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무역전쟁, 분위기 심상치 않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입력일 2018-03-26 15:23 수정일 2018-03-26 15:24 발행일 2018-03-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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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완 전무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세계 경제가 수상하다. 시작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대선 과정에서의 좌충우돌 강경파 모습은 선거 전략의 일환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일변도로 돌진하고 있다. 개리 콘, 렉스 틸러슨, 허버트 맥매스터 등 비둘기파들은 다 떠나거나 경질되었고 피터 나바로, 마이크 폼페이오, 존 볼튼과 같은 매파들만 대통령 주변에 포진했다. 대통령의 강경 정책을 견제해줄 참모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미국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앞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처음에는 철강 관세로 불을 지피더니 곧 지적재산권 등의 문제를 걸어 중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렇다고 중국이 물러서는 모양새도 아니다. 중국은 미국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기보다는 맞서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 기선을 제압 당하면 계속 밀릴 게 자명하고, 결국 강공으로 맞서야 한다. 미 국채 매도, 돈육 등 일부 품목에 대한 보복관세로 맞받아쳤다. 치킨게임에서 자동차 핸들을 뽑아버리고 ‘네가 먼저 비켜라’고 외치는 모양새다. 정면 충돌이 불가피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경제의 40%를 넘는다. 그런 두 경제권 사이에 분업과 협력에 의한 상호혜택을 주창하는 자유무역의 논리는 사라지고,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힘의 논리는 필연적으로 무역 전쟁을 초래한다. 결과적으로는 절충과 타협의 미덕이 발휘된다 하더라도, 그때까지 세계 경제는 울컥거리게 되어 있다.

무역이 위축될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심리까지 위축되면 이제 막 시작한 호황의 사이클이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금융시장은 패닉 상태다. 하루에 주가지수가 3~4%씩 빠지는 게 일상이 되었다. 환율과 금리도 요동 친다. 금융시장이 경제지표에는 아랑곳 않고 트럼프의 트윗에만 반응하고 있다.

어려운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 수출의 대미 및 대중 의존도는 40%에 육박한다. 중국과는 국제 분업 구조로 인해 수출 증감이 거의 연동되어 있다. 중국 수출이 위축되면 우리도 그만큼 타격이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세탁기 등 이미 많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반도체나 또 다른 품목도 어찌 될지 모른다. 철강을 유예받는다 해도 한미FTA 재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도 완전개방된 ‘현금출납기 시장’의 한계가 그대로 투영된다.

문제는 국내 경제도 만만치 않다는데 있다. 내수실종과 가계부채가 핵심이다. 사상최악의 청년실업과 자영업 불황은 물론, 사드 보복도 회복될 기미가 없다. 내수가 안 좋은데 수출까지 위축되면 그 끝은 경기 급락이다. 나날이 늘어나는 가계부채가 내응(內應)하는 상황이 오면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까지 각오해야 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에 큰 숙제가 주어졌다. 실물과 금융이 복합 혼란 상태에 빠졌고 극심한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이런 어려운 때 우리 정부는 대미 통상협상을 원활히 풀어가는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구조조정, 사드 보복 등으로 피해가 큰 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지역 경제가 도탄에 빠지는 것도 예방해야 한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가계부채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참으로 어려운 시기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