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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알뜰주유소, 고유가 대책 못된다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최근 유가가 급등하자 이에 대한 대책으로 유류세 인하가 국회를 중심으로 공론화되고 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400원 미만이면 기본세율보다 최대 15% 올리고, 1400원 이상이면 단계적으로 세율을 조정해 1750원 이상 시 최대 15%까지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법안을 최근 대표발의 했다. 가계와 업계의 부담을 줄이면서 경기부양을 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적절한 대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 측은 대기오염, 세수 감소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유류세 인하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지금 석유유통업계에서는 고유가 대책으로 ‘알뜰주유소 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진 않을까 조마조마하고 있다. 알뜰 정책으로 주유소 영업이익률이 1.02%로 추락한 상황에서 이를 더욱 강화하면 석유시장은 쑥대밭이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알뜰 정책은 한마디로 석유유통시장의 정상마진을 흡수한 뒤 소비자에게 나눠주는 것에 불과하다.알뜰주유소는 2011년 12월부터 시행돼 올해로 7년째를 맞고 있다. 석유공사 및 농협이 정유사로부터 대량 공동구매한 휘발유와 경유를 공급 받고, 각종 부대 서비스 등을 없애 주유비용을 기존 주유소에 비해 리터당 100원 넘게 인하했으며, 현재 1160개가 운영되고 있다. 알뜰주유소의 시설 개선, 소득세·재산세 감면 등에 200억원 이상이 지원됐으며, 여기에 KRX(한국거래소) 석유전자상거래 시장 운영지원(수입부과금 환급)까지 합하면 지금까지 약 1000억원의 세금이 투입됐다.그런데 최근 우리 협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유가인하의 ‘메기역할’을 자처한 알뜰주유소가 수도권이나 도심상권이 아닌 지방이나 도심외곽에 주로 위치해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각 지역 주유소의 고용축소와 휴업을 부추긴 것으로 나타났다.6월 현재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알뜰주유소 분포율은 15.3%에 불과하며 수도권 외의 지역에서는 84.7%에 이른다. 반면 알뜰주유소의 수도권 내 휘발유 판매량은 44.5%이며, 수도권 외 지역에서의 휘발유 판매량은 55.5%로 격차가 컸다. 일반-알뜰주유소 간 가격 차이는 수도권에서 리터당 34원의 차이를 보이는 반면, 그 외 지역에서는 리터당 19원이었다. 또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7대 대도시 내 알뜰주유소 점유율은 7.2%였으며 전체 판매량 중 34.2%를 차지한 반면, 그 외 지역에서의 점유율은 92.6%로 판매량은 65.8%에 달했다. 판매가격은 7대 도시에서의 일반-알뜰 간 차이가 25원, 그 외 지방(7대 도시 외)에서는 16원의 차이를 보였다.정부가 알뜰정책의 보조수단으로 셀프주유소 우대정책을 추진하면서 2011년 637개였던 셀프주유소는 2017년 3042개로 폭증했다. 주유소 1개당 고용 주유원(2교대)이 평균 4~5명임을 감안하면 정부가 유가인하 정책을 쓰면서 1만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다.결국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탄생한 알뜰주유소는 석유시장을 황폐화시키는 결과만 낳았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이러한 알뜰 정책의 폐해를 직시해 시장도 살고 소비자도 사는 방향으로 관련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2018-08-27 15:28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브릿지 칼럼] 여행 떠나기 좋은 때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인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여행을 할 때다. 그러나 바쁜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여행은 남 이야기이자 사치로 치부된다. 최근 소녀시대 유리가 지상파 방송에서 “여행을 가고 싶은데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을 때는 돈이 없어서 여행을 가기가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시간과 돈이 모두 충족되었을 때라면 쉽게 여행을 갈 수 있을까? 문제는 시간과 돈이 아닌 마음의 결핍이다. 결핍이 우리의 사고방식과 마음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에 개봉한 영화 ‘와일드’는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한 여자와 여행이라는 두 소재로만 스크린을 장식한다. 주인공은 인생의 돌파구를 찾고자 혼자서 4000㎞를 걷는 극한의 도보여행을 한다. 이 영화를 본 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유난히 큰 주인공의 배낭이다. 처음 배낭을 메고 험난한 길을 떠날 때 그녀에게는 집안의 모든 것들이 꼭 필요한 물건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채우고 또 채워 자기 체구만한 배낭을 겨우 짊어지고 힘겹게 한 발 한 발 옮기던 그녀는 쓸모없는 짐이 많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인간의 삶 역시 한번의 여행과도 같다. 평생 한번밖에 할 수 없는 인생 여행이 우리가 가진 전부다. 그래서 우리는 기꺼이 많은 짐을 짊어지기로 한다. 처음엔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언제부터인가 짐이 너무 많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맡은 역할과 그에 따른 짐이 늘어날수록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개인의 사회적 역할이 커질수록 떠맡아야 하는 짐의 종류도 점점 많아지면서 인생이라는 여행은 그 무게에 짓눌려 고행이 되곤 한다. 짊어진 무게로 인해 웃을 수 있는 여유조차 잃어버린다. 마치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말이다.“어떻게 그런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까?” 미켈란젤로가 다비드상을 완성했을 때 교황이 물었다. 이에 미켈란젤로가 대답했다.“간단합니다. 다비드와 관련 없는 것은 다 버렸습니다.”일반적으로 그림과 달리 조각이란 떼어내면서 만드는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단단한 돌과 마주하면서 3년을 싸웠다. “나는 대리석 안에서 천사를 봤고 천사가 자유로워질 때까지 깎아냈다.” 조각도 삶도 경영도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버려 우리 내면의 진실과 정수를 드러내는 일이다.뉴욕 맨해튼 중심의 센트럴 파크를 구글 맵으로 보면 사각형의 녹색 공간이 보인다. 맨해튼의 도시설계자였던 로버트 모지스는 설계 도중 자신이 들었던 귀중한 조언을 이렇게 증언한다. “만약 맨해튼의 중심부에 큰 공원을 설계하지 않으면 5년 후에 똑같은 크기의 정신병원을 지어야 할 것이다.”바쁠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핍’이 아닌 ‘비움’이다. 일이든 재물이든 너무 많이 짊어지면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지쳐버리기 마련이다. 반대로 너무 적게 들고 가면 외톨이가 되거나 위험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으니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너무 많은 고생을 해야 한다. 비웠을 때 우리는 같은 일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비웠을 때야 그 곳에 긍정의 에너지를 채울 수 있다. 만약 인생이 하나의 긴 문장이라면 거기엔 반드시 ‘쉼표’가 필요하다. 그래서 여행은 당장 떠나는 것이다.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2018-08-26 16:21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지역밀착형 생활SOC 투자 '판' 키워야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지역밀착형 생활인프라 확충 필요성을 제기한 이후, 기획재정부는 10대 생활인프라 투자분야를 발표하였다. 이 투자계획에 따르면, 내년도에 생활밀착형 국민센터 60개, 다목적체육관 20개, 복합커뮤니티센터 5개를 신설하고, 관광 인프라 측면에서는 국립방문관 등에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체험관을 설치하거나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도시재생 뉴딜지역은 올해 68곳에서 내년 168곳으로 늘리고, 도시재생리츠 융자조건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어촌 지원을 위해서는 내년에만 70개 지역을 선정해 방파제와 선착장 등 단기간에 완료 가능한 사업을 지원하고, 군단위 LPG 배관망도 7개 공급할 예정이다. 청년친화형 산단도 올해 6개에서 내년도 13개로 확대하고, 스마트공장 지원대상을 2100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지역경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지역의 일자리 창출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밀착형 생활 인프라에 대한 예산 확대는 바람직한 일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지역민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그러나 이번 발표에는 지역 인프라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면에서 아쉬움도 크다. 일례로 각 지역에 있어 가장 큰 인프라 문제는 교통 및 물류 관련 인프라의 양적, 질적 부족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역들마다 출퇴근 시간대 교통 체증이 심각하고, 주거지역에 인접한 생활권 도로가 부족한 상황이며, 이 생활권 도로들마저도 노후화가 심각하여 각종 교통사고 및 안전사고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지역의 인프라 문제에 있어 지역 내에서 그리고 지역 간의 인프라의 불균형한 공급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한 지자체 내에서도 시, 군, 구에 따라서 각종 생활인프라들과 산업 및 경제시설들의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의 불균형 문제가 크다. 이렇게 지역내, 지역간에 인프라의 불균형이 심화되면,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 밖에 없고, 더 나아가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하는 각종 정책들의 효과가 크게 반감될 수 밖에 없다.또한, 각 지역들이 현재 집중하고 있는 지역발전 전략에 있어 지역의 특화산업의 육성과 지역 내 산업의 집적화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 및 경제 인프라에 대한 공급 계획도 함께 고려되어졌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크다.지역의 생활 SOC 투자 확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지역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환경 조성에 맞추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환경 및 안전과 관련된 인프라의 확충과 지역민의 정주환경 개선을 위한 주거 환경 정비 및 공원·녹지 등 생활환경 개선과 관련된 인프라의 확충 및 정비에 보다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산업단지, 물류단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 및 생산시설 등 산업 및 경제분야의 인프라 시설의 확충 및 정비 그리고 지역의 관광자원의 개발과 연계한 광역단위의 관광 인프라 확충 노력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지역의 핵심 인프라 시설물의 노후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노후 인프라 시설물에 대한 성능개선을 위한 투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현재 지자체들의 재정 여건상 지자체 스스로가 지역의 생활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금번 정부의 생활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대에 있어 충분한 재원 확보가 가장 중요한 성공의 요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기적인 문제도 중요하다. 보다 빠른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생활인프라 투자를 위한 정책 수립 및 검토 단계를 대폭 단축시킬 필요성도 있다.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18-08-24 06:00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브릿지 칼럼] 금융당국 변해야 금융산업 성장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우리나라 국가 경쟁력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금융시장의 경쟁력이 여타 산업에 비해 크게 낮다는 사실이다.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과 비교해 볼 때 금융업이 이에 버금가는 국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베니스 상인의 악덕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에 버금가는 존재로 인식한다. 금융기관이 과다한 이익을 취하면 금융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할 몫이 적어져 금융기관은 최소한의 이익만 남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러한 금융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정부에서 금융업의 선진화 및 육성을 정책목표로 제시했다는 것. 이번 정부에서도 4차 산업혁명과 핀테크 등을 금융과 접목시키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논의됐고 지난달에는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도 설치됐다.그러면 우리나라 금융업의 경쟁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은 칼자루를 쥐고 있는 강자의 눈치를 보게 된다. 중소기업은 그 지역의 관공서, 대기업은 관련 부처, 금융업은 금융위를 비롯한 규제기관이 시어머니 같은 존재다.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올해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고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자 정부가 언급한 것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다. 신용카드 수수료문제는 2012년 공청회를 거쳐 2015년 신용카드 수수료인하 추진방안을 마련, 3년마다 원가를 재산정하도록 해 수수료를 결정하도록 했다. 원칙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언급하자마자 금융위는 3년 주기 카드수수료 재조정원칙이 실시되기도 전에 소액결제에 대해 수수료율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료도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전년동기대비 3.9%포인트 상승한 81.7%로 조사되자 감독당국은 당장 온라인 보험의 확산 등으로 사업비 절감요인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 손보사의 보험료 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이번 정부의 금융에 대한 인식을 여실히 드러낸 것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의 완화다. 정부는 인터넷은행이 출범 의도대로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제고하고 은행산업의 경쟁을 촉진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특정 인터넷은행 자금난이 계속되자 산업자본의 은행소유 규제를 완화키로 했다.그러나 인터넷은행은 설립 시 기대했던 빅데이터 활용 등을 통한 심사기법 선진화 등을 이루지 못했고 업무 면에서도 1~3등급 등 우량차주 에 대한 대출비율이 일반은행의 84.8%보다 높은 96.1%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거론되고 있는 것을 보면 과연 정부가 금융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방향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이처럼 원칙에 없는 편법으로 금융감독 정책을 추진하면 결국 금융업의 기형적인 성장과 더불어 금융기관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거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카드사의 비정상적인 현금서비스 및 대출영업, 손해보험사의 비대한 장기보험 구조, 저축은행의 계열화 및 PF대출의 부실로 인한 구조조정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2018-08-22 15:17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부동산 시장 '분노의 역류'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본부장한참 된 영화 중에 ‘분노의 역류’가 있다. 원제는 단순한 ‘역류’(Backdraft)이나 흥행성을 고려해 ‘분노’라는 단어를 붙인 듯하다. 역류라는 현상은 화재 현장에서 실제 일어나는 일인 것 같다. 불이 붙기 위한 모든 조건은 갖춰져 있으나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불이 나지 않는 밀폐된 공간이 문제다. 소방관이 문을 여는 순간 산소가 공급되면서 순식간에 커다란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는다. 이때 공기가 밀폐된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을 역류라 부른다. 소방관의 애환이 너무나 잘 드러나 있는 영화이고, 우리도 소방관 업무의 위험성에 합당한 처우를 받고 있는지 다시 한번 되묻는 계기가 되었다.지금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소방관이 문을 열어주기만 기다리는 밀폐된 공간 같은 기분이다. 불길이 치솟을 준비는 다 되어 있다. 산소만 공급되면 폭발이 일어날 것 같다. 이미 서울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된 것이 그 증거다.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강력했던 8.2 대책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라는 게 문제다. 8.2 대책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대책의 핵심을 이루던 각종 수요억제 정책에 대해 시장은 이미 충분한 내성이 생겼다는 증거다.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또 다시 상승세를 보일 경우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으름장이다. 8.2 대책보다 더 강력한 수요 억제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경고다. 그러나 이미 수요 억제책에 내성이 생긴 상황에서 또 다른 억제책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잠깐은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또 다시 내성이 생겨날 것이다.지난 8.2 대책은 급등하는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막았고, 1년여 동안 안정된 모습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그 대책에 내성이 생긴 만큼 새로운 대책이 나와야 한다. 부동산 가격 결정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수요, 공급 그리고 통화량(또는 금리)이다. 수요 억제책은 단기적인 효과밖에는 볼 수 없다. 중장기적으로 내 집에 대한 수요를 꺾을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이제 통화량과 공급 요소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통화량은 금리 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한도 규제로 묶어 놨다.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부작용이 있다. 정책의 타깃으로 삼은 투기세력보다는 집을 꼭 사야 하는 서민들이 더 타격을 받는다는 점이다. 서민일수록 더 많은 대출이 필요한데 규제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제는 대출 규제를 지속해야 할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다음은 공급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에 수요 억제책으로 단기적 대응을 했다면 지금까지 1년 동안 충분한 공급 대책이 뒤따랐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다 하게 공급이 늘어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면 가격 상승은 막을 수 없다.부동산 시장에 이런 격언이 있다. ‘단기에는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 그러나 장기에는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다’. 단기로는 수요 억제·촉진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억제하거나 부양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거니와 동시에 장기적으론 수요에 대한 처방만으로는 효과가 없고 공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루빨리 부동산 공급 대책을 재점검하고 새로운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본부장

2018-08-20 15:25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본부장

[권순원 칼럼] 정부 규제보다 시장 호재가 더 강력했다

권순원 CRM부동산연구소 소장8.2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1년이 지났다. 강력한 대책으로 평가받았지만 결국 서울 집값은 잡지 못했다. 오히려 양극화만 심화시켰다. 하지만 지난 2일 국토교통부는 8.2 부동산 대책 1년 성과를 발표한 자리에서 “8.2 대책과 10.24 가계부채대책 등으로 투기 억제 실효성이 강화됐고, 다주택자에 대한 정상과세 실현 등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한때 안정세를 보이는 듯 했던 서울 집값은 최근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 주와 동일하게 0.1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집값 오름세가 강남 3구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새롭게 뜨고 있는 여의도를 비롯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강북을 포함한 서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지방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집값 하락세는 지속되고 ‘악성 미분양’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정부 규제가 서울 지방간 양극화만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8·2 대책이 시행된 이후 생긴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강남권으로, 그리고 서울로 주택 수요가 더 몰리고 있다.정부의 규제가 일시적 거래절벽만 가져올 뿐 집값 안정에는 효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7일 기준 지난달 아파트 거래건수는 563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460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거래량은 급감했다. 그렇다면 집값도 떨어져야 된다. 그러나 오히려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호가가 급등하고 있다. 매도자가 부르는 게 값이다.재건축에 대한 규제 강화로 새로운 신규 주택이 공급되는 것을 막았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해 매물로 나올 공급까지 위축시켰다. 이에 반해 서울에 있는 집을 사겠다는 수요는 여전하다. 정부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규제를 강화하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비(非)강남권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최근 여의도 개발 발표 사례에서 봤듯이 서울 주택시장은 잠잠하다가도 약간의 자극만으로 크게 요동칠 수 있다. 정부가 투기지역 대상을 확대하는 등 추가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로 집값 안정을 쉽사리 예단하기 어렵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면 집값은 자연히 오르기 마련이다.그동안 규제책 발표 이후 단기적으로 가격이 떨어졌다가 다시 그 이상 회복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결국 부동산은 우상향 한다는 인식이 학습됐다. 강력한 규제책 반복에 따른 시장의 내성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개발 호재,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압력 증가, 공급 부족 등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권순원 CRM부동산연구소 소장

2018-08-20 07:00 권순원 CRM부동산연구소 소장

[브릿지 칼럼] 정으로 더위 피하는 철강 현장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역사적으로 관측 사상 최고의 더위는 1922년 9월 13일 멕시코 프트시 산 루이스에서 기록된 섭씨 52도이다. 이 정도 날씨면 일상적인 활동이 어렵다. 최근 한국 날씨도 섭씨 40도를 육박하면서 더위 먹은 환자가 급격히 늘었다.최근 친구가 보내온 “대꾸할 기운도 없다”는 카톡의 이모티콘이 너무 기발해 웃어 보지만 올해는 유난히 덥다. 옛날에도 더위는 극심했던 모양이다. 소설가 유주현은 그의 작품 ‘태양의 유산’에서 “삼복 허리의 햇발은 불길을 머리에 끼얹는 것 같이 뜨거웠다”고 하고, 염상섭은 “대지가 도가니 속처럼 푹푹 찌는 듯하다”고 말한다.이렇게 더운 여름이 되면 신문 지면에는 ‘이열치열의 현장’이란 기사가 실리고, 방송 화면에는 쇳물 끓이는 장면이 단골로 등장한다. 사실 철강제품 생산 현장의 실내 온도는 평균 50도(섭씨)를 오르내린다. 더 이상 온도를 내릴 수도 없다.이런 생산현장에서는 10분만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그러나 과거처럼 뜨거운 생산현장 속에서 맨몸으로 일하던 환경은 거의 사라졌다. 생산라인 곳곳은 완전히 자동화됐고, 현장 근무자들은 생산라인 중간쯤에 설치된 컨트롤 룸에서 모든 작업을 진행한다.철강공장의 현장을 방문해보면 작업자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곳이 많다. 공장 바닥은 유리알처럼 깨끗하고, 마무리 단계의 공정에서나 작업자 한두 명이 보일 뿐이다. 다만 쇳물을 끓이는 제선, 제강 분야에서는 작업자의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설비 옆에서 5~10분 정도의 수고를 해야 한다.쇳물의 온도는 색깔로 구분된다. 이 쇳물이 만들어 내는 원초적인 색깔은 다채색이다. 섭씨를 기준으로 흰색에 가까우면 1800도가 넘고, 아이보리에서 노란색까지는 1200도 정도 된다. 붉은 색깔은 쇠가 물렁해지는 순간을 의미하며, 약 1000도이다.철근 제품이 완성되려면, 붉은 색깔을 띠는 쇳덩이(반제품)를 트위스트 하듯 비틀면서 압연라인으로 진입시켜 ‘쿨링베드’(완제품을 식히는 장소)까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쿨링베드에 떨어진 완성품들은 마치 검은색에서 빨간색까지의 물감을 단계적으로 뿌려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한다.쇳물에서 10㎜의 가는 철근이 되기까지 쏟아낸 힘의 원천은 자동화된 설비와 기술의 융합이다. 작업자들이 맨몸으로 쇳물을 끓이는 장면은 중국이나 베트남, 또는 인도네시아 같은 후발 철강공업국가에서나 볼 수 있다.철강기업들은 혹서기가 되면 생산 활동을 접고 보수 공사를 하는 것이 통례적이다. 1970~80년대의 노후된 전근대적인 설비는 국내 철강기업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의 수작업 방식도 이미 컴퓨터와 로봇으로 전환됐다. 그래서 현장 작업자들이 땀을 빼는 시간은 은빛의 철강재 완성품을 운송할 때부터 발생한다.여름철 철강 공장의 휴식시간은 그 옛날 광주리에 담긴 음식을 들판으로 날랐던 농촌의 목가적인 모습과 흡사하다. 복날에는 잘 끓인 삼계탕을 제공하고, 관리직 사원들이 직접 조를 편성해 냉커피와 수박을 들고 철강 현장을 찾아가는 기업문화가 그것이다. 철강현장의 여름은 더위-쇳물-땀으로 범벅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사원들 스스로 정(情)을 나눠주는 기업문화가 꽃피우는 계절이라고 해야 알맞다.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2018-08-19 16:55 김종대 전 동국제강 상무

[브릿지 칼럼] 원전, 사용후 핵연료 관리정책 시급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원전은 여러 가지 이점이 있는 동시에 지극히 위태로운 발전 시스템이다. 자칫하면 모든 생명체에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선 감쇠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폐기물인 방사선 폐기물 즉, 방폐물 처리와 연소하고 남은 폐연료봉을 뜻하는 ‘사용후 핵연료’ 처분문제는 원전을 단 1기라도 가동하는 나라라면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이 때문에 사용 후 핵연료 처분정책을 마련하지 않은 국가를 ‘화장실없는 아파트’에 비유하기도 한다.전 세계 원전가동국은 한국을 포함 31개국이다. 이들은 국가별 기술수준과 국민수용성, 정치적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용 후 핵연료 관리정책을 결정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한국은 원전기술이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뽐내면서도 사용 후 핵연료는 발전소내 임시저장하는 멕시코, 브라질, 슬로베니아 등 9개국 중 한 국가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이런 이유는 너무나 뜨거운 이슈여서 역대 어느 정부도 쉽게 못 건드리는 ‘님투’(NIMTOO, Not In Term Of Office. 내 임기중 안 된다)현상이 수십년간 누적됐기 때문이다.원전 31개국 가운데 미국과 프랑스, 스웨덴, 영국과 독일 등 22개국은 중간 저장시설을 운영한다. 짧게는 30년, 길게는 80년간 관리하는 단계다. 사실상 처분과정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사용 후 핵연료 처분정책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처분정책은 크게 3가지 형태로 나뉜다.먼저 독일, 미국, 스웨덴 등 8개국은 최종처분까지 결정했다. 최종처분은 구체적으로 해양처분, 빙하처분, 우주처분, 심지층처분, 초장심도처분 등 5개 방법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모두 300~1000m 깊이의 심지층처분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도 이를 권고한다. 러시아, 영국, 일본, 인도, 중국, 프랑스 등 6개국은 재처리방식을 쓴다. 이 밖에 벨기에, 스위스, 체코 등 8개국은 중간 저장시설만 운영하며 다음단계인 사용 후 핵연료 관리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최근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의 주사업자인 도시바가 한국전력에 도시바의 무어사이드 원전 특수법인인 뉴젠 지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일각에서는 22조원의 원전수출에 암초가 걸렸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이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 수출과는 성격이 원천적으로 다르다. 돈을 받고 원전을 지어주는 방식(EPC)인 UAE의 바라카 원전과는 달리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은 건설자금인 22조원을 한전이 동원해서 원전을 건설한 후 35년간 전기료로 건설대금을 받아오는 발전차액정산제도(CFD)다. 때문에 ‘원전투자사업’으로도 불리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사업인 것이다.또 지난 7월말 영국정부 고위관계자는 한국의 기자와 만나 “그 문제(사용 후 핵연료 관리)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원전건설·운영허가(Permission)를 받지 못할 것” 이라며 “의회에서도 최근 격렬한 논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다. 따라서 사용 후 핵연료 관리는 사우디 원전 등 향후 원전수출의 ‘아킬레스건’(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차제에 원전 수출을 위해서도 국내 사용 후 핵원료 관리대책이 하루 빨리 수립돼야 할 것이다.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18-08-16 15:07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전기차 미래를 바꿀 타이밍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올해 국내에 보급되는 전기차는 최대 2만8000대 정도다. 이는 현재까지의 누적 대수보다 큰 물량이고, 내년도 물량까지 제대로 보급된다면 늦어도 내후년 초에는 누적 대수 10만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전기차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물론 중고 전기차 가격에 대한 불안감과 배터리 내구성에 대한 의구심 등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이 남아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형 선진 모델 정립이 고민이다. 아파트와 같은 집단 거주지의 공용 주차장에서의 충전 방법과 충전 인프라에 대한 관리도 정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민간 비즈니스 모델이 극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기차 산업은 주로 보조금 등 각종 인센티브 정책에 의존하는 인큐베이터 모델이어서 내연기관차와 같이 높은 가성비 차량에 견줄 만한 요소가 매우 적다. 그래서 아직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를 대체하기보다 청정영역 등 다양한 틈새를 보완하는 세컨드 카로서의 입지가 크다.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약 9500만대의 차량 중 전기차는 110만대 수준이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전기차가 현실적으로 유일하고 완전한 무공해 자동차라는 것이고,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판매량이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글로벌 메이커가 하나에서 두 종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판매 중이고, 기술적 완성도도 높아지고 있다.더욱 강조할 수 있는 부분은 경소형에 머물러 있던 전기차의 크기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곧 1t 전기트럭과 건설기계용 전기차 양산모델 등이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대중교통으로 이용될 전기버스는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승용 전기차 중에는 주행거리가 400㎞를 넘는 차량이 본격 등장하고 있다. 전기차에 있어 가장 에너지 소모가 큰 겨울철 히터를 최대 가동해도 300㎞ 정도는 무리 없이 운행할 수 있다. 택시의 경우 주유 없이 하루 종일 운행하는 거리가 약 300㎞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부담 없이 운행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된 것이다.물론 전기차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친환경적인 전기에너지 생산 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고, 기존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변속기가 사라지는 데에 따른 산업적 변이도 심각하게 다뤄져야 한다. 여기에 세금이나 고용창출 문제, 수송용 에너지 사용문제 등도 당면과제로 떠올랐다.따라서 한 가지 차종에 매달리기보다는 국가별 환경에 맞는 차종 보급과 균형 잡힌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공급이나 인프라 문제, 사회적 여건 등 다양성을 고려해 내연기관차는 물론 각종 친환경차에 대한 가중치와 균형,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아직 전기차는 연구가 필요한 차종이다. 단순 로비에 의한 차종 선택이나 관련 제도 입법 등 숲이나 산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시각으로 접근해선 안된다.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글로벌 시장은 미국발 보호무역 기조로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국은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전기차는 그 속의 중요한 변수인 만큼, 더욱 세밀하고 냉철한 판단 아래 지속적인 노력으로 육성해야 할 사업이다.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2018-08-15 16:18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브릿지 칼럼] 은퇴후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은퇴설계란 은퇴 이후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재무적 준비뿐 아니라 건강, 관계, 시간 관리(일과 여가 및 취미생활) 등 비재무적인 부분까지도 포함하여, 은퇴 후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인 삶의 목표를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을 말한다. 은퇴 후엔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살아야 할까?은퇴는 현역에서 물러나 사회 경제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롭게 지내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근무하였던 직장에서 퇴직하여, 근무 장소를 가정이나, 지역사회 혹은 자기 자신에게로 옮겨, 과거 직장인의 역할에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면서, 변신하는 인생의 전환기이다.먼저 가정으로 귀환하는 것이다. 청소는 물론 요리도 하는 등 가사를 도우며, 가족 특히 배우자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돈 버는 기계로만 살아온 전통적인 가장이 아니라, 권위를 내려놓고 아내의 멋진 친구로서, 자녀들의 다정한 아버지로서,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지난해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하여 퇴임한 지 6개월 만에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왔었다. 기조연설 후 진행된 대담에서 “다음 직업은 무엇이냐”고 묻자 “(아내) 미셸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자신의 직업이 남편이라고 서슴없이 밝혀 화제를 낳았다. 은퇴 후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이 배우자나, 문제는 서로 함께 있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죽을 때 후회하는 우선순위 중의 하나가 “너무 일에만 매달려 가족관계를 등한시하였다”라는 점과 은퇴 후의 행복은 배우자와의 관계에 달려 있다는 점을 유념한다.지역사회에 돌아와서는 평소 본인이 생각해 둔 동우회 활동이나, 자신의 신념을 실천할 수 있는 종교나 정치 활동에 참여해 봄도 좋다. 또한, 그간의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하여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거나, 예방 활동에 참여함도 의미가 있다.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나, NPO(Non-Profit Organization:비영리조직)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시작 단계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은퇴자의 일자리로 일반화되어 있다. 사회적 기업, 환경단체, 구호단체 등 비영리단체에서 약간의 보수를 받는 자문위원, 상근자, 자원봉사자 등으로 활동한다. 그간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혜택을 환원해야 하는 시기이다.마지막으로, 잊고 지냈던 자기 자신에게 돌아와 자아실현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소질과 개성을 찾아내어 잠재능력과 가능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에서 최상위 단계로, 욕구가 충족되면 될수록 더욱 증대되면서 자신을 계속 발전시킨다. 인생 2막에서 꼭 성취해야 할 과제이다. 어린 시절부터 간직했던 꿈을 주저 말고 실천에 옮긴다. 자신의 재능과 취미 활동을 창직으로 연계하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재능기부도 가능하다. 못다 한 배움이나 다양한 취미, 여가활동으로 정신적인 만족은 절정, 최고의 행복 상태에 이른다. 인생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전성기이다.물론, 아직 자녀의 학업이나 독립이 끝나지 않아 생활비가 더 필요하거나, 노후자금이 부족하면, 재취업이나 창업 등을 통하여 노후자금을 충당하면서 병행해야 바람직하다. 일하지 않는 은퇴는 없다. 은퇴 후에도 가정, 지역사회, 자기 자신의 분야에서 다양한 도전을 시도하여 새로운 삶을 재창출해야 한다.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2018-08-13 15:00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노회찬과 조선 3정승의 죽음

김우일 대우Mamp;A 대표경기고, 고려대를 거친 유망한 청년이 갑자기 사라진다. 그리고는 노동인권운동을 위해 인천의 한 하청공장에 위장취업을 한다. 이후 그는 진보정당운동의 산 증인으로 평생을 소외받는 노동자들을 위한 정치운동에 매진한다. 그러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원내대표로 활동하던 중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그 이름, 노회찬. 청빈하고 검소한 마음과 촌철살인의 풍자로 정치계를 풍미했던 그가 자살한 이유는 댓글조작으로 심판을 받고있는 드루킹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워낙 청빈했던 그도 정치를 하기 위해 돈을 외면하지 못했던 것이다. 청탁이 아닌 순수한 도움으로 받았지만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었고 이 점이 평생 진보정치 운동에 헌신해온 그를 괴롭혔던 듯 하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의당에도 피해가 갈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노회찬 전의원의 자살비보에 문득 257년전 조선 영조시대에 동시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3정승이 떠올랐다.바로 영의정 이천보, 우의정 민백상, 좌의정 이후였다. 정승으로 영조와 사도세자를 충심으로 보필했던 세 사람이 모두 한달여 간격으로 자살한 것이다.당시 이들 3정승은 모두 청빈, 충직하기로 소문났고 영조와 사도세자를 뒷받침하며 합리적 정치운영에 헌신하였다.그러나 문제는 아버지인 영조와 아들인 사도세자의 갈등이었다. 빗나가는 사도세자의 일탈행위를 영조에게 고변하지 못하고 끝까지 사도세자를 지키려는 3정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자간의 갈등은 최악을 향하고 있었다.이 과정에서 사도세자의 평양 나들이사건이 터졌고 이를 청지기인 나경언이 사도세자의 난행, 비행을 과장하여 상소하였다. 심지어 반역을 도모했다는 대역죄로 고발했기에 그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욱이 악화일로에 있는 왕과 세자의 관계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이 갈 만했다.영조는 3정승을 세자의 교육에 책임을 물어 크게 꾸짖었다. 3정승은 이에 본인들이 임금과 세자를 잘 보필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스스로 음독자살하였다.결국 세자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3정승이 사라지자 반대파인 노론의 집요한 모략에 따라 1년 후 세자는 뒤주 안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이 3정승과 노회찬의 자살에는 공통점이 꽤 된다.첫째는 모두가 청빈, 충직한 스타일의 정치가라는 점이다.둘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치조직에 대한 책임감이 분명해 이를 본인이 스스로 모든 것을 안고 갔다는 점이다.셋째는 자살을 유발케한 장본인은 공명심에 불탄 일개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3정승의 경우는 나경언이라는 일개 청지기가 상소했고 노회찬 전 의원도 공명심에 휩싸인 일개인이 돈이라는 올가미를 씌운 것이다.넷째는 전 국민들이 이들의 죽음을 슬퍼했다는 점이다.상이점이 있다면 3정승의 죽음뒤에 그들이 지키려고 했던 사도세자가 비참하게 죽었지만 노회찬 전의원의 죽음 뒤엔 그가 이루려고 했던 정의당의 정치세력이 크게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받고있다는 점일 것이다필자는 다시 한번 과거로 돌아가 3정승이 자살대신 살아남아 사도세자를 지켰다면 지금의 한국이 어떤 변모를 보였을지 궁금하다. 역시 노회찬 전 의원이 자살대신 진심으로 반성한 후 다시 정치에 참여해 자신의 역할을 했다면 미래의 한국이 어떤 변화를 보일지 자못 궁금하다.김우일 대우MA 대표

2018-08-13 06:00 김우일 대우M&A 대표

[브릿지 칼럼] 빗장도시 서울의 미래풍경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양이 사람을 내쫓았다. 사람공간은 양떼목장으로 둔갑했다. 양에게 삶터를 잃고 추방된 신세의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갔다. 그곳에 양떼주인은 울타리를 쳤다. 범접도 진입도 할 수 없는 사실상 원천봉쇄다. 중세유럽을 휩쓴 대농(자본)주도적인 인클로저 운동의 성근 줄거리다. 초과이윤을 얻으려는 지대추구 때문이다. 2018년 수도서울의 냉엄한 게임규칙도 현대판 인클로저 운동과 일맥상통한다. 천정부지의 아파트 값을 비롯한 생활비용이 높아지자 서울살이를 못 버틴 한계인구부터 내몰린다. 소득이라도 오르면 감내한다지만 저성장의 먹구름은 경제적 약자부터 내쫓기 마련이다.울타리는 경계구분의 도구다. 현대판 보호와 배제의 낙인은 공간주인의 교체로 드러난다. 자본주의에선 경제권력이 울타리 위치와 범위를 정한다. 경제력만큼 인간본능인 피아구분을 확실히 규정해주는 잣대는 없다. 사치재의 과시욕만큼 발현역사도 깊다. 거주지로서 서울의 울타리는 압권이다. 빗장도시처럼 서울공간은 인접도시와 차별적이다. 곳곳에 단절장치를 설치해 공고한 거대성채처럼 밖을 내려본다. 버텨낸 자와 내몰린 자의 신분위계는 암묵적이며 고착적이고 또 구조적이다.빗장도시 서울풍경은 암울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갈수록 빗장안팎의 금권(金權)구분이 뚜렷해진다. 1%의 빗장인구와 99%의 추방인구로 엇갈린다. 비정상의 상식화다. 차별공간 서울이라고 좋을 건 없다.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폭탄 돌리기도 받아줄 이가 공급돼야 지속되는 법이다. 지금은 낫다. 빗장 안에는 여전히 추방인구의 일자리가 있다. 착취든 핍박이든 서울의 존재이유다. 그러니 빗장은 아침에 열리고 저녁에 닫힌다. 일은 하되 잠은 밖에서 자라고 강제하는 구조다. 단 조건부다. 빗장이 더 넓어지고 높아질수록, 추방거리가 길어질수록 반발과 포기도 잦아진다. 일의 거부다.후속세대는 서울이 던진 폭탄 앞에 섰다. 순서는 왔는데 받을지 말지 헷갈린다.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내집도 의문스럽다. 빗장도시의 생존원가가 귀소본능을 제거한 피난행렬을 부추겨서다.버티자니 빚더미이고, 떠나자니 되돌아올 수 없다. 단군이래 총체적 청년위기의 불행 경고는 전대미문이다. 씨 마른 중산층은 사회이동의 사다리 대신 미끄럼틀만 설치한 빗장도시의 결과물이다. 상황반전은 어렵다. 경제사정은 가시밭길 천지다. 계층이동을 유도할 혁신실험도 멈췄다. 기괴한 빗장도시의 차별적 폭주기행에 브레이크는 없다. 개별치부(致富)의 노림수가 집단우울의 자충수가 됐다.사람이 있어야 양도 있다. 양을 늘리겠다고 사람을 내몰면 곤란하다. 순서가 틀렸다. 안 입고 안 먹으면 양도 필요없다. 시장수급처럼 뭐든 오가야 지속가능성이 높아진다. 빗장이 뽑혀야, 청년이 웃어야 1%든 99%든 플러스다. 싹을 뿌려야 열매가 맺힌다. 빼앗고 내몰아 놓고 야단을 쳐 본들 돈 몇 푼에 웃어줄 후속세대는 없다. 이대로면 서울의 앞날은 디스토피아다. 추방인구가 늘어날수록 빗장 내부의 이전투구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SF가 예견한 기괴한 미래도시가 싫다면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8-08-09 15:19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암호화폐 열풍' 시즌2 기다리며

최철용 블록체인창업연구원 대표암호화폐를 지금 사야 될까, 말아야 될까.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투자의 적기가 언제인지 고민하게 마련이다. 투자는 항상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 구매 방법은 암호화폐를 거래소에서 사는 것이다. 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지난해 연말을 상승장으로 이끌었던 시장을 기억하는 투자자들은 올해 초부터 진행되어온 오랜 하락장세에 지쳐있는 모습이다. 심지어 시장을 떠난 사람들까지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제 시장이 끝났다’고 극단적인 생각을 전파하는 사람들까지 보인다. 그래도 다수의 투자 경험자들은 “존버”와 “가즈아”를 외치며 외로운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암호화폐 시장은 오랜 하락장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최근 일시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지난달 22일 폐막된 G20 암호화폐 규제 회의 결과의 영향력은 사라졌다. 이제는 9월에 있을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에 대한 승인 결정이란 호재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8월 중 상승을 점치며 현재를 저점으로 보고 매수 기회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들은 대체로 연말까지를 상승장으로 보는 것 같다.암호화폐를 획득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에서 보편적으로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세가지다. 첫째, 거래소를 이용해 구매하는 것 둘째, 채굴(Mining)을 하는 것 셋째, ICO(코인공개)를 통해 구매하는 것 등이다. 어떤 것이 더 좋은 방법인지는 개인의 적절한 투자 타이밍과 맞물려 있기에 쉽게 판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세가지 방법을 적절히 포트폴리오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다수이다.거래소를 통해 구매하는 것은 이미 상장이 되어있는 암호화폐를 사는 것이다. 따라서 구매하고자 하는 코인에 대한 정보들을 포털 검색 등을 통해 쉽게 입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주의할 점은 매수와 매도가 자유로운 만큼 매수 및 매도 전략 부재로 인한 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채굴 방법은 최근 들어 비트코인 가격의 하락세로 수익률이 바닥을 기고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암호화폐 투자로 가장 선호되던 방법이었다.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이더리움의 반감기 및 난이도 상승으로 채굴량이 현저히 줄어든 것과 아울러 시장가격도 하락했기 때문이다.채굴 원가 상승 등으로 암호화폐는 점차 POW(작업증명방식) 채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늘어나 POS(지분증명방식)나 DPOS(위임지분증명방식)로 전환 되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컴퓨터 노드를 이용하는 POW방식으로 채굴을 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비트코인 캐시, 라이트 코인 등의 암호화폐들이 있다.ICO(Initial Coin Offering) 방식은 현재 가장 호평을 받는 암호화폐 투자 방법이다. ICO의 장점은 특정 거래소에 상장되기 전 코인을 선매수함으로써 가격면에서 싸게 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점이다. 보통 프라이빗과 프리세일 단계에서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데 이후 ICO를 통해 정상적으로 상장이 되는 기회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방법도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가장 큰 위험은 사기성 코인을 만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ICO 코인 성공률이 5%가 안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최철용 블록체인창업연구원 대표

2018-08-08 15:21 최철용 블록체인창업연구원 대표

[브릿지 칼럼] 신혼희망타운 정책을 '보수'하자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문재인 정부는 신혼부부 공적임대주택, 신혼희망타운, 신혼부부 특별공급 확대 등의 정책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지난달 5일 정부는 신혼부부와 청년층이 집 걱정과 양육 부담 없이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복한 결혼과 육아를 위한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 방안’을 발표했다.방안에 따르면 신혼부부 주거지원을 위해 최대 88만 쌍에게 공공주택과 각종 자금을 지원한다. 5년간 공공임대주택 23만5000가구, 공공지원주택 1만5000가구가 공급된다. 시세의 80% 수준으로 근로자 가구 평균소득 100% 이하(맞벌이는 120% 이하) 신혼부부가 대상이다.또한 신혼희망타운을 조성해 신혼부부 특화형 공공주택 10만가구를 공급한다. 입주자격은 평균소득 120% 이내(맞벌이는 130% 이내)와 순자산 2억5000만원 이하다. 가점제를 통해 혼인 2년 이내 및 예비부부에게 30%를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물량 70%는 모든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가점제를 통해 배정한다.분양가상한제를 통해 공급되는 신규 분양 단지에서도 신혼부부 특별공급 확대를 통해 10만가구를 공급한다. 공공분양 3만가구, 민간분양 7만가구가 대상이다. 공공분양은 특별공급 물량을 현재 15%에서 30%로 확대하고, 민간분양은 10%에서 20%로 확대한다.뿐만 아니라 신혼부부 주택구입 자금의 대출한도와 소득요건 상향, 금리우대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더불어 부부합산소득이 5000만원(맞벌이 7000만원) 이하인 혼인 5년 이내 신혼부부가 3억원(수도권 4억원), 60㎡ 이하의 소형주택을 생애 최초로 구입하는 경우 취득세 50%를 감면해준다.그러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신혼부부 주택정책은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첫째, 혼인 2년 이내 및 예비부부에게 30%를 우선 배정하는 문제이다. 정부는 신혼부부 특화형 공공주택 10만가구 중 가점제를 통해 혼인 2년 이내 및 예비부부에게 30%를 우선 공급하고, 나머지 물량 70%는 모든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가점제를 통해 배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혼기간이 길고, 자녀수가 많은 순서로 우선순위가 매겨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혼인 2년 이내 또는 예비부부에게 30%를 우선 공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둘째, 경쟁률이 너무 치열하다. 신혼부부들에게 시세보다 싼 주택을 공급 해주겠다는 정책은 좋지만 경쟁률이 너무 치열해 자기가 원하는 단지에 입주하기 어렵다. 입지가 좋은 위례 신도시, 성남 서현 등 지역은 신청자가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신혼희망타운에 입주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셋째, 수분양자에게만 특혜가 돌아가고, 투기를 불러 올 수 있다. 신혼희망타운의 추정분양가가 4억6000만원 수준인 위례신도시 전용면적 55㎡의 경우 인근 시세와 2억원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좋은 입지에 분양 받은 소수에게만 이익이 돌아가고, 이러한 이익을 노리는 투기를 불러올 수 있다.넷째, 위장신혼부부 및 위장전입 등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과거 청약시장에서 분양 자격을 얻거나 가점을 높이기 위해 위장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거나, 위장전입 하는 사례가 적발된 경우도 많다. 이러한 불법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2018-08-06 14:59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해야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무더위가 이어지면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하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힘을 얻고 있다. 1974년에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시작된 누진제를 이제는 폐지할 때가 된 것이다. 시민의 건강을 생각하고 삶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누진제도는 사실 바람직한 제도가 아니다. 현재 전기요금은 3단계의 누진제로 되어 있다. 보통 재화를 구입할 때와 달리, 소비를 늘릴수록 비싼 요금을 지불하는 구조다. 이런 소비의 누진요금은 한정된 자원을 배급하는 경제에서 행해지는 방식이다. 일반경제에서는 흔한 방식이 아니다.누진제는 특히 가구에 대한 요금부과 방식이라 다세대·다자녀 가정에 불리하다. 1인 가구에 비해 다인가구에 불이익을 줄 이유가 없는데도 불합리적 요금부과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용 전기는 전체 전기 사용량의 13.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1인당 전력을 과소비하는 국가”라며 정부가 국민에게 전력을 아껴 쓰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현행 전기요금이 불합리한 이유는 공급자 위주의 배분 방식 때문이다. 정부가 독점하다 보니 소비자 보다는 공급자 입장만을 고려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전기요금을 흔히 ‘전기세’라 부르고, “누진세를 낮춰 달라”고 말한다. 마치 세금인 양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전기는 개인이 그 사용에 따라 비용을 부담하는 일반 재화와 서비스의 하나일 뿐이다. 전기 소비자가 사용을 늘리면 전기회사들은 이에 부응해 발전량을 늘리고 배전하면 된다. 그런 선택과 경쟁 과정에서 전력가격은 내려가고, 사용자는 보다 싼 가격에 전기를 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간단한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전기 발전과 배전에 대해 선택할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정부는 팔고 사는 거래를 통제하고, 소비자는 공기업이 공급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게 우리의 구조다. 시장의 거래가 자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경쟁이 부족하다 보니 시장의 효율성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정부도 이러한 전력독점의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 2004년 전력 구조개편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과 압력에 밀려 이를 중단한 적이 있다. 그러다 보니 전력의 공급이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늘 엇박자를 냈다.한동안 전력 발전시설 부족으로 블랙아웃을 걱정한 적이 있다. 실제로 우리는 지난 2011년 9월 15일, 초유의 대규모 정전사태를 겪기도 했다. 정부가 전력시설 확충을 외면한 결과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기가 모자라는 시기가 아니다. 그 이후 충분한 발전 시설을 확보했기에 일부 원전시설 가동을 줄여도 여유가 있을 정도다.근본적인 해법은 전기 공급과 수요가 시장에서 가격원리에 따라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공기업이라 하더라도 전력시장에서 경쟁하게 되면 그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소비자는 여러 전력공급회사 가운데서 선택할 수 있고, 전력발전회사들은 질 좋은 전기를 싸게 공급하려 경쟁하게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소비자의 만족은 더욱 커질 수 있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18-08-05 14:56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먹방 사용설명서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정부가 발표한 먹방 규제 가이드라인에 대한 후폭풍이 폭염만큼 뜨겁다. 비만에 대한 대책은 항상 논의되어 왔지만 먹방에 대한 규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음주, 흡연에 대한 각종 광고나 방송 규제조치처럼 먹방에 대해서도 진작에 메스를 가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비만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은 도외시한 채 규제만능주의에 따라 애꿎은 먹방만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먹방과 비만과의 상관관계를 살펴본다면 과연 먹방에 대한 규제가 비만이나 기타 부작용에 대해서 실효성이 있는 대책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누가 뭐래도 자극적인 ‘먹방’ 이 식욕을 자극해 비만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음식 프로그램의 방영에 따라 관련 음식 주문량이 증가한 사례들도 있다. 심지어 영국의 어느 유튜브 동영상에서 몸에 해로운 정크 푸드를 먹는 ‘먹방’을 어린이 피실험자들에게 보여주고 초콜릿, 젤리 등을 간식으로 줬더니 동영상을 보지 않은 아이들보다 칼로리 섭취량이 높게 나타났는 연구결과도 있다. 음식 콘텐츠 노출 시 보상중추를 자극하고 과다한 식탐을 유발해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하지만 먹방은 대리만족 효과를 부를 뿐 막상 식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무시할 수 없다. 경희대 조리외식경영학과에서 2017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리만족’이나 ‘오락’이 시청 동기인 경우 ‘식탐’이나 비만에는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먹방이란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대리 만족하고 그 방송의 오락적인 면에 치중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술이나 흡연처럼 먹방에 대해서도 규제가 필요한지에 대한 반론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술, 흡연과 암에 대한 상관관계가 입증된 이후 관련 노출장면을 규제한 것처럼 먹방에 대한 규제도 비만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명이 선행돼야 한다. 단순히 먹방이 비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추정만으로는 정부가 나서서 먹방에 대한 규제를 논의하는 것조차도 조심스러워야 한다. 시청자의 볼 권리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국가비만관리 종합대책’에 포함된 ‘폭식조장 미디어·광고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모든 먹방을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짜장면 30그릇 먹기’, ‘소주 15병 마시기’ 같이 일부 인터넷방송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자극적인 프로그램들에 대한 규제에 초점을 맞춘다고 밝혔다.먹방은 기본적으로 콘텐츠산업의 재료를 제공한다. 먹방을 통해 즐거움과 유익함을 더많이 제공받을 수 있다면 다른 유해성 콘텐츠처럼 무작정 규제할 것은 아니다. 결국에 먹방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수요미식회 등의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알찬 정보와 적절한 가이드라인은 국민 식생활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지만, 유튜버의 관심끌기용으로 제작된 엽기적인 동영상들은 식탐에 취약한 많은 이들에게, 특히 분별력을 아직 갖추지 못한 어린이들에게는 분명 독이 될 것이다. 하지만 모든 규제는 더욱 독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한계와 장막을 치면 칠수록 다양성과 존엄성은 점점 더 사라지게 된다. 먹방 규제를 최소화하되 운동 방안을 포함하여 비만에 대한 더욱 직접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18-08-02 15:44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한미 경제성장률 역전의 의미

박종구 초당대 총장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4%로 발표됐다. 금년에 3%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면에 한국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2분기 성장률을 2.9%로 발표했다. 한미 경제성장률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미국은 우리나라보다 12배 이상 큰 경제규모를 갖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성장률 역전은 사실상 처음이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정책의 차이가 이러한 결과를 낳는데 일조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이 유례 없는 경제활황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친시장, 친기업 정책이 있다. 감세와 규제완화를 양 축으로 하는 ‘트럼프노믹스의 승리’라는 말이 회자되는 이유다.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를 단행해 기업비용을 줄이고 투자의욕을 되살렸다.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줄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세율 22%보다 낮다. 개인소득세, 사업소득세, 상속세도 대폭 경감했다. 해외 보유 현금을 미국에 들여올 경우 적용하는 세율도 8∼15.5%로 낮췄다. 2조 6000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 현금의 상당액이 환류되고 있다. 약 1000개에 달하는 각종 규제를 혁파해 규제비용을 44억 달러 줄였다. 환경, 노동, 금융 등 기업활동에 직결되는 주요 규제를 들어내 경제의 불확실성을 대폭 제거했다.반면에 우리나라는 검증되지 않은 소득 주도 성장론으로 갖가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금년 16.4%, 내년 10.9%, 2년간 29% 최저임금을 인상함에 따라 자영업자와 영세사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월 이래 5개월 연속 월 취업자수가 10만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6월 제조업 일자리는 12만 6000명이 줄어 4월 이래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OECD는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이 매우 높아 국가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노동개혁이 성장률의 차이를 가져왔다. 유연한 채용과 해고가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의 활력을 견인하고 있다. 파산위기에 몰린 GM과 크라이슬러 자동차가 소생한 것은 유연한 고용구조와 이중임금제 도입 덕분이었다. 자동차산업 부활로 120만 명의 일자리 감소를 막고 350억 달러 세수 창출이 이루어졌다. 우리의 주력산업인 조선, 자동차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높은 임금과 낮은 생산성과 함께 경직적 노동시장이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제조업 경쟁력도 빼놓을 수 없다. 딜로이트컨설팅에 따르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 순위는 2016년 2위에서 2020년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반면에 우리는 5위에서 인도에 자리를 내주고 6위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조선, 철강으로 대표되는 주력 제조업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생산성 지표는 일본, 독일의 경쟁업체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생산시간, 생산대수, 임금수준 등 주요 지표에서 비교열위에 있다.최근에는 지난 5년간 한국경제를 지탱해 온 반도체 호항이 끝나갈 조짐을 보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수출의 20%, 영업이익의 25%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정체는 우리에게 생존적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경제의 부가가치는 결국 기업이 창출한다. 친투자, 친기업 정책이 해법이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8-07-30 15:13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스마트폰 판세 변화

문송천 카이스트 교수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 전쟁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7년 만이다. 세기의 IT 특허 전쟁으로까지 회자됐던 이 분쟁에서 삼성은 참담할 정도로 완패했다. 삼성이 애플에 배상한 정확한 금액은 여태 베일에 감춰져 있지만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바로는 최소한 8000억원선이다. 그간의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애플의 일방적인 우세로 일관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애플 제품 미국내 판매중지라는 미국무역위원회 결정으로 말미암아 궁지에 몰리게 되자 최종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까지 동원해 긴장감이 극에 달했던 적도 있었다. 상당히 시간을 더 끌 것처럼 보였던 이 사건이 분쟁 종료로 급변한 데에는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이에 대한 해석을 위해서는 지금은 스마트폰 시장에 어떤 유형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애플이 독식하던 스마트폰 시장을 삼성이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은 구미권이 아닌 신흥시장을 파고 들어가는 데 성공하고 나서부터였다. 그러나 다름 아닌 바로 그 신흥시장에서 삼성은 밀려났다. 중국 군단에 의해 밀려나기 시작한 지가 불과 1년 전이다. 그러더니 이제는 특히 중국에서의 삼성 점유율은 드디어 한자리 수로 떨어지고 말았다.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으로 1%다. 중국 못지않게 큰 시장인 인도에서도 점유율 1위 자리를 중국 군단에 내줬다. 삼성으로서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으로 국면 전환되고 있다.삼성과 애플이 특별히 좋은 세월을 누렸던 지난 7년간은 다른 반대쪽 관점에서 보면 분쟁에 과도하게 에너지를 낭비한 나머지 중국 군단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만 꼴이 된 격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때 애플과 삼성, 이 둘을 제외하고는 난공불락으로만 여겨졌던 스마트폰 첨단 시장에서 중국은 성공리에 진입 장벽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 요인을 1년 같은 짧은 기간도 아니고 무려 7년씩이나 방치한 대가를 삼성은 지금부터 혹독히 치르는 과정으로 진입했다고 봐야 한다. 중국 군단의 약진이 가시화되자 스마트폰 산업도 이제 굴뚝 산업화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과연 그럴까.이에 대해 정확히 판단해 보기위해서는 스마트폰을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엔진에 어떤 종류의 발전이 어느 속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컴퓨터 운영체계(OS)가 지난 30여 년간 끊임없이 격상되어 온 추세대로 스마트폰 OS의 앞날도 그렇게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는 모습으로 전개된다면 소프트웨어 기초가 약한 중국으로서는 아마도 더 이상 약진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삼성도 똑같은 이유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의 경우에는 여유가 있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에 관한 한, 애플은 삼성과 중국에 비해 매우 우월적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애플과의 특허 분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삼성 입장에서 보면 소프트웨어 밑천 부족으로 인해 애플은 늘 버거운 상대다. 따라서 소프트웨어라는 중대 고비에서 중국을 견제해내는 데 차질이 생긴다면 삼성의 미래는 결코 밝지 못할 것이다. 애플과의 양강 체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향후 벌어질 소프트웨어 전쟁에서 중국과 일전을 치를 각오를 해야만 한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대동소이한 상태에서는 소프트웨어 펀더멘털이 강한 기업의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문송천 카이스트 교수

2018-07-29 15:53 문송천 카이스트 교수

[브릿지 칼럼] 평균 회귀의 원칙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은 조별리그에 탈락했지만 세계 1위인 독일을 2대0으로 제압하면서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이를 두고 혹자는 ‘징크스의 향연’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징크스는 일련의 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생긴 악운을 뜻하는데 대표적인 월드컵 징크스 중 하나는 전 대회 우승팀이 차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 역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승 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조별리그 예선 통과 문턱에서 좌절했다.이러한 현상을 두고 오만 가지 설명이 신문지상에 등장한다. “상대편 공격수의 플레이를 간파했다” “성공에 취해서 그렇다” “정신력이 약해서 그렇다” “감독이 무능해서…” 등 별의별 소리가 다 나왔다.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다니엘 카네먼은 다음과 같은 실화를 기록하고 있다. 조종사 훈련에 참여하는 이스라엘 공군 소속 장교들이 불평하기를, 훈련생들이 유난히 비행을 잘했을 때에 칭찬을 해봤자 실력 향상에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실제로 훈련생들은 그렇게 칭찬을 받고 나면 다음번 비행이 훨씬 전만 못했다. 비행을 아주 못한 훈련생을 꾸짖으면 그 훈련생은 거의 항상 다음 비행에서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이 장교들은 상급 장교들에게 저조한 성과는 비판하되 뛰어난 비행에는 칭찬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결국 칭찬과 비난 여부에 상관없이 어느 조종사가 유난히 비행을 잘하거나 못했다면 그 다음번 비행에서는 그의 평균적인 실력 수준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어쩌다 뛰어난 비행 실력을 보인 조종사는 아마 다음번에는 그보다 못한 실력을 보일 것이다. 반대로 어쩌다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조종사는 아마 다음번 비행에서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어떤 식으로든 극단적일 때에 같은 종류의 다음번 사건은 그만큼 극단적이지 않다는 원칙을 ‘평균 회귀’(Regression To The Mean)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축구뿐 아니라 모든 종목에서, 삶의 모든 현상에서 나타난다. 국민타자인 이승엽 선수도 어느 시즌에 유난히 홈런을 많이 치다가 다음 시즌에 가서 성적이 크게 떨어져서 그냥 평균만 살짝 웃도는 수준을 유지했다.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균 회귀의 원칙을 무시한다. 특정 상황에서 최소한의 운이 작용해 예외적인 일이 일어났다면 그 다음번은 평균 수준으로 돌아가기 쉽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친 예측을 하는데 그 예측은 틀리기 쉽다. 그렇다면 따지고 보면 FIFA 랭킹은 평균 수준이 아니라는 논리가 적용된다.경제석학들은 왜 사업이 한해에 유난히 잘 풀리면 그 다음 해에 죽을 쑤는지 설명하기 위해 환율의 변동, 주가변동, 국제무역수지, 국민소득, 가계지출 등 온갖 경제지표를 활용해 엄청난 시간과 지면을 낭비해왔다. 만약 그들이 평균 회귀 원칙을 활용했더라면 아마 그들 자신이나 독자 모두에게 상당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한국 축구 대표팀의 평균은 어느 정도일까?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2018-07-26 16:01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건설산업 '비윤리' 오명 벗자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최근 기업윤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모 항공사의 경영진들의 부도덕한 행동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고, 얼마 전에는 일부 기업들의 대리점에 상품을 강제 할당하는 관행으로 불매 운동까지 번지는 사건도 있었다. 이러한 기업윤리 논란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에서도 최근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기업들이 비윤리적인 영업 및 생산활동으로 크게 지탄을 받고 있다. 또한 독일 등 유럽과 미국에서도 기업윤리는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서 EU, UN 등 국제기구들도 국가간 거래관계에 있어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을 위한 협약을 강화하는 추세다.우리 건설산업은 이러한 기업윤리 문제에 있어 가장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산업이다. 지금까지 건설산업은 대표적인 불공정, 부정부패의 산업으로서 인식되고 있으며, 실제로 뇌물수수, 담합, 불공정거래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대표적으로 따라 다니는 산업이다. 이는 우리나라 만의 문제는 아니다. 실제로 ‘국제투명성기구’의 투명성 지수를 보면, ‘공공사업 및 건설’ 분야가 뇌물수수 등 비리가가장 많은 분야로 발표되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특히 건설산업의 불법, 비윤리적인 행태가 큰 이슈가 되고 있으며, 국민들의 건설산업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나쁘다. 실제로 최근 조사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산업의 이미지 평가 결과를 보면, 신뢰성과 투명성은 각각 43점과 30점을 기록하여 가장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실제로도 건설사업의 불법행위 사례조사에 따르면 뇌물수수가 전체 불법행위의 40%를 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하루, 이틀을 걸러 신문 지상에는 건설기업 및 관련 이해관계자들간의 뇌물 등 각종 비윤리적인 사건들이 보도된다.이렇게 건설산업이 비윤리적인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건설기업들의 비윤리적인 영업 및 생산활동도 문제지만, 잘못 설계되어진 건설 정책이나 제도도 문제다. 출혈경쟁을 유발시키는 저가낙찰 관행구조, 발주자들의 여전한 갑질 행태, 산업의 활성화보다는 지나치게 규제 및 통제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는 각종 법률 등이 바로 그것이다.결국, 건설산업 내 윤리 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정부 및 공공기관, 발주자, 건설기업 등 건설산업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건설산업 내 공정한 경쟁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정책, 제도 설계를 할 필요가 있고, 발주자들은 건설기업과 동등한 입장에서의 계약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제반 절차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그러나 무엇보다 건설기업들의 노력이 중요하다. 건설기업들이 먼저 건설산업 내 윤리문화 정착에 앞장서야 한다. 왜냐하면 결국, 이러한 건설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궁극적 피해자는 건설기업들이 때문이다. 비윤리적인 관행으로 인한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 및 처벌 강화, 발주기관들의 건설공사 발주의 지연과 계약심사의 강화 등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건설기업이 고스란히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건설산업이 대표적인 비윤리적인 산업이라는 오명을 씻고, 국민친화적인 산업으로 다시 태어날 필요가 있다.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18-07-25 15:11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