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한반도에 가을이 오려면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입력일 2018-04-05 15:19 수정일 2018-04-05 15:29 발행일 2018-04-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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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해 솟는 백두산은 내 조국입니다”, “한나산도, 독도도 내 조국입니다”

대한민국의 백지영과 북측 가수 송영이 부르는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에는 남북 문화교류의 웅대한 뜻이 담겨있다. 지난 2월 평창올림픽을 기념해 삼지연 관현악단을 비롯한 북측 예술단이 남한에서 공연한 데 이어 지난 3일 평양 보통강 구역의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 합동공연이 열렸다.

공연은 참석한 남북의 가수 11팀 30여명, 1만2000석을 가득 채운 관객을 울컥거리게 했고 이를 지켜보는 우리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김광민의 연주와 정인의 보컬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가 무대를 열면서 ‘오르막길’, 알리의 ‘펑펑’이 이어진 합동공연은 남측 가수의 단독 공연에 남북가수 협업 무대를 더하는 형태로 이어졌다.

공연이 끝난 후 북한 관객들은 손을 흔들면서 남측 가수들을 환송하고 뜨거운 눈시울로 기립해 뜨거운 박수를 이어갔다. 그 모습에서 오랫동안 답보상태였던 남북 교류의 물꼬가 터져 샘솟는 분수로 퍼져가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이 날 공연에서 윤도현 밴드가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연주한 ‘1178’에서 느껴졌던 머나먼 거리, 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의 거리인 1178㎞가 어느새 코 앞으로 바싹 다가온 느낌이었다.

이번 공연을 포함해 최근 몇 달 사이에 펼쳐진 일련의 남북문화교류는 통일로 가는 초석을 밑바닥부터 다진다는 측면에서 무척 고무적이다. 하지만 지난 평창올림픽에서 목격한 바와 같이 정치에 의해 좌우되는 문화교류는 여전히 걱정스럽다. 현실적으로 당장 힘들고 앞으로도 순간순간 정치의 힘을 빌려야 하는 입장이긴 하다. 하지만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의 문화교류로 가야 지속성도, 의미있는 동력도 갖출 수 있다. 남북관계가 우호적인 시절에만 잠시 꽃피고 국제정세가 경색되면 어느새 얼어붙었던 과거 문화교류의 악순환은 이제 끊어야 한다.

양측 정치세력의 입김이 작용하는 형태를 떠나 남북예술인들이 주도해 언제든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와 관계없이 민간이 주도하는 문화교류 공동기구를 수립하고 그에 따르는 경제적, 행정적 지원을 한결같이 해야 한다.

사실 지금의 형태는 정부가 세세하게 그림을 그리고 많은 예술인들이 들러리를 서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 공연에서도 몇몇은 정권이 마치 코드인사마냥 보은하듯 참석 기회를 제공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문화교류 분야를 음악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넓혀야 한다. 미술, 공연, 문학 등 남북 교류를 통해 발전시키고 세계로 뻗어나갈 장르는 넓고도 많다. 교류의 장이 더 빈번해질수록 다양한 장르, 색다른 성향의 예술인들이 정치를 배제하고 진정한 문화교류를 이어나가야할 것이다.

10년을 넘게 하염없이 기다려왔던 역사적인 공연. 그 공연의 마지막 곡 ‘다시 만납시다’에 남북 가수들은 목이 메였고 봄이 오는 소리에 우리는 또 가을을 기다린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