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진보 노년 vs 실용 중년'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입력일 2018-03-28 15:11 수정일 2018-03-28 15:12 발행일 2018-03-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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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이창민 교수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촛불’과 ‘태극기’로 대변되는 현재의 세대갈등은 40~50대를 말해준다. 나이가 들고 사회를 경험하면서 많이 보수화됐지만 자식들을 촛불집회에 데리고 나왔다. 상대적이겠지만 여러 분석들은 한국사회의 40~50대 대다수 진보적으로 진단한다. 

이들은 고도 성장기의 끝, 외환위기(IMF)를 겪었고 차분히 노후대비를 할 정도로 경제성장의 수혜를 누렸다고 보기 어렵다. 40대 빈곤율(11.3%)이 20대 빈곤율(10.3%)을 앞질렀다는 통계도 있다.

반면 20~30대는 고전적 진보, 보수로 분류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실용적이다’라는 표현을 쓴다. 공평하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은 의사결정에 민감하다. 거창한 대의명분을 내세워 이른바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나오면 겉으로야 어쨌든 언제가는 역풍이 분다.

N포세대라 불리는 이들은 사회에 진입할 때부터 쓴맛을 보았으며 향후 한국경제의 저성장을 한동안 경험해야 한다.

‘꼰대’라고 비꼬고 매도당하는 1960년대생 중 많은 사람들은 대학도 못 갔다. 그러나 사람들은 감정의 공유와 이해를 바란다. 옛날 이야기를 하며 웃기를 바라지, 옛날 이야기 한다고 지루한 표정이 역력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즐겁지는 않다.

돌이켜 보면 모든 세대는 자기들이 제일 고생했다고 말한다. 94학번은 입시제도 변화로 대학입학 수학능력 시험을 두 차례 치렀고 대학 졸업 말미에는 IMF가 왔다. 이 때문에 ’저주받은 94학번‘이라고 한다. 이 수식어에 다른 세대가 얼마나 동의할지 몰라도 그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이처럼 세대라는 프레임은 무시하기 어렵다. 현재의 20~30대가 사회의 주류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현재의 40~50대가 은퇴 후 뒤로 물러나게 되는 10~20년 후의 세대갈등은 무엇이 될까.

앞으로 세대갈등은 ‘노년의 진보’와 ‘실용적인 중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은퇴 후 살아갈 날은 많지만 쌓아놓은 자산은 충분하지 않은,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사람들의 요구는 더 많은 사회보장이다.

내가 능력이 부족하고 가족에게 기댈 수 없으면 결국 남는 건 국가다. 다만 이러한 요구를 지금의 20~30대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곳간에서 인심 나는 것’인데 그들의 곳간이 충분할지, 그리고 “국가가 나한테 무엇을 해주었는데 이제 와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냐”고 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해결책은 결국 지금부터 조금씩 합리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서로에게 좋다. 노년인 내가 감당하지 못하고 중년인 자식으로서 감당하지 못할 거면 말이다.

아무리 뛰어난 경제 이론도 현실을 당할 수는 없다. ‘큰 정부’가 가지는 폐해가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시장 만능’만 외치는 것이 공허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보장과 재원마련(증세) 등 국가가 감당해야 하는 책임을 어떻게 하면 관료적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수행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현실적이다. 이제 ‘작은 정부’보다는 ‘세련된 정부’를 외치는 정치인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