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은퇴후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입력일 2018-08-13 15:00 수정일 2018-08-13 15:01 발행일 2018-08-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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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

은퇴설계란 은퇴 이후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재무적 준비뿐 아니라 건강, 관계, 시간 관리(일과 여가 및 취미생활) 등 비재무적인 부분까지도 포함하여, 은퇴 후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인 삶의 목표를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을 말한다. 은퇴 후엔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은퇴는 현역에서 물러나 사회 경제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롭게 지내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근무하였던 직장에서 퇴직하여, 근무 장소를 가정이나, 지역사회 혹은 자기 자신에게로 옮겨, 과거 직장인의 역할에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면서, 변신하는 인생의 전환기이다.

먼저 가정으로 귀환하는 것이다. 청소는 물론 요리도 하는 등 가사를 도우며, 가족 특히 배우자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돈 버는 기계로만 살아온 전통적인 가장이 아니라, 권위를 내려놓고 아내의 멋진 친구로서, 자녀들의 다정한 아버지로서,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지난해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하여 퇴임한 지 6개월 만에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왔었다. 기조연설 후 진행된 대담에서 “다음 직업은 무엇이냐”고 묻자 “(아내) 미셸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자신의 직업이 남편이라고 서슴없이 밝혀 화제를 낳았다. 은퇴 후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이 배우자나, 문제는 서로 함께 있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죽을 때 후회하는 우선순위 중의 하나가 “너무 일에만 매달려 가족관계를 등한시하였다”라는 점과 은퇴 후의 행복은 배우자와의 관계에 달려 있다는 점을 유념한다.

지역사회에 돌아와서는 평소 본인이 생각해 둔 동우회 활동이나, 자신의 신념을 실천할 수 있는 종교나 정치 활동에 참여해 봄도 좋다. 또한, 그간의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하여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거나, 예방 활동에 참여함도 의미가 있다.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나, NPO(Non-Profit Organization:비영리조직)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시작 단계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은퇴자의 일자리로 일반화되어 있다. 사회적 기업, 환경단체, 구호단체 등 비영리단체에서 약간의 보수를 받는 자문위원, 상근자, 자원봉사자 등으로 활동한다. 그간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혜택을 환원해야 하는 시기이다.

마지막으로, 잊고 지냈던 자기 자신에게 돌아와 자아실현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소질과 개성을 찾아내어 잠재능력과 가능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에서 최상위 단계로, 욕구가 충족되면 될수록 더욱 증대되면서 자신을 계속 발전시킨다. 인생 2막에서 꼭 성취해야 할 과제이다. 어린 시절부터 간직했던 꿈을 주저 말고 실천에 옮긴다. 자신의 재능과 취미 활동을 창직으로 연계하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재능기부도 가능하다. 못다 한 배움이나 다양한 취미, 여가활동으로 정신적인 만족은 절정, 최고의 행복 상태에 이른다. 인생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전성기이다.

물론, 아직 자녀의 학업이나 독립이 끝나지 않아 생활비가 더 필요하거나, 노후자금이 부족하면, 재취업이나 창업 등을 통하여 노후자금을 충당하면서 병행해야 바람직하다. 일하지 않는 은퇴는 없다. 은퇴 후에도 가정, 지역사회, 자기 자신의 분야에서 다양한 도전을 시도하여 새로운 삶을 재창출해야 한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 연구원장