이는 현상을 이끌 것이다. 문제는 높은 가격의 수입차가 법인차로 등록돼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 개인적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회사 최고경영자가 수입차를 법인 명의로 등록해 개인은 물론 가족이 이용하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분명히 법인차는 회사용이고 관련 업무가 확실히 지정될 경우에만 이용 가능하다.선진국에서는 법인차의 기준이 엄격하게 규정돼 있다. 미국 등 선진국 상당수가 법인차를 업무용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있으며, 임직원이 법인차량을 사용하면 사유를 입증할 수 있는 일지 작성은 물론, 보험 가입 여부도 확실하게 따진다. 출퇴근용으로는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대부분이다. 싱가포르는 법인차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 법을 근거 삼아 법인차를 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국내에서는 법인차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관행이 오래전부터 지속돼 왔다. 해외의 선진 사례를 인식하고도 한국형 선진 모델이 안착되지 못한 것은 분명히 각성해야 한다.최근 수입차의 고공 행진은 국산차에 경쟁력을 심어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수입차의 법인차량 등록이 편법으로 작용된다면, 형평성 등 여러 사회적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관련 부처는 분명히 실태를 파악하고 있으며, 해결책도 갖고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부와 국회 등 관련 기관들의 실질적인 의지다.먼저 3년 전과 지금의 상황을 비교해 얼마나 많은 차들이 법인 명의로 등록돼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간단한 용역을 활용하면 약 3개월만에 불합리한 혜택 현황 파악이 가능하다. 법인차 관련 정보의 정확도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고급 수입차의 법인차 등록 필요성도 확실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해외 손님 접대용이라는 핑계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고가차는 유지비용과 자동차 부품, 수리비 등이 높아 모든 면에서 업무용으로 부적절하다. 관련법이 개정·시행돼도 항상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실시간 감시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선진국과 같이 다양한 제약조건을 만들어 수입차를 법인 명의로 쉽게 등록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값비싼 수입차를 굳이 업무용 법인차로 등록할 필요는 없다. 가격이나 차종, 목적 등 여러 면을 검토해 법인차로 지정하고 운영일지 작성과 철저한 검증자료 축적 등도 필수적이다.중요한 것은 역시 관계 당국의 의지다. 이미 한 차례 주목받은 사회적 이슈임에도 제도적으로 안착되지 않은 지금의 상황을 되돌아보고, 지금부터라도 개선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2018-03-14 16:01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브릿지 칼럼] 건설업 특성 맞춘 근로시간 정책 필요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지난 2월 28일, 오랫동안 지지부진하게 논의되어 왔던 법정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한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59%의 국민들이 잘된 일이라는 평가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의 노동강도 등 그동안 다른 선진국가들에 비해 근로시간이 많다는 문제제기가 지속되어 왔었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을 두고 기업, 노동계 모두가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현행대로 휴일수당에 연장근로수당까지 중복을 허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다수 법원 판결 내용과 달라 우려하고 있고, 기업들은 인력의 추가 고용 등 비용 상승에 대해 우려 한다. 이에 따라 이후 근로시간 단축의 적용에 있어서 많은 논쟁이 불가피하다. 특히, 연장근로가 많은 업종들에 있어서는 벌써부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전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시간의 예외 적용을 받던 업종들은 당장의 비용 상승 및 급격한 생산시간 연장 등을 우려하고 있다.건설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건설산업은 ‘공사기간’이라는 정해진 기간 내에 공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업종이다. 이러한 공사기간은 국가 등 공공공사의 경우에는 건설업체가 임의적으로 조정할 수 없다. 물론 법률에 정한 사유에 의해 계약기간 조정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나 관행적으로 이를 쉽게 인정하지 않고, 상당부분은 시공하는 건설업체의 사유로 떠넘기기 일수다. 또 자체적으로 공사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 해도, 추가적인 인력 및 자원의 투입에 따른 공사비의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기 힘들다.주당 근로시간이 줄어 건설공사의 공사기간이 연장되면 공사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이로 인한 추가 인력, 장비 및 자재 등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및 임차료, 금융비용 등 각종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공사를 발주한 발주처들은 공사기간의 연장에 대해 국가계약법 상 정해진 재료비, 노무비 등 직접비에 대해서 지급해왔다. 반면 관리비용과 각종 자재, 장비 등의 간접비에 대해서는 쉽게 인정하지 않았다. 계약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을(乙)’의 위치에 있는 건설업체가 발주처가 인정하지 않아 그대로 떠안는 사례가 많다.특히 민간에서 발주한 공사는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증액된 공사비를 청구하기 더욱 어렵다. 공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비용에 민감한 민간 발주자들에게 공사기간의 연장에 따른 공사비 조정은 공공공사 보다 더욱 어렵다. 이로 인한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또한 건설현장은 기후 변화 등 기상조건에 큰 영향을 받는 산업이다. 이로 인해 공사기간을 명확하게 산정하기도 어렵고, 산정된 공사기간도 불규칙한 변수가 많다. 공사기간의 유동성이 심한 현재 상황에서 근로시간을 고정시켜 놓게 되면 그 피해는 커질 수 밖에 없는 산업이 ‘건설산업’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건설업의 생산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공사기간의 연장과 막대한 공사비의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숙련 인력’의 부족에 있다. 숙련된 기능인력이 부족해 비숙련 기능인력 고용이 늘고 이는 건설업의 인력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적용에 있어서 세심한 정책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18-03-12 15:14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브릿지 칼럼]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국가에 得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기업은 우리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기구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늘린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을 가능하게 만든다. 자본을 투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고도의 협력체를 만들어 질 높은 상품을 싼 값에 제공하는 신비스러운 존재다. 특히 좋은 기업은 그 내부에 새로운 생산방식을 만드는 ‘혁신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기업은 그 자체로 소중한 자산이며, 뛰어난 유산이라고 하겠다.현대 자본주의는 이런 ‘기업’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기업경제가 활발한 나라는 역동성이 높다. 그리고 뛰어난 기업을 가진 사회는 그렇지 못한 사회에 비해 더 잘 산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그리고 신흥공업국들은 오랜 전통의 기업과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기업, 이머징 마켓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성장률을 높이려는 나라는 우수한 기업을 키우면 그 목적을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단순한 해답을 대부분의 나라들이 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일까? 문제는 수익성 높은 기업을 만들어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사실 좋은 기업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또 늘 그런 상태를 유지하는 나라도 매우 드물다.전 세계 경제 환경은 교류가 확대되고 장벽이 해소되면서 점차 글로벌화되었다. 기업과 단체, 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때문에 지금은 저마다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하는 시대다.각 경제 주체들이 이제는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글로벌 시대의 생존전략이라고 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 사회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앞으로 더 크게 가치를 인정받는 브랜드가 나올 수 있는 경쟁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 할 수 있다.그렇게 되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과제라 할 것이다. 이를 실천하는 정부는 경제성장에 성공한다. 반대로 기업환경이 악화되면 경제는 쇠퇴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활력 없이는 경제는 위축되고 정치적 혼란이라는 폐해가 발생하는 것이 오랜 역사의 교훈이다.기업에 대한 반감이나 공세가 사회에서 위력을 떨치게 되면 기업환경은 악화되고 만다. 정부가 이를 방조하고, 나아가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법과 제도에 담게 된다면 장기적인 경제후퇴는 더욱 불가피해진다.기업에 대한 비우호적인 분위기가 장기간 사회적 정서로 자리 잡게 되면 기업들은 의욕을 잃을 수밖에 없어진다. 그나마 그 사회를 지탱하던 기업들마저 하나 둘 사라지게 된다. 마치 자유주의 사상가인 아인 랜드가 그의 대표소설 ‘아틀라스’에서 말한 것처럼, 기업가들이 점차 사라지는 암울한 사회가 현실화되는 것이다.정치 자유는 민주사회의 핵심요인이다. 그렇듯이 경제자유는 번영하는 사회의 핵심요인이다. 기업에게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허락하는 것이야말로 경제가 성장하도록 하는 근본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을 규제하고 간섭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정부가 좋은 정부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18-03-11 15:52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펜스(Pence)룰의 펜스(Fence) 뛰어넘기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미투의 원조인 미국 할리우드는 이제 애교처럼 느껴진다. 어느 여검사의 폭로에서 시작된 우리나라의 성폭력 고발운동 ‘미투’(#MeToo) 광풍은 연극계를 시발점으로 문화예술계를 순식간에 휩쓸더니 대학가, 기업을 넘어 어느 새 정치권의 유력 인사들까지 풍비박산을 내버렸다. 속된 말로 “한방에 훅간다”는 얘기가 실감난다. 이제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미투 뉴스가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새 생명의 계절인 봄에 너무도 잔인하다. 발뻗고 잠 잘 수 있는 사람들은 여성 밖에 없다는 자조섞인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터에서뿐 아니라 쉼터에서조차 여성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이른바 ‘펜스(Pence) 룰’이 남성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펜스 룰’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002년 의원 시절 어느 인터뷰에서 “아내가 아닌 어떤 여성과도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자신의 결혼생활 기준을 설명한 데서 기인한다. 펜스 부통령의 각별한 아내 사랑이자 자신의 결혼생활 수칙이 마치 모든 남성들의 일반적인 행동 강령, 여성 응대 매뉴얼로 확장된 셈이다. 하지만 미투 운동은 ‘남녀칠세 부동석’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다. 페미니즘만의 문제도 아니며 성범죄 교화 차원에서만 접근할 일도 아니다. 남녀를 떠나 우리 사회에서 자행되어온 권력형 범죄 및 각종 차별에 대한 경고가 미투에 담긴 핵심이다. 뿌리 깊은 유교주의 잔재 속에서 아직도 떨쳐내지 못하는 남존여비를 향한 거침없는 외침인 것이다.미투 운동은 결국 평등, 특히 남녀평등을 향해 가야 한다. 남녀고용평등법을 비롯해 아무리 남녀평등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어도 펜스룰이 슬그머니 우리들 마음 속에 자리잡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남성들이 여성을 멀리해야 한다는 식으로 펜스룰이 변질되어 남녀평등의 순수한 가치가 부정적으로 뒤틀린다면 미투는 한낱 가십거리로 전락하고 정치공작 등 각종 꼼수에 부당한 도구로 악용될 뿐이다.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아직도 남성들이 지배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이미 여성들이 부당하게 소외되는 현실이 미투로 인해 심화될까봐 걱정스럽다. 감독, PD, 톱클래스 연예인 등 남성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더 큰 문화예술계의 상황은 다른 분야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성접대 등 남성들의 지배 본능이 만연한 과거의 전례에 비추어 볼 때 미투가 자칫 여성차별, 혐오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남성 개개인의 차원을 넘어 집단적으로 펜스룰이 문화예술계를 지배하게 된다면 여배우의 꿈도 여가수의 스타탄생도 여PD의 창의성도 더 억울하게 날아갈 수 있다. 펜스룰의 오용으로 여성의 기회가 오히려 위축되는 일은 또 다른 차별이다. 미투를 통해 남녀 예술가 사이의 협업이 성행하고 차별 없는 공조가 더 공고해져야 한다. 펜스룰의 펜스(담, Fence)를 무너뜨려야 한다.미투로 점철된 2018년의 봄. 미투는 개인의 연출 생명이나 정치 생명을 끝내는 도구가 아니다. 펜스룰도 답이 아니다. 미투를 통해 부당한 권력에 맞서고 성별을 떠나 동등한 접근권이 보장돼야 한다. 만물이 피어나는 봄에 미투도 새롭게 피어나야 한다. 미투를 넘어 위드유, 펜스룰의 펜스를 뛰어넘어 투게더로.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18-03-08 16:20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중년'을 버리면 희망 없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해가 바뀌면 자리이동이 잦아진다. 인사철답게 승진축하 코멘트가 연이어 테이블 위를 넘나든다. 삼성과 LG그룹은 사상최대의 임원인사가 있었다고 한다. 축하할 일이다. 50대 초중반까지 CEO 연령대가 낮아졌다는 뉴스도 있다. 당연히 임원 평균연령은 줄줄이 낮아져 40대 임원까지 생겨난다. 10년 전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40대에 ‘기업의 별’이라는 임원 직함을 다는 이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은 이제 뚜렷한 추세가 되고 있다. 문제는 감춰진 이슈다. 든 사람이 많다면 그만큼 난 사람도 많은 법이다. 자리의 숫자에 변화가 없다면 어떤 이에게 승진은 곧 다른 이에게 퇴출 혹은 탈락일 수밖에 없다. 승진 문호가 좁아질수록 퇴출되고 탈락하는 인원은 더 많다.승진파티의 이면에 존재하는 퇴사자의 모습은 주목받기 어렵다. 새로 임원이 되는 이들의 연령이 젊어질수록 퇴출되는 이들의 나이도 젊어질 수밖에 없다. 한창 일할 나이에 물러나는 것은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들에게도 받아들이기 힘든 꽤 충격적인 퇴장일 수밖에 없다. 청춘과 궤를 함께 한 곳이었다면 패배감과 박탈감은 치명적이다.이들 대부분은 우리가 중년이라고 부르는 이들이다. 빠르면 40대 초중반, 늦으면 50대 중후반이다. 즉 한참 일할 나이대다. 회사로선 인원감축의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연령대이겠지만, 당사자로선 피부로 느끼는 생존의 위협이 가장 큰 연령대다. ‘졸업→취업→결혼→출산→양육’의 사회인모델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이 가정에서 주 소득자이며 가장이다. 맞벌이라면 좀 낫겠으나, 그렇다고 가장의 역할의 흔들리는 것이 벌충되긴 어렵다. 소득도 많겠지만, 지출도 많은 시기에 맞닥뜨린 중년가장의 퇴장은 가족 구성원들에게 연쇄적인 패닉을 일으킨다. 중년가장의 몰락은 개인적인 불행에 그치지 않고 ‘가장실업→빈곤→사회적 비용 증가’로 연결되며 상당한 파급효과를 낳는다.생산·소비활동의 정점인 중년가장이 무너지면 이중삼중의 충격파가 불가피하다. 한국사회를 지지해줄 핵심자원이 방치된 이후 되돌아올 날선 부메랑은 상상을 초월한다.그럼에도 현재 한국사회에서 중년은 잊혀진 존재다. 투명인간에 가깝다. 이들은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정책적 지원은 거의 전무하다.중년들에게 닥친 퇴출의 그림자는 오로지 개인적인 문제로 남을 뿐이다. 워낙 적자생존·승자독식의 경쟁에 익숙해있는 세대라 동년배조차 동료의 퇴출을 무능력자의 실패로 치부해 버린다. 중년의 강제퇴출이 시대의 의제가 되지 못하고 소수이슈로 남는 이유다.거대한 숙명을 부여받은 중년가장이면 한 번쯤 상상해보자. 갑자기 일이 사라진 날을…. 습관처럼 발에 익은 출근길이 사라지면 어떤 느낌일까? 무엇이 떠오르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중년가장을 곁에 둔 가족도 한번 상상해보자. 어느 날 내 남편이, 나의 아버지가 직장을 잃고 수입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청년실업만큼 상황이 급박한 것이 중년 실업이다. 언제까지 중년의 불행을 외면할 것인가? 중년을 버리면 한국사회에 희망은 없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8-03-07 15:51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트럼프 무역전쟁, 전면전 못간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키로 발표했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가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을 핵심 기조로 내세울 때부터 예견된 참화라 할 수 있다. 유럽연합(EU)과 중국 등은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관세 부과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무시하고 중국 기업의 이익을 저해하는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EU는 오렌지 쥬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등에 대한 보복 관세 가능성을 시사했다.작년 미국의 무역적자는 5660억 달러로 지난 2008년 7087억 달러 적자 이후 최고치다. 대중국 무역적자만 3750억 달러에 달한다. 과거 행정부는 무역적자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간헐적으로 관세 인상 등의 조치를 취했다. 조지 W.부시 대통령은 수입 철강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수입산 타이어에 유사한 조치를 취했다. 2009년 중국산 타이어에 35% 관세를 부과했는데 1200명의 국내 일자리를 지킨 반면 11억 달러 이상의 소비자 추가 부담이 발생했다.트럼프는 “무역전쟁은 좋은 일이다”라고 강변하지만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글로벌 무역질서를 뒤흔드는 행동이라는 지적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트럼프 최악의 실책”이라고 논평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되는 무역전쟁”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웬디 커틀러 아시안소사이어티 부회장은 “중국은 미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장벽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무역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그러나 이번 사태가 전면적 무역전쟁으로 까지 비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첫째로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액은 각각 300억 달러와 170억 달러 규모인데, 세율 인상으로 인한 물가상승 효과는 크지 않다. EU가 상계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내 일자리 19만개가 위태롭다는 연구가 나와있다. 전면적 무역전쟁으로 비화 땐 400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철강 및 알루미늄 생산공장이 중부 러스트벨트에 많은 까닭에, 2016년 트럼프 당선에 기여한 오하이오주와 펜실베니아주 표심 확보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둘째로 상대국의 보복관세가 시행될 경우 주력 수출품인 농산물이 타격을 입게 된다. 공화당의 핵심 지지기반은 남부와 남서부의 농촌지역으로, 이들 지역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다.중국이 트럼프 결정에 대해 비교적 신중한 행보를 하는 것은 미국 국내정치의 역학관계를 충분히 고려했기 때문이다. 헌법 개정을 논의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개최되고 있는 중국내 정치 사정도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관세 부과로 한국경제가 입을 타격이 크다. 무역의존도가 높을 뿐 아니라 미국이 규제대상으로 고려중인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이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미 통상외교를 강화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8-03-06 16:16 박종구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