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트럼프 무역전쟁, 전면전 못간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입력일 2018-03-06 16:16 수정일 2018-03-06 16:17 발행일 2018-03-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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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초당대 총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키로 발표했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가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을 핵심 기조로 내세울 때부터 예견된 참화라 할 수 있다. 유럽연합(EU)과 중국 등은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관세 부과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무시하고 중국 기업의 이익을 저해하는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EU는 오렌지 쥬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등에 대한 보복 관세 가능성을 시사했다.

작년 미국의 무역적자는 5660억 달러로 지난 2008년 7087억 달러 적자 이후 최고치다. 대중국 무역적자만 3750억 달러에 달한다. 과거 행정부는 무역적자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간헐적으로 관세 인상 등의 조치를 취했다. 조지 W.부시 대통령은 수입 철강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수입산 타이어에 유사한 조치를 취했다. 2009년 중국산 타이어에 35% 관세를 부과했는데 1200명의 국내 일자리를 지킨 반면 11억 달러 이상의 소비자 추가 부담이 발생했다.

트럼프는 “무역전쟁은 좋은 일이다”라고 강변하지만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글로벌 무역질서를 뒤흔드는 행동이라는 지적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트럼프 최악의 실책”이라고 논평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되는 무역전쟁”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웬디 커틀러 아시안소사이어티 부회장은 “중국은 미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장벽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무역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전면적 무역전쟁으로 까지 비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첫째로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액은 각각 300억 달러와 170억 달러 규모인데, 세율 인상으로 인한 물가상승 효과는 크지 않다. EU가 상계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내 일자리 19만개가 위태롭다는 연구가 나와있다. 전면적 무역전쟁으로 비화 땐 400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철강 및 알루미늄 생산공장이 중부 러스트벨트에 많은 까닭에, 2016년 트럼프 당선에 기여한 오하이오주와 펜실베니아주 표심 확보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로 상대국의 보복관세가 시행될 경우 주력 수출품인 농산물이 타격을 입게 된다. 공화당의 핵심 지지기반은 남부와 남서부의 농촌지역으로, 이들 지역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트럼프 결정에 대해 비교적 신중한 행보를 하는 것은 미국 국내정치의 역학관계를 충분히 고려했기 때문이다. 헌법 개정을 논의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개최되고 있는 중국내 정치 사정도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관세 부과로 한국경제가 입을 타격이 크다. 무역의존도가 높을 뿐 아니라 미국이 규제대상으로 고려중인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이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미 통상외교를 강화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